25년 3월 네 번 째 일기 (03.06~03.09)_ 다시 일상으로
03.06.목 [워홀+219]_ 정리하고 일 하고
짐을 싸는 것도 일 인데, 짐을 푸는 것도 일이다. 거의 1년 치 살림을 제대로 준비해온 나. 아무리 넣고 정리해도 끝이 없었다. 짐 정리만 꼬박 이틀이 걸렸던 거 실화냐고...
오후에는 촬영을 나갔다. 진짜 너무 졸려서 누가 안 일어나면 때려 죽인다고 해도 잘 심산이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가 없었다. 다행히 날씨도 너무 좋고, 촬영지가 공원이라 봄 기운 가득한 런던을 즐길 수 있었다.
오늘은 먹을 복이 터진 날이었는지, 계속 끼니를 연달아 곱절로 먹게 됐다. 점심은 테스코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웠는데, 사장님이 식사를 제공해주셔서 또 먹고. 저녘도 간단하게 냉장고에 남아있던 걸로 끼니를 떼웠는데, 밤에 아란이 같이 밥 먹자고 메인부터 후식까지 넉넉히 챙겨줬다. 런던 컴백기념으로 먹을 복 터지는 구만.
03.07.금 [워홀+220]_ 간만에 일터로
요즘은 런던의 날씨가 너무 좋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신발도 빨고 발 매트도 빨아서 햇볕에 널어두었다. 그리고 또 엄청 졸다가 언니랑 차 한잔하러 왔다. 심부름을 해준 게 고마웠는지 꼭 차를 마시고 싶다는 그녀. 안 그래도 되는데 참, 하하.
만나서는 진짜 내 얘기만 잔뜩 한 것 같다. 제법 언니가 편해졌는지 나도 속 얘기를 자꾸만 꺼내게 됐다. 직장이라면 칼 같이 선을 긋던 나인데, 외로운 외국 생활이 사람을 이렇게 바뀌게 하는 건가.
언니랑 헤어지고는 바로 출근을 했다. 오랜만에 일 하는 거기도 하고, 시차 때문에 몽롱해서 실수 할 까봐 잔뜩 긴장했는데- 그럭저럭 잘 해냈다.
03.08.토 [워홀+221]_ 주말에도...일을 합시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쌓여있는 과제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밀린 업무도 해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돼서 아침부터 좀 서두르게 되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미역국도 해서, 아침은 끼깔 나게 잘 챙겨 먹었다.
일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건지, 뒤바뀐 시차 때문에 몸에 에너지가 필요했던 건지, 자꾸만 단 게 땡겼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받은 디저트 탈탈 털어먹었지롱 호호. 먹으면서 김라피씨에게 이것이 K-디저트다 자랑도 잔뜩하고.
성임이가 준 컵도 꺼냈다. 런던에서 서울 컵 쓰니 기분 좀 요상하잖아 호호. 영국에서 자주 쓰는 보라색이 들어가 있어서 일까. 뭔가 런던과 서울의 중간에 있는 나 같아서 더 정감가기도 하고.
03.09.일 [워홀+222]_ 잠만보의 일상
사장님이 시차 적응 하는데 일주일은 걸린다는데, 내가 그런 모양이다. 자꾸만 잠이 온다. 오전에 밀린 일을 어느 정도 마쳤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계속 잠만 자게 됐다. 보통 네 다섯시간만 자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거의 틈만 나면 자는 것 같다. 낮잠은 세네 시간 잤는데도 밤에 또 여섯 일곱 시간 동안 자게 된다.
원래는 내가 늘 라피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는데, 요즘은 라피가 내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취직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생긴 그는 부쩍 더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우리집에 오면 너무 편해서 게을러진다며 집으로 돌아간 그.
그치만 그가 가고 나서도 저는 또 잤습니다... 대체 몇 시간을 자야 이 피로가 회복될까. 함부로 몸을 혹사시키면 그 댓가가 엄청 나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