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3월 일곱 번 째 일기 (03.19~03.22)_ 일, 일, 일.

킹쓔 2025. 3.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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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수 [워홀+232]_ 이제 일을 합시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열일 하는 나. 어떤데? 유진 덕에 당당하게 사장님께 촬영 지원을 요청했다. 일반 직장처럼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03.20.목 [워홀+233]_ 나도 불목을 즐기고 싶어

 

 출근길에 엄청난 인파를 보았다. 다들 목요일이라 그런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맥주 한 잔씩 기울이고 있었다. 나도 한 잔 하면 좋은데, 일하러 왔네. 

야참으로먹은 보쌈과 두부김치

 요즘 계속 일만 하는 일상에 지쳐서 그런지, 퇴근 길엔 꼭 맥주를 한 잔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런던 펍은 11시면 문을 다 닫는다...그리고 난 11시쯤 퇴근하고. 주변에 펍이 그렇게 많으면 뭐하냐구요. 

퇴근길 조용해진 거리 / 끝내 발견한 24시간 편의점

 그래도 운 좋게 24시간 편의점을 발견했다. 거기서 사이다 두 병을 사다가 마시는데 월급이 들어왔다. 내가 생각했던 금액의 반 토막 정도. 매 번 그렇지만 또 현타가 왔다. 잠도 안 자고 밤 낮 없이 일하는데 왜 나는 이깟 집세 하나도 내기 힘든가. 그렇다고 내가 돈을 펑펑 쓰는 것도 아닌데.


03.21.금 [워홀+234]_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런던은 흐드러지는 봄이 왔다.

 꿈에서 미룽을 만났다. 미룽은 간곡히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자기가 겪어봐서 그 힘듦을 안다며 더 이상 고생하는 거 보기 힘들다고,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어제의 여파였을까. 

케이블 잘 못 가져와서 충전 못함 ㅠ / 제법 화창한 런던 날씨

 오후엔 촬영을 나갔다. 날씨가 제법 좋아 촬영 가는 길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 일이 없었다면 노팅힐에 갈 수 있었을텐데. 그치만 지금 당장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걸 어쩌겠냐구요. 현실은 팍팍하고 고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야 나중에 덜 후회하지.

 오는 길엔 라피를 만났다. 막스앤스펜서에서 피크닉 음식을 사서 공원에서 먹으며 작은 데이트를 즐겼다. 매 번 우리집에 놀러오던 그는 이번 주는 구직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서로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꽤 서운하고 아쉬웠다. 생각보다 내가 이 녀석에게 많이 의지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03.22.토 [워홀+235]_주말에도 일 하는 직장인

 

 아침부터 난리부르스를 떠는 아죤커플 때문에 잔뜩 기분이 상한 나. 원래대로라면 영상 편집까지마치고 즐거운 주말을 보내야 하는데 이게 뭐람. 말도 안되는 이유로 결혼식 비용을 자꾸 전가 해대는 그들 덕에 피로감을 느꼈지만, 이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 일상, 내 기분, 내가 지켜!

 출근길엔 벚꽃을 꺾어다 주었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이 생물이 봄이 완연함을 알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꽃놀이를 못 다녔다는 그녀의 말이 자꾸만 밟혀서 이렇게라도 이 계절의 화사함을 전했다.

 퇴근 길엔 드디어 그리고 그리던 맥주를 한 잔 했다. 그렇게 기피하던 주말근무를 할 정도로 이번 달은 정말 살림이 빠듯했다. 예산을 초과하는 지출이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게다가 오늘은 팁도 제법 받았는 걸.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혼자 술을 먹는 데, 역시 나 '혼자'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확실히 라피가 없으니까 주말이 여유로웠다. 일에도 집중할 수 있고, 온전한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끔은 그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떨어지고 나니 알았다. 그가 내 일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을.
 
 그나저나 이번 주는 정말 죽어라 일만 한 것 같다. 결혼식에서 돌아오자마자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좀 쉬어야지. 그땐 정말 남의 일이 아닌 온전한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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