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11월 네 번 째 일기 (11.11~11.16)_ 크리스마스가 스며든든 런던에서

킹쓔 2025. 11. 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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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화 [워홀+469]_ 정신없는 브레이크

 

 라피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서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세금 때문에 사장님한테 연락해보랴, HMRC에 전화하랴 정신이 없는데 응급차를 부를까 고민 중이라는 그의 말에 더 당혹스러웠다. 이 전에 당일 월차를 쓴 적이 있어 조퇴를 하기엔 난감한 상황이라 고민이 됐다. 다행히 저녁 때가 되니 좀 괜찮아졌다고 했다. 멀쩡한 그의 목소리를 보고 괜힌 고민을 했던 건지 생각이 들었다. 


11.12.수 [워홀+470]_ 생각과는 다른 일이 펼쳐질 때


 아침부터 이를 갈며 비장하게 시작한 HMRC과의 통화는 어이없게도 10분 만에 끝나버렸다. 통화 연결도 5분 밖에 안 걸렸고, 전산상으로 닫힌 게 확인이 됐고, 이번 달 급여에 포함되어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다고 해서 또 놀라웠다. 그걸 너네가 모르면 누가 아니…

 무튼 이번 일로 인해 느낀 게 많다. 세무 담당자도 정확한 일 처리 방법을 모르며, 정부 관계자도 절차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챗GPT나 구글링을 뒤져 목 마른 자가 일을 해결해야 하는 어메이징한 영국의 행정처리.

 어쨋거나 통화가 끝나니 좀 쉬고 싶어졌다. 며칠 전부터 사장님이랑 HMRC를 붙잡고 전화해대며 얼마나 피곤했는지. 사실 따지고보면 석 달 전부터 집 알아보랴, 퇴사하고 새 회사 적응하랴, 휴가 쓰면서는 여행 계획하랴, 여행을 가장한 행군을 다녀와서는 블로그 업로드 이슈랑 세금문제 알아보랴 정말 쉴틈이 없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했다. 어디 바람 쐬러 놀러 가고 싶었는데 막상 갈 때가 없어서 라피한테 갔다. 껄껄. 돈도 친구도 갈 곳도 없는 나…가면 완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정신 없어 보이는 듯한 그의 모습에 서운함마저 느꼈다. 알고 보니 세미나 가야 하는데 지각해서 덤벙이고 있던 녀석.

30대 키즈의 액티비티 시트 / 스윗한 남자친구를 두면 생기는 일

 얼결에 같이 따라가서 시켜주는 음식들 잘 먹고 왔습니다. 후식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메뉴를 시켜달랬는데 확인 해 본다 더니 한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녀석. 결국 기다리다 못해 내가 주문했다. 한 입 뜨자마자 똑 같은 거 들고 오는 녀석. 타이밍 뭔데요. 세미나가 늦게 끝나서 이제 서야 들고 온 남자친구 덕에 혈당 터지네. 아이스크림이라 포장도 안 돼서 결국 두 개 다 먹었습니다. 

런던 거리에 내려앉은 크리스마스

 

 

Selfridges · 400 Oxford St, London W1A 1AB 영국

★★★★★ ·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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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셀프리지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피곤해하는 김라피씨를 위해 그냥 디즈니샵으로 갔다.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사진 몇 장 찍고 나왔다.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디즈니샵

 

 

디즈니샵 · 350-352 Oxford St, London W1C 1JH 영국

★★★★☆ · 장난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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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크리스마스의 런던 거리

 

 

Oxford Circus · 236 Oxford St, London W1C 1DE 영국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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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투를 사고 싶다는 그를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동료들이 연예인처럼 격한 환호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깔깔. 사려던 옷은 재고가 없어서 다음 번을 기약하며 퇴장.

크리스마스장식이 놓인 옥스퍼드 서커스

 집으로 들어와 우연히 휴대폰에 뜬 작년 일상을 보았다. 혼자 옥스퍼드 스트릿을 쇼핑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오늘 여러 사람들과 즐기던 모습과 대조 되어 보였다. 내년에 나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11.13.목 [워홀+471]_ 고추장 삼겹살도 합니다

 

조림처럼 보이지만 나름 고추장 삼겹살

 도올이 너무 먹고 싶은 워홀러는 이제 고추장 삼겹살을 해 먹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여러분 음식 맛이 조금 애매할 땐, 설탕을 마구 넣으세요. 그럼 얼추 다 됩니다 깔깔깔. 


11.14.금 [워홀+472]_ 살림의 여왕이 되는 중

 

 요즘 너무 막 사는 거 같아서 양심상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려고, 미역국이랑 장조림을 했다. 세인즈버리 소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비싼 대신 정말 맛있는 것 같다. 


11.15.토 [워홀+473]_ 긴 하루

 

 아침부터 웨딩버스 보고 깔깔 대던 나. 그 버스에게 뒤통수 쎄게 맞을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늘 타던 정류장이 갑자기 폐쇄되었고 다른 정류장으로 가봤으나 연달아 4곳이 폐쇄되어 당황스러웠다. 이제 지각 또 하면 근태 경고라 혼이 반 쯤 나가서 택시 타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이래서 다들 지하철 지하철 하는구만. 

 

일하는 데 리오가 갑자기 "오늘 갈 거냐"고 물어봤다. 다른 층 매장의 송별회가 있는데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초대도 안 받았는데 내가 가도 되는 자리냐고 묻자 자기가 그녀 베프라서 상관없다고, 오늘 오면 자기 취한 모습 볼 수 있다고 꼬셨다. 껄껄. 그리하여 어쩌다 참석하게 된 파티...

 다행히 호스트가 엄청 반겨주었다. 나랑은 안면만 있고 그닥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 좋아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이놈의 영국파티는 적응이 안된다. 다들 나름 먼저 말도 걸고 챙겨주긴 하는데, 그냥 그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데, 아직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쭈뼛쭈뼛 대곤 한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 더 알아가고,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는 좋은 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이런 문화에서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나로써는 자꾸 겉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더 주눅이 들었고. 재밌게 놀다 오긴 했는데. 마음 한 켠이 빈 것 같고 그랬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그렇고, 늘 이런 자리가 있고 난 후엔 더 쓸쓸해지곤 한다.  


11.16.일 [워홀+474]_ 미안해 얘들아

 

 파티는 정말 젊은이들의 문화 같다. 어제 그거 잠깐 놀았다고 너어무 피곤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분명 쓰러져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겁고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다행히 매니저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30분 정도 추가 근무를 했더니 살며시 다가와 집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래서 냉큼 맞다고 대답하고 집으로 왔는데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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