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화 [워홀+469]_ 정신없는 브레이크
라피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서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세금 때문에 사장님한테 연락해보랴, HMRC에 전화하랴 정신이 없는데 응급차를 부를까 고민 중이라는 그의 말에 더 당혹스러웠다. 이 전에 당일 월차를 쓴 적이 있어 조퇴를 하기엔 난감한 상황이라 고민이 됐다. 다행히 저녁 때가 되니 좀 괜찮아졌다고 했다. 멀쩡한 그의 목소리를 보고 괜힌 고민을 했던 건지 생각이 들었다.
11.12.수 [워홀+470]_ 생각과는 다른 일이 펼쳐질 때
아침부터 이를 갈며 비장하게 시작한 HMRC과의 통화는 어이없게도 10분 만에 끝나버렸다. 통화 연결도 5분 밖에 안 걸렸고, 전산상으로 닫힌 게 확인이 됐고, 이번 달 급여에 포함되어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다고 해서 또 놀라웠다. 그걸 너네가 모르면 누가 아니…
무튼 이번 일로 인해 느낀 게 많다. 세무 담당자도 정확한 일 처리 방법을 모르며, 정부 관계자도 절차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챗GPT나 구글링을 뒤져 목 마른 자가 일을 해결해야 하는 어메이징한 영국의 행정처리.
어쨋거나 통화가 끝나니 좀 쉬고 싶어졌다. 며칠 전부터 사장님이랑 HMRC를 붙잡고 전화해대며 얼마나 피곤했는지. 사실 따지고보면 석 달 전부터 집 알아보랴, 퇴사하고 새 회사 적응하랴, 휴가 쓰면서는 여행 계획하랴, 여행을 가장한 행군을 다녀와서는 블로그 업로드 이슈랑 세금문제 알아보랴 정말 쉴틈이 없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했다. 어디 바람 쐬러 놀러 가고 싶었는데 막상 갈 때가 없어서 라피한테 갔다. 껄껄. 돈도 친구도 갈 곳도 없는 나…가면 완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정신 없어 보이는 듯한 그의 모습에 서운함마저 느꼈다. 알고 보니 세미나 가야 하는데 지각해서 덤벙이고 있던 녀석.



얼결에 같이 따라가서 시켜주는 음식들 잘 먹고 왔습니다. 후식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메뉴를 시켜달랬는데 확인 해 본다 더니 한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녀석. 결국 기다리다 못해 내가 주문했다. 한 입 뜨자마자 똑 같은 거 들고 오는 녀석. 타이밍 뭔데요. 세미나가 늦게 끝나서 이제 서야 들고 온 남자친구 덕에 혈당 터지네. 아이스크림이라 포장도 안 돼서 결국 두 개 다 먹었습니다.


Selfridges · 400 Oxford St, London W1A 1AB 영국
★★★★★ ·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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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셀프리지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피곤해하는 김라피씨를 위해 그냥 디즈니샵으로 갔다.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사진 몇 장 찍고 나왔다.



디즈니샵 · 350-352 Oxford St, London W1C 1JH 영국
★★★★☆ · 장난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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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Circus · 236 Oxford St, London W1C 1DE 영국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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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를 사고 싶다는 그를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동료들이 연예인처럼 격한 환호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깔깔. 사려던 옷은 재고가 없어서 다음 번을 기약하며 퇴장.

집으로 들어와 우연히 휴대폰에 뜬 작년 일상을 보았다. 혼자 옥스퍼드 스트릿을 쇼핑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오늘 여러 사람들과 즐기던 모습과 대조 되어 보였다. 내년에 나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11.13.목 [워홀+471]_ 고추장 삼겹살도 합니다

도올이 너무 먹고 싶은 워홀러는 이제 고추장 삼겹살을 해 먹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여러분 음식 맛이 조금 애매할 땐, 설탕을 마구 넣으세요. 그럼 얼추 다 됩니다 깔깔깔.
11.14.금 [워홀+472]_ 살림의 여왕이 되는 중
요즘 너무 막 사는 거 같아서 양심상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려고, 미역국이랑 장조림을 했다. 세인즈버리 소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비싼 대신 정말 맛있는 것 같다.
11.15.토 [워홀+473]_ 긴 하루


아침부터 웨딩버스 보고 깔깔 대던 나. 그 버스에게 뒤통수 쎄게 맞을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늘 타던 정류장이 갑자기 폐쇄되었고 다른 정류장으로 가봤으나 연달아 4곳이 폐쇄되어 당황스러웠다. 이제 지각 또 하면 근태 경고라 혼이 반 쯤 나가서 택시 타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이래서 다들 지하철 지하철 하는구만.
일하는 데 리오가 갑자기 "오늘 갈 거냐"고 물어봤다. 다른 층 매장의 송별회가 있는데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초대도 안 받았는데 내가 가도 되는 자리냐고 묻자 자기가 그녀 베프라서 상관없다고, 오늘 오면 자기 취한 모습 볼 수 있다고 꼬셨다. 껄껄. 그리하여 어쩌다 참석하게 된 파티...


다행히 호스트가 엄청 반겨주었다. 나랑은 안면만 있고 그닥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 좋아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이놈의 영국파티는 적응이 안된다. 다들 나름 먼저 말도 걸고 챙겨주긴 하는데, 그냥 그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데, 아직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쭈뼛쭈뼛 대곤 한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 더 알아가고,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는 좋은 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이런 문화에서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나로써는 자꾸 겉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더 주눅이 들었고. 재밌게 놀다 오긴 했는데. 마음 한 켠이 빈 것 같고 그랬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그렇고, 늘 이런 자리가 있고 난 후엔 더 쓸쓸해지곤 한다.
11.16.일 [워홀+474]_ 미안해 얘들아
파티는 정말 젊은이들의 문화 같다. 어제 그거 잠깐 놀았다고 너어무 피곤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분명 쓰러져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겁고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다행히 매니저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30분 정도 추가 근무를 했더니 살며시 다가와 집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래서 냉큼 맞다고 대답하고 집으로 왔는데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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