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목 [워홀+492]_ 드디어 포트폴리오
이번 달은 꼭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겟다는 굳은 결심! 예전에 공부하던 때처럼 열심히 하려고 스톱워치를 샀다. 사실 이렇게 라도 멱살잡고 끌고 가야하는 나의 게으름 깔깔.
12.05.금 [워홀+493]_ 런던 쇼핑 명소 옥스퍼드 스트릿
쇼핑 명가 옥스퍼드 스트릿 근처에서 일하는 나. 그러나 출퇴근만 하느라 주변 둘러볼 시간이 없다면 믿으시겠어요? 맨날 가는 데라 익숙해서 구경할 맛은 안 나지만 또 막상 뭐가 있는 지는 잘 모르는 그런 거. 직장인들은 다 알잖아요?

그래서 퇴근 후 미루던 쇼핑을 다녀봤습니다. 하지만 일 하느라 다 써버린 체력 때문에 몇 발자국 못 가서 포기. 몇 개월 간 사야 된다고 고민하던 워킹화를 보러 스케쳐스 매장에 갔지만, 가격 앞에서 무너졌다. 이재용도 신는다는 고워크 시리즈 너무 편해서 사고 싶은데 디자인이 너무 구려서 이 돈 주고는 못 사겠네. 어떻게야 하죠?
12.06.토 [워홀+494]_ 클럽 실패
클럽 가는 줄 알고 잔뜩 신나서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데, 어제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 오늘을 위해 평소에 안 들던 귀한 가방까지 들고 왔는데. 아쉽구만.
마감 업무 중에 조쉬가 코리안 아티스트 '휴고'에 대해 언급했다. 내가 모르는 한국 인디밴드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 허밍으로 음악을 들어보니 혁오의 '위잉위잉'이였다. 심지어 사쿠라도 알고 있던 혁오씨. 혹시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영어 이름으로 휴고 써 보는 건 어떠세요?
12.07.일 [워홀+495]_ 쉬는 날이 더 바쁘잖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낭낭한 우리 동네 시장. 가판대에 여러 상인들이 솜씨를 뽐내고 있네. 너무 귀여운 트리라 하나 사려고 했지만 10파운드(한화 약 2만원)라는 소리에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

아니 근데 요즘 환율 진짜 미쳤다. 영국에 왔을 때만 해도 1파운드가 1,700원대였는데 이제는 2,000원을 넘어버렸다. 무슨 일 이냐고요. 원화야 제발 힘내주라. 나야 여기서 벌어서 쓰니 영향이 좀 덜 가지만, 한국에서 돈을 받아쓰는 유학생들은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
오늘은 직원 할인을 처음으로 써봤다. 계산대 앞에서 가격이 확 낮아지는 걸 보니 짜릿한 쾌감이 들었다. 이래서 애들이 매일 그렇게 옷을 사는 거였구나.

일을 쉬는 날에는 주로 요리를 한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행위는 아니고 그냥 '끼니 준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예전에 심지가 해줬던 주먹밥 생각이 나서 그것도 만들고, 찜질방이 그리워 미역국이랑 맥반석 계란도 했다. 그런데 계란은 너무 오래 쪄서 흰자가 딱딱하게 굳었다. 라피가 한 입 먹더니 플라스틱 계란 같다고 놀려 댈 정도였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해주게 하고 싶었는데 쩝.



12.08.월 [워홀+496]_ 어피치도 나도 몸단장 한 날
오랜만에 인형을 빨았다. 한국서 부터 데려온 나의 어피치. 매번 내 쿠션이자 베개가 되느라 고생이 많다. 빡빡 씻겨줬으니 또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해보거라.


12.09.화 [워홀+497]_ 짧아요 짧아
런던의 겨울은 유난히도 하루가 짧다. 일이 바쁘기도 한데 해가 일찍 지니 한 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버린 느낌이 든다.
12.10.수 [워홀+498]_ 한국인의 정이 필요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리오처럼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 매장 정리 하고 있는데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와 수줍게 카드를 전해주는 녀석. 받자마자 감동 버튼 눌려서 눈물 한 사발 쏟을 뻔 했다.

매일 한글을 접하던 한국에서와 달리 여기서 만나는 한글은 정말 귀하고 반갑다. 그것도 특히 손으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쓰여진 거라면 더더욱.


요즘따라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더 그립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럴까. 가족들과 이런 저런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고국의 온정이 그리워진다.
12.11.목 [워홀+499]_ 새 옷을 산다는 건

오랜 만에 새 옷을 샀더니 기분이 좋다. 문제는 이걸 뽐낼 때가 없다는 거다. 해가 세 네 시면 져버리는 영국의 날씨 탓이기도 하고. 결국 만만한 건 라피네 놀러 가기...
12.12.금 [워홀+500]_ 잘가 테일러
오늘은 테일러의 송별회. 호주로 간다 길래 영영 아예 떠나버리는 줄 알았는데. 그냥 크리스마스 휴가만 보내고 다시 돌아 온 단다. 물론 일을 그만두는 건 맞아서 앞으론 이전만큼 보기 힘든 것도 맞고. 그래도 괜히 편지 쓰고 마지막 술 산다고 했던 건 좀 민망하네 쩝.

지난 번 송별회 때 보다 온 사람은 극히 적었지만, 또 그 만큼 옹기종기 찐하게 놀았던 자리. 신분증 때문에 입밴 먹을 땐 그냥 갈까 했는데 오길 잘했네. 서른 다섯이 넘어서도 신분증이 필요한 건 정말 귀찮은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더 외롭고 쓸쓸해졌다. 런던 생활을 시작하기 전 만해도 나는 내가 파티광인줄 알았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즐거운 술자리를 상상하면 도파민 파티가 열릴 줄 알았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이런 자리들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이들 속에 있을 수록 조금 더 외로워진다. 밀물처럼 몰려온 인파 사이에서 빠져나오면 썰물처럼 에너지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 자리엔 고독함만 덩그러니 남고.


초반에 라이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영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막상 마냥 웰컴해주는 느낌은 아니라 그들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공감한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 사람들이랑 지내면 지낼수록, 닿을 수 없는 사이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벽이랄까. 분명 그들이 명확히 선을 긋거나 밀어내는 게 아닌데도.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나는 절대 이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12.13.토 [워홀+501]_ 나도 친구 있거든!
내일 인 줄 알았던 청소는 오늘이었다. 방 밖에서 들리는 랜드로드와 클리너의 소리를 듣고 청소 일정 문자를 확인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날짜를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또 무언가를 빌미 삼아 꼬투리를 잡히기 전에 미리 짐을 다 빼놓고 싶었는데.
지난 번 일방적인 퇴거 통보 사건 이후부터, 집주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예민하게 굴게 된다. 키친에서 마주친 그녀는 또 무언가 삔또가 제대로 상해 있었다. 인사도 안 받아주고 자리를 피해버리더니 사람을 앞에 두고 클리너와 서로 말을 주고 받고는 킥킥 웃어 댔다. 그 나라 말은 글자 하나 모르는데도 왠지 내 얘기를 대놓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때마침 걸려온 콩밤들의 전화, 덕유산 놀러갔다가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사람들. 신나서 서운한 마음 토로하며 징징댔더니 흥분해서 욕해주니까 속이 다 풀리잖아요? 허허 매 번 잊지 않고 챙겨주고 연락해주는 거 참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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