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월 [워홀+489]_ 런던 라이프
트레이닝 중에는 유독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아진다. 좁은 방 안에 단 둘만 남겨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대부분은 요코와 보냈는데 간만에 아이샤랑 근무를 하게 됐고, 사학을 전공한 그녀와 함께 윈드러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Who were the Windrush generation and what is Windrush Day?
Windrush Day celebrates the contribution Caribbean migrants and their families have made to the UK.
www.bbc.co.uk
사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써, 웬만한 세계사는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이샤는 무슬림의 입장에서 역사를 이야기 해주었는데, 늘 영국이나 미국 등 서양인 위주의 역사를 듣고 배우다 보니 새로운 관점처럼 느껴졌다.
윈드러시 스캔들이란 2차 대전 후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영국이 많은 연영방 국가들에게 이민을 권장했으나, 막상 이민자들이 영국에 와서 일을 할 때는 극심한 인종차별과 박해를 가했고, 이에 따라 폭동이 일어난 사건이다. 윈드러시는 이민자들을 영국으로 싣고 온 배의 이름이다.
- 영국 대학들의 과거 청산 프로젝트/위키리스크 한국/ 최정미 기자/ 19.02.20
그리고 그녀가 위안부 이야기를 꺼내자 비로소 피부에 확 와 닿았다. 한 때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입장처럼,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아프리카, 일부 남아시아 국가들처럼 피지배자 관점이 좀 더 정서적으로 와 닿았고, 그동안은 몰랐던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도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이렇게 런던에 있다 보면 한국에서는 몰랐던 다양한 세계를 보게 된다. 여러 인종이 모여 만든 하나의 거대한 문화 허브. 이 곳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인생을 배운다.

집에 와서는 어제 남은 햄버거를 만들었다. 운이 좋게 세일 중인 와규 패티를 사서 구웠는데, 도톰해서 제법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식사 후에는 어제 못 푼 아마존 택배들을 정리했다.

높다란 커텐봉에 하나 하나 조명을 달려니 너무 힘들었는데 결과물이 너무 예뻐서 뿌듯했다. 작년에는 스티커 몇 개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는데 올 해는 조명까지 사다니 성공했네 킹쓔! 내 년엔 진짜 트리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히히.
12.02.화 [워홀+490]_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어제부터 이어진 크리스마스 방꾸. 드디어 꿈꾸던 이불보를 샀습니다. 세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살림이 피고 있는 요즘. 이번 시즌과 취향을 한 껏 반영한 로빈 베드웨어.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때만 되면 울새(Robbin)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저는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데요..? 무튼 울새 가슴의 빨간색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던 우체부들을 닮았다고 하여, 성탄절의 상징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결론은 난 로빈이 좋다구요.


요즘은 크리스마스 디저트도 자주 먹는다. 모르고 샀지만 독일 레브쿠헨도 먹어보고 막스앤스펜서에서 브레드푸딩도 샀다. 레브쿠헨은 그냥 알디에서 세일하길래 초코쿠키인줄 알고 샀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신기한 식감이었다. 진저냄새만 안 났으면 더 내 취향이었을텐데. 브레드푸딩은 진짜 맛있었다. 또 사먹어야지.
12.03.수 [워홀+491]_ 떠나가는 사람들
아침에 일어났는데 주방에 내 이름으로 큰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잊고 있었는데, 애런의 출국날이 오늘이었다. 그는 뉴욕으로 떠난다. 아직 체류 기간이 반 년 정도 남았는데, 그냥 포기하고 간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여자친구랑 두 달 씩 서로 오고 가는 장거리 연애도 힘들고, 스폰서를 빌미로 이것 저것 요구하는 고용주에게도 지쳤다고 한다.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새 삶을 시작할 거라는 애런. 주방에서 만날 때 마다 반가워 해주고, 가끔 요리도 해주고, 집주인한테 쫓겨날 뻔 했는데도 대신 컴플레인해주겠다는 정 많은 이웃이 간다니 부쩍 아쉬워졌다. 지난 번 처음으로 받은 달러팁이 생각나 부랴부랴 편지와 함께 떠나는 그를 찾아가 손에 쥐어주었다. 작은 돈이지만 부디 행운이 깃들어 너의 행복을 이루는 바탕이 되길.



일 년 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런던에 있었지만,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언니도 그렇고 이제는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옆 집 남자애도 그렇고. 다들 부푼 꿈을 안고 왔지만 벽에 부딪혀 못 내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쩌면 곧 내 차례가 될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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