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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8월 열 한 번째 일기 (08.19~08.20)_ 런던에서 보내는 백수의 삶

by 킹쓔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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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9.월 [워홀+20]_ 내 마음에도 꽃이 피었네

 

 사실 이제 슬슬 런던에서 엥간히 유명한 데는 다 가봤고, 구태여 막 움직이고 싶었던 건 아닌데.너무 집에만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밖을 나섰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할 일 없는 백수처럼 보이긴 싫어서요. 

아름다운 꽃과 영국의 여름풍경

 전부터 미뤄왔던 서쪽 탐험을 떠나볼까나, 리젠트파크나 프림로즈힐은 너무 멀어서 계속 미뤘는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나 싶어서 그 쪽으로 걸어봤다. 두 시간 정도 걸린대서 걍 쉬엄쉬엄 가보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시계탑을 참 좋아하는 것 같은 영국

 한 시간 정도는 노래도 재밌고 풍경 보는 것도 재밌었다. 버스로 지나가던 길을 찬찬히 살펴보며 지리를 익히는 느낌도 좋았고. 근데 좀 지나니까 슬슬 지루해질 무렵, 킹스크로스를 만났다. 입국 후 첫 거처를 마련했던 곳이라, 내겐 고향처럼 느껴졌다. 저 세인트판크라스 호텔 시계탑은 언제봐도 반갑구만.

반가운 킹스크로스와 해리포터 플랫폼

 매번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해리포터 사진스팟. 그때는 매일 올 수 있는 곳이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 혹시 또 혹시모르니까 한 장 찍어봤다. 원래는 줄 서서 기다렸다 찍으려고 했는데,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데서 그냥 한국인이 지나갈 때 부탁해서 멀찍이서 하나 찍었다.

가방에 맞는 봉투가 없다니/ 거리의 런더너들

 온 김에 시리즈 2탄. 심지가 부탁했던 에코백을 샀는데, 맞는 봉투는 찾지 못했다. 하도 해매니까 우체국 사장님이 도와주려고 하셨는데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고 나왔다. 하튼 영국인들은 참 따뜻하고 친절해. 

복작복작한 캠든마켓 가는 길

 가는 길에 캠든마켓이 있길래 살짝 들렀다. 런던은 이제 다 본 줄 알았는데, 여긴 또 느낌이 달랐다. 코벤트가든이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라면, 캠든마켓은 좀 더 힙한 느낌이랄까? 내부도 약간 인사동 쌈지길 건물스럽고. 

드디어 발견한 납작복숭아 / 귀여운 런던 기념품 마그넷들

 

캠든의 멋쟁이 아저씨

 

자유로운 영혼의 캠든 젊은이들

 

아기자기한 캠든마켓 풍경

 

 

캠던 마켓 · 54-56 Camden Lock Pl, London NW1 8AF 영국

★★★★★ ·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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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리젠트 운하 근처 풍경

 뭘 좀 사먹을까하다가 그냥 리젠트 운하를 따라 걸었다. 조금 걷자 자유분방한 캠든마켓과는 다른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사람들도 전형적인 백인 부유층처럼 보였다. 옷도 깔끔하고 헤어스타일도 정돈됬고. 전통과 현대가 살아숨쉬는 동네네.

프림로즈힐

 런던 시내를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는 프림로즈힐. 일몰이 이쁘다는데 3시쯤 도착해서 그건 포기했다. 구글지도에 프림로즈힐을 치면 자꾸 두 개가 나와서 헷갈렸는데, 리젠트파크 옆 초록색이 있는 스팟으로 가면 된다. 

 

프림로즈 힐 · Primrose Hill Rd, London NW1 4NR 영국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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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여기까지 두 시간을 걸어온 터라, 언덕까진 힘빠져서 못올라갔다. 옆에 리젠트파크에서 앉아있었는데 야외헬스장 같은 곳이었나보다. 온갖 몸 좋은 남자들이 다 와서 운동을 했다. 기구가 신기해보여서 몇 번 시도를 해봤으나, 이러다 병원신세를 질 것 같아서 몸을 사리기로 했다. 예- 아직 저 일 자리도 못구했거든요.

리젠트 공원 속 젊은이들

 

 

더 리젠츠 공원 · 영국 London, 런던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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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jor - Regent Park

 리젠트공원에서 브루노메이저의 리젠트파크 딱 들어주려고 했는데, 현실은 너무 춥고 집에 가고 싶었다.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좀 추웠다. 반팔만 입고 나오려다 타기 싫어서 입은 바람막이가 감기는 안 걸리게 도와준 듯.

한국인의 정이란

 아 참, 스탠드도 샀다. 영국 내 한국인들끼리 중고 거래를 하는 곳에서 5파운드짜리 스탠드를 샀는데, 가져와보니 티백을 넣어주셨네. 감사해라. 역시 한국인의 정이 짱이다. 

 

 주방에서 아카리사네 엄마랑 마주쳤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을 잘 보내길 바란다니까, 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꼭 좋은 일 자리랑 남자친구를 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일수도 있는데 난 왜 이런 게 너무 소중하고 애특하게 느껴질까. 마음에 꽃이 피는 기분이야.

 

 나도 고마워서 편지를 썼다. 어제 받았던 환대를 잊지 못할것이며, 꼭 성공해서 근사한 답례를 하고 싶다고. 물론 문법은 다 틀린 채로... 고던이 고쳐달라니까 안 고쳐주네. 영국영어랑 미국영어랑 다르고, 하다보면 늘 거라고 너무 완벽하게 하지말란다. 참나-.


08.20.화 [워홀+21]_ 집에서 하루 종일 있기

 아카리사네는 떠났다. 몇몇 식료품들은 플랫에 있는 사람들 먹으라고 두고 갔다. 참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이야. 평소엔 쌀과자 먹지도 않는데 괜히 땡기더라구. 주섬주섬 몇 개 챙겨서 내 찬장에 집어넣었다. 히히.

 

 오랜만에 수영이랑 통화를 했다. 집도 보여주고 수영이 제주도 짐 싸는 것도 봐줬다. 제주도 가는 거 부럽다니까 런던에 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란다. 사람은 다 자기가 없는 것만 눈에 들어오지. 

 수영이한테 마트 보여주려고 세인즈버리로 갔다.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불러세웠다. 역으로 가던 아카리사네 가족이었다. 알게 된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왜 이렇게 깊은 마음이 물들어버린걸까, 괜히 조금 아쉬운 마음...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왔다. 

 기대하면서 산 납작복숭아는 그냥 자두랑 복숭아 같았다. 좀 더 익으면 맛이 달라지려나. 하튼 과일 처리 해야되서 대충 먹었다. 장을 괜히 봐왔나 싶을정도로 먹을 게 너무 많다.

 

 사실 3주 째인데, 그 어떤 프렛에서도 연락이 안와서 조금 쫄린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집 근처 스타벅스에 지원을 했다. 하- 진짜 카페잡 구하기 이렇게 어렵냐고. 집에서만 시간 보내는 거 진짜 따분하다. 백수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당장 집세 내야되는데 이러다 돈 떨어질까봐 마음이 많이 불안하구나.  

 

 저녘  먹으려고 주방에 올라가보니 파힐이 밥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뭔가 신기한 걸 만들고 있는 그. 강황가루를 막 빻아서 뭘 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일이 떨어져서 엄마랑 뭐라뭐라 하는 것 같길래 내가 사다줄까 했더니 됬단다. 근데 또 꼭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서 테스코에서 사다줬다.

 

 6파운드짜리 올리브유를 주자 그는 "아니 왜,,,?"라고 물었고 나는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친구 좋은 게 뭐겠어~", "지난 번 밥 값~" 등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어떤게 적절한 표현일지 감이 안섰다. 또 약혼녀 있는 남자 건드리긴 싫거든요.

 

 그는 고맙다며 주먹을 갖다댔고, 나도 주먹인사를 했다. 약간 주짓수 스파링 전에 하는 인사 생각났다고 하면 진짜 못말리는걸까? 하튼 주짓수 너무 하고싶다. 심심해서 근처 짐 무료체험을 신청했다. 헬스장에서 바로 음성 메시지가 날아들었는데, 토익시험 보는 줄 알았네.

 

 요즘은 인어공주가 된 느낌이다. 입은 있지만 말은 못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에요. 사실 하려면 할 수 는 있는데 계속 못알아들으니까 굳이 말을 할까 싶기도 하고. 아까 필립이 편지 고맙다고 뭐라뭐라 했는데 예스-땡큐 밖에 못해서 아쉬웠다.

 

 가끔은 여기의 문명을 배워간다는 점에서 모노노케 히메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뭐- 조금 아쉽다 정도지 엄청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배워간다는 점에서 둘다 비슷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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