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1.화 [워홀+245]_ 오랜만에 뮤지컬 마이클잭슨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 사실 위키드 데이시트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그냥 MJ musical표를 샀다. 한동안 공연 관람을 안 했더니 투데이틱스(뮤지컬 공연 티켓 구매앱) 멤버십이 실버로 다시 다운 그레이드 돼있었다. (원래는 레드 였다구요!)
해서 아침에 서둘러 작업을 마치고, 소호로 떠났다. 갈 땐 걸어가고 올 땐 버스 타고 오자고 신신당부해가며 미리 엄포를 놔서 지난 번과 같은 사태가 안 생기도록 했다 호호호.
저녁은 세인즈버리 로컬에서 2.5파운드(3천원)짜리 치킨 한 조각을 사 먹었다. 사실 도넛을 먹고 싶었는데...대체 언제쯤되면 맘놓고 제대로 된 외식을 할 수 있으려나.
Prince Edward Theatre · Old Compton St, London W1D 4HS 영국
★★★★★ · 공연예술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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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 뮤지컬인 MJ: The musical은 마이클잭슨의 시점에서 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물론 뮤지컬답게 그의 히트곡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대사가 미국 흑인 영어라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쇼비지니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보기 좋을 것 같다.
우리 좌석은 드레스서클 E열 33,34로 2층 앞쪽에서 거의 입구 맨왼쪽에 위치한 좌석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이 크지 않아서, 관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데이시트로 구매해서 좌석은 랜덤으로 지정 됐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었다. 가격은 인 당 30파운드(한화 약 6만원)였으며, 10시 45쯤 구매에 성공했다. 이번에 느낀 건데 역시 데이시트는 2인 좌석보다 1인 좌석을 구매할 때 훨씬 좋은 자리를 얻는 것 같다.
집으로 오는 길은 너무 추워서 버스를 탔다. 진짜 얼어 죽을 것처럼 온 몸에 한기가 돌았다. 이놈의 런던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 가 없네.
04.02.수 [워홀+246]_ 봄날이구료
브레이크 때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런 화창한 날을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깐 성당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10분 정도 예배당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잠이 보약이라고 몸이 개운해졌다.
스파 필즈 · 91 Skinner St, London EC1R 0WX 영국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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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에는 공원에서 일광욕을 했다. 요즘 런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음침하고 우울하게 느껴지던 겨울과 달리 여름은 뽀송하고 화창한 느낌이다. 덕분에 벤치에 앉아 여유를 부리며 영상 편집일을 했다.
04.03.목 [워홀+247]_보너스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지
사장님 심부름으로 밖에 잠깐 나갔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어딜가나 똑같은 것 같다. 안에서 일하다 밖에 잠깐 나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
빈털털이 통장으로 월급날을 기다리다보니 좀 초조했는데, 다행히 어제 현금이 조금 들어왔다. 요 몇 주간 계속 코피가 터졌는데, 나잘 스프레이 살 돈이 없다고 하자, 유진이 내 몫으로 나온 팁이 있다며 꺼내주었다. 얼른 약 사러 가라고 준 건데 일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못갔네 호호.
저녁엔 보너스를 받았다. 사장님께서 쭈뼛쭈뼛 오시더니 혹시 휴대폰 확인했냐고, 열심히 일 한 직원한테 주는 보너스를 보냈다고 하셨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내가 열정을 쏟아부으며 고생한 시간을 인정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언니랑 근무를 하게 됬는데, 이 언니가 또 뭔가 주섬주섬 꺼내줬다. 나랑 같이 먹으려고 샀다고 과자랑 차를 챙겨주는데 마음이 뜨뜻해졌다. 해외나가면 한국인들을 그렇게 조심하랬는데, 나는 이 고된 타향살이에서 매일 나를 위로해주는 건 한국인들 뿐인걸.
근무가 끝나고는 라피에게 갔다. 가는 길에도 코피를 잔뜩 쏟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괜찮냐고 물어대는 통에 조금 창피했다. 병원에 꼭 가보라고, 혹시 휴지라도 더 필요하면 말하라고 친절 파티를 열어대는 사람들 덕에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별 거 아닐 수 있는 그들의 친절이 참 깊게 느껴졌다. 본식보다 더 손이 많이가는 일식집의 곁들임 반찬들처럼.
04.04.금 [워홀+248]_ 빈둥대는 금요일
컨텐츠 하나만 만들면 됬는데, 그게 잘 안됬다. 쉬는 날이라고 이것 저것 여유 부리며 빈둥대다보니 하루가 훌쩍 갔다. 키친에서 이니거랑 스몰톡도 조금하고, 택배도 받아서 가습기도 틀고 뭐 이것 저것 하긴 했네 그래도.
04.05.토 [워홀+249]_토요일엔 피맥을
요즘은 주말도 일을 한다. 토요일 근무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하기 싫었는데, 뭐 어쩔 도리가 있나. 집세 내야지..
대통령 파면 이후 환율이 내려갔다. 월급도 안 들어와서 꿀꿀했는데, 이 때다 싶어 한국 카드를 썼다. 환율 내려간 기념으로 맛있는 것 좀 먹자 싶어서 마트에서 냉동피자를 사다가 토핑을 더 붙여먹었다.
밤이 되서야 월급이 들어왔다. 이번 달은 팁도 꽤 생겼고 휴가비도 포함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거기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금액이었다. 알고보니 1년치 보험료가 나가는 달이었고, 연보험료와 월보험료만 해서 100파운드(한화 약 20만원) 가까이 나간 거 였다.휴...언제쯤 나아질까 내 주머니 사정.
그래도 이번 달은 정말 열심히 일했기에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었다. 영업 종료 몇 분 전인 세인즈버리에가서 맥주 몇개를 집어 담아왔다. 일을 다녀오니 라피가 방 정리를 해놨는데 그게 제법 맘에 들었다.
04.06.일 [워홀+250]_ 느적한 일요일
아무것도 일정도 없는 일요일. 그냥 느즈막히 즐겨도 될텐데 꼭 뭘 더 해야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안하면 자꾸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죄책감도 들고.
알러지약을 먹었더니 너무 졸려서 낮잠을 좀 잤다. 자고 일어나서 전에 눈 여겨보던 동네 공원에 가서 일광욕을 하고 앉아있었다. 기미나 주근깨 걱정하면서 자외선 피해다니던 한국의 모습은 까맣게 잊은 채, 맑은 날만 보면 좋아라 달려나가는 이 곳에서의 내 모습이 조금 낯설다.
저녁에는 어제 남은 맥주랑 치킨을 먹었다. 맥주 한 병도 다 안마셨는데 그것도 술이라고 알딸딸한 기분이 들었다. 라피랑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괜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확고한 본인의 목표와 꿈이 있는 그와 달리 나는 여기서 줄곧 내 인생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괜히 외롭고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서 가족들에게 했는데, 반응이 웃겼다. 엄마에게 보고싶다며 전화를 걸었더니 무슨 일 있냐고 밥은 잘 챙겨먹냐고 걱정했고, 아빠는 같은 말에 그럼 얼른 접고 한국 들어오라며 타박을 줬다.
고국이 그리운 마음에 티엔티엔마켓에서 빼빼로를 사 먹었다. 이렇게라도 한국을 그리워하는 중입니다. 여기 살이가 좋다좋다하면서도 가끔씩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요즘 왜 이렇게 마음이 살랑살랑할까. 몸도 자주 피곤하고 뭔가 계속 늘어지는 기분이다. 잠도 평소보다 많이자고... 봄이라서 그런가. 괜히 죄 없는 계절 탓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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