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4월 네 번째 일기 (04.21~04.25)_한가로운 런던에서의 삶이 좋네요

킹쓔 2025. 4.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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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월 [워홀+265]_간만에 료코랑 데이트

 

 오늘은 이스터 할러데이 마지막 날. 드디어 만나자 만나자 하고 못 만났던 료코를 만나러 갔다. 우리의 만남 장소는 팬시한 것들이 가득찬 코벤트 가든!

 엘앤앤 베이커리. 매일 코벤트가든에 올 때 마다 쇼윈도로 예쁜 케이크들로 정신이 쏙 빠질 정도 였지. 드디어 오늘 먹는 구나. 피스타치오 프라페도 한 잔 먹어주고. 맛은 있었는데 가격은 사악하네. 반 띵 했는데도 20파운드(한화 약 3만원) 가까이 나온 거 실화입니까...

 

The EL&N Deli & Bakery - Covent Garden · Unit 22, The Market, London WC2E 8RD 영국

★★★★☆ · 제과점

www.google.com

 그리고 20파운드 넘으면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주는데 직원이 아무 안내도 안 해 줬다. 메뉴판도 안 갖다 주고...가서 직접 보라고 하고. 정말 아무리 바빠도 이건 아니지 않냐고. 그래도 음식은 맛있었으니 통과. 

배는 불렀지만 공짜라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스크림

  오랜만에 식당 가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가 같이 근무한 적은 딱 하루이지만 고맙게도 료코는 일을 그만 두고도 꾸준히 연락을 해 주었다. 지금은 은행에 취직해서 잘 나가는 그녀. 하지만 생활비 걱정은 똑같이 하는 사실... 너무 웃기고 슬픈 현실이네 깔깔.

 

 런던에서 1년 반이 넘게 있는데 친구를 만드는 게 참 힘들다며, 자기 친구가 되어주겠냐는 얘기에 물론이라며 냉큼 대답했던 나. 안 그래도 친구 없는데 해주면 나야 땡큐지 뭐 깔깔.  

 집에 왔는데 입구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역시 옆집 쉐프 로렌조가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고소하고 진한 버터풍미가 가득 찬 주방에서 홀린 듯이 그의 조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한 그릇 대접 해주는 그. 생각보다 돼지고기는 그냥 그랬는데 감자는 너무 맛있었다. 와- 역시 쉐프는 다르구만. 


04.22.화 [워홀+266]_Chill

 

 요즘 좀 한가하다. 인스타 컨텐츠 업무도 끝나고 인터뷰 업무도 어느 정도 중지된 상태라서 일이 없다. 안 바쁘면 구직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다. 날이 화창하니 자꾸만 밖에 나가고 싶다.  

 저녁을 해 먹으려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오늘은 스프링어니언대신 릭을 샀다. 둘 다 우리나라 파랑 비슷한데 스프링어니언은 쪽파, 릭은 대대대대대파 같은 느낌이다. 포켓몬 파오리의 파가 바로 이거 였나 싶다.


04.23.수 [워홀+267]_아프지 말고...

 

 오랜만에 풀근무를 하니까 허리가 아팠다. 알러지도 계속 안 낫고 저녁부터는 점점 더 얼굴이 가려워졌다. 아유 몸 뚱아리가 내 전 재산인데. 


04.24.목 [워홀+268]_별 일 없수다

 

 아침 밥 다 먹었는데 로렌조가 또 빵을 줬다. 미니 바게트라고 해서 먹은 이 빵은 이탈리안 빵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었다. 그가 쉐프라 그런건 지 아니면 이탈리아인들은 다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건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정말 황홀한 기분이었다. 역시 이탈리안 플메가 최고다. 

 출근 길에 만난 디제이 덱. 라피가 생각나는 구만. 오늘도 손님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끝내나 싶었는데, 막판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마감이 늦어졌다.


04.25.금 [워홀+269]_ 디스 이즈 런던

 

 모닝 코피 한 달 째. 곧 낫겠거니 하고 냅뒀던 알러지는 더 심각해졌다. 월요일부터 코 점막이 말도 못하게 아플 정도로 부풀어올랐고, 조그맣게 올라오던 볼 위 발진들은 얼굴 전체로 번졌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버스까지 타고 GP를 찾아갔는데, 진료를 못 봤다. 

오랜만에 찾은 굿맨스필드 지피

 이유인 즉 슨 예약이 다 차서 였다. 아니- 신규 주소지 근처로 GP 옮기고 나서는 변경일 까지 10~15일이 더 걸린다고 이전 GP에서 진료를 보라고 하고, 그래서 전화 했더니 워크인 가능하다고 오래서 온 거 잖아. 심지어 문 연 지 20분도 안 됐는데. 어안이 벙벙한 내 표정을 보며 직원이 111에 전화 해 보란다. 그래서 전화했더니 111은 응급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집 가서 쉬면 나을 거란다. 깔깔... 그래요 저 혼자서 나을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바깥 구경이나 했다 치지 뭐

 결국 아침 시간 버려. 버스 비 버려. 제대로 돈과 체력을 낭비 했구만. 뭐- 날씨가 너무 좋으니 나들이 한 셈 치지 뭐. 집에 와서는 에그마요 토스트 만들어서 야무지게 한 입 먹고-약 먹고 푹 잤다. 한국에서 알러지 약 안 들고 왔으면 어쩔 뻔 했나. 이 동네는 진짜 왜 이러냐. 병원 한 번 가기도 힘 들고, 택배 한 번 받기도 힘들고. 아직도 반품 안 된 내 아마존 13파운드(한화 약 2만 6천원).

 

 저녁엔 이벤트 팜픓렛 확인 차 잠깐 일터에 갔다. 그런데 손님이 너무 많고 다들 정신 없어 보여서 앉아있다 올 수 가 없었다. 고양이 손이지만 열심히 도와주고 왔다 호호.

퇴근 길에 만난 랩퍼친구들과 여우

 집 오는 길에 랩 배틀 중인 흑인들을 만났다. 촬영하길래 신기해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와서 같이 놀자고 해서 얘기 나누다 왔다. 스웩 쩔던 친구들이 갑자기 내가 말 거니까 수줍어 하는게 조금 귀여웠다 깔깔. 나의 영어가 짧아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예술가 친구들의 열정은 인상 깊었다. 응원해요 친구들!

 

 아파도 스스로 이겨내야 하고, 택배 받기는 정말 그지 같고. 왜 이러나 싶은 모습도 있지만. 한국 보다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거리 곳곳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남의 눈을 덜 의식하게 되는 이 곳. 벌레도 모기도 찾기 힘들지만 귀여운 강아지나 여우는 자주 보이는 런던. 나는 아직 여기가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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