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말했다.
" 정말 그런가요? "
어른은 아무런 대꾸 없이 낚싯대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이는 대답을 채근한다.
" 정말 저는 할 수 없는 건가요? "
어른은 낚싯대를 중심으로
물 위에 퍼져가는 원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아이는 풀이 죽어 조용히 읊조린다.
"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
어른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아이에게 다가선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이 조그만 존재의 뒤로
해가 말갛게 올라오며 어슴푸레 빛이 보인다.
어른은 아이의 떨리는 손을 잡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니." 아이가 어른을 쳐다보고,
다음 말을 기다린다.
"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
" 사람은 각자의 믿음에 따라
자신만의 우주를 갖는다고 하더라.
자기가 믿는 대로 작은 우주가 생기는 거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단다.
그리고 우린 언제든지 너의 결정을 지지할 거야.
그게 무엇이든 말이지.
너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걸 알거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들에 열광하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서투르고 실수가 많은 나날들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못하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용기.
시련 속에서도 노력하는 꾸준함.
그건 또 다른, 굉장히 대단한 재능이란다.
우린 네 안의 우주를 믿어. "
아이의 얼굴엔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하늘 위로 다 떠오른 태양은
그 작은 존재를 더 밝게 비추었다.
그에게서 맺혀있던 눈물은 볼을 타고 흐르며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손을 잡아주던 존재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주변에는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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