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_성수 데이트, 미룽
오늘은 나의 미룽겅듀님을 만나러 가는 날. 뿌염도 하고 신난다 신나! 사람 만나는 거 이젠 피곤해졌다는 거 뻥이네. 그냥 만나기 싫어서 핑계대는 거였네.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던지.
심지가 돌려주고 간 쌍쌍바 팝업. 재밌긴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게임도 하고 뭐 나름 괜찮았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나는 진짜 내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특히 좋아하는 감정은 더더욱. 심지나 성임이나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소리지르고 달려가버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감추지 못하는 나. girl, you are too naive. 하하. 결국 사람들 다 쳐다보고 저는 진상이 되었습니다. 어쩌겠어요. 좋은 걸 어떻하겠냐구요~
11.13.월_아빠 생파
운동 가려다 쉬었다. 감기도 심하고 손도 아프고. 케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는걸까. 파리바게트 딸기케이크 만세다.
밤중에 뜬금포 고백날리는 고던씨. 그치만 싫지는 않았다. 내겐 너무 고마운 그녀석. 그에게도 내가 든든한 존재라니 뿌듯하구만. 좋아좋아.
11.14.화_긴 하루
시계를 팔았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아서 나도 맘이 편치는 않았는데, 그 상태에서 일일히 해명해야하니 더 기운이 빠졌다. 중간중간 에피소드가 많았고, 거기서 짜잘한 파열음이 있었지만 뭐 그럭저럭 괜찬은 듯 보였다. 아직 애기인 줄 알았는데, 다 컸구나 내 자신. 징징거리더라도 맘에 굳은 살들이 단단히 박혔나보다. 역시 주짓수 덕인가? 강해진 나, 드디어 무도인의 길을 걷는구나,라고 생각하던 차.
엄마를 기다리며 병원에 앉아있는데 또 눈물이 서서히 차올랐다. 으이구 아직 안 괜찮네. 이 답답한 마음이 눈물로라도 흘러내려가 다 씻겨 나가버리길 바랬다가. 다시 또 잠잠해졌다. 그래도 전처럼 주저 앉아서 징징대던 것 보단 훨씬 낫네. 잘했어 이 정도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십년지기들한텐 티 다났나보다. 세명 다 모일 일이냐고 심지가 묻길래 괜찮다했다. 한 명은 오늘 약속 있다고 했고 한 명은 이천에 있는데 뭘 또 와. 하 그래도 누굴보고 싶은데 부를 사람은 없는 이 현실. 좀 먹먹해서 혼술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그런 자기 파괴적인 행위 대신 건강한 방법으로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거 당장은 괜찮지만 끝나고 나선 기분 별로거든. 알잖아? 오, 나 그래도 전보단 컸네. 일 좀 하고 이따 혼자 좀 걸어야지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꽈배기로 살짝 혈당 충전 오예 히힛.
수영이가 오겠다고 전화를 했길래 뜯어 말렸다. 아직 긴급버튼 누를 정돈 아니라고했더니 알았다고 해놓고 왔다. 너무 짜증나서 한강물 온도 체크라도 해봐야겠단 말이 마음 쓰여서 왔다는 친구들. 씨, 안눌렀는데.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수영이가 말했다. 한강은 보일러 안 켜준다고. 흑흑 아 그럼 못 들어가지. 추운 거 딱 질색이야. 내 생애 최고 플러팅 보일러 켜줄게요.
한기가 가득한 집안. 친구들이 해줄 수 없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참나. 미안한게 누군데. 나의 몸은 찬 바닥에 붙었지만 가슴은 뜨거워 얼어붙지 못하네. 카톡으로 사람들이랑 얘기하는데 훗 하고 웃음이 나왔다. 괜히 맘이 따뜻해진다. 사람 참 좋아하네 나. 별 얘기 안해도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지. 가까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녹아내리는.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모닥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11.15.수_살짝 뛰어본 날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편함. 그래도 뭐 괜찮아. 나는 캔디니까. 참 나 뭐 이정도야. 일도 아니지. 곧 지나가겠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럴 일이고 그래왔으니까. 좀 강해졌네 강해졌어.
체육관 갔더니 ㅁ이 왜이렇게 안왔냐고 빼빼로 주려고 갖고 왔었다고 반겨줬다. 후후 귀여운 분. 나한테 마이쮸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면서, 애플망고 사러갔는데 없어서 그냥 사과맛 사왔다고 투덜. 마이쮸 먹을래라는 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봐서 설레고 좋네. 얼마 만이야. 귀여워 너무 귀여워.
다들 페이스 5대인데, 나는 10이네. 부럽다 부러워. 부러우면 어떻게 해? 노력해야지. 부럽다로 끝나면 안되지! 수업 할 때 ㅇ사범님이 엄청 부드럽게 잘 넘기시길래 확실히 레슬링도 하셔서 그런지 잘하시네요 했다. 그는 그냥 많이 하면 잘 된다고 했다. 그래 연습이나 하고 말하자.
살짝 달려보기도 했다. 확실히 달리니까 시간도 팍 줄고 기분도 좋다. 계단 5층도 생각보다 안 힘들다. 그런데 무릎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등산이나 운동보다 더 자극 쎄게되네. 살살하자 욕심내지말고.
11.16.목_ 오늘은 수능날이었습니다.
오늘이 수능날이였다니. 몰랐지뭐야. 춥진 않은데 비와서 손가락부터 무릎까지 싹 다 욱신거린다. 뜀박질의 여파인가. 앞으로 5kg 빠지기 전 까진 달리지 말자. 그래도 어제 햇님이 살 빠진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1kg 빠졌네. 귀신같은 분.
만복이 페이스 4였다. 에잇 나는 그녀석만도 못하는 구나. 작고 귀엽고 달리기도 잘하는 만복씨. 이 세상 매력은 다가져라다가져. 이래봬도 2년차라는 만복아버님 말씀에 숙연. 대선배님이셨군요. 건강한 주인과 튼튼한 강아지. 웃는 모습도 서로 닮은 것 같기도. 요즘 종종 느끼는 건데 같이 있을수록 닮아가는 것 같다. 그게 사람이든 강아지든. 지금의 내 모습은 누구를 닮아온 걸까? 누군가에겐 내 모습도 남아있을까?
8시에 잤다가 12시에 깼다. 망했네. 어쩌겠어하고 2시까지 놀다 다시 잤다.
11.17.금_첫 눈
수영이도 심지도 휴일. 심지는 어머님이랑 병원가야된데서 수영이랑 같이 먹거리집에 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집. 아 근데 수육 시켰어야 됬는데 모르고 모듬 시켜버렸다. 그래서 두 번 시킴, 흑. 남은 건 다 심지에게... 그래도 평일에 친구들보니 기분이 좋구만. 마무리는 베스킨 신상 팥붕슈붕으로! 맛있다. 다른 맛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사장님 눈치보여서 못물어보고 그냥 샀다 흑흑.
첫 눈이 왔다. 수영이랑 첫눈을 맞았다. 매 번 첫 눈엔 혼자였는데, 올 해는 누구랑 같이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다. 수영이는 심지한테 가고 나는 일 하러 다시 회사로 갔다. 손가락이 계속 아파서 쉴까 말까 고민했는데 또 아쉬워서 그냥 운동 갔다. 하튼 좀 할 만하면 다친다. 저번에 뛰어서 무릎 아픈 것 같아서 오늘은 끝나고 살살 걸었다. 그래도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주짓수책 주문하는 겸 그동안 미뤄뒀던 책들도 주문했다. 이렇게 딱 왔을때 봐야지 서재에 꽂아두면 영영 안보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보면서 그동안 배웠던 기술들 복습해봐야겠다. 나머지 시집들은 분위기 좋은 카페가서 읽어야지. 이렇게 또 쌓이게 되는 책들.
7인의 탈출 왜 이리 허무하게 끝나는건데? 민도혁 진짜 피가 거꾸로 돌 듯. 마지막회인데 너무 열불천불속불 터진다. 시즌2는 또 왜 내년 3월이야. 정말 답답하게 하네 작가님. 그냥 한모네 상관말고 쏴버렸어야지 도혁아. 내일은 간만에 오전 약속없는 여유로운 토요일이라 밤 늦게까지 노작노작하다가 잤다.
11.18.토_ Refresh day
꽤나 많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오전과 오후. 노작노작대다보니 좀 걸린건지, 생각보다 할일이 많았는지. 엄청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이것저것 유물 발견. 올해 나 병원 왜 이렇게 많이 갔는지 약만 아주 몇 십봉투다. 서재 치우면서 발견한 노트들. 나 영어공부 열심히했네. 결국 오늘도 완벽한 청소는 못하고 허겁지겁 갔는데도 조금 늦었다.
대롱대롱 키링같은 스틱. 왼손용인데 지금 그 손 다쳐서 오른손으로 잡고 있지롱요. AS언젠간 받으러가겠지. 언제가냐 대체...벌써 달이 떠버렸구만. 달님과 햇님이 공존하는 이 시간은 정말 푸르르고 신비스럽네. 바람마저 산들거리고.
남한산'성'인줄 알았는데 남한'산'성이었다. 산성은 정상도착해서 잠깐보고 금방 또 내려갔다. 생강젤리도 받고 대추차도 받고, 물도 얻어먹었다! ㅂ이 반갑게 맞아주고 옆에서 계속 같이 걸어줘서 그나마 마음이 초조해지지 않았다.
공주산성 생각나네. 여기가 영화에 나오는 그 남한산성인가. 수영이랑 나나님이랑 같이 지나가면서 봤는데 다음 번엔 성곽길따라 한번 와보고 싶다. 정상은 너무 추워서 얼어죽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손가락보호대때문에 장갑도 못끼고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경치는 정말 끝내줬다. 이래서 성에 사는 건가. 높은 데 살면 이런 뷰 보는 맛이 끝내주겠네. 그래서 권력자들이 세상을 항상 발 아래두고 싶어했나보다.
집가는 길 북오리님이 주신 거! 우왕 한모네가 먹던 거다. 나도 한모네! 7인의 탈출에서 나왔던 거라 신기했다. 히히 맛은 그냥 그랬다. 밥 생각 없었는데 ㅁ이 혼자면 밥 안먹는다고 해서 같이 저녘먹고 왔다. 으유 정말. 순박한 사람. 집오니 12시가 다되서 일찍 잤다. 방도 치우고, 산행도 하고.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 한 오늘도 수고했다.
11.19.일_ 청계산 정복
아침에 일어났는데 요일이 헷갈렸다. 오늘이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자연스럽게 출근해야하는지 확인했다. 꿈결처럼 약간 몽롱한 기분.차를 갖고 갈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망설이다가, 가면서 운동일기 써야지하고 서둘러나왔다. 버스를 탔지만 밖에 풍경이 너무 예뻐서. 구경하느라 일기는 못썼다. 낭만적인 핑계네.
어제의 여파로 산은 안타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도 살짝 아쉬웠다. 일단 솟솟에 가서 키링 만들고 이제는 리두부로 바뀐 리숨을 갔는데.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지 생각보단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가격은 좀 있는 편인 것 같다.
솟솟카페 예쁘다고 해서 가봤는데 진짜 분위기가 있었다. 고구마랑 떡이라니 어른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 곳이다. 그런데 솔솔차라고 해서 자체개발해서 만든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마트에서 파는 트와이닝 티백이었다. 참나~ 이 가격에 이러면 조금 서운하거든요. 그래도 한번쯤은 가볼법한 곳이다!
키링 받았는데 생각보다 안 이뻐서 다시했다. 글씨가 너무 얇아서 그냥 남의꺼 따라했다. 갈팡질팡 나는 갈대야. 또 오르락 내리락 왔다갔다 전공 살려서 마음 변한 나. 어제 분명히 산에는 못가겠다고 갑자기 근데 신발 뭐신고 왔냐고 물어보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다고 한다. 참나 솔직히 내가 봐도 이럴 때 나 진짜 별로야. 근데 또 착한 사람들은 또 다 따라가줬다. 숙취때문에 어지럽고 속 안 좋은데 물도 못챙긴 사람도 있고 코트랑 흰 운동화신고 예쁘게 입었는데 같이 타준 사람들.
선물도 바리바리 줬는데 나는 빈손으로 와서 아주 좋은 걸 주는구나~ 예전에 청계산 탈 땐 살방살방이었던 것 같아서 가자고 했지. 이렇게 안 힘들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내가 가자고 했었던 터라 정말 더 투덜대면 안됬는데 또 꿍얼대면서 같다. 이 정도면 진상 맞는듯.
돌문바위에서 소원 빌면서 돌고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지. 정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무소원 빌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내가 소원빌고 있다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말한 아저씨. 그래 진상 대 진상의 대결이다.
청계산 정상근처에서 파는 낙타양말. 다들 사길래 나도 샀다. 우리 정말 매 번 공동구매해가네. 알뜰살뜰한 사람들. 다음 번엔 호신용 벨도 같이 구매하기러 했다. 히힣 서로 같이 있는 것처럼 맞추자고 하는 콩쓰~ 좋지요. 호호.
다시 만든 네임택. 이번엔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뭐 그럭저럭 만족한다. 미지니가 달다구리 먹고 싶데서 택시타고 카페 가려다 그냥 근처로 갔다. 리숨 먹으면 아메리카노 하나 주는데 아무도 아아 안먹어서 그냥 따로 달라고해서 먹었다.
다시마김밥도 공구해서 집 오는길에 먹었다. 버스가 밀려서 30분도 넘게 기다렸고 덕분에 오는데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음번엔 지하철타고 와야지. 일찍와서 책상 마저 치우려고 했는데, 꽉꽉채워서 놀아서 좋았다. 날것의 나를 보며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심적으로 많이 가까워진 거리를 느껴서인가? 조금 편안해진 것 같은 마음과 그런 사이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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