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1월 다섯 번째 일기 (11.20~11.26)

킹쓔 2023. 11. 27. 12:23
반응형
11.20.월_빈둥댄 날


요즘 일을 너무 안하네.


11.21.화_일교차가 있던 날

 아침에 일찍 깨서 다시자려고 했었는데, 남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더라고. 언제 또 내가 이런거 해보겠냐해서 옷 챙겨 나왔어. 걷기숙제도 할겸.

서리까지 얼어버리는 서늘한 새벽. 자동차 창 위로 밤하늘이 녹아내려버리고 있었다. 일몰인지 일출인지 모를 어스름히 깔리는 어둠. 그 속에서 밤을 녹여버리면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해무리. ㅍ이 나중에 한 번 월계교에서 보자고 해서 거기로 가봤다. 4km정도 나올거랬는데, 왠 걸 5km가 그냥 넘어버리네. 하긴, 뭐 그 분은 우리집을 모르니까. 

 월계교가 여기였구나. 중랑교는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많이 들었는데, 여긴 차타고 지나다녀서 그런가 몰랐네. 심지가 에어로빅하러 가는 입구잖아.

 예쁘네. 산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출. 말갛게 밝아오는 하늘 보니 내 맘도 서서히 물든다. 탁 트인 곳에 오니 마음도 시원해지는 기분이고. 

러닝하는 사람들 많더라. 저 사람들도 페이스 4-5대로 나오려나. 난 언제 뛸 수 있을까? 갈 길도 먼 데 지금 숨이 차도록 뛰어도 늦는 거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

  오늘 하루만 뛰고 말거냐 그건 또 아니거든. 지금 뛰면 기분이야 잠깐 좋겠지만 무릎 아프면 또 운동 길게 쉴거 아니잖아.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가자. 조급해하지말고.

 새가 앉았다 간 나뭇가지. 여러마리가 방울 방울 튕기듯 날아가는 거 사랑스럽네. 목적지까지 달려가기만 했다면 보지 못했을 모습들. 지금처럼 너무 바쁘게만 사느라 놓치고 있는 건 뭘까?

 저녘 약속 땐 버스 때문에 엄청 뛰어다녔다. 서울 버스인데 왜 배차 간격이 20분이 넘냐고. 그래도 불나게 뛰어다닌 덕에 일찍 도착했다. 교통체증 피해서 빨리 도착하는게 낫지. 늦으면 맘 불편하잖아.

 생각보다 그냥 그랬던 스지전골. 맛이 없는 건 아니였는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국물도 맛있긴 했는데 꽤 짜서 계속 먹긴 힘들었다. 그래도 역삼역 근처라면 와볼 법 한 곳 같기도. 


 

 

 

 

 

[맛집] 강남 서울집 (역삼역 맛집/ 역삼 맛집/ 서울집 도가니수육/ 역삼 도가니수육)

안녕하십니까, 찬 바람이 불어 뜨끈한 국물이 땡기는 계절이 왔습니다. 이런 날 또 킹쓔가 가만있을 수 없죠. 강남과 역삼에서 유명한 도가니수육 맛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sujin9019.tistory.com

 사람은 입체적이다. 줄 곧 내가 해왔던 말인데, 잊고 있었다.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을 수 있지. 그게 좋은 면일수도 있지만 나쁜 면일수도 있었다. 속을 터놓을만큼 조금 좋아했던 사람들이라 아쉽기도하고, 더 실망도 컸던 것 같다. 순진했구나 싶기도 하고. 사람 보는 눈이 아직 부족한가 싶기도 하고.

 

 이 작은 세계에 괜히 매몰되어 있던 것 같아서 바보처럼 느껴졌다. 역시 적당히 거리를 두는게 최선인 건가 괜히 마음이 씁쓸해지는 밤.


11.22.수_가스 끊겼다가 다시 들어온 날

 
 가스가 끊겼다. 이러다 얼어죽겠다. 그동안 너무 안락하게만 살았구나. 급하게 연락을 해서 송금했더니 곧 불이 들어왔다. 돈이 좋긴 좋구나. 따뜻하네. 어쩔 수 없는 귀양살이 중이라 문 밖에 못나가서. 일찍 누워버렸다.
 
 사는 거 왜 이렇게 재미없을까? 귀찮기만 하고. 그러면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쓸 떼 없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역시나. 됬다. 살고 싶어도 오늘 내일 하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기만이냐 그건. 쓸떼없는 생각이다 싶어 그냥 잤다. 7시부터 잠들어 버렸다.


11.23.목_ 눈물이 파도치던 날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푹 잤다. 어제 한 것도 없는데 손은 왜 더 아픈거지? 밀가루 많이 먹어서 염증 돋은건가? 오늘은 노기라 꼭 운동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요새 게으름 피느라 미뤄둔 업무도 아침에 나름 열심히 했다.

  햇빛 받으면서 걷다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숙제도 할 겸 나왔다. 다들 또 내일부터 또 추워진다고 하길래. 뭐 여전히 기분은 질척이는 우울로부터 감겨있었지만. 호르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꺼져가는 진흙탕 속에 있는 허우적대다 힘 빠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기싫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할 건 해야지란 기분으로 일으켜세웠다.
 
 길 한 가운데서 고양이가 나한테 다가왔다. 벌러덩 누웠다. 배를 보인다는 건 <신뢰>한다는 의미라는데, 우린 방금 본 사이인걸. 아직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못 배운건가. 내가 위험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동물이란 정말 순수한 생명체구나. 아니, 어쩌면 나도 비슷할지도.
 
 이 끝도 없는 진흙탕 싸움은 언제 끝나는걸까... 내일은 괜찮을까... 끝이 오는 건 맞는걸까? 그냥 다 버리고 떠나고 싶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아무도 없는 곳에 박혀서 괜찮아질 때까지 잠시 머물다 오고 싶다. 그 핑계로 거기서 가끔 케이크나 먹으면서 산책이나 하고.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서 위로도 받고.  
 
 이런 저런 소식에 다시금 떠날 생각을 했다가, 또 이런 저런 고민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답답한 현실 속에 왜 이렇게 바다가 보고 싶을까? 엄청 많이 힘든 건 아닌데, 살짝 지친 기분이다. 그만하고 싶어.

 자꾸만 눈물이 났다. 온갖 부정적인 상상이 더해지고 마음이 더 착잡해져만 갔다. 발버둥치려고 할 수록 늪처럼 울컥대는 감정에 삼켜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자꾸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어 심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원래 하려던 말은 꺼내지도 않고 몇 마디 안부인사만 했는데, 웃으며 장난치디 아무일 없다는 듯 마음이 녹았다. 이게 잠깐의 일시적인 휴지기를 갖게 된 건지, 아니면 그 애의 존재가 그런 건 날 다시 살릴만큼 대단한건진 모르겠지만.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고 자꾸 이런 얘기 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금 누구보다 나한테 미안한 사람이 누군지 말 안해도 너무 잘 안다. 아직은 해야될 게 너무 많아, 그래도 살아야지. 내일 당장 죽더라도 할 건 하고 죽어야지.

 운동 끝나고 산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소식에 그냥 체육관 수업만 두 타임했다. 노기가 손가락 덜 쓰긴. 암바 뜯기는 거 버티면서 느꼈다. 아, 내 손 금방 낫긴 글렀구나. 미안하다 주인 잘못 만나서.

집에 들어왔는데 목욕탕 마냥 노곤노곤했다. 난방냉방에 인색한 아빠. 이걸로 매년 실갱이 하지만 그래도 이 추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이 집 구석 뿐이구나. 비빌 데가 하나라도 있었구나.


11.24.금_ '곱'들어간 거 다신 안 먹으리

 
 정말 큰 맘먹고 배달을 시켰다. 아점저 계속 먹을 수 있게 탕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제대로 망했다. 대창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느끼해서 못 먹을정도다. 정말 싹 다 버려버리려다가 아까워서 뜨거운 물로 헹궈먹었다. 그런데도 기름 덩이라 못 먹을 걸 먹는 느낌이었지만. 어제보다 한결 개운해진 오늘, 그래도 바다를 보게된다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을 것 같아.


 11.25.토_ 서촌 일대 나들이, 주희랑

 오랜만에 주희랑 만났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고 티없이 맑은 그녀.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즐겁고, 속깊은 얘기를 터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사람. 집 오는 길에 에너지 충전되서 오는 기분과 감사한 마음을 또 느끼게 만드는 사람.

 

 도라보울에서 점심 먹었는데 깔끔하고 맛있었다. 북촌 떡꼬치는 못 먹었네. 다음에 꼭 먹으러가야지. 우연히 걷다 발견한 쇼콜라 카페 몹시. 진짜 인생 쵸콜렛 맛집이다. 달지 않고 진한 쵸콜렛이 나를 위로 끌어올려주는 기분. 다음에 소중한 친구들이랑 꼭 와야지.


 

 문도멘도 전시. 사람 너무 많다. 그림도 예쁘고 시선도 따뜻하고 좋았는데. 사람이 진짜 너무 많다. 약간 기빨릴정도라서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위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들어서 좋았다.


 그라운드 시소 명동이랑 성수만 가봤는데, 서촌이 제일 예쁘게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인사동이랑 헷갈려서 약속 장소를 잘못 잡았다. 경복궁역인데 안국역이랑 헷갈려서...덕분에 점심을 아예 멀리서 먹었네 호호. 미안 주희.

 문도멘도는 가족들을 참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림도 색감도 예뻐서 사람들한테 사랑받을 것 같다. 전세계를 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 광화문에서 마주친 피아노들. 한 번 쳐보라는 제안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연주했다. 다친 손가락이지만 움직일 때마다 편안한 마음이 묻어났다. 뭐 세계 곳곳은 아니지만, 나도 제법 내가 하고 싶어하던 걸 잘 해내고 있네.  

 달과 해가 공존하는 시간. 주희는 회사로 나는 집으로 왔다. 무등산 산행은 마감되서 못갔네. 다음에 가지 뭐. 사실 당분간은 쉬어줘야 할 시기인 것 같긴하다. 내 몸이 달싹달싹 거리더라도. 사람은 달리는 것 뿐 아니라 쉬는 것도 꼭 필요하다.

주희룽 선물,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11.26.일_ 청소데이

 
 드디어 미뤄뒀던 신발을 빨았다. 인스타에서 광고하던 신발세제라 속는 셈 치고 사봤는데 진짜 좋다. 얼마나 세정력이 좋은지 손이 다 까져버리고 발이 따끔거릴 정도지만 하하하. 네 켤레나 빨았으니 뭐 일반세제로 했어도 껍질 벗겨질만도 하겠네.


 아침부터 부지런떨면서 걸레질도 열심히 하고, 모두가 없는 틈을 타 공기순환도 잘 시켰다. 물도 오랜만에 끓이고. 밥도 했다. 미뤄왔던 청소 싹 하니 마음이 다 개운하구만. 내일부터 배달음식 끊는다는 결심! 평소에 염웠했던 치킨 피자 두개 다먹었다. 뇨끼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역시 노모어피자 너무 맛있다. 

 미뤄왔던 방 청소도 끝내고, 하드 잔고 털어서 연말 정산 릴스도 끝냈다. 23년 도대체 뭘했나 생각해봤는데, 달력이랑 사진들 보니까 진짜 열심히 빨빨거리고 잘 돌아다녔다. 죽고 싶었다가 또 괜찮아졌던 한 주.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아직은 살 만한가보다. 이제 한 달 남았네. 연말 마무리도 잘해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