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월 _나 돌보기 + 봉화산 야등
우연히 접하게 된 영상. 늘 남에게 의존적인 내 모습에 회의감도 들고 독립과 자립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내게 꽤나 울림을 주었던 영상. 내용이 좋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두고두고 보려고 정리 해본다.
1. 연애운없다, 남자복 없다고 하는 사람들 공통점: 외로움이 많음-> 고독력을 키워야 한다. 외로움 ≠ 고독력
1) 외로움 : 텅 빈 마음을 타인으로 채우고 싶다고 착각하는 감정
->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일 수록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상대에게 기대가 커서 실망함
-> 타인으로 외로움 채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상처로 끝나게 되는 연애 반복
2) 고독력 : 혼자를 즐길 수 있는 힘
-> 성장하려면 키워야 하는 힘
-> 고독력이 강한 사람들의 연애는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대등하고 건강한 관계가 됨
2. 고독력과 외로움은 어떻게 구분하나?
: 외로운 사람은 내 감정이 제일 우선임. 이기적인 사람.
-> 건강한 사람은 장시간 연락안되면 걱정하는 게 정상,
-> 얼마동안 연락 안하면 날 안사랑하는거아냐? 섭섭 서운
차단했다 풀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3. 자기자비 : 과도한 자기비난 대신 너그럽게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
->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은 어렸을때 양육자에게 충분히 사랑을 못받은 아픈사람.
-> 이런 사람들은 자기자비를 통해 고독력을 길러주는게 중요
-> 꼭 직업적인 성공나 사회적인 성취를 이룬다고 자기애와 연결되지 않음.
-> 나를 위한 작은 것 부터 실천. 향수를 좋은 걸 쓴다던지, 맛있는 한끼를 먹는다던지
나를 잘 대접해주고 돌보면서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 명심하기
오랜만에 봉화산을 갔다. 분명 내가 기억하기로는 데크 길이 있고 사람도 꽤 많이 다니는데였는데, 들머리를 이상한데로 가서 초반에 좀 헤맸다. 그래도 길처럼 보이는데로 올라가긴 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또 조난당하는 건 아닌가 걱정됬다.
그래도 자꾸 겁먹고 무섭다고 못하는 건 또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밀고갔다. 좀 가다보니 정상이 300m 남았다고 했다. 뭐야 그럼 정상 찍어야지. 봉수대까지 갔는데 탁상에서 3월의 내가 보였다. 여기 잠깐 오르는데도 무릎 감싸면서 힘들어하던 내가.
어제 운동화를 죄다 다빠느라, 신발장에 혼자 남은 불편한 신발을 신고왔다. 그래서 무릎 좀 시큰거리긴 했는데 전이랑 비할바는 못됬다. 좋은 컨디션이었다. 남들은 아직도 멀었네. 한참 더 노력해야되네 해도. 약간 만족스러운 내 모습.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니 또 좋더라구. 무리하지말자싶어서 데크 불빛을 따라 내려왔는데, 정말 무진장 길었다. 약간 지루할 뻔 했는데 그래도 음악들으면서 재밌었다.
걷기숙제도 다했는데 좀 더 걷고싶어서 걸었다. 다치기 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잘 걸어다녀서 뿌듯한 요즘. 이번 달도 수고했다. 생각보다 날이 매섭게 춥진않아서 운동 다니기 좋은 날씨인 듯 하다.
11.28.화_ 가고 싶으면 그냥 가자
요즘 일상이 텁텁해서인지 누군가 나를 데리고 좋은 곳으로 떠나주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치만 남들도 나도 바쁘고 바쁜 탓에 하루 하루에 잊혀져 갔던 나의 작은 소망. 그런데 굳이 뭘 남한테 바래? 아무도 안해주면 내가 해주리.
고민하다가 떠나기로 했다. 결정은 했어도 걱정은 됬다. 가다가 무릎 아파서 운전 못하면? 밤인데 잠 안자고 운전하는 거 괜찮을까? 사고나 범죄 피해자라도 되면? 모르겠다. 그래도 가고 싶으면 그냥 가야지.
깜깜한 산에서 길 잃고 헤맬때 보다는 낫지 않나 싶어서 용기를 냈다. 7시부터 3시까지 자고 출발하는게 목표였는데, 너무 설렌 탓인지 걱정된 탓인지 잠이 안왔다. 결국 12시가 넘어서 그냥 출발하기러 결정했다.
미친 짓인거 나도 알겠다. 이 밤중에 바다라니. 그것도 내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그래도 이 미친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다고 하네요. 이것도 자기자비라고 생각하면 안되나? 어쩌면 자기방임에 가까울수도.
11.29.수_하고 싶은 걸 해서 후회는 없다.
톨게이트 통행료를 내는데 카드결제가 안됬다. 달랑 한 장 밖에 안들고 왔는데 주유도 안되면 다시 돌아갈까 생각해서 가평휴게소에 들렸다. 다행히 거기서만의 문제였나보다. 두유도 사고 주유도 했다.
내 생애 첫 자차로 강원도 방문. 제천에 이어 장거리 운전 기록 갱신이네. 홍천 휴게소가 보여서 잠깐 쉬었다가, 내린천 휴게소에서 밤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좀 자려고 했는데 여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눈은 좀 감고 싶어서 차에 있는 걸로 몸을 칭칭 감았다. 담요는 너무 포근했고 배게도 잘 구비되있었다. 짐짝 취급받던 내 차, 짐칸 만세. 옛날처럼 끔찍하게 춥진 않아서 괜찮을줄 알았는데 발이 너무 시려웠다. 핫팩 더 가져올 걸. 추우면 잠이 오고, 그대로 잠들면 저체온증으로 죽는다고 하던데. 얕게나마 그게 뭔지 와닿던 밤.
홍천휴게소는 화장실부터 따뜻해서 몸이 녹았는데, 내린천은 얼음밭 아렌델이었다. 쇼파때문에 들어오긴 했는데, 차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도저히 잠은 못잘것 같아서 일기를 쓰면서 시간을 채웠다.
드디어 도착한 휴휴암. 왜 자꾸 하조대랑 헷갈리나 했더니 바로 근처인데다 하조대IC를 나와야 갈 수 있는 곳이라 그런듯 하다.
보자마자 탄성이 터져나오는 광경. 예쁘다 정말. 추위와 졸음에 약간의 고생은 했지만. 정말 온갖 걱정 근심 번뇌가 다 씻겨갈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웠던 곳. 이래서 다들 심란할 땐 여행을 떠나라고 하나보다.
절 입구로 들어서자 법당에 불이 켜져 있었다. 항상 켜져있는건가? 아니면 방금 켜진걸까? 혼자 왔지만 혼자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따뜻한 빛.
처마 위로 솟은 달. 달이 내려가고 해가 올라오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신기하고 애정을 품게되네. 환한 달도 이글대는 태양도 내겐 너무 사랑스러워.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상처투성이 세상 속 모든 것이 아름답진 않지만, 그 안에서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볼 줄 아는 나. 어쩌면 꽤 강한 사람일수도.
어둠을 밝히는 선홍빛 노을. 조용히 들리는 염불소리는 공기를 더 신성하게 만드는 기분. 가지런히 손을 모은 이 불상들옆으로 내 간절한 소망도 정갈하게 놓여지길.
예쁜 곳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아니 그때 느낀 좋은 감정이 나도 모르게 깊숙히 새겨져서, 몇 년이 지난 이 새벽에도 혼자 찾아오게 만든걸수도.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그 쪽을 향해있는 불상. 파도에 휩쓸려서 부서지고 깨져도 그대로 남을 굳건한 믿음과 소원처럼 단단해보인다.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대리석 사이로 햇빛이 비춘다. 음파를 타고 날아가는 종소리처럼, 이 바람과 파도에 내 근심과 걱정도 싹 씻겨가는 기분.
해가 안 보이길래 일출 실패인가 생각했는데, 잘 봤다. 그 때 오빠랑 나는 대체 어디서 해를 본 거야. 차에 들어갈 때까지 나를 뒤따라오던 것 같은 말간 해. 참 예쁘기도 하지.
잠을 못자서인지 운전을 오래해서 그런지, 내려갈 때 마다 온 관절이 쑤셨다. 내려가는데 무릎도 멍든 것 처럼 아프고. 집 가면 이번주 3일은 무조건 쉰다. 제발 요양. 요양!!!
휴휴암(休休庵). '쉴 휴'자가 두 번 들어간 암자. 세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쉬어가라는 뜻처럼 여기에 오니 정말 걱정고민이 구름처럼 흩어져버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꼈지, '이래서 여기까지 왔군.' 하고 감탄 할 수 있어 좋을 뿐.
지금은 그 때랑 달리 물살이 깊어지고 커져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오빠 손잡고 바위 오를 때가 재밌었는데. 그 때 하던 고민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요즘 상황들에 비하면. 나중엔 또 같은 생각을 할까? 이 곳에서.
정말 예쁜데 사진에는 잘 안나와서 너무 안타깝다.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왠 중년커플이 난데없이 들어와 차를 대더라. 눈이 마주쳐서 인사하니 코대답도 안해주고. 차도 이상한 데 대고 사진 찍느라 경치감상에 방해하고. 불륜커플인가 싶었던 노인분들 둘. 해 뜨는 거 더보고 싶은데, 9시 출근 직장인은 서둘러 서울로 돌아갑니다.
심지랑 수영이랑 맨날 다니던 내린천 휴게소. 여기서 파스퇴르 아이스크림 먹었지. 강원도 휴게소 곳곳마다 애들이 있다. 애들과의 추억이 서려있다. 우리 헤어지면 나 정말 힘들겠는걸.
밟는 다고 엄청 밟았는데도 조금 늦었다. 내린천에서 커피 안사먹었으면 제 때 도착했을까? 그래도 다른 휴게소는 안 들리고 다이렉트로 서둘러 왔다. 이 정도면 됬지 뭐. 군것질하고 싶었는데 아쉽.
커피 기운이라 말똥말똥 거리다가도 쑥하고 기운이 빠진다. 이렇게 안 자본거 오랜만이네. 아직 살아있네, 어쭈, 아주 기가 다 쇄한줄 알았는데. 청춘인가보다. 그래도 살짝 어지러운 것 같기도. 빨리 퇴근하고 푹쉬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집 오자마자 진짜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잤는데, 2시간 후에 깼다. 생각보다 왜 잠이 안오지? 커피탓인가 생각해봤다. 평소 수면시간이 새벽 두 세시라 그런건가? 그런데 또 잠은 안오는데 그게 전혀 걱정이나 압박이 안되는 편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르르 잠에 들었던 것 같다. 수면에 중요한 건 역시 수면습관과 마음상태인가?
11.30.목_ 비로소 깨닫는 것들
많이 가졌을 때 보다, 적게 가졌을 때 느끼는 소중함이 있다. 그게 그 존재의 특별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400번 등산을 한 사람에게 오대산은 언제 간 지 기억도 안나는 산이겠지만, 나에겐 출발 전부터 다녀와서까지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처럼. 산행을 많이 할 순 없지만, 기회가 적었던만큼 선택한 것들은 소중하고 특별해진다는 거.
어제 엄청 고생하면서 다녀왔다고는 생각안했는데, 기억 미화인가? 몸은 꽤나 힘들었나보다. 아침부터 목이 건조하고 칼칼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케이크도 먹었는데, 생각보다 배불러서 많이 못먹었다. 오늘도 빨래는 꿈도 못꿀정도로 힘들어서 퇴근하고 들어오자마자 자고 또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욱신거리고, 몸이 무거웠다. 견디기 힘들어서 진통제를 먹었다. 빈속이라 고민하다 먹었는데 잘할 것 같다.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아 재봤더니 38도 였기 때문이다. 저번에 코감기 걸릴 땐 조금 힘든 정도였는데, 왜 다들 이번 감기 독하다고 하는 줄 알겠다. 주말 일정 어쩌지? 걷기 숙제도 해야되는데 망했다. 또 파도처럼 밀려오는 걱정. 흘려보내버리자.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여러 의견이 모이는 것 같다. 의견이 많은 자리일수록 중재하기란 쉽지않지. 그래도 내가 벌려놓은 일이니 어쩌겠어 해야지. 이러면서 또 다 느는거고 뭐.
일정표를 정리하다보니 두 달 째 병원에 한번도 안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전 하고 나서 약간 퍼진 상태이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씩 갔던 걸 기억해보면,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네. 요즘 내 무릎 튼튼해지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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