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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2월 두 번째 일기 (12.03~12.10)

by 킹쓔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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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일_수암-용봉 연계산행

섬 위의 휴게소, 행담도에서 보이는 일출

 버스도 애매하고, 손 아픈데 짐도 많아서 그냥 집 근처에서 타기로 결정. 노을지는 바다라니 감성 죽이는 구만. 갓밝이 상태에 따뜻하게 물드는 그 음영진 하늘이 참 좋다. 언제봐도 맘이 포근해지고 따뜻하게 물들어가. 


 

오늘도 주섬주섬 주시는 고마운 분들

 출발 전부터 계속 기침하는 게 신경 쓰였는지, ㅂ이 마누카꿀을 주셨다. 등산 중반엔 에너지젤도 받았다. 처음 먹어보는데 왜 사람들이 먹는 줄 알겠더라. 기운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뱃지도 처음 받아봤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경치도 좋고 날씨까지 따라주는 여유로운 등산이라 좋았다. 최근에 흐릿한 날에 울창한 나무 숲만 계속 봤는데, 탁 트인 조망을 보면서 걸으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갈대도 잔뜩 봤다. 12월 겨울보다는 가을에 훨씬 더 가까운 날. 외투를 많이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쓸 일이 없었다.  

 예쁜 고양이도 보고, 돌탑 쌓아 소원도 빌었다. 소원 하도 자주 빌어서 이제는 앞에서면 바로 슥 사고 나올 법도 한데, 항상 하고싶고 바라는 건 너무 많아서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별똥별 떨어질 때 소원 비는 사람은 그 찰나에 바로 떠올릴 만큼 간절한 염원이 있기때문에 잘 이루어지는 거라는데 난 글렀네 글렀어.


 

[등산] 예산 수암산 용봉산 연계산행 (힐링산행 추천/ 충남 블랙야크/ 블야 힐링산행/ 등린이 지

안녕하세요 킹쓔입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힐링 산행지를 추천해드리려고 해요. 아시죠, 저 힘든 산은 안 타는 거? 하하하. 산세가 험하지 않으면서 경치도 좋고, 인근 온천과 연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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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km래서 불암산 마냥 한 3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연계산행이라 5시간 반 정도 걸렸다. 세심천 온천으로 다시 원점회귀! 살면서 가봤던 한국온천 중에 제일로 좋구만. 약간 세체니 온천 느낌 나기도 하고, 여튼 좋았다. 여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거 없이 바빴다. 때 안 밀고 온 건 좀 아쉽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호랑가시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온천 앞 열매식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네.

 

신토불이 묵집 묵 모듬

 묵 모듬.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몸이 나른해 질 정도. 묵 볶음도 신기하고 온갖 묵 요리를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느낌. 다음에도 또 오고 싶은 식당. 식사 후 바로 앞 유양창고로 이동.


 


 

 대입이 마음대로 안 되서, 우울이 투굴이 모드로 쭈구려 있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심지가 을왕리에 데려갔다. 맛있는 것도 먹이고 바다도 보여주면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토닥였다. 나는 시험도 떨어진 놈이 뭘 고생이냐고, 이런 거 즐겨도 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심지가 말했다. 꼭 좋은 결과 받아야만 잘 한 사람이냐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너도 충분히 수고하고 고생한 거라고. 즐길 자격 충분 하다고.
 
 요즘은 그 말이 필요한 시기같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만족할만한 업적이나 성과는 없지만, 또 그렇다고 그게 아무것도 안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2023년, 한 해를 보낸 나. 충분히 고생하고, 수고했다. 좋은 곳에 데려가서, 예쁜 거 보여주고, 깨끗하게 씻기고 잘 입혀서, 맛있는 거까지 먹여준 하루. 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 정도는 즐길 자격있어. 올 해도 잘했다.


12.04.월_ 약간 피곤한 날

 

 조금 피곤하다. 아침에도 무릎 위 쪽 힘줄 통증이 남아있어서 이번 주 산행이 걱정됬다. 그치만 김오빠도 불러놓고 가야지 뭐. 쉬면 곧 또 좋아질테니까 미리 앞서서 걱정하지 말자.
 
 엄마가 고구마랑 김치를 가지러 오랬는데, 쉬겠다고 했다. 무릎 상태도 그렇고 운전이 부담스러웠다. 손도 은근히 안났길래 더 안하고 싶었다. 그런데 또 병원은 딱히 안 가고 싶더라고. 
 
 식사를 대충했더니 단 게 계속 땡긴다. 끼니 챙기는 거 왜 이렇게 귀찮지. 누가 밥 좀 차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차려 먹어야지. 호르몬이 요동치는 날이 가까워져서인가 생각해봤다. 점심을 먹었는데 그냥 자고만 싶었다. 그래도 잘 버티고 퇴근해서 일찍 잤다.


12.05.화_ 악몽에 시달리며 깬 날

 

 요즘은 악몽을 자주 꾼다. 이런 꿈들은 길몽이고, 삶의 변화를 나타낸다는데.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라고 생각해야겠다. 


12.06.수_ 엄마네 간 날

 나는 엄마 딸임이 틀림없다.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웃는 모습을 보며 강한 확신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참 좋아하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볼 때의 표정도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겠구나. 온 몸으로 꽃향기처럼 감정이 흐르는 사람. 저런 모습으로 누군가를 맞이할 때, 그 사람도 나처럼 참 고맙고 기쁘겠구나.

 자전거도 타고 걷기 숙제 채우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생각보다 거리 수가 안채워졌다. 일도 많아서 집에 빠르게 와서 쉬었다.


12.07.목_ 간만에 마트에 간 날

 

 점심 때 잠깐 마트에 다녀왔다. 여유롭게 장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대충 필요한 걸 샀다. 밥을 차려먹는 다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배달음식만 해먹자니 돈도 돈인데, 너무 게으르고 무성의하게 끼니를 떼우는 느낌이 들었다.

메로그린자몽. 에휴 잘못삼. 귤 같다.

잘 만든 한 끼를 먹이는 게 대접의 시작이라던데, 내 자신을 위한 정성스러운 한 끼가 필요했다. 그 첫걸음으로 장보기를 왔다. 이젠 제법 도가 터서 안 먹고 버릴 것 같은 건 안 샀다. 닭가슴살은 고민했지만 세일하길래 그냥 샀다. 과자는 막상 오니까 별로 안 먹고 싶어서 안샀다.

그래도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지 저녘에 꽤 많이 간식을 주워 먹었다. 아마 호르몬이 붐빌 시기라 그런가보다.


12.08.금_대망의 홈 파티

 

 참 빠르기도 하지. 벌써 이 날이 찾아오다니. 세달 전 부터 잡은 약속인데 한 명도 취소하지 않고 모였다. 신기할따름.

나는 숙제도 할 겸 걸어갔다. 가까운 거 역시 짱이다. 매일 동네에서만 모임이 열렸으면 좋겠다. 멀리가는 거 참 쉽지 않았는데 잘 다녀왔지 뭐야.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스벅에서 쉬었다갔다. 나만 그렇게 느낀줄 알았는데 얇은 패딩 하나 정도로 멀쩡할만큼 날이 따뜻했다.

차분한 호스트와 그렇지 못한 게스트들

다들 뭘 그렇게 준비를 많이하셨담, 빈손으로 온 사람 머쓱하게 참. 케이크라도 안들고 왔으면 진짜 큰일날 뻔 했네.

연말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술, 과 잘 어울리는 술잔, 미니달력

 

방금 은행을 털고 온 핫가이와 어딘가 어설픈 산타클로스

쓸모없는 선물 사오기 이벤트 있었던 거 몰랐네. 산타복 당첨되서 입어봤다. 웃기네 우리 행복이 보여주고 싶다. 아크테릭스 구경하면서는 엄마 생각이 났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리엄마 아크테릭스 꼭 사줘야지.

드넓은 불판 위에 작고 스윗 리를 비계 하나

오랜만에 먹어보는 깔끔한 맛의 김치. 경상도 감치도 맛있구만. 순대는 완벽히 내 스타일이었다. 고기도 너무 맛있었고. 양념없이 재료 본연에 충실한 맛. 정확히 내 취향이지.

보르도 와인이랑 비슷한 느낌났던 레드와인. 비니큐도 너무 신기했다. 우주의 은하를 잔 안에 두고 함께하는 자리. 마실 땐 수은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기분. 하하. 진시황제가 수은 먹을 때 이런 기분이였으려나.

 스타벅스 바움쿠헨 케이크 생각보다 괜찮네. 동물성크림으로 만들면 좋았겠지만 은근 근처에 케이크집이 없어서 무난하니 스벅으로 갔다.

 10시반쯤 되자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옷 챙겨입고 현관문을 서성서성대던 내 모습. 온 몸으로 뿜어져나오는 집에가고싶어요 포즈. 내가 아는 얘기이고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뿜어져나와 남들도 불편하게 한. 아, 나는 정말 아직 어쩔 수 없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ㄹ과 그의 친구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10년동안 알고 지내는 멘토와 멘티라니. 정말 인생의 한 부분을 공유하는 사람들 같네.

 

 그는 정말 세련된 사람이다. 잘 세공된 조각처럼 예의 바르고 상냥하며 올바른 교육을 받은 느낌이다. ‘Sophisticated’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이랄까? 흠집하나 없는 정교한 상처럼 세상 풍파에 동 떨어져 생채기 한번 나지 않고 자랐을 것 같은 사람. 덕분에 즐거웠다.
 

 올 때는 심야버스를 타고 1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역시 가까운게 최고다. 홈파티 최고. 집에서 가까운 홈파티는 정말 최최고.


12.09.토_ 생각보다 안불편하기도 하고.


 ㅈ이 다음주부터 입원이라길래, 진료를 미룰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이왕 예약 잡아놓은거 갔다. 주짓수는 흥미롭지만 관절에는 좋지 않으며, 노년에 고생할거라는 선생님의 잔 소리를 한바구니로 들었다-하지만 이젠 하나도 타격이 없지-꽤 괜찮은 보호대도 받았다. 역시 병원이 최고구만.

 진즉 왔으면 깁스하고 일이주면 끝났을 텐데. 덮어놓고 미루다보니 한 달이 다되도 안낫는 거라고 했다. 시합도 중요한 약속도 없는데, 왜 그랬니 나 자신아 반성하자.

 손을 쓸 수 없다니, 이제 또 심심모드 시작이구나. 블로그도 해야되는데, 피아노는 어떻게 친 담.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잘 칠수있었다. 음이 넓게 깔린 부분들은 힘들었지만, 배열을 바꿨더니 곧장 쳤다. 대신 음계 다 까먹어서 악보를 다시 봐야했지만.

 뭐야, 나 피아노 천재아냐? 네손가락의 희아처럼 손가락 다섯개 없으면 연주하기힘든거 아니였나? 뭐, 사실 왼손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멜로디 따라가야 하는 오른손이면 조금 더 까다로웠을 것 같고.

 갑자기 좀 뿌듯해졌다. 내가 꾸준히 쌓아놓은 하루하루들이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섬주섬 연습을 하던 날들이 쌓여서 손가락 하나 없는 상황에도 개의치않고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실력을 만들었구나. 잘했네, 과거의 나.

 내일 일출 보려면 빨리 자야겠다. 낮잠때문에 걱정햇는데, 깨다 자다 어찌저찌 생각보다 잘 잤다.


12.10.일_ 가리산 일출

 

 드디어 고민하고 걱정하던 가리산. 이제 하루 이틀 해본 새벽등산도 아니라 적당히 자고 저절로 잘 깼다. 추울 것 같다고 해서 옷을 많이 챙겨갔더니 가방이 무거워졌다. 안그래도 헥헥대면서 오르는데, 가방 때문에 더 죽을 것 같았다. 보다 못한 김오빠가 가방을 대신 들어줬다.

 물이 안 따뜻해서 그런지 생각보담은 아쉬웠던 라면 맛이었지만 뭐 내생애 첫 산라면. 나쁘지 않았다. 산에서는 국물을 못버려서 다먹어야 하나 진짜 쩔쩔매고 있었는데, 오빠가 빈 물병에 넣어줬다. 최고다 최고.

 

 뭐, 내입으로 이런말하긴 뭐하지만. 난 정말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가방 메고 올라갔으면 가다 탈진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혹은 퍼지거나. 그래도 어찌저찌 일출시간 딱 맞춰서 정상에 도착했다. 안개가 너무 껴서 해를 못볼 줄 알았는데 봤다. 와우, 천미터 산에서 내가 일출을 보다니 많이 컸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여전히 만족 못하는 내 등력 껄껄.

 

 이것저것 도움을 받아 잘 갔다내려왔다. 흐흐. 여러 이야기도 하다보니 새로운 시각에서 달리 바라보이는 사건사고들. 도망가고 도피처를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 필요한 건 도약점이 아니냐는 조언에 반딧불 백만개 켜지며 얻은 깨달음. 이런 사람이 내 인생에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네. 또 슬리퍼 없어서 오빠가 계속 차에서 신발 꺼내주면서 신데렐라 놀이했다. 아유, 안데려왔으면 나 혼자 큰일날 뻔 했네. 


 

 

[등산] 홍천 가리산 일출산행 (블랙야크 초보 등산추천/ 강원도 등린이산 추천/ 초보 일출산행 추

안녕하세요, 킹쓔입니다.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일출이 보고 싶더라구요. 마침 가리산 일출을 계획 중인 분이 계셔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처럼 귀엽고 예쁜 홍천 가리산 일출산행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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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산 막국수는 막국수빼고 다 맛있었다. 수제비도 나쁘진 않았는데 햇님달님 민물새우 수제비가 너무 맛있었다. 라면사리 하나 넣어먹을까 고민하다가 아까 라면 먹은게 생각나서 패스.

 올 땐 오빠차타고 집에 왔는데 또 신나서 꿍얼꿍얼 댔다. 허헣. 음악도 내가 좋아하는 걸로 틀었을 때 정말 기분 째졌다. 아유 진짜 누가뭐래도 내 친구 정말 최고네.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야.

 

 집에 와서 김장이랑 수육이 생각나서 족발보쌈을 시켰다. 아빠는 싫다고 하더니 나와서 잘 먹었다. 아유 우리 아빠도 두 번 세 번 권해야하는 사람이구나. 밥 먹고 꽈배기 생각나서 나갔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고, 롯데슈퍼도 문을 닫아서 헛걸음이 되었다. 거북약과 하나 까먹고 자다가 깼다 다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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