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5.월 [워홀 +6]_ 첫 나들이
어제 계약을 하다 만 인도 부동산 중개인과 계약을 하기러 결정했다. 그가 메시지에 답도 없고 전화도 안받는동안 혹시 기회가 날아간 건 아닌가 잠깐 쫄렸지만 그건 그냥 소심한 걱정이었나보다. 그냥 지금이 성수기라 전화도 못받을만큼 바쁜 거였다. 잠시 후 화요일날 오후에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고 목요일날 내방에 예약된 에어비앤비가 끝나면 입주하기러 했다.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는 날이라서 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엄마랑 집 구하는 과정의 우여곡절을 늘어놓는 전화를 했고, 그 다음은 미진이랑 통화를 했다. 한국은 엄청 덥다는데, 고작 헤어진지 일 주일 밖에 안되는 그 습하고 끈적이는 더위가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벌써 여기에 잘 적응했나 싶다가도 열 두시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는 걸보니 아직도 시차 적응은 못한 모양이다.
혹시 몰라서 보험으로 뷰잉을 몇 군데 더하려다 부질없는 짓 인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시내로 관광을 나갔다. 이제 곧 여기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떠나고, 중심부로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면 시내 나오기도 불편할테니까. 시간 날 때 누릴 건 누려야지.
점심은 길을 가다가 제일 건강해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요 며칠 너무 먹고싶은대로만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전 런던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데가 어디냐고 물으면 사실 없다. 그나마 테이트모던에서 그네를 탔던 기억이나서 거기로 갔다. 다행히 대부분 관광지가 숙소에서 도보로 한 시간 거리라, 교통비도 아낄겸 걸었다. 런던은 관광지가 중심지에 몰려있어서 여유롭게 2-3일만 잡아도 시내 주요 관광지는 다 돌 수 있다.
거리를 지나가다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마음이 살짝 살랑거렸다. 테이트모던은 예전처럼 신나는 관광명소처럼 다가오진 않았지만 여전히 모던하고 멋진 곳이었다. 여기와서 처음 구경 온 곳이 테이트모던이라니. 나는 참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곳에 비하면 영국은 관광지로써 대단히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살기 좋은 곳이 더 맞는 것 같다. 물가가 비싼 만큼 인건비도 비싸지만, 그만큼 인력 가치를 인정해주는 편이다. 정부는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몇몇 분야의 유통구조를 관리한다. 식품이나 생필품은 크게 오르지 않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외식은 비싸지만 집에서 해먹는 건 싼 편이다.
단순히 먹고 사는 최저생계 뿐만아니라 물론 더 질높은 차원의 생활까지 보장해준다. 시민들의 보다 풍족한 삶을 위해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은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원한다면 후원도 할 수 있다. 입장료 등을 통해 모두에게 균등하게 부과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선택과 상황에 맞게 선택권을 주는 자유와 평등의 운영방식이다.
테이트모던을 나와서는 빅벤으로 향했다. 5년 전에 왔을 때는 공사진행중이라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는구만.
나온 김에 저녘을 먹고 가려고 템즈강 주변 식당에 앉았다. 양 케밥을 시켰는데 나쁘지 않았다. 런던물가에 이 정도 가격이면 훌륭하다.
가끔 영국에서 한국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고추장, 치맥, 등. 물론 그게 진짜 우리가 아는 그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인들은 책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딜가도 서점이 있다. 고추장만큼이나 반가운 한국 책 달러구트 백화점. 원서를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한국적인게 거의 없어서 그냥 영어책 같았다.
오늘은 많이 쉬고 많이 걸었다. 무릎이 좀 아프긴 했지만 자주 쉬어서 괜찮았다. 여기는 얼음이 없어서 찜질하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그만큼 덥지 않은 건 좋지만. 한국은 지칠 정도로 덥고 습하다는 데 이제 그 더위가 기억나지 않는다. 온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집으로 가는 길, 유스턴쪽에서 뷰잉을 해줬던 인도 남자애에게 연락을 받았다. 다른 살 집을 구했냐고 넌지시 떠보는게 딱봐도 그 망할 루마니아 영감탱이가 시킨 티가 났다. 아직 구하진 못했지만 구할 거라고 대답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계약할 집까지 경로를 쳐보니 두 번 갈아타야했지만, 유스턴 근처인 숙소는 한 방이었다. 진짜 아쉽긴한데 도저히 그의 성질을 버텨낼 용기가 없다.
유스턴 로드에 살지는 못하지만 유스턴역 막스앤스펜서에서 밀크쉐이크를 사봤다. 투게더를 더 진하게 만든 것 처럼 진짜 엄청 맛있었는데 먹고 배탈났다 허허.
숙소로 돌아왔더니 메일이 와있다고 했다. NI넘버인줄 알고 신나게 들고 뛰어왔는데 레볼루트였다. 뭐-그래 얘도 나쁘지않지뭐.
윗침대에 인도 의대생 아미가 플랫 구한 거 축하한다고 오렌지를 건네줬다. 너 이자식 오렌지 엄청 좋아하는구만. 저녘으로 맛있게 잘 먹었네.
진짜 졸려죽겠는데 빨래때문에 늦게잤다. 시차랑 상관없이 낮에도 졸리고 밤에도 졸린 건 그냥 내 배터리가 노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08.06.화 [워홀 +7]_ 첫 계약
그 망할 영감때문에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모르겠다. 숙소를 추가로 예약하는 바람에 체크아웃과 체크인을 여러 번 더 해야했고 덕분에 또 짐을 뺏다 프론트에 맡겨야했다. 젠장할 내 8파운드,,,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겠다고 나머지 배낭 하나는 메고 나왔는데 이게 여간 무거운게 아니었다. 어깨가 찢어질듯 아팠다. 짐 정리 좀 하구 체크아웃할 걸… 난 그냥 방만 옮기는 줄 알았지.
아침 시간에 좀 여유가 되서 저번에 갔던 EE를 재방문 했다. 계좌등록을 하러 왔다니까 3개월 후에 요금을 다쓰면 다시 오란다. 더불어 국제전화를 사용해서 따로 추가요금이 들거라고 했다. 아- 진짜 그 루마니아로 전화을 왜 해서… 정말 도움이 안된다.
가계약을 위해 1시까지 부동산으로 오라던 인도중개인은 사무실에 없었다. 심지어 내가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이 잠이 와서 내릴 정류장을 놓쳐버렸지 뭐야. 런던은 외곽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조금 어두침침해지는 것 같다. 이민자들도 많고.
여하튼 그 중개인 대신 다른 직원이 계약서 작성을 도와줬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여자애가 커피도 타주고 망고젤리도 줬다. 여기와서 종종 주전부리를 받았는데 그게 다 인도인이라니, 단순한 우연일까 어떤 민족적 특징인 걸까.
저녘은 숙소 근처 터키음식전문점에서 먹었다. 이것 저것 달라니까 하나도 충분히 많다고 했는데, 진짜 그랬다. 이 한 접시도 버거워서 반은 포장해서 갖고왔다. 안에서 먹었는데 팁도 안받고 좋은 식당이구만.
Pitted Olive Cafe Restaurant · 3 Leigh St, London WC1H 9EW 영국
★★★★★ · 터키 음식점
www.google.com
이것 저것 하고왔더니 딱 숙소 체크인 시간이랑 맞았다. 새로 옮긴 방은 전용 화장실도 딸려있고 선풍기도 쎄고 훨씬 더 넓어서 만족스러웠다. 짐 정리 좀 하고 아까 남긴 저녘을 먹고 심지가 말한 에코백을 사러 근처 서점에 갔다.
몰랐는데 숙소 근처에 런던 대학이 있었지뭐야.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같은건가? 근데 여긴 옥스퍼드랑 캠브리지가 있으니까 그 정돈 아니겠지만, 그래도 엄청 대단해보이는 곳이구만.
워터스톤북샵은 총 5층 건물로 이루어진 대형서점이었다. 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문구점부터 다양한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에코백은 직원이 관리하고 있어서 제대로 못봤다. 근데 왜 맨날 서점에서 에코백만 보고있지? 서점은 책보는데인데. 책을 편하게 볼 수 있게 창가며 코너 여기저기에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아보였다. 심지어 여기는 엘레베이터도 있어서 더 신나게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녔다.
한국관련도서들은 그나마 관광분야쪽에 조금 있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지만. 중식당, 일식당만큼이나 관련 도서들은 책꽂이 몇 칸을 메울 정도로 가득했다. 우리건 반도 안됬고.
다들 한류가 대단하다는데, 내가 나와서 체감한 한류는 김정은이 더 유명한 것 같다. 뭐 그것도 또 하나의 한류이긴 하지. 그래 한국을 무시하지마라 말 안들으면 다 핵쏴버린다…
관광도서에 산쟁이들은 지나칠 수 없는 하이킹 코스가 소개되있어서 신기했다. 내가 자주가던 아차산이 있어서 반가웠다.
숙소로 돌아와선 태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물론 한국이라면 친구보단 이모뻘 여성이지만. 동생이 영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조카가 근처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이 숙소에서 묵으면서 같이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좋아보이는구만.
사랑의 불시착을 봤다고 한국사람들은 다 피부가 좋고 예쁘다고 했다. 한국에 성형수술을 하러 오고 싶단 말에 수술해서 예쁘단 말로 멕이는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러던가 말던가.
사실 국적을 물을 때 태국이랑 대만이랑 헷갈리는 실수를 하긴했다. 아니 그럼 왜 중국어를 써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동남아 느낌나는 태국사람이랑 너무 다르고 그냥 우리랑 비슷하게 생겨서 더 헷갈렸지.
영어로 들으면 비슷한 국가명들이 몇 개 있는데 바로 호주와 오스트리아(Austrailia-Austria), 태국과 대만(Thailand-Taiwan)이다. 그들도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듯 그냥 웃어넘기고 말더라. 이것고 일종의 남북한(South Korea-North)사례랑 비슷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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