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8.수 [워홀+29 ] _P와 함께하는 즉흥여행
어젯밤 갑자기 쿠말이 아침에 보통 몇 시에 일어나냐고 물었다. 7시쯤 일어난다고 했지. 사실이기도 했고. (물론 일어나서 뭐하냐는 질문에 아침마다 산책 한다는 대답은 살짝 뻥이었지만). 그랬더니 혹시 내일 공항 가는 건 어떻냐고 하길래 좋다고 했고 흔쾌히 승낙했던 나.
그 결과 밤새서 CV쓰다가 한 시간 정도 자고 공항 가는 몸이 되었습니다. 디온네 다녀온 이후로 스티브가 이웃에 마케팅쪽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고 내 CV를 검토해준다고 했고, 니브도 본인이 일하는 데 자리가 있는 지 봐주겠다며 내 CV를 요청했다. 또 어제 오자마자 바로 썼으면 됬는데 위에서 밥먹고 노작노작하다가 새벽 1시쯤 노작노작 쓰다보니 4-5시가 됬지뭐야. 밤새고 일출산행 가는 기분이랄까? 한국에 있을 때랑 똑같네.
어쨋든 게트윅공항은 처음 가본다. 뭐 딱히 엄청 관심있던 곳은 아니지만 저번에 시장가자던 거 바람 맞춘 게 여간 미안했는지 쿠말이 계속 뭘 하자고 제안하길래 또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저번에 봤던 알리스를 공항에 배웅하러 가는데 합류했다.
게트윅공항까지는 기차를 타고 갔는, 그게 종점이 브라이튼행 기차였다. 공항대신 브라이튼이나 갔으면 좋았으려만 하고 생각했는데, 쿠말도 그걸 발견하고는 브라이튼으로 가자고 했다. 자기 줄 곧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바빠서 못 갔었는데 오늘이 날이란다.
"아니- 네 친구는 캐리어가 세 개여. 그리고 너 오늘 열두시에 로펌에 일하러 가야된다며?" 했더니 "걱정 노노 취소가능"하고 전화하는 그. 알리즈도 쿨하게 거기 너네 꼭 거기 가봐야 한다고 캐리어와 함께 퇴장했다. 뭐...이런 사람들이 다 있지?
그래서 한 두 시간 안에 집에 갈 줄 알았던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브라이튼은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인데 런던과 멀지 않고 탁 트인 바다와 세븐시스터즈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이제 뭐할 거냐고 물었더니, 계획이 없단다. 하하하... 여기 너가 오고 싶다고 했던 거 아녀...? 극P와의 여행은 이런 거구나. 하지만 걱정마시라- 여기 척척박사 능숙 J가 있단다.
[런던에서 세븐시스터즈 가는 법]
1) 런던(Farrington station)=/기차(1시간 정도)/=> 2) 브라이튼 기차역 Brighton Station=/도보 10분/=> 3) 브라이튼 버스 정류장 Brighton Station (Stop D)=/13X 버스 (1시간)/=> 4) 버스 정류장 Birling Gap NT 하차=> 5) 세븐시스터즈 Seven sisters
-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일찍 끊기는 편이니 참고 할 것(막차 오후 3시쯤)
- 버스 배차간격이 긴 편이니 참고 할 것
- 언덕, 바다, 기념품 샵까지 넉넉히 두 세시간 정도 소요.
사실 나도 한번 쯤 가보고 싶었던 도시라 대충 기억나는 대로 블로그를 봐서 세븐시스터즈를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버스에서 여행 중인 한국인 가족을 만났는데. 어쩜, 우리 동네에 사시는 분이었고 자식분들도 다 나랑 내동생들이랑 나이가 똑같았다. 어머님도 오랜 어학원 생활에 한국어가 그리웠던 터라 우리는 버스에서 내내 수다를 떨었다. 혼자 남겨진 쿠말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내내 그를 신경썼지만, 뭐 어쩌겠어요.
7개의 절벽이 영국 다운즈 국립공원 해안가를 따라 절경을 이루고 있는 세븐 시스터즈. 해안가로 내려가서 보는 것 보다 좌측 언덕 위로 올라가서 보는 게 훨씬 이뻤다. 사진 찍기도 좋았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3시면 끊겨서 우리는 서둘러 역으로 돌아왔다. 런던(Farrington역)에서 브라이튼까지는 기차로 왕복으로 22파운드가 들었다. 레일카드 할인 적용은 못밧았지만 피크시간대가 아니라 제법 할인을 받았다. 기차표는 내가 산 건 아니고 쿠말이 내줬다. 아침밥도 쿠말이 사줬다. 왜 인지는 모른다 그냥 자기는 주로 "giver"라서 그렇단다. 짠돌이같았는데 또 괜히 고맙지만 미안하고 애기한테 빚진 듯한 맘이 마구 들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아침에 먹었던 스콘 하나로 하루 종이 버텼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굿맨스필드 식료품점에서 라면을 사다가 끓여 먹었다. 오늘 한 시간 자고 2만보씩 걸어다니고 밥은 한 끼만 먹고, 이거 진짜 한국에서 지방산행 다닐 때 패턴아니냐구. 매일매일이 훈련이구만. 고단하지만 그래도 제법 즐겁고 신나는 날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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