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화 [워홀+105]_ 가을과 크리스마스가 가득한 런던 센트럴
아무리 봐도 우리 플랫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음이 틀림 없다. 거의 지하철만큼 안 터진다. 릴스 업로드도 그렇고 부츠 주문도 계속 튕겼다. 아침 내내 그렇게 보내고 나니 짜잘한 걸로 시간 낭비를 한 것 같아 좀 짜증이 났다.
근데 뭐 그래도 쥐보단 낫지. 요즘 늘 이렇게 쥐를 활용 중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마법의 주문.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에 쥐가 나오는 것 보단 낫다고.
오후엔 세르지오와 센트럴에서 만났다. 세시쯤인데도 벌써 날이 어두워진다. 썸머타임이 종료된 후로 시간이 더 금방 가는 것 같다. 해가 짧아지면서 하루가 더 짧아지는 느낌이랄까.
옥스퍼드스트릿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밤이 되면 더 예뻐지는 장식들. 조명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면 없던 로맨스도 생기겠는 걸. 리젠트 스트릿부터 코벤트 스트릿, 옥스퍼드 스트릿은 크리스마스 시즌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이다.
그러고 보니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존 루이스 백화점. 안그래도 거기서 수영이 선물 사려고 했는데 잘 됬다 싶었다. 고심끝에 산 선물은 수건. 실용적이고 예쁜 고급 수건. 늘 함께하면서 내 생각 많이 해주라 친구야.
선물 고르다보니 시간이 후딱 갔다. 약속시간에 늦은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다행히 세르지오도 늦어서 서로 기다리지 않았다. 깔깔. 밖으로 나가니 비도 오고 날씨가 쌀쌀해서 바에 들어갔다.
늘 먹던 사이다를 시켰는데 확실히 펍이나 바에서 먹는 수제 사이다는 더 깔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났다. 세르지오꺼 기네스도 먹어봤는데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났다. 앞으로는 흑맥주를 즐겨먹는 여자가 될 듯? 호호.
바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세르지오가 소개시켜주고 싶은 피자집을 가기 위해 피카딜리, 레스터 스퀘어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콜롬비아사람이 추천해준 찐 멕시칸 타코도 먹었다. 근데 만두 만 한 사이즈면서 개당 만원 넘게 받아서 조금 빈정상했다. 런던에서 외칩니다. 멕시칼리 타코짱.
세르지오가 저녘 먹으러 가긴 이른 시간이라고, 한 잔 더 하자고 피자집 옆 펍에 들어갔다. 여기 애들이 왜 카페 대신 펍으로 가는 지 알겠다. 가격도 부담되지 않고, 분위기 좋고, 적당히 알딸딸하고.
여긴 술을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 같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우리나라처럼 부어라 마셔라 문화는 없어서 취객을 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펍을 다녀도 술을 마신다는 자각도 안드는 것 같다.
세르지오가 말한 피자집은 정말 맛있었다. 런던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집이라고 하길래,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내 인생 피자집이었다.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울 정도였다. 뭐 가격이 엄청 비싸진 않았지만 외식은 항상 부담이 된다. 음료는 그냥 시키지 말 걸.
세르지오랑 노는 건 재밌었다. 다만 돈이 문제였을 뿐. 가난한 워홀러에게 술 값은 조금 큰 지출처럼 느껴졌다. 여기 애들은 술을 여러 가게에서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여러 번 음료를 사야하는 입장이 되서 좀 부담이 됬다. 사실 사람을 사귀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고, 나쁘지 않은 지출이다. 근데 내가 뭐 지금 많이 못 버는 상황이니까.
하튼 현지인이랑 다니는 건 정말 다른 것 같다. 늘 지나가던 길인데, 그들과 가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런던 근로문화도 듣고 이것 저것 알게되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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