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5년 3월 첫 번째 일기 (03.01~03.03)_ 뜻 밖의 한국 나들이

킹쓔 2025. 3. 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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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토 [워홀+214]_ 삶과 죽음의 가운데에서

 

 야속하게도 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막바지 단계 쯤 을 앞두고 심지랑 같이 잤는데, 어쩌다 손이 부딪혔다.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이 전에 만났던 사람과 비교되어 대뜸 눈물이 났다. 

 오자마자 런던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다 때려치고 심지 옆에 남고 싶었다. 이대로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 같다는 라피의 말이 생각났다. 그냥 여기 남을까라는 질문에 수영이는 돌아가 하던 일을 마저 하라고 했다. 

보내드리는 길에 만난 고양이

 

성격이 잘 묻어있는 평안한 곳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던 사람들

 

 집으로 와서는 짜장면을 시켰다. 만원 짜리 배달에 이 정도 퀄이라니. 이제 서야 제대로 된 한국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예전에 미룽이가 줬는 데 못 먹고 간 흑미하임도 먹고, 짐도 쌌다.  

 저녘은 교촌치킨을 시켜 먹었다. 엄마 아빠는 안 보고 싶어도 교촌치킨은 먹고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때 라 그런가. 아니면 지금은 그냥 뭘 먹어도 맛이 없는 시기일까.  


03.02.일 [워홀+215]_ 내가 바로 이 구역의 관광객

 

 아침엔 조조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아침을 싸왔다. 호박나물이랑 김치랑 깻잎 같은 엄마손 반찬들을 보니 마음이 찡 해졌다. 깻잎이랑 김치는 영국에서 먹을 수 있는 건데 호박나물 같은 건 너무 귀한 거라서 한 그릇 뚝딱 다 비웠다.  

 점심은 근처 칼국수집을 갔다. 매번 혼자 가서 수제비만 먹었는데, 이번엔 파전도 먹었다. 만두도 시키고. 식사를 함께 할 누군가가 같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네. 

내 출국보다 더 어려웠던 청바지 찾기

 돌고 돌아 언니 심부름도 완료. 약간의 이슈가 많았지만 어쨋든 끝내 성공했다! 언니 남동생분 못보고 가서 아쉽구만. 

 다이소랑 약국, 올리브영 들르니 20만원이 훅 빠져나가더라구요. 올리브영 4만원은 그렇다 쳐도 다이소 10만원이랑 약국 6만원은 나도 결제하면서 놀랬구요. 이 정도면 거의 관광객 아니냐구...  

 한국오면 꼭 해야지라고 벼르고 별렀던 미용실도 들렀다. 어차피 길어버릴 머리도 잘라내버리고, 지저분했던 염색 얼룩 더미들도 깔끔하게 마무리.

 

 이러고 집 왔는데 수영이랑 엇 갈려서 한 판하고, 돈 없어서 못 나온다고 징징대던 라피랑 한 판 했다. 아주 인간 폭격기처럼 여기 저기 한 판 하고 다니는 구만.  


03.03.월 [워홀+216]_ 마지막 인사

 

 어젯밤 그렇게 지지고 볶고 했어도 친구는 친구인가보다. 우린 또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물론 중간 중간 작은 이슈가 있긴 했지만.

수영이가 사준 아침. (참고. 파리바게트 런던에도 있다)

 

모두 다 그녀의 손 안에 있다

 

생각은 할 수 있는데 얼어죽을 수도 있는 방

 

뒤늦게 터져버린 나

 

점심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짜장짬뽕탕수육

 

 

 식사 후 간 카페는 스타벅스. 포천 지역의 특색이 잘 살아있는- 전국 5개 지점에서만 가능한- 막걸리 라떼도 먹어보고, 예쁜 주변 분위기도 즐길 수 있었다. 그제서야 수영이랑 이것 저것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고. 

포천 스벅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막걸리크림 콜드브루

 

 

헤어지는 길 수영이가 틀어버린 노래

 끝나고는 심지랑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앞선 일련의 의식 때문인지 자꾸만 헤어지는게 힘들고 눈물이 났다. 늘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일까?

 그래서 출국 전에 급하게 사람들을 만났다. 왠지 이대로 영영 마지막이 될 까봐 두려워서.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갔는데, 양 손 가득 쥐어보낸 미진쓰. 여전히 예쁘고 따뜻한 내 친구. 한 시간 밖에 못 봐서 아쉽구만. 

 

케이뷰티의 정석을 보내주는 길

 

 주희도 마찬가지였다. 나 보겠다고 먼 길을 한 달음에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시간 맞춰서 최대한 보겠다는 친구들 덕에 지쳤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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