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3월 세 번째 일기 (03.05)_ 출국, 다시 돌아가야 할 곳으로

킹쓔 2025. 3. 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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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수 [워홀+218]_다시 한국에서 영국으로

 

 이번 출국 길은 아빠가 함께 했다.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송에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옛날 노래를 들으니 어렸을 때 아빠랑 이런 옛날 노래를 들으며 놀러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 때랑 한 참이나 달라져버린 현실이 조금 야속하고 서글펐다.

 

 나는 아직도 아빠 차 뒷 좌석에 누워서 꼼지락 대던 6살 같은데. 그 꼬마애는 벌써 마흔을 앞 두고 있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 다니던 그 청년이 가운데 머리가 빠져버린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것처럼. 

아빠는 처음으로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달리는 차 안. 우리 부녀는 굉장히 오랜만에 속에 있는 얘기를 터놓았다. 그 얘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난리를 쳐도 그게 가족인가 보다. 

한가한 인천공항/ 또 우산품절인 위글위글. 마지막 식사는 쌀국수

 철 없는 아빠는 출국장에 나를 데려다주는 대신, 주차장에 본인을 데려다 달라고 했다. 깔깔. 여전히 웃기는 우리 아빠. 그런 아빠를 뒤로 하고 탑승동으로 향했다. 일찍 나온 김에 면세점 구경도 하고, 마지막 한 끼도 든든히 먹고.

 

드디어 다시 출국

 

 입국길은 아시아나 항공 OZ521편을 탑승했다. 미리 비상구 좌석을 선택한 덕에, 혼자서 세 명분 자리를 여유롭게 쓸 수 있었다. 누워봤는데 편히 누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다리는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됐다. 비지니스도 아니고 이코노미에서 이 정도 공간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요즘 기내식은 쌈밥이 나오네

 

좌석 간 전화도 되는 거 너무 신기/ 기내 간식과 저녘(잡채밥)

 

레이디가가가 연기폭은 크지 않은듯

 
조커: 폴리 아 되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세상이란 무대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조커’와 ‘할리 퀸’을 확인하라! 2년 전, 세상을 뒤흔들며 고담시 아이콘으로 자리한 ‘아서 플렉’은 아캄 수용소에 갇혀 최종 재판을 앞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용소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리 퀸젤’은 ‘아서’의 삶을 다시 뒤바꾸며 그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조커’를 깨우고 ‘리’ 역시 각성하며 자신을 ‘할리 퀸’이라 지칭하며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무고한 시민을 죽인 죄로 재판에 오르게 된 ‘아서’ 그는 최후의 심판대에서 ‘할리 퀸’과 함께 자신, ‘조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평점
-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레이디 가가, 브렌단 글리슨, 캐서린 키너, 재지 비츠, 스티브 쿠간, 해리 로티, 리 길, 켄 렁, 제이콥 로플랜드

 정신없이 한국으로 갈 때랑 달리, 이번 비행길은 좀 여유를 부려보고 싶어서 영화를 틀었다. 그런데 너무 졸려서 자꾸 보다가 졸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완전 망했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인지 별 기대가 크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저녘으로 제공된 피자

 비행기에서 뭘 좀 하려고 했는데, 하나도 못했다. 뒤 바뀐 시차 때문인지, 며칠 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인지 계속 잠만 잤다. 눈 떠보니 3시간 남은 거 실화냐구요. 

노을이 깔린 런던 시내

 입국하자 마자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라피는 도착한 지 1시간이 지나 서야 만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전화를 받았을 땐 기뻤는데, 공항까지 아직도 한 첨 걸어야 한다는 말에 좀 짜증이 났다. 

영국 도착 /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 공항

 그가 타고 있던 버스가 중간에 운행을 멈춰서 걸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나는 몇 푼을 아끼겠다고 그가 진짜로 걸어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알고 보니 버스기사가 근무 시간이 끝났다고 운행을 중단한 탓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비행 시간 지연으로 1시간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국장에 그가 없다는 사실이 못 내 서운하고 조금 화가 났다. 한국에서 2시간 넘게 나를 기다리던 엄마와 비교 돼서였을까?

 

 생각해보면 그 멀리 까지 와준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누군가 나를 마중 나와준 것 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수업이 있는 날임에도,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오려고 했던 그 점을 봐줬어야 했는데.

 

 근데 오는 길엔 쌤쌤이 됐다. 깔깔. 내가 지도를 잘 못 봐서 길을 헤매는 바람에 우리 둘은 50키로가 가까이 되는 캐리어를 들고 헤맸다. 평소라면 10분이면 갈 길을, 1시간이 다 돼 서야 도착한 것이다. 아까 불 같이 짜증 내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나는 순한 양 마냥 변해서 라피의 눈치를 봤다. 그래도 승질 한 번 안 내던 녀석, 껄껄. 이런 게 사랑이구만~

 

 사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랑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우선 이동하는 길이 편했다. 아빠 덕에 짐도 전보다 잘 쌌고, 그 짐도 라피가 대부분 다 들어줬고, 아무것도 몰라서 초조하고 두려웠던 영국이 이제는 제법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으니까.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무도 없던 그 때의 나 와 달리, 지금의 나는 런던에 물리적, 정서적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을 그리워 하던 나. 왠지- 이제는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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