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3월 다섯 번 째 일기 (03.10~03.14)_ 크리에이터의 일상

킹쓔 2025. 3. 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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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월 [워홀+223]_오늘은 미용사가 되어볼까


 하다하다 이제는 남의 머리까지 잘라보는 나. 예전부터 긴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결심하던 김라피씨는 갑자기 망해도 내가 잘라준 데 의미를 두겠다며 일단 잘라 보란다-근데 내가 자꾸 웃으니 그만 웃으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만?-그리하여 완성된 머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다이소 가위로 이 정도면 굿잡 아니냐고요

 울프컷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 대충 비슷하게 잘라 놓고 리프컷이라고 우겨본다. 요즘은 이게 대세라고 깔깔. 뭐 처음 자른 거 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잘 잘랐잖아 나.

오랜만에 장 본 걸로 만들어 본 투움바 파스타. 히히 머리도 잘 자르고 요리도 잘 하네. 나란 사람 참 금손이였구만!


03.11.화  [워홀+224]_ 아티스트 커플이 되어봅시다

 

 오늘은 볕이 너무 좋았다. 내가 나가기 전 까지만 해도. 그래서 야외에서 컨텐츠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가게로 촬영에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갔다. 그 짧은 길이라도 피크닉 기분을 내고 싶어서 원피스에 잔뜩 멋을 부리고 갔는데 살짝 한기가 들었다. 아까는 진짜 맑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이놈의 영국 날씨. 

사장님이 찍어준 내 뒷모습

 

 라피는 정말 아티스트였다. 그는 자신을 표현할 때  "As an artist~", "Baby, I'm an artist."라는 표현을 자주 하곤 했다. 사실 그게 나한텐 그냥 '예술가병' 걸린 허세남으로 보였는데. 생각보다 정말 그는 능력 있는 아이였다. 단순 촬영 보조 정도의 도움을 기대했는데, 그걸 뛰어넘어 작업을 리드하고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촬영은 밤새 진행됬다. 집에 있던 흰 종이를 배경 삼고, 각종 전자기기로 조명을 만들어 책상 위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쓸 수 있는 건 다 활용했고, 시간을 쪼개가며 작업했다. 고작 20초 짜리 영상을 위해.  끽해야 2-3시간 짜리 시급을 받는 작업이었지만, 사실 그런 건 상관 없었다. 라피는 일 자체를 즐겼고, 나는 내 이름 아래 나가는 건 정성을 다해야 직성이 풀렸으니까.

 

 어쩌면 그와 이렇게 오손도손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우리는 피곤할 일도 많이 있다. 그치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적 스펙트럼을 만들어 낼 수 있는만큼 생기가 가득한 사람들이 아닐까. 조수간만의 차가 큰 파도가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 처럼. 


03.12.수 [워홀+225]_ 아프면 죽는거야

 

벌써 만개한 런던의 벚꽃

 어제 밤을 샌 탓인가,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약간의 감기기운과 함께 어지럼증과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고,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난 번 한국행의 여파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똑순이 덕에 받은 계란후라이, 깜짝선물, 감쟈

 출근을 하니 유진이 선물을 줬다. 러쉬 이스터 기념 리미티드에디션 바디젤리였다. 싹싹한 그녀 덕분에 계란 후라이도 받고, 감자도 받고 러쉬도 가져가서 기분이 좋았다.

 

 그치만 몸은 계속 좋지 않았다. 일하는 내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이 어제랑 다르게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보이냐고 물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감기약도 먹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기운이 너무 없어서 처음으로 식당 의자에 쓰러졌다. 그마저도 끙끙앓는 내 소리가 신경쓰여 집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20분 거리의 그 길이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던지.

 

 그래도 집에서 좀 휴식을 취하고 나니 많이 괜찮아졌다. 전기담요를 틀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한 시간 정도 자고 나니 좀 회복이 되었다. 한국에선 10년에 한 번 걸릴까말까 한 감기를 여기선 이렇게 자주 걸리다니. 그것도 이렇게 죽을만큼 아프게. 

 

 진짜 이번 일로 느꼈다. 당장 멀쩡하다고 내 몸을 혹사시키지 말아야지. 지난 번 한국행과 이번 밤샘 촬영의 여파로 내 몸이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파업을 선언한 느낌이었다. 아프면 죽는거야. 정말 말 그대로. 


03.13.목 [워홀+226]_ 사기 당했어요

 

 발단은 새벽에 보던 인스타 광고였다. 배송비만 내면 체험판 제품들을 공짜로 보내준다는 데 속았다. 회사도 유명한 곳이어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는데. 물건 수령을 위해 배송지를 입력하고 카드 정보를 입력하자마자 돈이 계속 빠져 나갔다. 물론 다행히 내 통장에 돈이 없는 관계로 피해액은 크지 않았지만. 

평화로운 일상과 그렇지 못한 내 하루

 얼마 전 스캠을 당한 지인들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나도 그런 피해자가 될 줄 몰랐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행히 버츄얼 카드라 당장 정지와 함께 재발급을 받았다. 신용카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정말. 

 근무가 끝나고는 사장님과 동료와 기네스를 한 잔 했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들으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었다. 여기서 오래 산 사장님처럼 나도 이 곳에 정착할 수 있을까?


03.14.금 [워홀+227]_바쁘다 바빠 

 

 드디어 내일. 정확히는 오늘 밤 새벽에 결혼식에 참석 하러 떠난다. 밤새고 산 다니던 짬바 어디 안가네. 한국에서 날밤 새고 일출 보러 다니던 이는 영국에서 날밤새고 비행기 타러 다닙니다.

 

 하여튼 이번 주는 정말 정신 없이 바빴다. 늘 바쁘지만 이번 주는 유독 바쁜 것 같았다. 특히 컨텐츠 작업을 시작하면서, 더 그랬다.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몰두하게 됬고, 그만큼 시간도 체력도 빨리 소비되었다. 그래서 인지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결국 오늘도 마찬가지 였다. 그렇게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하루가 모잘랐다. 밀린 청소 하고 짐 싸고 일도 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결국 공항가는 택시를 타기 직전 까지 이불빨래를 말리고 있던 나. 여전히 여기서도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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