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6월 마지막 일기 (06.29~06.30)_ 6월의 끝자락을 가득 채우며

킹쓔 2025. 7. 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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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룽~ 한동안 코가 빠져서 많은 분들의 연락을 받았습죠 깔깔깔. 이제 저는 매우 괜찮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보는 줄 몰랐는데, 다들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신경 써줘서 고마와요. 특히 일기를 시작하게 해준 미룽, 늘 한 마음으로 공감해주는 주희, 저 먼 나라에서도 이 글을 챙겨보는 그녀,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까지. 늘 애정 합니다!

 

06.29.일 [워홀+334]_ 벼랑 끝에 몰릴수록 강해지는 사람

 

 영국워홀 생활 중 잘 한 일을 뽑으라고 하면 '헬스장 등록'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하며, 그게 또 작지만 성과를 내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것에도 도전할 양분이 되거든. 그래서 오늘도 짐(헬스장)에 다녀왔다. 주말이라 늘어지게 쉬어도 됨에도 불구하고. 이완부터 수축 운동까지 제대로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 결 가벼워졌다. 

강가 근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잠시 공원에 앉아 있다 들어왔다. 요즘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요 며칠평균 30도가 넘는 더위에 힘들어했던 걸 생각해보면, 딱히 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탁 트여 있는 곳이 필요한 건가. 사방이 트인 곳에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 트이는 것처럼 느껴져서 인가.  

 

 강가에는 노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햇빛이 물에 내려 앉으면서 윤슬이 반짝였다. 나도 언젠가 저 아이들처럼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물었다. 요 며칠 내내 고민 하던 그 질문을.

 

 가만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물 수제비처럼 어떤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다가왔다. 당연하지. 잊었나 본 데, 너는 벼랑 끝에 설수록 강해지는 사람인 걸. 잊지 말렴, 수 많은 위기 상황에서 기회로 만들어 도약해왔음을. 


 저녁에는 라피가 놀러 왔다 갔다. 맥도날드에서 신 메뉴를 시켰는데 너무 맛있다며 먹어 보라고 줬다. 내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안 먹겠다고 하자, 그럼 반만 먹고 내일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 꼭 먹어보란다. 그런데 이 말 해 놓고 너무 맛있다며 다 먹은 녀석... 내일 하나 사준다고.. 

결국 다 먹어버린 맥플러리/ 문제의 포도 스티커판

  라피는 밥을 먹고 나서 자주 눕거나 단 것을 먹는다. 이 외에도 건강하지 못한 습관이 많아서 고쳐주려고 포도송이 스티커판을 만들었다. 동그라미를 좀 그리다 나머지는 그에게 그려보라고 했더니, 왠 추상화를 만들어 놨다. 정갈하고 규칙적인 내 동그라미와 무질서하고 온갖 개성이 도드라진 그의 동그라미를 보며, 새삼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페이지 안 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06.30.월 [워홀+335]_ 하는 것 없이 바쁘구만

 

 월요일마다 짐에서 필테수업을 한다. 인기가 많아서 일주일 전부터 마감되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도 대기 인원이 떨어지길래 희망을 품어봤는데, 역시 안 됐다. 그런 김에 오늘 운동은 패스하기로 했지 뭐.  

한 명만 빠지면 됐었는데...

 

아침은 내가 만든 에그마요

 아침을 먹고 나서는 영화를 봤다. 요즘 릴스에 자꾸 뜨길래 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한국적인 요소도 잘 살아있고, 음악도 완성도 있고, 무엇보다 매 장면이 스타일리쉬해서 좋았다. 확실히 소니 픽쳐스거라 사운드가 다 살아있었다. 그런 면에선 예전 소니에서 판권이 있었을 때 스파이더맨이 생각나기도 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 매진을 기록하는 대형 스타디움 공연이 없을 때면 이들은 또 다른 활동에 나선다. 바로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평점
-
감독
크리스 애펄핸즈, 매기 강
출연
아덴 조, 안효섭, 켄 정, 메이 홍, 유지영, 김윤진, 조엘 킴 부스터, 라이자 코시, 대니얼 대 김, 이병헌

 

그가 떠날 땐 정말 너무 슬펐다

 저녁엔 아르고스에 라피의 디제이 기어를 사러 갔다. 몇 개월 내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해냈구만. 열심히 일한 돈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산 녀석이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온 김에 내 선풍기도 사준다고 해서 좋아했었건 만, 웬만한 건 거의 품절이라 살 수 가 없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저가형 30파운드(한화 약 6만원)내의 제품들은 다 품절이고, 남은 건 80에서 100파운드(한화 약 16만원~20만원)짜리 뿐이었다. 할 수 없이 그냥 빈 손으로 집에 왔는데, 밤에 정말 자다가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무더위에 더 많아진 납작 복숭아

 

 저녁은 닭볶음탕을 했다. 한국에서는 먹기만 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요리였다. 양파랑 감자도 까야 하고, 당면도 불려야 하고, 닭도 삶아야 하고 등등등. 라피가 디제이 덱에 빠져 있는 바람에, 부엌에서 혼자 이걸 만드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이 날 온도가 32도 였는데, 닭이 삶아지는 건지 내가 삶아 지는 건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진이 빠졌다.   

 

 이 걸 먹다 보니 심지 생각이 났다. 예전에 그 애도 선풍기 없는 부엌에서 이걸 만들곤 했는데, 이런 정성도 모르고 나는 당면이 너무 퍼졌다고 투덜댔었지. 마늘을 깔 때마다 어머님 생각도 나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을 발견했는데, 사우스아시안들은 닭도리탕이 치킨커리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점이었다. 라피한테 물어보니까 그렇게 보자면 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단다. 그래서 닭도리탕을 파라타(난의 한 종류)랑 같이 먹었다 깔깔. 오늘은 이처럼 딱히 뭐가 있진 않았는데도 바쁘게 굴러간 하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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