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6월 네 번째 일기 (06.17~06.21)_ 반 백수 생활 중입니다

킹쓔 2025. 6. 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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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화 [워홀+322]_ 쉬는 날인데 바쁘네요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카드 신청 완료.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카드를 만들 기 위해 몇 주 전부터 계좌 만들고 난리 쳤걸랑요. 고심 끝에 예전에 버스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선택했다. 밀린 일기도 쓰고 나름 바쁘게 보냈네. 


06.18.수 [워홀+323]_ 런던에서 보내는 피서


 요즘 날이 너무 덥다. 하루에 샤워를 몇 번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여기는 위도가 높아서 그런지 햇살이 더 따가운 느낌이다. 지난 번에 얼굴이 까맣게 탄 이후로, 요즘은 외출할 때 마다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에어컨과 선풍기 없는 런던의 30도 견디기

 그게 이상해보였는지, 지나가던 아저씨가 그렇게 다니면 앞은 보이냐며 농담을 건넸다. 겨울엔 해가 없어서 아쉬울 거라며, 아프리카에선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웃어댔다. 휴- 지난 번에 충분히 해 없는 겨울 겪어봤구요, 화창한 날씨도 딱 일주일 좋고 끝이였구요. 제일 중요한 건 아임프롬 코리아거든요?

 그렇게 농담을 건네던 아저씨는 다시 헬스장에서도 마주치고, 머신을 옮길 때 마다 또 만나고, 운동 끝나고 간 세인즈버리에서도 또 마주쳤다. 깔깔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통성명을 했는데 아저씨 이름은 조였다. 조 아저씨가 내일도 헬스장 올 거 녜서 그럴거라고 내일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러고 다음 날 안 갔음)

난 한국인, 토핑은 산처럼 쌓아서 먹지

 집에 와서는 피자를 먹었다. 이번 주는 근무가 8시간도 안들어가서 긴축정책을 해야됬기 때문이다. 냉동피자 한 판에 토핑을 가득 올렸는데 도우가 얇아서 잘 못버티는 느낌이었다. 너무 욕심껏 부었나.

라피랑 함께한 첫 극장 나들이

 밤에는 라피랑 심야 영화를 보러갔다. 기다리던 발레리나!  별 기대없이 봤는데 완전 재밌었다. 할슈타트랑 프라하처럼 친근한 공간도 나오고, 이쁜 언니도 나오고, 액션도 시원시원하고.

 
발레리나
 

 무엇보다 ’fight like a girl’이란 대사가 와 닿았다. 대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액션 영화에서는 캐릭터를 너무 비현실적으로 강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발레리나에서는 작지만 주변 도구들을 잘 활용하고 가벼운 몸을 활용해 싸움을 해쳐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너무 더웠는데 헬스장도 가고 극장에 있으면서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쐬니 좋았다. 한국처럼 빵빵한 냉방이 흔치 않은 런던에서 더위를 잘 피해다니기란 쉽지 않구만.


06.19.목 [워홀+324]_핫걸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하고 있는데 아란이 오믈렛 좋아하냔다. 당연 너무 좋아한다니까 금방 하나 만들어줬는데, 내 입맛엔 너무 짯다 흑흑… 그래도 맛은 있었다. 쉐프들이랑 같이 살다니 이런 행운이 종종 생기는구만.

 오늘은 라피를 일터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이번 주는 거의 방학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근무시간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 시간들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하다가 라피륵 데려다 주기로 결정했다. 매 번 나의 출퇴근길을 함께해준 녀석, 이번엔 내가 함께해줄게!

Here We Go

 이왕 집을 나선 김에 어제 산 새 옷도 입어봤다. 선글라스도 끼고 구두도 신고 나름 멋을 부려봤다. 어제 에이체엔앰 세일에서 5파운드 짜리 원피스를 득템 했는데, 정말 잘 산 것 같다. 

 라피만 데려다주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자꾸 더 있다가라는 녀석의 성화에 조금 앉아 있다 왔다. 그게 두 시간이 될 줄은 몰랐지만. 펍에 와서 안주만 축 내고 있는 나는 역시 한국 사람인가 히히. 괜히 혼자 민망해서 마지막은 버드와이저를 시켰는데 다 못 먹고 남겨버린 알찔이. 

 

 집으로 올 때는 버스를 탔다. 튜브가 편하긴 한데 하루에 두 번 타기엔 교통비가 꽤 부담스러웠다. 오는 길에는 타워브릿지에서 노을진 템스강을 만났다. 영국의 여름도 한국만큼이나 덥구나. 더워 죽겠는 핫 걸의 하루 끝. 


06.20.금 [워홀+325]_ 일이 너무 하고 싶어요

 

 일하러 갔더니 뉴진쓰가 고구마를 줬다. 그녀의 친구가 매 번 온도 체크를 해가며 직접 구운 군고구마였는데, 냉장고에서 숙성되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예전에 복고카페 같은 데서 디저트로 팔던 아이스구마가 생각났다. 

한국에서 먹던 거랑 비슷한 맛이 났던 아이스구마

 많이 쉬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이번 주는 근무시간이 매우 적었는데, 월요일 그리고 금요일 런치 근무가 전부였다. 사람이란 게 참 웃긴 게- 아니면 나란 사람이 참 웃기는 게-지난 주에는 그렇게 집에 가고 싶다고 타령을 하더니, 계속 쉬다보니까 일이 하고 싶어졌다. 집세 걱정도 되고 몸이 찌뿌둥하고 자꾸만 뭐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굉장히 점심 땐 적극적으로 일하고 왔다. 

 저녁은 타코야끼를 해 먹었다. 휴- 이 간식 한 끼에 거의 10파운드(한화 약 2만원)를 태운 나... 제 정신 일까? 하지만 런던에 온 이래로 계속 먹고 싶었던 음식임으로 봐주기로 했다. 놀기만 하니까 계속 집에서 뭐 주워 먹는 것 같네. 이런 말 할 지 몰랐지만 일 하고 싶어요 일~


06.21.토 [워홀+326]_ 나를 믿어주세요

 

 아침엔 짐 수업을 두 개나 들었다. 이완과 수축 운동을 함께 하고 오니 꽤 힘이 들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잤다. 사실 운동만 하고 온 게 아니라 쇼핑도 좀 했다. 월급 날이라 선글라스도 하나 사고, 핀도 사고. 평소 필요했으나 구매를 미뤄왔던 물건들을 샀다. 

채리티샵에서 발견한 가방, 사고 싶었으나 참았다

 어제 느낀 건데, 사람들은 유독 다 본인에 대해서는 박해지는 것 같다. 남들에겐 다 괜찮고 잘 하고 있다며 관대하게 봐주면서, 다 자신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특히 한국인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수능, 연애, 취업, 가족 계획, 나이에 따라 기대되는 사회적 기준을 만족 시키려고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책망한다. 나 역시도 그렇고.

 

 하지만-모두가 알다시피- 그 건 참 부질없는 행위다. 사람이란 입체적인 존재이며, 그들의 삶 역시 단편 적일 수 없다. 무대 위 어떤 이의 모습으로 자신을 평가하거나 비교해선 안된다. 우리는 종종 정상에 선 누군가의 그 화려함을 쉽게 말하고 부러워하고는 한다.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그 사람이 들인 시간과 노력은 간과한 채.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있다면 한 때 관중이었던 사람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주인공들이라고 전부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란 걸, 요즘 또 깨닫고 있다. 세상 살기란 정말 쉽지 않구나.

 

 아무튼 결론은 '내 편은 내가 들자'다. 하나 뿐인 내 자신, 내가 편 안 들어주면 누가 나를 돌보겠어. 아무튼 이번 주는 시간도 많고 생각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내린 결론은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내 자신'이라는 점. 애인, 부모, 친구 보다 더 든든하고 나를 잘 아는 내 자신의 지지 많이 나를 채울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 반 백수의 일주일 동안 내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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