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2.수 [워홀+632]_ 오늘도 공부
오늘도 하루 종일 아이엘츠 시험 공부를 했다. 이전과 달리 리스닝 외에도 네 영역을 다 공부했다. 리스닝은 감을 좀 잡았다 싶으면 다시 어려워진다. 리딩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지문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스피킹은 포즈를 줄이는데 노력해야겠다. 라이팅은 여전히 오타가 많이 나고 글자수를 채우기 힘들지만 쓰다 보니 또 재밌다.

휴가인데 너무 집에서 있는 것 같아서 저녁엔 잠깐 집 앞 마트에 나갔다 왔다. 오 분도 안 걸려서 할인 제품만 사서 들어왔지만 바깥 공기를 쐬니 좀 살 것 같았다. 피곤해서 낮잠도 잤다. 손을 회복해야 하니까 잠도 자야 한다면서 괜한 핑계도 만들어봤다. 방 청소도 하고 운동화도 빨았다.
자기 전에 모의고사를 하나 더 봤는데 여전히 점수가 낮았다. 그냥 시험을 환불 해버릴까 싶다 가도, 이왕 등록한 거 경험이라도 해보자고 말았다. 이제 출국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 나는 떠나야 하는 걸까? 이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과연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려나?
04.23.목 [워홀+633]_ 수험생 모드 중
계속 모의고사를 보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온다. 리스닝 올리면 리딩이 떨어지고. 리딩 올리면 리스닝이 떨어지고.
04.24.금 [워홀+634]_ 런던, 내가 살아가는 곳.

우리는 종종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는 한다. 이제는 익숙한 런던의 일상이 한 때는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순간이었던 것처럼. 예술과 문화의 도시 런던에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은 많았다. 현재를 버텨내기도 힘든 시간들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미래를 위한 다는 핑계로 많은 곳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테이트 브리튼을 찾아갔다.
얼마 전 우연히 접한 영상을 통해, <오필리아>나 <존 워터하우스>의 작품처럼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대부분이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험이 끝나면 가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미래를 핑계로 미루다 현재를 놓치는 기분이 들어 그냥 가기로 했다.


테이트 브리튼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빅벤, 옥스퍼드 스트릿, 피카딜리 서커스, 내셔널 갤러리 같은 런던의 명소들을 지나갔다. 십 년 전 여행하며 설레던 때부터 작년에 언니랑 사진을 찍어주며 곳곳을 누비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잠시 기분 좋은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빅 벤 · 영국 SW1A 0AA London, 런던
★★★★★ · 문화적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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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 · Trafalgar Square, London WC2N 5DN 영국
★★★★★ ·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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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브리튼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내부의 아치 디자인은 엘에이의 게티 갤러리를 떠오르게 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보고 싶던 그림만 보고 서둘러 관람을 마쳤다.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에 비하면 한참 작지만 그래도 꽤 유명한 그림들이 많아, 여행객이라면 시간을 내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테이트 브리튼 · Millbank, London SW1P 4RG 영국
★★★★★ ·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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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이 · Riverside Building, County Hall, Westminster Bridge Rd, London SE1 7PB 영국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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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토 [워홀+635]_ 꽝이오
오랜만에 뉴진쓰를 만났다. 연애도 일도 잘 하고 있다는 그녀. 대단해. 라피랑은 잘 지내고 있냐는 물음에 잘 지낸다고 대답했다. 더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고 설명할 힘도 없었고.

짬뽕을 먹으려다 그냥 Laxa라는 말레이시아 요리집에 갔다. 반전은 가게 이름과 달리 락샤전문점이 아니었다. 라면이랑 중국식 볶음면 등 전반적인 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파는 락샤는 당연히 맛이 없었다. 이 와중에 음식 값이랑 서비스 차지는 왜 이렇게 비싼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소호 락샤 딜리버루 시킬 걸 후회가 됬다.
04.26.일 [워홀+636]_ 할 까 말까 할 땐 하지 마세요.

린이가 끝나고 키코 팝업에 가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사실 3일 연속으로 오전 근무를 했더니 좀 피곤했고, 발도 아팠는데. 늘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기 미안해서 나름 맘 먹고 갔다. 대부분 시간이 안 맞았는데, 오늘은 마침 같은 시간에 끝나길래 가야 할 것 같았다.

팝업은 거의 끝물이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사은품이나 다른 경품 같은 건 이미 다 소진되었다고 했다. 여기 까지 온 번거로움과 공부할 시간을 낭비만 한 것 같아 짜증이 났다. 그 와중에 이런 마음이 일행들을 괜히 신경 쓰게 할 것 같았고, 먼저 집으로 왔다.
차라리 신발이나 보러 갈걸.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 속 뒷 축을 지지하는 심이 빠져 나와서 걸을 때 마다 아킬레스 건이 긁혔다. 심을 피하려고 신경 쓰다 보니 걸음걸이마저 이상해진다. 이번 시험 등록을 안 했으면 좋은 운동화를 샀을 텐데. 팝업도 그렇고 시험도 그렇고,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 밀어 붙이기보단,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04.27.월 [워홀+637]_ 미니 휴가 또 시작
오랜만에 마감 근무를 했다. 평소라면 바쁘지 않을 월요일인데 사람도 많고 일도 많았다. 예약이 갑자기 밀려서 내일까지 잡아놨는데 샤지아가 왜 매니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짜증을 냈다. 아니 그럼 미리 알려줬어야지. 안 그래도 간 만에 하는 일이라 감이 떨어진 게 느껴져서 속상하고 있던 차에 그녀가 따로 불러서 계속 쪼니까 조금 기분이 상했다.
마감도 평소보다 늦었다. 끝나고 레토에 투굿투고(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마감 직전 당일 제품들을 할인해 무작위로 담아주는 앱 서비스)를 받으러 들렸는데 은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번 케이크는 지난 번에 비해선 신선했지만, 똑같은 걸 두 개 받아서 아쉬웠다.

L'ETO Soho · 155 Wardour St, London W1F 8WG 영국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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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리딩 하나 풀고 자려고 했는데, 집에 오니 12가 넘어서 그럴 수 가 없었다. 아침에 리스닝이랑 라이팅 하나씩을 풀고 갔던 게 다행이었다. 내일부터 또 휴가 시작이라 살짝 마음이 느슨해 졌다.
04.28.화 [워홀+638]_ 드디어 밖으로
새벽에는 또 밤을 설쳤다. 지난 번 미리 결제했던 당 월 카드 대금이 여전히 연체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터넷 접속 상태가 불안정해서 상담원 연결은 힘든 데, 외국이라 전화는 안되고. 돈을 다시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수영이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잘 해결 되었지만, 그 바람에 아침이 되어 서야 잠들 수 있었다. 덕분에 오후까지 늦잠을 잤다.
요즘은 자주 창가에서 시선을 머무르곤 한다. 집에서 공부를 할 때는 벽을 보고 하는데도, 자꾸만 밖에서 바람이 산들 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햇살마저 선명하게 비추는 탓에 방에만 머무르기가 힘들다.

덕분에 귀찮음을 털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오 억 년 만에 장도 보러 갔다. 한국에 살 때는 장 보러 가는 일이 재밌고 이벤트처럼 느껴졌는데, 영국에 살면서 매 끼니를 챙기다 보니 가끔은 이 일이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건강과 가계 경제를 위해 해야 할 일 이니까. 요 몇 주 시험 핑계로 외식을 하거나 마감 세일 중인 레토르트 식품으로 끼니를 떼웠더니 당장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토마토 같은 건강식 위주로 구매를 해봤다.


확실히 곧 떠날 생각을 하니, 씀씀이에 좀 더 너그러워진다. 돈이야 또 모으면 되지만, 지금 여기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다시 만들기 힘들테니까.
오랜만에 요리도 했다. 메뉴는 홍콩 스타일 에그누들 수프. 오세요에 가보니 어묵이 중이었다. 요 며칠 사쿠라가 집에가면 피쉬케이크를 해 먹을 거라고 하도 자랑을 했던 게 생각나서 냉큼 집어왔다. 때 마침 코옵에서 마감세일 중인 에그누들도 발견했다. 럭키비키. 신나는구만.
04.29.수 [워홀+639]_ 오답 노트
매일 똑같은 점수가 나오는 라이팅영역을 위해 오답 노트를 만들었다. 리스닝처럼 라이팅에서도 조그만 문법 실수들이 잦았다. 시제나 수 일치, 스펠링 같은.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04.30.목 [워홀+640]_ 언니의 날
간만에 헬리 만나러 출동. 약속 시간은 한 시인데, 건물 청소 날이라 그냥 일찍 나왔다. 어차피 집에 있기는 너무 시끄럽고 화장실이랑 부엌도 잘 못써서 불편하니까, 차라리 일찍 나가서 약속 장소 근처 브리티쉬 라이브러리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정류장 잘못 내린 김에 들러 본 세인트 판크라스역. 여기 올 때마다 언니가 보고 싶다. 우리가 이모 얘기를 하면서 웃다 울었던 카페부터 배웅해 줄 때 개찰구까지. 지금도 뒤를 돌아보면 그녀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넬 것 같다.
St Pancras International · Euston Rd., London N1C 4QP 영국
★★★★☆ · 대중교통 이용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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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쉬는 날이면 늘 여기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많이 왔어도 공부를 한 적은 없다. 왜냐면 열람실 사용이 가능한 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부 열람실에 올라가지 않아도 2층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와봤다. 와이파이도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비밀번호 없이도 접속이 가능했다. 비록 계속 접속이 끊겨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듣기 평가 중이었는데 자꾸만 음성이 겹쳐버리는 것...
영국 도서관 · 96 Euston Rd., London NW1 2DB 영국
★★★★★ ·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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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우스를 가져왔는데 건전지가 없어서 쓸 수도 없었다. 드래그 할 일이 많았는데...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의자 등받이가 없어서 불편했다. 사람들이 여기 오면 공부가 더 잘 되는 느낌이 든다던데, 내가 조금 까다로운 편인가. 언니는 이런 데 서 어떻게 매일 공부를 한 거지. 역시 난 사람은 달라.


헬리에게서 약속장소를 바꾸자는 연락을 받았다. 원래 가려던 정 페스티벌이 내일부터 시작하니 다른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가는 길에 러셀스퀘어를 지나가는데 또 언니 생각이 났다. 오늘은 언니의 날인가..
러셀 스퀘어 · Russell Sq, London WC1B 5EH 영국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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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né · 2, victoria house, Southampton Row, London WC1B 4DA 영국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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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는 이곳을 맘에 들어했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호지차라떼인데 맛이 너무 밍밍했다. 한국식 카페래서 기대했는데. 그래도 매일 지나다니던 거리인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다니 조금 반갑고 놀라왔다. 이곳 저곳 잘 다녀보는 그녀 덕에 여러 곳을 가보네.
멀리서 보러 와준 그녀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시험 공부 때문에 두 세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 청소나 도시락 준비도 해야 해서 마음에 여유도 없었고.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려고 했는데, 버스가 너무 안 와서 그냥 걸어갔다.
오랜만에 로즈버리애버뉴랑 엑스머스 거리를 지나갔다. 이전에 매일 출 퇴근 하던 곳인데. 너무 오랜만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그 곳은 활기차고 사람들로 붐볐다. 또 언니 생각이 났다. 언니 마중 나오던 거. 신발 들고 갔더니 좋아해준 거.
요즘은 떠날 때가 되니 언니가 더 생각나는 것 같다. 여기서 이렇게 매일 살아야 한다고 하면 내키지 않아 할 거면서, 그렇다고 막상 떠나기엔 아쉬운. 그렇지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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