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6년 5월 첫 번째 일기 (05.01~05.07)_ 다이슨보다 비싼 영어 시험

킹쓔 2026. 5. 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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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금 [워홀+641]_ 굿바이 사쿠라

 

 사쿠라가 떠났다. 쯔야오, 조쉬에 이어 내 최애들은 전부 떠난다. 그나마 마음 열고 서로 더 가까워 지려할 때 딱 떠나는 것 같아 아쉽다. 런던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고 떠나보내는 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05.02.토 [워홀+642]_ 또 마감

 

 또 마감 시작이다. 그래도 아침에 공부를 조금 하고 와서 마음이 놓인다. 맑은 하늘과 밤이 돼도 밝은 하늘을 보면 여름이 온 게 확실하다. 그런데도 아직은 숏패딩을 놓고 다니기 아쉽다. 바람도 많이 불고 퇴근 하고 집 갈 때 쯤 에는 조금 쌀쌀해서. 그러고보면 여기 와서 제일 잘 산 게 이 숏패딩인듯.    


05.03.일 [워홀+643]_ 바깥 구경

 

 시험을 등록하고 난 이후로 쉬는 날은 거의 집에만 있는다. 모의고사 몇 개를 풀다가 가끔 너무 답답하면 코옵에 가서 떨이 세일이나 보고 온다. 그때 마다 보는 하늘은 왜 이리도 예쁜지. 마치 감방에 있다 출소한 죄수가 바깥 세상의 아름다움에 놀라는 기분이랄까.


05.04.월 [워홀+644]_ 영국에서 열리는 한식 페스티벌

 

 대기만 5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전설의 그 정 페스티벌. 개점 전에는 한산한 듯 싶더니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어왔다. 영국에서 2시간 넘게 대기한다는 말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축제 시작 전 한산한 페스티벌

 

 

Canopy Market · West Handyside Canopy, 2 Granary Square, London N1C 4BH 영국

★★★★☆ · 시장

www.google.com

 

곧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한 정 페스티발

 

드디어 먹게 된 순대. 무려 이만원짜리다. / 닭강정

 생각보다 사람은 많고- 특히 외국인 비중이 훨씬 높았다-, 점포는 적고, 가격은 비싸고, 맛은 그냥 그랬다. 한국문화원이랑 정부기관에서 후원하는 건데도 행사 질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 대부분이 한국에서 먹던 맛보다는 많이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다고 또 현지화가 잘 된 맛인 지도 잘 모르겠다. 대부분 가격이 10파운드에서 20파운드였음에도 양이 너무 작아 저렴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쓰레드나 인스타에 올라온 다른 한국인들도 비슷한 의견인 걸 보면,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닌 것 같다. 

 

 대신 디저트들은 만족스러웠다. 호떡은 피가 너무 두껍다는 후기가 많아서 안 먹었지만, 약과는 8개를 샀다. 적당히 쫀득하고 달지만 한국에서 먹던 맛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2.5파운드(약 오천원)라는 금액이 적당하게 느껴졌고, 영국에서 구하기 힘든 디저트라 희소성도 있어서 주변에 나눠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구매 후 느끼는 만족감도 컸다.   

 

 출근 전에 간 거라 촉박하게 볼 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볼 게 많지 않아 여유로웠다. 오랜만에 뉴진스도 만나고 나름 재밌었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비슷한 페스티벌을 한다면 굳이 가진 않을 것 같다. 


05.05.화 [워홀+645]_ 첫 도전, 감바스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마늘 더미가 남아있어 급하게 감바스를 했다. 마침 운좋게 코옵에서 마감세일 중인 새우도 발견하기도 했고. 그런데 치킨스톡을 너무 일찍 넣는 바람에 망했다. 생각보다 마늘을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05.06.수 [워홀+646]_ 시험 전 날

 

 요즘 시험 준비한다고 식사를 대충 떼웠더니 또 윗배가 쿡쿡 쑤시면서 아팠다. 너무 밀가루만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서 계란찜을 해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뿌듯했는데 설겆이 할 때 보니 바닥에 눌러붙은게 많아서 조금 고생스러웠다. 


05.07.목 [워홀+647]_ 다이슨보다 비싼 영어시험, 아이엘츠 시험 후기

 

 이 얼마 만에 보는 공인 시험인가. 19년 아이엘츠 본 게 마지막이니 거의 10년 전 쯤이네. 그래서 그런지 나름 긴장하고 그러다보니 어제 또 잠을 설쳤다. 어서 자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과 너무 긴장 돼서 잠이 오지 않는 다는 나의 마음들이 다툰 지난 밤... 

비몽사몽한 나와 또렷또렷한 하늘

 엠비티아이 대문자 N인 나는 가끔 시험을 볼 때 마다 학생으로 위장한 스파이가 임무를 위해 본부의 지원 하에 대리 시험을 치는 상상을 해보는데. 아이엘츠에서 그런 일은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안경부터 신발까지 정말 공항보다 더 철저하게 온 몸 구석구석을 스캔한다. 그래 나 여기에 수험료만 60만원(271파운드) 냈지. 남들 다 여행 가고 고가의 물건 구매할 때 이 시험에 큰 돈 투자한 나.  

하지만 점심은 치즈쪼가리와 식빵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물병을 가져갔는데, 정수기 없다고 해서 내부 카페에서 1.2파운드 주고 물을 샀다. 물병 까서 먹자마자 보이는 정수기 뭔데요... 슬프지만 점심 값 아낀 걸로 대충 위로 해봅니다. 이런 빵과 치즈 쪼가리를 식사라고 하다니 유럽인 다 됐네.


내 목표 점수는 오버롤 6.5였다.

 린이가 시험은 항상 100점을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험을 보면서 그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조용하고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집에서만 공부하다가, 낯선 수험장에서 긴장한 상태로 보는 시험은 평소보다 역량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리스닝은 각자 헤드폰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들의 소리가 다 들릴 정도라 정말 정신 사나웠다. 게다가 감독관이 신분증 확인을 위해 돌아다니는데 여권을 떨어뜨리거나 계속 의자를 쳐서 집중이 정말 안됐다. 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자꾸 답을 수정하면서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원래 연습 때는 늘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한참 준비가 모자랐던 스피킹

 예상했던 대로 가장 고전했던 건 스피킹 영역이었다. 원래도 어렵게 느껴졌는데 다른 영역들에 비해 준비가 모자라서 자신감도 없었다. 컴퓨터 아이엘츠는 처음 보는데 별도의 방에 들어가 화상 면접을 본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walk와 work를 헷갈려서 어렵지 않았던 질문을 잘못 이해했던 것 같다. 대답을 하는데 인터뷰어 표정이 당황스러워지는 걸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어쨋든 예상보다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해외에 있다 보니 자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아이엘츠 레디 프리미엄으로만 공부했는데, 무료 자료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이걸로도 충분히 시험 대비를 할 수 있다. 

네가 너무 그리웠어 호텔 췌컬렛

 

시험 끝나서 너무 행복한 수험생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코벤트가든 구경

 

사랑스럽고 귀여운 노년커플

 

간만에 맥켈러

 아마 원하던 점수는 받기 힘들 것 같다.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목표 점수를 받기엔 내 영어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휴가 기간들을 전부 공부하느라 써버린 건 아쉽지만 그래도 느낀 게 많다. 우선 나름 성실하게 생활했다. 출 퇴근 전후로 틈틈이 공부도 하고. 그래도 취업에 비해 시험은 노력 한대로 성과가 나타나주는 것 같아 좋았다. 

 

 또한 영어에 대해 조금 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외국에 있는 다고 절대 영어가 느는 건 아니라는 것. 물론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더 자주 말 하고 듣다 보니 영어에 자주 노출된 환경에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더 는다고,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수일치나 시제를 고려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더 정돈 된 영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강세에 집중하다 보니 억양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푸는 지 보다 얼마나 밀도 있는 오답 풀이를 하는 지가 실력 향상을 결정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단순히 공부를 많이 했느냐 보다 반복되는 실수를 체크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의 큰 풍파 없이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이들보다 결핍 속에서도 결실을 맺는 단단한 사람들이 더 멋있어 보이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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