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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3월 네 번째 일기 (03.18~03.24)

by 킹쓔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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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월_ 뭐든 부딪혀서 깨져봐야지 알아.

 
 나는 <이성과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이란 편견이 있었다. 이른바 남자들의 세계는 내게 도무지 편치않고 어색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첫 직장 동기들 사이에서도 약간 겉도는 느낌이 났고, 예민하게 굴던 나와 달리 비교적 무던했던 그들의 머릿 속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음, 정확히는 내가 이성에게 잘 지낼만큼의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 그 생각이 아주 큰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관계에 있어 중요한 건 성별도, 나이도 아닌 두 사람의 노력인 데 말이다.  많지는 않지만 내겐 소위 남사친이 있었고, 그들과 꽤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건 어느 날 저절로 탁하고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다. 몸소 깨지고 부딪히며 얻은 결과랄까? 이성을 대하는 일이 달갑지 않고 거부 당하거나 상처 받을까 두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뭐. 그래도 그냥 했다. 뭐든 시작하기 전엔 온갖 걱정과 불안으로 호들갑을 떨던 나 지만 동시에 그런 내 모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거든.
 
 자주 해보고 더 겪어보면서 내 안의 그 근거없는 편견과 두려움을 깨고 싶었다. 그리고 의외로 나는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었다. 약간의 대 다수의 동성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긴 했지만, 그들도 어쨋든 사람이니까. 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존재>
 
 오후엔 이런 저런 생각에 맘이 흐드러졌다. 싱숭생숭, 뭐 때매 그랬나 싶었는데 봄이라서 그랬구만? 약간의 가라앉은 기분과 우울감에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커져갈 때쯤, 안되겠다 싶어서 체육관에 갔다. 달다구리로 혈당 팍팍 오르게 한 채로. 승급일 얼마 안남았다구. 

자꾸자꾸 줄어드는 내 도복

 그 주전부리들 덕인지, 수업도 괜찮게 잘 들었고 몸 컨디션도 좋았다. 왜인지 도복은 조금 끼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 기세를 몰아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길거리엔 벌써 개나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벌써 흐드러지게 봄이 왔구만. 삼악산때만 해도 아직 황량한 느낌이라 3월 맞나했는데. 지역의 차이인가 서울은 이렇게 가까이 봄이 곁에 있었네. 

쪽빛 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처럼, 영롱한 개나리들

 벌써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꽃망울이 터지고 곱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간. 그래, 일단 해보자. 뭐든 부딪혀보자. 그렇게 늘 끊임없는 불안과 근거없는 두려움의 장막을 깨고 <그 것 또한 별게 아니였다>는 말을 몸소 피워내보자. 언제 까지고 끝나지 않을 겨울 뒤에도 봄은 온 다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의 참 진리일테니.


03.19.화_불타는 비지데이


오늘은 정말 비지비지 비지데이였습니다. 아침부터 일이 폭탄처럼 밀려와서 점심도 못먹고 2시까지 일했구요. 증명서 때문에 은행도 갔어야했어서 정신없는 와중에 그만두고 싶다고 생도가 연락와서 바쁘다바뻐 왕바뻐였습니다.

사표 임티 아주 잘 쓰는 우리생도 장하다 장해

 4시쯤 점심 겸 저녘으로 겨우 쑥개떡을 (아주 많이) 주워먹었습니다. 봄인지 참 많이 팔데요. 옆가게에서 3천원짜리 사려다 떡전문점에서 5천원짜리 사다가 아주 옴팡지게 먹었습니다.

쑥물 아니고 시금치겠지?

 집에 와선 피아노를 조금 쳐봤습니다. 매번 멈칫대던 짐노페디 중간부분을 쳤는데 좀 치다보니 손이 알아서 기억을 찾아갔습니다. 운동일기도 잘 써졌는데 꼭 이렇게 집중 잘 될땐 배터리가 떨어지더라구요. 미리미리 충전을 시켜놓읍시다. 근데 또 숏츠보면 한 시간은 후딱 갑니다. 충전이 다 끝났는데도 이어지는 쉬는시간은 어쩔 수 없군요.

민트초코볼/ 딸기슈팅스타/ 팥있는 말차당

 인스타에서 본 베라 신상을 동생에게 보내봅니다. 누구 동생인지 말을 잘 듣습니다. 딱히 콕 집어 말하지 않았는데, 맛도 아주 잘 뽑아왔습니다. 후훗 혹시 언니가 누구니? 끼깔나다야. 

그렇게 그리던 산딸기 킷캣

 저녘까지 잘 참았는데 결국 당파티를 해버렸긴 합니다만, 오늘은 바쁨데이였으니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주십시오. 빨래도 해야됬는데 못한 건... 어쩔 수 없죠. 소화시킨다고 또 두시까지 놀다 잤는데, 자꾸 이러면 안되겠습니다. 충전 호르몬들이 활개칠 수 있도록 얼른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습니다. 


03.20.수_걱정은 넣어둬

 
 스캔이란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5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비자센터 서류 업로드가 30분이 넘게 걸렸다. 파일용량 문제가 생길줄 몰랐지. 자꾸 안된대서 뭔 소린가 했는데 해상도를 너무 높여놨기 때문이었다. 맞다. 뭐, 이렇게 또 배우는거지. 
 
 어젯 밤에 이어폰을 샀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그 주짓수 키링을 달 때마다 이어폰은 사라졌다. 앞으론 절대 달지말아야지. 제 내 인생에 20만원 넘어가는 비싼 이어폰은 이제 없다. 몇개 째야?
 
 인생이란, 알 수 가 없다. 어떤 건 은근 오래걸리고, 예상 외로 금방 끝나버리는 것도 있고. 잃어버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꽤 자주 사라지는 물건들도 있고. 있어도 잘 안쓰게 되는 것도 있고. 오래되서 사용불가가 되는 것도 있고. 뭐 기타 등등.
이래서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없다는 말이 있나보다. 걱정해서 사라질 일도 없다는 것도.
 
 그러니까 쓸떼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걱정했던 일이 안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 내 생각보다 더 큰 일이 닥쳐오는 경우도 있고. 사는 거 뭐 별거있어? 그 때 그때 최선만 다하면 되는거지 뭐. 


03.21.목_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둥근 해가 떴습니다. 아침부터 어디가냐는 질문만 여섯 번 넘게 받고 지옥철에 치이는 직장인의 하루도 찍었다. 

꼭두새벽부터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 존경합니다. / 멀찍이 떨어져앉게된 나랑 벅와

 

 여기가 그 유명한 단암빌딩.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이제 여기 들어가면 진짜 무를 수 없는 강 건너기다. 어젯밤에 괜스레 맘이 일렁거렸는데 아침되니 또렷하고 차분해졌다. 그래 자고로 사람은 해를 봐야 돼. 뜨뜻한 데서 정신 맑을 때까지 봐야해.가자가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으로.
 

  
 그런데 거의 한 시간 먼저 도착했는데 아직 문도 안 열었다. 아 와서 화장해도 될 뻔 했네, 고데기 가져올걸. 비네트 찍는데서 새벽부터 쨍하게 단장했거늘, 머리가 문제였네. 손도 문제라서 지문 한 열 번 다시 찍은 듯... 이렇게 지문인식이 안되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직원 분.. 죄송합니다. 읽히기 쉽지 않아서...나름 이주 전부터 핸드크림도 열심히 발랐는데요. 

이젠 정말 가는구나

 

 남대문 아침도 먹고 왔다. 갈치조림에 그 달큰한 무가 너무 먹고싶었거든.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가격대비 부실한 느낌. 엄마가 해줬던 게 더 맛있던 거 같기도 하고. 액세서리 도매점 들렀다 오려다 시간때문에 서둘러 회사로 왔다. 이쁜 거 많던데, 사서 가기전에 작별 선물로 주고 가야지. 다음에 여권 받으러 오면서 가봐야겠다.
 

 


03.22.금_풀만 먹다가 속세음식을 만나니...

 
 며칠 전 부터 자다 깰 정도로 복통이 생긴다. 한달 전쯤부터 오른쪽 가슴 아래가 쿡쿡 쑤셨고, 그러다 괜찮아지는 듯 보였다. 꽉끼는 속옷을 입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미진쓰 스타일 브런치

 그래서 샐러드를 먹었다. 진짜 맛이 없었다. 퍽퍽한 닭가슴살, 슴슴한 야채, 그나마 먹을만한 아보카도. 어쩔 수 없지. 한동안 얼마나 방탕하게 살았는가. 불규칙적인 식사, 끼니 대충 떼우기,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의 향연들 사이에서 어쩌면 안 아픈게 이상할 정도였을 수도.
 
 오늘은 마음이 살짝 가라앉은 상태다. 아침부터 생도한테 받은 카톡에 마음이 무거웠다. 나만큼이나 참고 있었겠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것도 모르고 있었고, 알게 된 지금에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게 없구나. 돈도 문제인데 이 일이 잘 해결되야 어서 편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몸도 말썽이다. 왼손 검지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통증이 손 등 전체로 커졌다. 테이핑을 안하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오른쪽 무릎 아래도 다시 아프고. 주짓수 진짜 이거 계속 할 수 있을까 나는…이번 달은 유독 출혈도 길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보였는데. 꽃샘추위마냥 호르몬의 늦은 심술인건가?

  또 이번 주 일정은 아주 어제부터 목금토일 빽빽하다. 누가 또 이딴식으로 짜랬나? 누구긴 누구야 바로 너님이죠… 그냥 몸이 피곤해서 그런걸로 치자.
 
 피곤하다. 심리적으로도. 엄마랑 싸웠다. 시작은 위로로 시작했는데, 그냥 가만히나 있을 걸 그랬다. 어줍잖게 잘 들어주지도 못할거면. 잘 참고 잘 들어주지도 못하는 딸이라니. 정말 못났다. 얼마 전에 지인이 엄마랑 싸웠다길래 자책하지말고 우울해하지말랬는데. 누가 그랬지, 모녀관계란 자고로 조금 떨어져있어야 이상적이라고. 우린 지금 너무 가까운 관계라 그런건가?

 

당근쥬스와 바나나푸딩이라니...정말 근본없는 조합

 우울한 마음을 안고 저녘 약속에 나왔다. 기분 안 좋은 상태를 들킬까봐 걱정했는데 또 와서는 괜찮아졌다. 별로 배고픈 상태는 아니었는데 왠종일 풀만 먹어서 그런가 계속 주워먹게됬다. 카페가서 건강 챙긴다고 당근착즙쥬스까지 먹은 사람이 바로 나야나. 물론 쿠키랑 바나나푸딩도 먹었구...후후...
 
 케이크집 알바생 그렇게 깐깐하고 까칠하게 전화받더니,,, 일은 왜 이런식으로 했담. 박씨 아니고 밤씨라구요! 공주알밤 율곡밤할 때 밤씨! 나한텐 쿠팡이츠 배민 네이버 예약 다깔게 만들더니... 정말 내로남불이야. 인기맛집이라 넋을 놓을정도로 바빴으려나...

 
 역시 카페 만으로는 서운해서 밥을 먹으러 갔다. 약수역 맛집치면 제일 먼저 뜨는 성시경 먹을텐데에 나온 식당이라는데. 웃긴게 막국수집인데 닭이 맛있단다…

실제로는 파가 제일 맛있었다. / 비오는 약수역

 

 
 식사가 끝났는 데도 대화의 열기는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 비오는 약수동을 좀 걸었다. 많이 오지 않아서 나름 분위기있고 좋았다. 하, 아침점심까지 잘 참았는데 저녘에... 그래도 뭐 좀 걸었으니 됬다! 


03.23.토_주희룽이랑 시내 데이트

 아침은 아주 간단하게 두부유부초밥으로 시작! 역시 물기를 꽉 짜구하니 비주얼이 좋구만. 다음에 도시락 쌀 땐 이렇게 싸야겠다. 

 주희가 가보자고 한 <뉴뉴>. 액세서리 전문점인데 꽤 컸다. 바로 옆엔 <미미라인>도 있어서 쇼핑하기 좋아보았다. 생각보다 주말인데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침이라 그런가 한국인들은 별로 없었고 카와이를 외쳐대는 일본사람들은 조금 있었다. 그 사이를 누비며 이것 저것 한 움큼 집다보니 중국인 관광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진주목걸이를 사러 나온 그녀

 <뉴뉴>랑 <미미라인>은 업종과 규모는 비슷하지만 컨셉이 좀 달랐다. 뉴뉴는 지하철 소매상의 확장판이나 다이소 같은 느낌이라면 미미라인은 못된고양이의 신버전이랄까?

 알리보다는 가격이 좀 있는데, 확실히 값어치는 하는 것 같다. 국산이라 집게 용수철도 더 짱짱하고 좋았다. 백년룽이가 리본 갖고싶대서 열심히 골라봤는데 맘에 안들어서 그냥 내가 주고싶은거 샀다. 

 

 점심은 중앙시장으로 먹으러 갔다. 베트남 향기가 느껴지는 포25는 나쁘지않았다. 주희껀 양이 꽤 많았다고 하는데 내껀 고기뼈만 컸고 생각보단 면이 적었다. 그릇만 크고.. 약간 페이크 같은 느낌? 그래도 맛은 있었다. 고기질도 나쁘지 않았고.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워서 오뎅을 샀다. 인스타에서 많이보던 성시경 먹을텐데 오뎅집. 숨어있는 고양이도 너무 귀여웠다. 오뎅은 개당 4천원인데 가마보꼬 오뎅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뎅이 두터운 대신 안에 내용물은 엄청 쪼그매서 실망스럽긴 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담엔 치즈맛만 사야겠다. 

 

왜 언니건 사고 친구들거만 사냐고 / 내꺼 한가득 사준 주희룽

 신당역쪽으로 내려와서 카페 아포케테리로 들어갔다. 얘기하면서 체육관 사람들 줄 거랑 애들 줄 거 바로 포장했다. 대니쉬 무슨 차를 시켰는데, 영 별로 여서 몇 모금 못마셨다.
 
 주희랑 같이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 내가 얘기하는 대부분의 작은 일에 공감 받고 지지 받으면 기분이 좋다. 기름져서 너적거리는 혈관에 비타500이 빵 들어간 것 처럼, 일상이 개운해진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정서적 지지는 더 소중하고 와닿는 법이니까.
 
 쳇바퀴 도는 듯 보이는 삶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이벤트들이 일어나듯이, 해가 갈수록 우리의 대화도 비슷한 주제인듯 더 풍부하고 깊어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깊어진 삶의 태도가 반영되는걸까?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을만큼 가까운 상대이기도 하고. 잠깐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또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역까지 오는 길에도 은근 들를 데가 많았다. 요즘 신당역은 정말 힙한 것 같다. 여기 조그만 가게라도 사놨으면 좋았을텐데, 그걸로 월세소득을 얻고 싶단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선 아빠랑 싸웠다. 어제는 엄마랑, 오늘은 아빠랑. 아주 불효녀 등극하기 딱 좋은 주네. 환기문제로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결국 막판에는 집을 나가라 못나간다로 언쟁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러웠을텐데, 이 날은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이러다 나 가면 아빠 엄청 후회할텐데,' 뭐. 후회 안한다고 소리쳤으니 상관없겠지만.


03.24.일_ 늘어지게 여유로운 일요일

 

푸대신 푸바오 / 컵만큼 멀찍한 우리사이

 간만에 맛보는 주말의 여유였다. 지루할 정도로 점심 때까지 침대에서 뻗대다, 갑작스런 그의 연락에 부랴부랴 나왔다. 우리동네 왔는데 연락 안한다 서운해놓고, 막상 만나니 바짝 얼타고 있는 내 모습이 나도 조금 웃겼다. 만나면 무슨 얘길하지? 괜히 나온다했다 온갖 걱정은 다했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잘 흘러가서 다행이었다.

 서로의 첫 인상에 대한 얘기를 하며 그에게 듣게 된 얘기는 참 흥미로웠다. 과거에 내가 오대산을 만들어서 고인물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었다고 한다.그 전에 없던 긴밀한 사적 모임을 만들어서 이슈였다는데, 웃겼다. 물론 지금은 그만큼 영향력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정말 이다지도 웃긴 사람이야 하하.

 7월쯤 출국 예정이란 말에 잘 놀러갔다 오는거 아니냐고 깔깔대는 그. 그다운 답변이다. 이쯤되면 가족들빼고 다 말하는 거 같다. 그래도 말해야 할 사람들한테만 말하고 있는 거니까 뭐.

 오늘은 평소 철두철미한 계획 하에 친절한 미국인 같던 그의 모습보다 장난끼 많고 툭툭 내뱉기 좋아하는 막내 같은 면이 돋보였다. 물론 후자가 조금 더 좋다. 늘 선을 긋던 그에게 살짝 벽을 좁힌 느낌이랄까? 나쁘지 않은 기분.

 

 오는 길에 오랜만에 꽈배기집에 들렀다. 참새는 방앗간을 못 지나치는구나. 시식용으로 먹은 대파꽈배기가 너무 맛있었다. 구매가능하냐는 질문에 아직은 시제품이라 정식 판매는 안한다며, 시식용을 하나 넣어주셨다.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정리하고 집에 들어와서 좀 잤다. 낮잠을 자고 싶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6시부터 9시인 이른 잠이긴 했다. 그대로 잤어야 하는데 또 깼지 뭐. 벌써 3월 마지막주다. 저번 주 운동일기도 밀렸는데, 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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