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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3월 마지막 주 일기 (03.25~03.31)

by 킹쓔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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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월_ 조금은 지치는 한 주의 시작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건 조금은 서글픈 일이다. 그것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던 내 노력이 허탈해지는 순간이라면 더더욱. 열심히 활동하던 곳에서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 내 입장에선 참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모든사람에게 완벽하게 좋은 평만 있을 순 없는거니까. 뭐 그런 걸 커버치고 있던 사람들도 참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퇴근 쯤엔 다른 신경쓸 일들도 연달아 생겨서 머릿 속이 복잡했다. 창고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실타래처럼 갈피없는 마음이 싫어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좀 깨끗해질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집중이 잘 안됬다.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데, 그 별일 아닌 것들이 자꾸 발목을 잡고 성가시게 구는 느낌이다.


03.26.화_ 비네트 발급

 
 어제의 축축함과 끈적함이 이어지는 화요일. 결국 나는 모임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순간의 감정으로 후회할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 하루 간 유예를 했지만, 도무지 마음의 엉킴이 풀리지 않았다.

살려줘요 단당류들아

 엄마와 잡음도 계속됬다. 남들은 몸이 아파도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을 '책임감 있다'며 칭찬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가족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병원을 가라는 내게, 엄마는 일이 우선이다며 버텼다. 이런 실갱이 과정에서 성질이 확 올라왔다. 그 화는 엄마한테 난 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향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드디어 수령한 여권, 비네트

 점심이 끝날 쯤 메일을 확인하고 놀랐다. 여권수령메일이 와있었다. 3주 걸린다더니 거의 일주일도 안 걸렸다. 몇년 전부터 애닳아하던 결과인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은 건 왜 일까? 그렇게 갈망하고 애닳던 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더니 지금은 무슨 길이 열린 것 마냥 술술 잘 되서 허무하기도 하고. 진짜 이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하늘이 운명처럼 돕는 시기인, <가야할 때>인가 싶고.
 
 3시까지래서 정말 허둥지둥 여권 찾으러 다녀왔다. 혹시나 출국일이 잘못 적혔을까봐 받자마자 비네트 확인도 했다. 하필 그게 화장실이었긴 했지만. 두근두근. 이상 없이 잘 나왔는데도 믿기지 않아서 여러 번 확인했다. 사진은 뭐 반찬 많이 잘 담아주게 생긴 중국동포 아줌마처럼 나와서 포토샵 가득한 게 좀 그리웠지만. 
 
 승혜랑 소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낳은 인생선배 그녀들. 자주 보진 못해도 소식은 전해야 할 것 같았다. 소연이는 애기때문에 정신없어보였고, 출산일이 좀 지난 승혜는 이민가냐고 해서 놀랬다. 무슨 이민이야... 아이러브 코리아다. 


03.27.수_ 흐드러지는 봄입니다.

 
 헐레벌떡 항공편을 예약했다. 1월부터 봤는데 비행기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자리가 점점 얼마 안남는게 눈에 보였다. 그 날이 여름철 휴가시즌이기도 하고, 파리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가 천정부지로 가격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약 네 달간 어떻게 해야될지 살살 계획을 짜보았다. 하. 그래도 영어공부는 하기싫다.

 저녘은 아차산 순두부 라면이 먹고 싶어서 진짜 순두부와 라면을 끓여봤다. 결과는? 망했지뭐,,, 싱겁기만 하고..그냥 콩밭에 가야겠다. 꽤나 배가 고팠는지 간식으로 빵을  또 주워먹었다. 그리고 또 배탈났지 뭐. 철도 씹어먹던 내 위장 다 어디갔냐...
 
 원래는 9시부를 갈 예정이었으나, 테이프가 안왔다는 핑계로 내일로 미뤘다가, 아예 그냥 이번 주는 운동을 쉴까 생각했다. 점심 때 단체복 사이즈 보러 가놓고 정작 본 수업은 안간다니 웃기긴하네. 하 근데 관장님이 내 옷사이즈 너무 크게 외쳐서 창피했다. 그냥 주문해도 되는데 입어보러 오라고 하셔서 가긴갔다만은... 챙겨주셔서 감사하지 뭐.
 
 뭔 바람이 불었는지 밤에 산책을 나갔다. 정말 흐드러지게 봄이구만. 개나리부터 산수유까지 여긴 벌써 봄이 한가득이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수유

 철길을 따라 걷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젠 익숙한 이 길도 한동안 못보겠구나싶었다. 몇 번이고 준비하던 이별인데 막상 이렇게 다가오니 실감이 나지 않고 기분이 묘하다. 


03.28.목_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이란

 
 키보드가 안되서 거금주고 편의점 건전지를 사왔다. 그런데도 안되서 이것 저것 만져봤는데 USB코드가 문제였다. 몇 달간 잘되더니 또 왜 이러는거니 얘는.
 
 오늘도 수업을 안갔다. 어제 미룬 수업을 가려고 했는데 안갔다. 그냥 좀 쉬고 싶었다. 딱히 하는 건 없고 바쁘지도 않은데 배달도 시켰다. 

출처: 네이버 아이러브유 드라마 포스터

 영어공부를 하려고 넷플릭스를 켰다가 <아이러브유>를 보게되었다. 물론 새벽3시가 넘어서까지 다 볼 계획은 전혀 없었고. 2화까지는 남주가 상큼하고 귀여워서 쭉 보게되었는데, 6화가 지나서는 약간 오글터지고 항마력 딸렸다.
 
 그들이 생각하는 애정표현에 적극적이고, 사적인 거리없이 지내는 한국남자 캐릭터가 내게는 이게 미쳤나 싶을 정도로 버릇없고 예의없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사장한테 반말을 하지않나 상사 팔을 막 휘어잡지 않나... 남주 때문에 보는 드라마인데 그 남주가 알고보니 빌런이었고, 그놈한테 멱살잡혀 끌려가는 기분이었달까? 나중엔 이런 류의 결말은 어떻게 낼지 의리로 봤다...


03.29.금_가뿐한 금요일엔 혈당이 콱콱

 
 오랜만에 아주 개운하게 일어났다. 역시 주짓수를 쉬어야 하는건가? 비도 오고 어제 늦게잤는데도 비교적 삐걱거리는 관절 마찰음 없이 가뿐하게 일어났다. 
 
 쿠키란 놈이 아주 고칼로리에 당폭발인 음식인 건 알지만, 얼마 전부터 엄청 땡겼다. 그리고 커피랑 쿠키랑 먹으니까 일이 너무 잘 됬다. 뭐 내 말은... 이건 정말 일 하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03.30.토_등산 안하고 놀기

 
 여느 때라면 이번 주말도 등산을 가거나 약속으로 바쁠 터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주말을 비우는 연습 중이다. 정확히는 쉬는 날 만들기. 덕분에 여유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아주 느즈막한 늦잠까지 자면서. 

토요일 브런치는 생도표 쥬스

 몽지가 아침이랍시고 토마토 비트쥬스를 줬는데 진짜 맛이 없었다. 코코넛 워터까지 들어가서 정말 더 맛이 없었다. 그치만 야채 안 먹으면 또 아플 수 있으니까 그냥 먹었다. 밀가루 많이 먹는 식단을 반성하면서.. 
 

 점심으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차산 콩밭을 갔다. 등산 다니면 자주 다닐테니까 또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은근 오기 힘들었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수영이는 두부집에 와서 라면만 먹는다고 핀잔을 줬다. 여전히 양이 많아 두루치기를 다 먹진 못했다. 두부 포장해올걸...
 

 차 있는 친구를 등에 업고 성북동 빵공장도 갔다. 밥은 서울 동부에서 먹고 디저트는 중부로, 이것이 바로 차의 힘이다! 소금빵이 되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전보다 빵들이 그냥 그랬다. 그 땐 갓 나온걸 막 사서 그런가? 대파크림베이글은 맛있어서 정말 순삭했다. 수영이가 밀가루 먹으면 배아프대놓고 왜렇게 눈 뒤집고 먹냐고 혼냈다.
 

 툴툴거리면서도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성슉. 북악산 스카이웨이 가봤는데 뭘 또 가보냐고 궁시렁대면서도 가긴 가줬다. 내가 뭐 신고 왔냐고 재차 묻자 운동화 신어놓고 굿굿이 슬리퍼라고 우기는 녀석. 아 알았다 알았어. 등산 안 시킨다고.

 

 아차산이랑 북악산 둘 다 산들을 눈 앞에 두고 등산 안하는 거. 진짜 아까운데 뭐 어쩌겠어 이런 생활도 적응해야지. 그래도 차로 갈 수 있는 거 뽕 뽑아야 된다고 와플대학도 갔다. 역시 차 있는 친구가 최고구만! 등산 없는 토요일 보내기 끝~


03.31.일_ 드디어 하남검단산

 
 며칠 전, 미진쓰가 일요일에 검단산 가는 거 어떻냐고 물었다. 물론 찬성이지. 좋다는 얘기만 듣고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본 산 중에 하나라 흔쾌히 승낙했다. 몸만 오라는 그녀의 말에 정말 몸만 떨렁떨렁 간 나는 눈치없는 사람인걸까? 
 
 그래도 서울 근교 산이라 아주 여유롭게 준비해서 역으로 향했다. 안전문 앞에는 새로 만들어진 서울 지하철 노선도가 있었다.

원래는 타원형이었던 2호선

  GTX 운행 시작으로 변경된 노선도가 제작된 모양인데, 가운데 초록원이 눈에 띄었다. 이 전엔 타원형이었던 2호선은 동그랗게 바뀌었다. 조금은 낯선 지하철 노선도. 파주에서 동탄까지 가는 새 열차가 만들어졌단다. 삼천 얼마로 한 시간도 안되게 경기 끝과 끝을 오고갈 수 있는 세상이라니. 
 
 그래도 내일 개통해서 내가 타보고는 갈 수 잇을 것 같다. 다음 달엔 범죄도시도 꼭 보고 가야지. 9월에 열리는 한강 열기구는 못 탈것 같지만. 갈 날이 정해지니 요즘은 다 그 날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해보고 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요즘 눈물의 여왕을 너무 많이 봤는지, 약간은 시한부 인생 같기도 하고.
 

이 곳이 쥬희룽의 동네입니까? / 이제야 먹는 아르기닌

 

 검단산은 예쁜 곳 이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매력적이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멋졌다. 산을 따라 갈 수록 보이는 에메랄드빛 한강이나 팔당댐의 웅장함도 좋았다. 쥬희룽 정말 좋은 곳에 사네.
 
 올라가다보니 고도 때문인지 경사가 좀 있었다. 주희가 왜 올라가다 그만두고 내려왔다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은 꼭 다시 데려와보고 싶을만큼 좋은 곳이다. 

미진쓰가 직접 만든 도시락

  여기가 좋은 곳이라고 느끼게 된 건 미진이 덕이다. 코스부터 도시락, 돗자리까지 정말 오늘을 위해 바리바리 다 준비해 온 그녀. 분명 만나면 짐 나눠들기로 했는데 괜찮다고 한사코 정상까지 들고 올라가서 고맙고 미안하고...
 
 가기 전에 꼭 한번 이렇게 대접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좀 뭉클했다. 속도도 계속 맞춰줘서 정말 편하게 올라왔다. 하나님 이런 친구를 또 제 곁에 보내주셨군요. 나는 정말 인복은 많은 것 같다. 

전망바위에 올라가니 후들거리는 다리

 

날씨운도 최고! 푸릇한 날에 다시 와야지

 
 솔직히 산을 누구랑 다시 탈 거라곤 생각 안했다. 등산에 큰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혼자 가면 발생되는 위험요인을 이젠 잘 알아서 딱히 용기도 안나고. 그렇다고 또 누가 나랑 같이 가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이 참에 그냥 등산 접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는 산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날씨고 풍경이고 같이 간 사람이고 삼박자가 잘 맞아서 그랬던 걸수도 있었는데. 쉽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것만으로 또 다시 산에 갈 이유가 생긴 듯 하다. 
 

[등산] 하남검단산 봄꽃산행 (검단산 현충탑코스/ 검단산 유길준묘/ 검단산 등산코스/ 전망바위/

안녕하세요 킹쓔입니다. 새해가 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봄이네요. 오늘은 꽃구경하기 좋은 서울 근교산행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대중교통으로도 편하게 갈 수 있는 하남검단산입니다.

sujin9019.tistory.com

 

 하산 후 방문한 카페는 전에 주희랑 갔던 곳이었다. 여기 빵 맛있는 거 아니 몽지꺼도 몇 개 사왔다. 아침에 만났는데 집 갈때 쯤 되니 5시가 다 되있었다. 정말 알 찬 하루였구만.

 

가는 길에 만난 하남시 방울이

 군자까지 같이 갔다 헤어지겠다는 그녀는 정말 정 많은 사람이었다. 빙돌아 집에 보내기엔 나도 양심은 있어서 얼른 돌려보냈다. 
 
 집에 와서 누으니 무릎이 살짝 시큰거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지. 오늘 보호대는 하산할 때만 차고, 스틱도 내려올 때만 썼는데 뭐.

운동은 재밌는데 그 뒤가 너무 짐스럽다. 빨래도 밀렸다. 샤워는 이번 주만해도 몇번 째 하는거야 정말 씻기 너무 귀찮다.
 
 밤에 7인의 탈출 새로운 화가 안 올라와서 뭐지 했는데 금토 드라마인걸 다시 깨달았다. 눈물의 여왕(토일)이랑 방영일을 헷갈렸네.

녘을 안 먹으려다 고구마빵이랑 생선을 먹었다. 아까 아르기닌에 녹차도 먹고 밀크티도 먹어서 카페인 대파티라 못 잘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누우니 잠이 잘 왔다.  역시 산이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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