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5.월_ 조금은 지치는 한 주의 시작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건 조금은 서글픈 일이다. 그것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던 내 노력이 허탈해지는 순간이라면 더더욱. 열심히 활동하던 곳에서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 내 입장에선 참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모든사람에게 완벽하게 좋은 평만 있을 순 없는거니까. 뭐 그런 걸 커버치고 있던 사람들도 참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퇴근 쯤엔 다른 신경쓸 일들도 연달아 생겨서 머릿 속이 복잡했다. 창고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실타래처럼 갈피없는 마음이 싫어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좀 깨끗해질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집중이 잘 안됬다.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데, 그 별일 아닌 것들이 자꾸 발목을 잡고 성가시게 구는 느낌이다.
03.26.화_ 비네트 발급
어제의 축축함과 끈적함이 이어지는 화요일. 결국 나는 모임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순간의 감정으로 후회할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 하루 간 유예를 했지만, 도무지 마음의 엉킴이 풀리지 않았다.
엄마와 잡음도 계속됬다. 남들은 몸이 아파도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을 '책임감 있다'며 칭찬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가족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병원을 가라는 내게, 엄마는 일이 우선이다며 버텼다. 이런 실갱이 과정에서 성질이 확 올라왔다. 그 화는 엄마한테 난 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향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점심이 끝날 쯤 메일을 확인하고 놀랐다. 여권수령메일이 와있었다. 3주 걸린다더니 거의 일주일도 안 걸렸다. 몇년 전부터 애닳아하던 결과인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은 건 왜 일까? 그렇게 갈망하고 애닳던 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더니 지금은 무슨 길이 열린 것 마냥 술술 잘 되서 허무하기도 하고. 진짜 이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하늘이 운명처럼 돕는 시기인, <가야할 때>인가 싶고.
3시까지래서 정말 허둥지둥 여권 찾으러 다녀왔다. 혹시나 출국일이 잘못 적혔을까봐 받자마자 비네트 확인도 했다. 하필 그게 화장실이었긴 했지만. 두근두근. 이상 없이 잘 나왔는데도 믿기지 않아서 여러 번 확인했다. 사진은 뭐 반찬 많이 잘 담아주게 생긴 중국동포 아줌마처럼 나와서 포토샵 가득한 게 좀 그리웠지만.
승혜랑 소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낳은 인생선배 그녀들. 자주 보진 못해도 소식은 전해야 할 것 같았다. 소연이는 애기때문에 정신없어보였고, 출산일이 좀 지난 승혜는 이민가냐고 해서 놀랬다. 무슨 이민이야... 아이러브 코리아다.
03.27.수_ 흐드러지는 봄입니다.
헐레벌떡 항공편을 예약했다. 1월부터 봤는데 비행기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자리가 점점 얼마 안남는게 눈에 보였다. 그 날이 여름철 휴가시즌이기도 하고, 파리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가 천정부지로 가격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약 네 달간 어떻게 해야될지 살살 계획을 짜보았다. 하. 그래도 영어공부는 하기싫다.
저녘은 아차산 순두부 라면이 먹고 싶어서 진짜 순두부와 라면을 끓여봤다. 결과는? 망했지뭐,,, 싱겁기만 하고..그냥 콩밭에 가야겠다. 꽤나 배가 고팠는지 간식으로 빵을 또 주워먹었다. 그리고 또 배탈났지 뭐. 철도 씹어먹던 내 위장 다 어디갔냐...
원래는 9시부를 갈 예정이었으나, 테이프가 안왔다는 핑계로 내일로 미뤘다가, 아예 그냥 이번 주는 운동을 쉴까 생각했다. 점심 때 단체복 사이즈 보러 가놓고 정작 본 수업은 안간다니 웃기긴하네. 하 근데 관장님이 내 옷사이즈 너무 크게 외쳐서 창피했다. 그냥 주문해도 되는데 입어보러 오라고 하셔서 가긴갔다만은... 챙겨주셔서 감사하지 뭐.
뭔 바람이 불었는지 밤에 산책을 나갔다. 정말 흐드러지게 봄이구만. 개나리부터 산수유까지 여긴 벌써 봄이 한가득이다.
철길을 따라 걷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젠 익숙한 이 길도 한동안 못보겠구나싶었다. 몇 번이고 준비하던 이별인데 막상 이렇게 다가오니 실감이 나지 않고 기분이 묘하다.
03.28.목_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이란
키보드가 안되서 거금주고 편의점 건전지를 사왔다. 그런데도 안되서 이것 저것 만져봤는데 USB코드가 문제였다. 몇 달간 잘되더니 또 왜 이러는거니 얘는.
오늘도 수업을 안갔다. 어제 미룬 수업을 가려고 했는데 안갔다. 그냥 좀 쉬고 싶었다. 딱히 하는 건 없고 바쁘지도 않은데 배달도 시켰다.
영어공부를 하려고 넷플릭스를 켰다가 <아이러브유>를 보게되었다. 물론 새벽3시가 넘어서까지 다 볼 계획은 전혀 없었고. 2화까지는 남주가 상큼하고 귀여워서 쭉 보게되었는데, 6화가 지나서는 약간 오글터지고 항마력 딸렸다.
그들이 생각하는 애정표현에 적극적이고, 사적인 거리없이 지내는 한국남자 캐릭터가 내게는 이게 미쳤나 싶을 정도로 버릇없고 예의없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사장한테 반말을 하지않나 상사 팔을 막 휘어잡지 않나... 남주 때문에 보는 드라마인데 그 남주가 알고보니 빌런이었고, 그놈한테 멱살잡혀 끌려가는 기분이었달까? 나중엔 이런 류의 결말은 어떻게 낼지 의리로 봤다...
03.29.금_가뿐한 금요일엔 혈당이 콱콱
오랜만에 아주 개운하게 일어났다. 역시 주짓수를 쉬어야 하는건가? 비도 오고 어제 늦게잤는데도 비교적 삐걱거리는 관절 마찰음 없이 가뿐하게 일어났다.
쿠키란 놈이 아주 고칼로리에 당폭발인 음식인 건 알지만, 얼마 전부터 엄청 땡겼다. 그리고 커피랑 쿠키랑 먹으니까 일이 너무 잘 됬다. 뭐 내 말은... 이건 정말 일 하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03.30.토_등산 안하고 놀기
여느 때라면 이번 주말도 등산을 가거나 약속으로 바쁠 터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주말을 비우는 연습 중이다. 정확히는 쉬는 날 만들기. 덕분에 여유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아주 느즈막한 늦잠까지 자면서.
몽지가 아침이랍시고 토마토 비트쥬스를 줬는데 진짜 맛이 없었다. 코코넛 워터까지 들어가서 정말 더 맛이 없었다. 그치만 야채 안 먹으면 또 아플 수 있으니까 그냥 먹었다. 밀가루 많이 먹는 식단을 반성하면서..
점심으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차산 콩밭을 갔다. 등산 다니면 자주 다닐테니까 또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은근 오기 힘들었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수영이는 두부집에 와서 라면만 먹는다고 핀잔을 줬다. 여전히 양이 많아 두루치기를 다 먹진 못했다. 두부 포장해올걸...
차 있는 친구를 등에 업고 성북동 빵공장도 갔다. 밥은 서울 동부에서 먹고 디저트는 중부로, 이것이 바로 차의 힘이다! 소금빵이 되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전보다 빵들이 그냥 그랬다. 그 땐 갓 나온걸 막 사서 그런가? 대파크림베이글은 맛있어서 정말 순삭했다. 수영이가 밀가루 먹으면 배아프대놓고 왜렇게 눈 뒤집고 먹냐고 혼냈다.
툴툴거리면서도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성슉. 북악산 스카이웨이 가봤는데 뭘 또 가보냐고 궁시렁대면서도 가긴 가줬다. 내가 뭐 신고 왔냐고 재차 묻자 운동화 신어놓고 굿굿이 슬리퍼라고 우기는 녀석. 아 알았다 알았어. 등산 안 시킨다고.
아차산이랑 북악산 둘 다 산들을 눈 앞에 두고 등산 안하는 거. 진짜 아까운데 뭐 어쩌겠어 이런 생활도 적응해야지. 그래도 차로 갈 수 있는 거 뽕 뽑아야 된다고 와플대학도 갔다. 역시 차 있는 친구가 최고구만! 등산 없는 토요일 보내기 끝~
03.31.일_ 드디어 하남검단산
며칠 전, 미진쓰가 일요일에 검단산 가는 거 어떻냐고 물었다. 물론 찬성이지. 좋다는 얘기만 듣고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본 산 중에 하나라 흔쾌히 승낙했다. 몸만 오라는 그녀의 말에 정말 몸만 떨렁떨렁 간 나는 눈치없는 사람인걸까?
그래도 서울 근교 산이라 아주 여유롭게 준비해서 역으로 향했다. 안전문 앞에는 새로 만들어진 서울 지하철 노선도가 있었다.
GTX 운행 시작으로 변경된 노선도가 제작된 모양인데, 가운데 초록원이 눈에 띄었다. 이 전엔 타원형이었던 2호선은 동그랗게 바뀌었다. 조금은 낯선 지하철 노선도. 파주에서 동탄까지 가는 새 열차가 만들어졌단다. 삼천 얼마로 한 시간도 안되게 경기 끝과 끝을 오고갈 수 있는 세상이라니.
그래도 내일 개통해서 내가 타보고는 갈 수 잇을 것 같다. 다음 달엔 범죄도시도 꼭 보고 가야지. 9월에 열리는 한강 열기구는 못 탈것 같지만. 갈 날이 정해지니 요즘은 다 그 날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해보고 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요즘 눈물의 여왕을 너무 많이 봤는지, 약간은 시한부 인생 같기도 하고.
검단산은 예쁜 곳 이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매력적이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멋졌다. 산을 따라 갈 수록 보이는 에메랄드빛 한강이나 팔당댐의 웅장함도 좋았다. 쥬희룽 정말 좋은 곳에 사네.
올라가다보니 고도 때문인지 경사가 좀 있었다. 주희가 왜 올라가다 그만두고 내려왔다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은 꼭 다시 데려와보고 싶을만큼 좋은 곳이다.
여기가 좋은 곳이라고 느끼게 된 건 미진이 덕이다. 코스부터 도시락, 돗자리까지 정말 오늘을 위해 바리바리 다 준비해 온 그녀. 분명 만나면 짐 나눠들기로 했는데 괜찮다고 한사코 정상까지 들고 올라가서 고맙고 미안하고...
가기 전에 꼭 한번 이렇게 대접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좀 뭉클했다. 속도도 계속 맞춰줘서 정말 편하게 올라왔다. 하나님 이런 친구를 또 제 곁에 보내주셨군요. 나는 정말 인복은 많은 것 같다.
솔직히 산을 누구랑 다시 탈 거라곤 생각 안했다. 등산에 큰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혼자 가면 발생되는 위험요인을 이젠 잘 알아서 딱히 용기도 안나고. 그렇다고 또 누가 나랑 같이 가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이 참에 그냥 등산 접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는 산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날씨고 풍경이고 같이 간 사람이고 삼박자가 잘 맞아서 그랬던 걸수도 있었는데. 쉽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것만으로 또 다시 산에 갈 이유가 생긴 듯 하다.
하산 후 방문한 카페는 전에 주희랑 갔던 곳이었다. 여기 빵 맛있는 거 아니 몽지꺼도 몇 개 사왔다. 아침에 만났는데 집 갈때 쯤 되니 5시가 다 되있었다. 정말 알 찬 하루였구만.
군자까지 같이 갔다 헤어지겠다는 그녀는 정말 정 많은 사람이었다. 빙돌아 집에 보내기엔 나도 양심은 있어서 얼른 돌려보냈다.
집에 와서 누으니 무릎이 살짝 시큰거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지. 오늘 보호대는 하산할 때만 차고, 스틱도 내려올 때만 썼는데 뭐.
운동은 재밌는데 그 뒤가 너무 짐스럽다. 빨래도 밀렸다. 샤워는 이번 주만해도 몇번 째 하는거야 정말 씻기 너무 귀찮다.
밤에 7인의 탈출 새로운 화가 안 올라와서 뭐지 했는데 금토 드라마인걸 다시 깨달았다. 눈물의 여왕(토일)이랑 방영일을 헷갈렸네.
저녘을 안 먹으려다 고구마빵이랑 생선을 먹었다. 아까 아르기닌에 녹차도 먹고 밀크티도 먹어서 카페인 대파티라 못 잘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누우니 잠이 잘 왔다. 역시 산이 짱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두 번째 일기 (04.08~04.14) (4) | 2024.04.16 |
---|---|
24년 4월 첫 번째 일기 (04.01~04.06) (0) | 2024.04.08 |
3월 네 번째 일기 (03.18~03.24) (4) | 2024.03.24 |
3월 세 번째 일기 (03.11~03.17) (3) | 2024.03.17 |
3월 두 번째 일기 (03.04~03.10) (2) | 2024.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