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집에 초대한 것도, 그 누구랑 같이 자본 것도 너무 오랜만이었다. 앞으로 그런 건 잘 못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잠자리를 같이 한 다는 건 여간 신경쓸 게 많고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해볼만 한 일이었다. 게다가 수영이 코 고는 소리를 경험하고 나니 웬만한건 다 괜찮게 느껴졌다.
일출산행을 갈까 조조영화를 볼까고민 했지만, 결국은 늦잠을 잤다. 뭐 그것도 8시를 조금 넘겨 일어난거니 늦잠이라고 하기엔 또 뭐하고. 여튼 생도가 차려준 아침상을 먹고 느적느적 10시쯤 나왔다. 당고개역까지는 무난하게 버스타고 잘 왔는데 도보공사로 인해 산책로 부분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돌아 경수사까지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원도 발견하고 처음 보는 약수터도 만났다. 아직도 이런 약수터가 있긴 하구나.
성임이가 말했다. 오랜만에 산에가서 잘 못 갈수도 있다고. 체력 좋은 태봉이 따라다니는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다. 그렇게 오랜만인데 너무 가볍게 올라가는 건 안 대단한 거냐고. 헉헉 거리는 나를 뒤로한채 산뜻하게 사뿐거리는 그녀를 보며 내 등력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 이런 몸으로 둘을 따라다니는 내가 가장 대단한 사람이지.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낀다고 했는데, 너무 맑고 밝았다. 살짝 덥긴 했지만 너무 심하진 않았고 날벌레도 많지 않아 좋았다. 지난 번 혼자 왔을 땐 못가본 곳도 가봤다. 위험할까봐,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다음으로 미뤄둔 곳들을 갔다. 함께면 더 큰 세계를 경험할 수 있지. 그리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의미있는 추억이 되고.
파프리카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물론 나만 맛있어서 문제였지만. 급하게 싸느라구 너무 그녀의 취향을 고려하지 못했네. 그래도 제법 맛있게 잘 먹어주는 내 친구. 다음 번엔 까먹지 말자. 야채금지. 생김치 금지. 견과류 금지.
여찌저찌 잘 내려와서 불암산 힐링타운 도착. 2등산로는 처음인데 비교적 헤매지 않고 잘 내려왔다! 여러 번 왔지만 오늘도 길은 헤매는 불암산 마스터. 하산 길에 두번이나 넘어져버린 마스터 엉덩이 깨박살 났구요. 15분이나 기다려서 산 아이스티는 그냥 그랬습니다. 그래도 지역명물 고양이랑 사진 자알~ 찍고 간다.
원래는 청량리에 예매했었는데, 거기나 우리집이나 부천 가는 시간은 비슷하다길래 급하게 중계에서 내렸다. 30분 만에 밥 먹고 부랴부랴 극장으로 갔다. 예고편 볼 때부터 너무 기대했던 스턴트맨. 피곤해하는 나를 보며 영화보다 졸 것 같다고 말한 성임이한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신신당부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꾸벅 꾸벅 졸았습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재밌었다. 라이언 고슬링의 스턴트맨은 누구였을까? 후천적인 금발이 잘 어울리는 코카시안들은 잘 없는 듯 하다. 예고편에선 둘이 재결합 커플인 줄 알았는데, 썸타는 사이였다니. 에밀리 블런트의 푼수대기 연기도 나름 괜찮았고. 데드풀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재밌었다. 액션도 화려하고 볼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 그녀를 배웅했더니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24시간 동안 함께한 우리. 누룽미룽과의 하루는 24시간도 모자라구만.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서 사는 기분이다. 직장인인데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쁘다. 잠은 잘 와서 좋지만, 대체 밀린 운동일기는 언제 쓸까? 이번 주 주말은 조금 쉬면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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