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5월 세 번째 일기 (05.06~05.12)

킹쓔 2024. 5.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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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월_ 오랜만에 오픈매트

 

 아침에 조금 여유를 부려볼까 했지만, 곧바로 오픈매트 갈 준비를 해야했다. 간단히 아침으로 심지가 준 황박사 쫀디기랑 닭가슴살 소세지를 든든하게 먹고 가봅시다. 이번 오픈매트는 본관이 아닌 중화 주짓수에서 진행되었다. 매일 지나다니기만 하던 그 곳!
 
 초행길이라 조금 헤맸다. 건물 내 층별 표지판이 잘못 되있었다. 4층 이래서 올라왔는데 5층 표지판이 있어서 헷갈렸고, 보이지 않는 4층을 찾아 3층과 5층(처럼 보이던 4층)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냥 조금 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됬었는데…하...대체 엘레베이터 왜 없는데요, 왜.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띠를 안 가져왔다. 흰 띠매고 다니면서 봐달라니까 승급식 때 블루 단 거 봤다고 거절하는 사람들. 아이 참... 실력은 아직 화이트라구요. 

5층인척 하는 4층에서 운동 끝

  이전엔 선수부 훈련 밖에 없어서 오픈매트를 하려면 지방까지 내려가야 했지만, 체육관이 커지면서 네트워크 내에서 오픈매트가 종종 열리는 편이다. 그만큼 더 안전하고 체계적이랄까?
 
 이젠 관장님이라 불리는 구사범님들이 매트를 누비며 스파링이 격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주셨다. 지금은 한 시설을 운영하고 대표하는 리더가 된 그들. 함께 배워가던 이들이 지도자가 된 게 신기하기도하고. 자기네 관원들 챙기는 거 보면 멋있기도 하고. 나는 아직도 띠만 바뀌었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말이다. 

 운동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는 데 검은 도복은 오랜만이라 어색했다. 색이 비슷한 도복끼리 모여서 찍는데, 내 앞에 계셨던 희사범님. 머리를 단정하게다듬어 묶으시는데, 낯익은 머리끈이 보였다. 내가 선물했던 돌리타이. 흐흐 잘 쓰고 계시군, 뿌듯하구만.

건강한 점심과 그럭저럭 건강한 저녘 그리고 차

 운동 다녀와서 점심은 간단히 먹고 잤다. 김은진 정말 계란 기똥차게 잘 삶아놨다. 엄청 맛있네. 오렌지는 달달하고 맛있는데 키위는 조금 더 익어야 겠다. 
 
 저녘은 수영이가 준 참나물이랑 삼겹살. 아빠랑 고기 구워먹는데 은진이는 안 들어온다. 후식으로 순두부라면 때리고 싶어서 연락했더니 자기 바쁘다고 그만 찾으라는 내동생. 참나.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 욘석.

오랜만에 보리차도 끓여봤다. 기름진 거 먹어서 차가 땡겼는데, 시간 난김에 차를 끓여야 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오픈매트도 하고 평소보단 여유롭고 알차게 보냈던 휴일 날.


05.07.화_주짓수 재등록

 
 어제 리커버리 동작에서 목과 어깨를 꽤 굴렀기 때문일까, 아니면 궂은 날씨 때문일까? 욱신대는 통증으로 잠에서 깼다. 살살하자 수진아. 곧 떠날 날 얼마 안남았다.
 
 이러고 저녘에 재등록하러 갔다. 21년 5월 30일부터 시작했으니까 이번 달을 다녀야 3년을 채우니까. 또 운동일기도 100개 쓰려면 다녀야지. 하하. 다 필요없고 그냥 떠날 때 되니 또 계속 하고 싶어졌다.
 
 이와중에 띠가 안보여서 완전 놀랐다. 파랑띠 잃어버린 줄 알고 흰띠를 대신 들고 갔는데, 재상님이 잘 보관해주고 계셨다. 여지껏 잃어버린 걸 몰랐다니 혼쭐날 만 했다.

혹시 몰라 가져간 흰 띠 / 투데이 이즈 블루블랙데이

  저번 주 한 주 쉬었다고 수업 내용이 조금 어려웠다. 파트너해주다 못 봐서 그럴수도 있고. 관장님은 왜 자꾸 나를 흰 띠랑 자꾸 붙여주실까. 나 혼자도 수업 쫓아가기 벅찬데. 알려주면서 더 배워보길 바라시는건가?

 사실 유색벨트랑 같이 파트너를 하면 편하다. 수업 내용도 더 이해되고 배우는 것도 많고. 그렇치만 언제까지 누가 떠먹여주는 수업만 할 수 있겠어. 이제 나도 파랑띠니까, 띠 값해야지.
 
 안다 알아, 아직은 블루벨트인 게 너무 어색하고 내 거라는 자각도 실감도 잘 안나지만-그래서 잃어버렸단 핑계도 대보고 싶지만- 그래도 이제 초심자 노릇은 그만해야지. 그래 이제 악착같이 임하겠어 수업 다 씹어먹어준다.


05.08.수_ 어버이날에는 소고기를

 

소고기로 보답하는 어버이 은혜

 아빠가 잘 아는 고깃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수영이네 삼촌이 추천해셨던 그 집이었다. 나의 최애집과 아빠의 최애집이 같다니, 피는 못 속이나보다. 
 

기몽쥐씨의 작품번호 47번. 흔 적

 어쩌면 내 동생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절대 옷을 평범하게 벗어놓지 않는다. 이쯤되면 행위예술가라고 불러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래서 빨래 갤 때 반 나절 걸리나보다. 다 뒤집혀져 있어.


05.09.목_ 성이미룽 생일

 
 월화수 아주 찐하게 운동을 갔더니, 무릎이며 손가락이 욱씬댄다. 이제 쉬는 타임? 아니죠, 미룽씨 생일 축하하러 가야죠!

  드레스코드는 스카이블루, 하늘하늘 거리는 나를 보여주겠어. 의상도 꽃도 포장지도 바닥도 모두 하늘색으로 깔맞춤. 좀만 더 고급스럽게 찍었다면 핀터레스트의 스카이블루가 될 수 있었을텐데. 늦어서 허겁지겁 가느라 정신 없었다.

  내가 식당 백 번 알아볼때보다, 미룽씨가 한 번 알아보는게 훨씬 낫구만. 점잖게 차려입은 웨이터분이 테이블을 관리해주셔서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 미슐랭스타가 직접 관리한다는 와인도 한잔 먹어주고, 찐한 뇨끼부터 시원한 감태향 나는 파스타까지. 양은 적은 듯 했지만 정갈하고 맛있었다.

  웃긴 건 레스토랑 위치였는데, 유럽처럼 건물에 그라운드층(0F)이 있었다. 덕분에 바로 머리 위에 1층을 두고 밑에서 한참을 찾았다. 벌써 영국에 와 있는 기분…

 

 

 

 

  카페는 바로 근처 라운드랩으로 갔다. 역시 합정카페답게 분위기 좋고좋고, 맛도 좋고좋고. 위에는 맛있었는데 밑에는 질겨져버린 시트가 있던 당근케이크와 무난무난한 차를 마시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만나기 전엔 늘 할말이 많은데 막상 만나면 이상한 얘기만 하다 오는 것 같다. 나이들고도 연애를 놓치못하는 불나방부터 시시콜콜한 얘기로 시작한 

 

 

 
 제법 가볍지만은 않았던 이 날의 대화주제는 관계. 시절인연, 쉽게 틀어지는 관계의 허무함 등 영원할 것만 같던 누군가와 이제는 서먹해져버린 상황에 대한 공감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온 새로운 자리까지. 축하해야 할 일이 많구만 내친구. 이렇게 평생 곁에서 기쁜 일은 축하해주고 슬픈 일은 위로해주면서 함께 하고 싶다. 몇몇의 인연들을 보낸 요즘, 이런 소망은 쉽게 말하기엔 너무 큰 걸 잘 알지만.

뿌염해서 더 커리어우먼스러운 이미룽씨

 10시인데 눈에 잠이 내려앉은 우리. 서둘러 역으로 향해본다. 늘 아쉬운 그녀와의 끝인사. 이제는 다시 사회인으로 돌아간만큼, 자주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 같은데 또 계속 지금처럼 볼 거 같기도하고.

 오는 길에 만난 뮹지몽. 뒤에서 누가 부르길래 봤는데 안경없이도 알아챌 수 있는 영락 없는 내동생. 그래도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바로 허리 아프다고 가방 건네주는 거 보니 맞다 맞아 내동생. 그녀의 가방순이가 되어 집으로 귀가. 요즘은 잠이 너무 잘 온다. 수면습관이 잘 잡혔다기엔 스태미너가 떨어진 것 같아. 


05.10.금_ 외근과 함께하는 금요일

 

외근 나와서 보이는 수락산, 반가워.

 남들은 밤새노는 버닝 프라이데이 나잇. 아무 약속 없는 금요일이지만 오히려 좋아. 얼른 들어가서 쉬고싶은데 외근을 나왔네. 아 어차피 운동 가는구나. 

 계속 온다온다 하고 미뤄지는 주문한 옷들, 여름 다지나서 올건가요? 무신사도 그렇고 스컬피그도 그렇고 이럴거면 당일배송이란 말은 왜 하나, 사람 기다려게...

 몽지맨이 오지않아 삼겹살은 내 입으로, 나물이랑 고기랑 같이 먹는 거 맛있구만. 수영이가 뜯어온 참나물 다 먹었는데 아쉽다 아쉬워.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미나리같은 나물과 고기의 합이 좋다는 걸 알게됬다. 영국가면 이제 나물은 못 먹으려나. 


05.11.토_ 노력과 서운함이 비례한 날

 

아침은 가볍게 몽지가 해 준 볶음밥 먹고, 엊그제 입국한 따끈따끈한 고던 만나러 잠실로. 포켓몬 덕후인 녀석을 위해 오늘을 준비했다. 가보자구!

 핫플만 모아놓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몰. 포켓몬샵도 붐비고, 런던베이글도 붐비고, 어딜가나 사람들이 가득가득 붐비는 구만. 보았느냐, 이것이 K-핫플레이스 클래스다. 

 

 8시반 부터 줄 서고 있었는데, 엄한데 서있어서 1번을 놓친 고던씨. 내가 분명히 지도도 첨부하고 위치도 알려줬는데 왜 헤맨거냐고 물었지만, 실상은 한국인인 저도 와서 헤맸습니다.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고던은 이렇게 사람 몰려있는 건 한국에서만 그러는 거라고 했다. 미국에선 안 이런다고 손사레를 치는 그. 웃긴 건 무슨 줄이냐고 물어봤을 때, 자녀 유무에 따라 답변에 차이가 있었는데. 아이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정말 지친 얼굴로 "글쎄요..그냥 섰어요."라고 말하는 반면, 없는 사람들은 밝고 신난 얼굴로 어떤 줄 인지 설명해준다는 거다. 

 사실 포켓몬 관심도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옛날 생각도 나고 반갑기도 하고. 고던이 볼 때마다 매번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어떻게 올 해 아다리 맞아서 왔네.

내가 아는 녀석들

 

귀엽지만 더럽게 비싼 토게피

 

가디를 닮은 신포켓몬. 이름 모름.

 

 포켓몬은 더 이상 내가 아는 포켓몬이 아니네. 잠실타워 있는 피카츄는 사이비교주 같구만. 베이비피카츄도 중국산 짭 같고. 심지가 잠만보 사오랬는데 코빼기도 안비치는 그 녀석. 포켓몬도 세대교체가 되었나보다. 

스탬프북도 풍선도 샵 제품을 일정금액 이상 구매해야한다. 대단한 사은품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이게 바로 상술이네. 참나. 알면서도 당해줘야 하는 부모님들 힘내세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안국에서도 미친 웨이팅때문에 포기하고, 도산에서는 이미 싹쓸렸고, 잠실은 오픈런해서 겨우 들어왔다. 먹어본 소감은? 맛은 있는데 그렇게까지 기다릴 맛은 아닌 것 같다. 가격도 꽤 비싸고

런베뮤의 형형색색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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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잘 잡은 빵집, 런던베이글 뮤지엄

 런던 간다니까 백번도 넘게 더 들었던 말. 런던 베이글 뮤지엄 갈 거냐구. 그냥 이집이 런던 컨셉 빵집으로 마케팅을 한 겁니다. 여기 한국인이 운영해요. 런던은 베이글 잘 안먹어요. 이걸 내가 왜 해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고른 빵들

 국밥보다 비싼 하나에 만 오천원짜리 빵이랑 몇 개 더 사니, 금세 5만원 나왔네. 근데 이렇게 비싼데 포크, 칼, 물티슈는 왜 안주는데요? 

 

런베뮤 베스트 메뉴, 먹다 이 부러지는 줄

 베이글 포장해서 석촌호수보면서 점심식사. 고대하던 떠다니는 라프라스랑 피카츄는 강풍 소식으로 당분간 운영을 안한다고. 참나 가는 날이 장날이구만. 바람이 엄청 불긴 불었다.

 

 고던이 고른 잠봉뵈르는 마요네즈때문에 너무 느끼하다고 했고, 내가 고른 베이컨 뭐시기는 너무 짰다. 피클도 짜고 저민 고기도 짰다. 게다가 베이컨은 너무 딱딱해서 이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삼겹살같은 베이컨에 익숙해져버린 내게 이 진또배기 진짜 베이컨은 너무 낯설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이 정도 가격과 기다림을 감수할 덴 아닌걸로.

 

 

근처의 피카츄 야쿠르트차와 피카츄 퍼레이드

 빵 다먹고 쉬고 있는데 피카츄 퍼레이드 한데서 헐레벌떡 올라왔다. 귀엽긴 귀엽네 피카츄. 아장아장거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근데 키가 저렇게 작으면 저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얼마나 작은거지? 설마 아이들을 쓰는걸까? 아니면 구부려서 걷는 걸 연습시키나? 궁금증 폭발.

신나는 피카츄 퍼레이드

 

굿바이 피카츄들

 

월드타워 4D관 / 안경 쓴 사람들은 꼭 꺼야할 버튼

 4D는 한 번도 안봤다던 고던씨. 알고보니 4D 상영관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거라고 하네. 당연히 미국건 줄 알았는데 신기방기룽. 

 

 영화 초반엔 거의 잤다. 아니 중반까지 꾸벅꾸벅 졸았다. 고던은 시차때문에 잘 수 도 있다고 하더니 멀쩡했고, 자면 안된다고 호통치던 나만 또 졸았다. 요즘 나 피곤한가? 왜 이렇게 영화보면서 졸아. 아니면 요즘 영화들이 지루한걸까?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인류의 시대는 끝났고,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한다. 한편, 또 다른 유인원 '노아'는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의문의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美 버라이어티 선정 2024년 최고의 기대작. <아바타: 물의 길> 제작진 x <메이즈 러너> 웨스 볼 감독. 5월 8일, 압도적 비주얼 스펙터클을 경험하라!
평점
-
감독
웨스 볼
출연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듀런드, 트래비스 제퍼리, 피터 메이컨, 윌리엄 H. 머시, 에카 다빌, 닐 샌딜랜즈, 사라 위스먼, 디첸 라크맨, 리디아 페컴

 

 

주인공 이름이 왜 <노아>인 줄 알겠다. 유일하게 챙겨보는 SF영화인데, 과학적이라기보다 철학적인 영화 같다. 이제는 부족을 이루어 제사 등 상징적인 행위를 할 정도로 유인원들의 지능은 높아졌다. 또한 상징적인 인물을 이용해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 까지,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개인적으로 악역들 쪽 목소리를 너무 무섭게 해놔서 고릴라가 아니라 오크를 보는 것 같았다. 전편의 백인 여자 주인공에서 갈색머리에 태닝한 듯한 피부로 캐릭터가 바뀐 것도 인종이나 정치적 중립성 등 어떤 상징성을 내포한 듯 하고. 

 

 영화는 인간의 욕심과 동물권 등 생각할 거리를 굉장히 많이 던져준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까 싶기도하고. 하지만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고던은 4D는 자기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오늘 했던 것 중 어느 것도 그의 스타일은 없었을 거다. 붐비는 사람들, 뭘해도 기다려야 하는 줄. 조용하고 여유로운 걸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는 하나도 맞는 게 없었을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 뭘 하려면 그런 걸 어떻합니까?

 

 고던은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본인 취향에 맞게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뭐 늘 큰 그런 것 없이 시큰둥한 듯한게 그의 디폴트지만. 

올해도 고던이 사온 린트 쵸콜렛

 고던과 헤어지고 나서 이것 저것 전해줄 겸 성수로 가서 지민이를 만났다. 요즘 지민이가 많이 지친 것 같아서 만나서 저녘도 사주고 리프레쉬도 시켜주려고 했는데, 망했다. 

 

 성수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고, 붐비는 사람만큼 길목이 우산으로 가득찼다. 대부분의 팝업이 문을 닫았고, 내가 가자는 곳을 가려다 길도 잃었다. 비에 젖은 쇼핑백도 찢어져서 짐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까 잠실은 그나마 천국이었다. 우산 쓸 필요도 없고 뽀송뽀송한 실내란 걸 감안하면, 그냥 물건만 전해주고 올 걸.

 

 오늘은 지민이도 그렇고 고던도 그렇고, 다들 지친 것 같았다. 물론 그게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려던 내 의도와 노력과는 달리, 상대방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미안하고 서운하고 그랬다. 


05.12.일_ 딱 좋은 주말

 

 아점으로 어제 산 꼬들살이랑 돌미나리랑 순두부라면을 먹고, 밀린 운동일기를 쓰다가 성수로. 이틀 째 성수로 가는 나. 이정도면 성수 직장인 아닌가요?

 

 오늘 온 이유는 <휩드 팩 클래스>를 듣기위해. 3만원이나 내는 유료수업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뭐가 없었다. 내가 한 거라곤 열심히 휘핑친 것 밖에. 고거 몇분 돌렸다고 아직도 손가락이 욱신욱신 하는구만.

 안에 인테리어가 예쁘고,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으면 되게 좋은 활동인데. 동행이 없어서 아쉬웠다. 제한된 인원때문에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어떻게 누구랑 같이 올 수 있겠냐만은. 하는 수 없이 내가 6시, 미진이가 7시에 들어갔다. 

미진이가 만든 유자팩, 내가 만든 쑥팩

 클래스 수강자는 50%할인권이 있다고 해서 전품목인줄 알고 엄청 샀더니, 스킨케어 제품만 해당 된단다. 팝업치고는 이벤트도 많지않고, 무료입장임에도 혜자처럼 싸다주는 토니모리 같은 곳은 아닌 것 같다. 한 번 정도는 만족하는데, 누구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하거나 또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닌 곳이었다.

 

 끝나고 나서는 앞에 자동차 전시회에 갔다. 스텝들도 다 스타일리쉬하고 힙했다. 이것이 성수동 바이브인가? 미진이가 들어갈 쯤에는 마감시간이라고 팔찌도 안 채워줬다. 바베큐파티도하고 예쁜 차들이랑 사진도 찍고 별 거 없었는데 재밌었다. 

 

 집에 가는 데 미진이가 덕분에 행복하다고 했다. 흐흐 덕분에 행복이라니 너무 기분 좋아지는 말이구만. 어제에 비해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나왔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조금 좋았다. 작년 겨울 미룽씨가 행복하다고 했을 땐,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단어인가 생각해봤던 내가 떠올랐다.

 

 행복, 그게 뭐 별 건가, 엄청 아끼고 아껴뒀다 얘기해야만 가치가 있어지는 말인가? 행복이란 말이 입에 떠오를 때 마다 조심스러워지는 건 나는 지금 그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집에 들어와서 저녘을 먹고, 운동일기를 썼다. 너무 늘어지지도 않고 너무 바쁘지도 않았던, 적당히 괜찮았던 주말인 것 같다. 앞으로 주말 하루는 저녘 약속만 잡아야겠다. 이렇게만 보낼 수 있는 주말이 가득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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