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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월 네 번째 일기 (05.20~05.26)

by 킹쓔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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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월_ You are what you eat


 진짜 귀찮아 죽겠는데, 건강이 중요하니까. 주섬주섬 뭘 만들어서 먹어봤다. 심지가 준 올리브 오일로 그리스식 샐러드도 해먹고, 어머님이 전에 알려주신 쪽파 삶아서 돌돌감아 수육도 해먹었다. 저녘엔 야채들을 썰어서 샐러드도 만들어 먹었다. 먹는 게 곧 나니까, 신경써서 먹자.

내가 먹는게 곧 나니까


05.21.화_ 계속 잠

05.22.수_바닥에 바닥을 치기

 
 그 우편물을 받고 든 생각은 과연 난 출국 할 수 있을까였다. 마음이 심란해져 약속들을 취소하고 누웠다. 며칠 전부터 퇴근하고 들어오면 방에 누워 폰을 하다 잔다. 그게 지겨워졌는지 새벽에 깨서 미뤄둔 양말 정리를 했다. 정리라도 하고나면 마음이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였다. 여기가 바닥일까 싶었는데, 그런 걱정쯤은 우습다는 듯이 더 큰 바닥에 팽개쳐진 기분이다. 


05.23.목_그래도  어른이니까.


 가슴이 답답-했다. 이러다 병이라도 생기면 더 큰일이겠다 싶어 일단 밖으로 나갔다. 벤치에 앉아서 마음을 비워냈다. 다들 큰 문제 없이 잘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모양인지 묻고 싶었다.
 
 그래도 이제 <어른>이라는 게 되었다고 느낀 게, 이 서글픈 와중에도 할 일은 하고 있는 거다. 폭풍같은 감정의 파도는 잠식 되는 건 고이 접어두고,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업무를 쳐내고 있는 내 자신. 조금은 대견하면서 이런 상황은 좀 씁쓸하기도 하고. 여기서 버티고 있는 내가 참 어른 아니면 뭐겠어.
 
 나는 남들 힘들 때 엄청 잘 들어줬던 것 같은데, 막상 이 내 답답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는 건 조금 아쉬웠다. 누구는 지금 바쁠 때고, 누구는 요즘 회사때문에 힘든 것 같고,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 쉬고 있는 혜한테 전화를 했다.
 
 사별하거나 살인누명 쓴 거 아니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그 중에 한 사람이 혜였다. 그녀도 며칠 전 15년간 키우던 고양이를 보냈다며 입을 뗐다. 미룽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나름 새 자리에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다들 나처럼 죽겠다 힘들다 말 하지 않을 뿐 묵묵히 버티는 중이구나. 

으른의 책임 : 나도 잘 먹고 동생 밥 챙겨주기

  무기력함에 질척이고 있다가 계속 이러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서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 재료를 털어서 생도 저녘거리도 만들고 내 끼니도 챙겼다. 힘들다고 누워만 있을 수 없는 으른. 그 책임과 굴레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구나.


05.24.금_ 나란 사람은 적당히를 모르지.

 
 이대로 앉아만 있는 건 아니다 싶어 배민을 다시 시작했다. 이거 진짜 안하고 싶었는데. 처음엔 생각보다 건 수가 없다고 느꼈지만, 다행히 일이 조금씩 생겼다. 뭐 지속적인 건 아니라 비는 시간을 집에서 떼우다 갈때도 있었고. 들어오자마자 콜이 바로 울려서 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등산이라 생각하고 쵸콜렛 하나씩 먹고 나가고 했지 뭐.

 하늘은 왜 이다지도 맑은 걸까. 유화같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이상해졌다. 결국 내일 약속은 못 갈 것 같다. 이 상태로 누구랑 노는 건 또 아닌 것 같긴 한데,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looking for a silver lining

 잊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이란 걸. 첫 날이니까 살살 한 번 시작 해보자는 말이었지, 이렇게 다 부러뜨릴 각오로 나온 건 아니었는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몇 건 더하고 그만하려 했는데, 결국 몰아치는 콜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냈다. 당연히 몸이 견뎌낼 수 가 없는걸. 하루 200보를 걷던 사람이 2만보씩 걸으려니 멀쩡하겠냐고. 

비닐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손과 그 원인

 게다가 전용가방없이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손이 다 망가졌다. 손은 영원히 튼튼할 줄 알았는데, 주짓수 이후로 안 아픈 곳이 없네. 그냥 신체적 노화인데, 괜히 주짓수탓 하는건가.


05.25.토_ 불안과 피로의 늪에서


 명상음악을 들었다. 자다가 순간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여러 번 깼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인가? 그냥 수면장애 겠지. 스트레스 탓인가 싶어 마음을 비워내야겠단 생각을 했다. 몸을 살짝 움직이고는 싶은데, 어제의 여파로 무릎 상태가 안 좋아서 그건 관두기로 했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었다. 이런 내 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오히려 좋았다. 냉장고를 털어서 대파크림도 해먹고 토마토 프리타타도 했다. 과거의 내 자신 이런 걸 다 사놨네 아유 기특해라. 너무 심심해서 밖에 나가고 싶은 걸 보니 돈도 없고 몸도 성치 않네.

 

 지원했던 쿠팡은 역시나 안됬다. 오히려 잘됬지 뭐. 이 무릎으로 쿠팡 갔다간 진짜 개박살이다. 그럼 돈은 어쩌지. 하. 아무 생각하기 싫어서 숏츠를 계속 넘겼는데, 그것도 계속 보다보니 그만 하고 싶어졌다.

 

 밤이 되니 또 불안이 서서히 지진처럼 일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는게 느껴져서 살짝 무서웠다. 이러다 어디 하나 고장나는거 아냐? 절대 안돼... 

 

 


05.26.일_ 바운스

 

 첫 날은 너무 요령없이 했던 것 같아서, 나름 방법을 바꿔봤다. 손이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배낭도 메고, 운동화도 조금 더 편한 걸로 바꿨다. 훨씬 덜 힘들었고, 수익도 나쁘지 않았다. 건 수에 비해 비가 와서 인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건지, 생각보다 콜이 많았다. 아니면 첫 날, 어떤 콜이든 가리지 않고 착실하게 다 받아온 덕이려나. 

 밤이 되니 대자연이 임했더라. 막혀있던 배수구가 뻥 뚫린것처럼, 폭포가 떨어지는 것 같은 속 시원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 찬장 청소 때 쌓인 위생용품을 보며 오늘만을 기다렸다. 곧 있을 건강검진 때도 기간 겹칠까봐 고민했는데, 그 전에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동안 왔던 불안, 갈증, 통증 모든 신체적 이상 신호의 원인을 찾았으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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