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월_ 바쁘지 않은 듯 바쁜 월요일
그렇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지만 커버레터 한 글자도 쓰지 않았습니다. 자꾸 게으름을 피우면 후생에 소로 환생한다는데. 요즘 자꾸 해야할 일을 미루는 걸 보면 다음 생은 미노타우르스 당첨인듯 보이네요.
차라리 이럴거면 맘 편히 쉬기라도 하자 싶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모순덩어리의 삶은 계속 됬죠. 인스타에서 본 튀기지 않은 감자칩을 해봤는데요. 먹을 땐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럴거면 기름은 왜 뺀 걸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녘에는 졔씨네 반쪽이 계신 월계 체육관으로 운동을 갔습죠. 내 주변 사람들은 나 닮아서 다들 약속 잡기 힘들잖아요, 바쁜 사람들을 보려면 체육관으로. 운동맨들 운동 못 잃지. 길찾기로 미리 경로 보는데 지도에서 시선을 사로 잡는 빵집 아빵.

소문난 빵집, 나 또 이런거 못 참잖아요? 김숙과 송은이가 극찬했다던 빵집 아빵. 신나게 달려왔것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 닫아버렸네... 이것 때문에 일찍 왔는데. 비도 오고 들어갈 때도 마뜩잖아서 수업시간보다 일찍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깔끔한 화이트톤에 적당한 그레이. 여기 인테리어 잘 해놨네. 아트오브주짓수짐 느낌 물씬 나네. (물론 거기 가본 적 없음. 유튜브 체육관 소개 영상만 봄) 문 앞에 고양이 주머니, 이거 원 헌드레드 펄쉔트 졔씨가 샀구만. 확고히 그녀의 취향이 묻어나는 소품. 괜히 반갑잖아.
인스타로만 보던 칸지 테이핑도 해봤다. 무슨 칸지는 테이프도 좋아. 집에 있는 거 다 쓰면 여기걸루 산다. 지난 번 취업사기가 남기고 간 월급쟁이 가방에 도복 싣어왔습니다. 비 오는 날 쓰기 딱 좋더라구요. 탈의실 거울보고 인증샷도 하나 찍어주고 친구들 기다리기.



여기서도 여자는 나밖에 없었지만,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깔깔, 내 나와바리라 그런가? 저번에 레슬링 수업하고 와서 그런가? 이제는 관장님 된 백사범님-이 호칭이 입에 붙어버렸다-덕분일까. 졔씨두 서원씨두 이젠 제법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라 생각되서 그런가? 히히.
이번 수업은 앵클락-싱글렉-스윕 연계기술을 배웠다. 후후- 또 모르겠네. 주짓수- 너란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원래 어려운거라고 해줘요. 그래도 이젠 제법 쫄지않고 앵클락을 하는 나, 많이 컸군. 물론 스파링 땐 한번도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끝나고 웨이트까지 해서 조금 힘들었지만 죽을 정돈 아니었다. 오랜만에 사람들도 보고 운동 좋군.

07.09.화_게으른 백수는 될 수 없어
오늘은 제법 백수처럼 늦잠을 자보려 했습니다만, 내 팔자에 그런건 없나보다. 엄마가 뭐 해줄수있냐고 연락와서 부리나케 아침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은행에서 동전도 바꾸고, 그 돈으로 떡도 사먹고, 손톱깍기도 사고, 나물반찬도 샀다.



오는 길에 성임이가 준 기프티콘도 쓰려고 갔는데, 카페가 휴가라네. 어휴- 부럽네요 빽다방사람들. 내일 꼭 아샷추 먹으러 다시 오겠습니다.

07.10.수_ 애기엄마네 나들이(2)_재하네
벼르고 벼르던 베란다 정리. 창문 옆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애의 흔적. 이제 학교 들어갈 때 되가니까 거의 십년 됬나? 날이 너무 좋아서 산이나 갈까하다가, 손댄 김에 싹 정리했다.



승혜네로 갖다 주려고 아주 깨끗히 씻겼다. 얘들아 새주인 만나려면 이리 빡빡 닦아야한단다. 하- 너무 닦느라 가기 전에 지쳐버린건 안 비밀입니다.


이걸 들고 어떻게 버스를 타나, 만원이면 간다길래 택시불렀다. 기사님이 트렁크에 안 싣어도 된다고해서 짐이 작아보이나 했는데, 차가 진짜 컸다. 아이오닉 진짜 넓고 좋구만.
아가재하보느라구 밥도 못먹은 내 친구. 탄단지 맞춰서 예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배고프니까 대충 막 되는대로 슥삭슥삭 차렸다. 그래도 승혜가 좋아했다- 이거 어디거냐고 물어봤다구요. 지리산처럼 정은씨네 들기름막국수 짱.



애기 재우고 디저트 타임. 장난감 무더기로 챙기면서 케이크 예쁘게 데려오느라 고생한 나도 먹고 애기엄마도 먹고. 옥수수 플랑 맛있고 복숭아 케이크는 더 맛있고, 그런데 크림이 좀 녹아 아쉽구려.



내 손보다 작고 귀여운 재하. 너무 귀엽고 난 널 정말 좋아하는데… 낯을 가리기 시작한 도련님. 너도 나 좋아한 거 아니었어? 뭐...괜찮아, 나 얼마 전에도 하미니랑 데면데면 하고 왔어. 그래도 우리 저번엔 좋았는데 갑자기 이러니 이모 조금 서운해?

궁디 씰룩씰룩 대는 거 너무 귀여워서 휴대폰 들면 멈추는 밀당남. 결국 엉덩이로 시작하는 영상만 가득해졌네. 포기포기. 목욕까지 씻기고 이모는 집으로 갑니다! 바로 앞에서 버스 놓치고, 한 정거장 늦게 내려서 조금 걷긴 했지만 짐이 없으니 살 것 같더라.
햇볕은 여전히 쨍쨍한데, 자꾸 비가 쏟아졌다. 한 쪽은 먹구름밭인데 다른 쪽은 푸른 하늘인거 좀 웃기네.


애기 조금 봤다고 배가 제법 많이 고팠다. 밥 하나 먹고도 소곱창을 시켜 먹었네. J의 스토리를 보다가 쀨 받아서 갑자기 배달의 민족 주문! 어플 삭제해야지 정말 또,,,그치만 영국가면 못 먹으니까라고 핑계대며 먹기 히히.

07.11.목_ 여전히 바쁩니다
오랜만에 헬스장 출근. 당근에서 1일 무료 체험권 받고 와봤다. 이용권 등록하려고 전화했을 때 받은 분이 너무 불친절해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막상가보니 꽤 친절하시고 정말 등록권유도 없었다. 사실 없게 만들었지...사장님이 잠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1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으셔서... 그냥 운동하고 나왔다.



이전이랑 달리 머신 쓰는 법도 많이 까먹고, 빡세게 하진 않아서 그런지 운동한 기분이 안 들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 다이슨이 있는 것 같다. 설마 진짜 진품은 아니겠지? 나만 없네 다이슨.

집 가는 길에 괜히 한번 슈퍼 들러보기. 와서보면 딱히 살 게 없는데, 집 가면 왜 이렇게 사러가야할게 많은 건지 참.
07.12.금_ 여유로운 백수의 삶은 없는걸까?
한가롭고 여유로운 백수의 삶, 그건 언제쯤 할 수 있는걸까? 어제는 새벽 3시에 잤는데 8시 되니 자동으로 눈 떠지잖아요?일찍 일어난김에 국제면허증 발급 받으러 왔다. 그 새벽까지 뭘했냐고? 옛날 운전면허증 찾았다. 어디에 숨었는지 절대 안나오네...근데 여기서 재발급 요청하니 오분도 안되서 만들어주는 것. 나 어제 왜 찾았냐...


이럴거면 그냥 일찍 잘 걸… 그래도 뭐 문제없이 국제운전면허증까지 발급완료. 사진 옛날거라 빠꾸 먹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네 호호.
바쁘다 바빠, 다음 일정은 두피케어센터로 부리나케 이동.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니 새삼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네, 30대 중반엔 다 탈모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옛날보다 건조하진 않아서 다행이군.



가운 입고 관리 받으니 제법 여유있는 어른 같군요. 그래봤자 이만원짜리 스켈링 체험이지만 확실히 일일이 손으로 케어해주니 대접 받는 기분이고 좋더라. 그런데 머리는 직접 말리라니 조금 아쉬웠습니다.

점심은 수제비 먹으려다 혈당 생각해서 김밥으로 결정. 그런데 오토김밥와서 닭강정 안 먹으면 바보 잖아요… 재주문해서 닭강정 세트로 변경. 비정제 흑당이라니 조금 낫지 않을까 위로를 해본다.
노원이 좋긴 좋은게 진짜 뭐가 다있다. 나름 번화가인 곳이라 병원 서점 미용 은행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았다. 하는 김에 환전도 조금 하고 뭐.


여왕님 얼굴 확인하니 진짜 떠날 날이 다가오는구나 싶네. 인스타에서 본 스벅우산 사러왔더니 역시 품절됬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장우신이고 튼튼하다던데,


30대가 되면 약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답니다. 보룡약국은 약값이 싸니까 다이소처럼 한번 꼭 들르게 된달까. 대신 유통기간이 엄청 긴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어쨋든 혹시 몰라 반테린이랑 지사제, 알러지약까지 야무지게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니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건만, 아직도 할일이 산더미네. 집 가서 태봉쓰가 말한 프린트하고 토퍼 만들면 딱 집에서 나서야 되겠구만. 누가 할 일 없는 백수래, 내가 보기엔 백수가 더 바빠.


집 오자마자 프린트해서 가위로 오리는데 선풍기 바람에 인쇄물들이 꽃잎처럼 흩날리네. 어쩔 수 없이 전기코드 빼고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기계처럼 종이를 자르고 붙였다. 딸기 케이크도 먹고 싶다고 노래 불렀던 거 기억나서 배민 다 뒤졌는데, 한 여름에 딸케 파는 곳은 빠바 뿐이라서 잽싸게 시켰다. 배달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빠르게 처리해서 저녘 약속장소인 동묘역으로 이동했다.
헐레벌떡 달려온 식당 앞에는 태봉쓰만 덩그러니… 아니 제일 막냉이한테 웨이팅 시켜놓고, 이 두 남정네들 왜 이렇게 늦는데요? 못쓰겠구만.

지난 번처럼 인원이 다 없어서 한참을 못들어갔다...들어가보니 테이블이 다섯 개 밖에 없어서 왜 그렇게 웨이팅에 엄격했는지 알겠더라. 그래도 기다린게 아깝지 않을만큼 괜찮은 식당이었다. 쭈꾸미가 크고 실했고 전체적으로 음식도 맛있었다. 볶음도 맛있었지만 내 입에는 파전이 제일 맛있었다. 도토리묵은 다음에 가면 안 시킬 것 같고 쭈꾸미 만두는 품절되서 못 먹었다.
카페는 저번이랑 똑같은 코스, 올덴브라운. 한 번 와봤는데 왜 또 헷갈리나... 동묘는 골목이 너무 많아서 길찾기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금밤이라 사람이 많아서 지난 번 앉았던 쇼파자리는 앉을 수 없었다.

그래도 또 창가에서 어찌저찌 생파를 잘 했다. 내내 대충 넘어간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는데, 하고 나니 속 시원하다. 암만 생각해도 이 조합 너무 낯설고 신기하네. 덕분에 또 즐거웠다.
07.14.토_ 홍대 나들이, 성이미룽

옷을 한 서너번을 갈아입었는데, 결국 이걸로 정착. 역시 등산복 등산화가 최고야. 너무 편하구만. 홍대가 또 나름 언덕이 있어서 잘 입고 온 거 같다고 자꾸 합리화를 한다. 젊음과 열정의 거리 홍대에 입고오기엔 약간 동 떨어진 느낌나는 의상이긴 하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서 본의아니게 재촉한 거 미안해요 미룽씨. 그래도 덕분에 바(BAR) 자리 받아서 좋았다. 죠죠랑 하나랑 여기 셋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 우와. 야끼소바도 짜지 않고 오코노미야끼도 느끼하지 않았다. 마로 만들어서 그런가? 다음에 또 오고 싶다. 오코노미야끼 먹자마자 생각나서 주희한테 연락함!
후식으로 먹었던 복숭아 디저트도 맛있었다. 크레이프랑 카스테라가 들어있는 신기한 조합이었는데, 복숭씨 디저트는 다 맛있는 것 같았다. 분명 짐이 너무 많다고 불평한 건 나였는데, 내 짐보다 더 거대하고 무거웠던 미룽씨 가방. 그리고 가방 안에 든 게 다 내꺼였다...오늘도 바리바리 바리스타 미룽쓰. 감사히 잘 받고 갑니다.



써보고 싶었던 헤어미스트도 받아서 좋구만. 맘씨 좋은 미룽씨가 몽쥐꺼 쉐이크도 건내주며 전해주래서 싫다고 대차게 거절했다. 요즘 냉전체제 중인데, 지하철에서 몽지가 좋아하는 꽃 보고 사다줄까 생각이 났다. 무의식이 무섭구만. 어림없지-난 아직 화가 나 있을거야.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간 올더어글리쿠키. 우리가 도착하기 20분 전에 두바이쵸콜렛은 품절 됬다니, 이리도 안타까운 소식이 있나. 오페라쿠키도 품절이라 그냥 녹차 쿠키를 사봤다. 한 개에 오천원 하는 쿠키는 뭐가 다를까 했는데 버터맛의 풍미가 잘 돌고 유지방이 잘 분포되있는 반죽에 크기가 엄청 크다.



성이미룽은 마카다미아쿠키를 샀다. 이거 좋아한다는데 오늘 복숭아도 그렇고 음식 취향 같은 거 많이 발견하네. 빨갛고 망고 좋아하는 미룽씨나 슴슴하고 망고 싫어하는 우리 음식취향이 완전 반대일 줄 알았는데. 하긴 맛있는 음식은 취향 안타지.
저녘은 오랜만에 당산역. 미룽씨 덕분에 하이볼도 먹고, 전에 먹고 싶던 스키야끼도 먹었다. 고기도 부드럽고 야채들도 적당히 잘 익어서 먹기 편했다. 오늘 먹었던 음식들은 하나도 실패없이 다 맛있었네. 떠나는 미룽씨를 보내주는 길. 예전엔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는데 요즘은 끝까지 인사해주는 그녀. 괜히 눈물 찔끔 나는구만. 이번주도 만나고 다음 주도 만나는데 뭐가 그리 아쉬운거야 참말로.


07.14.일_나 혼산



일어나자마자 다시 한 번 짐 정리를 하고. 밥 먹기 귀찮아서 감자랑 소세지 에프에 돌려서 구워먹었다. 비주얼만 보면 흡사 중세유럽이네. 벌써 유럽식사 연습인가.


역시 담는 걸 예쁜데 다 담아야 하는 구만. 아까는 거의 대기근 속 지옥에서 건져온 감자였다면 지금은 제법 그럴듯한 식사 비주얼이 난다. 야채가 너무 없긴 하지만. 부바에서 만든 수제 소시지 나쁘지 않구만.


아쉬운대로 엄마가 준 토마토 두 알 올리니 제법 귀여운 식사같군. 성이미룽이 준 밀크티로도 타 먹을 수 있는 캐모마일티도 함께 먹었다. 이번엔 인내심을 갖고 2분 이상 길게 우려냈는데, 우유 넣어도 될 정도로 진하진 않은 듯? 운동 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쉐이크 먹어보고 싶어서 뜯었다. 많이 달지 않고 맛있었다.


수십 번은 고민했던 아차산 혼산. 먹은 게 너무 많고 이렇게 비 안오는 날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귀찮음을 무릅쓰고 왔다. 나혼산. 나, 혼자, 산에 간다-! 이젠 제법 네비 안 키고도 알아서 길 찾아가는 나. 주말에 혼산 할 정도면 산쟁이 다 된 거 아닌가요? 호호.

고구려정 올라가는데 콩밤이들 생각 안할 수 없지. 엊그저께 여기 셋이 여기 힘들게 오르던 기억이 났다. 물론 그 셋중에 힘들게 오른건 나만 그랬지. 오면서 미나리집 보면서 태봉이 생각도 나고. 가면서 꿩 아저씨 또 만나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무심하던 그. 그래요 셀럽은 만나는 사람들 일일이 다 기억못하죠.

서늘하고 덥진 않은데 먹구름이 껴서 아쉬운 하늘. 안경쓰고 보니 또렷하고 깨끗해진 시야는 괜히 새롭게만 느껴지는 구만. 낮에도 롯데타워에 불빛 있는 지 처음 알았지 뭐야.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아서-아용망이나 아용아하려다가 괜히 또 혼자 길 잃을까봐 해맞이 공원에서 일몰 기다리다 내려왔다. 아니 남들은 쉽게 본다는 아차산 일몰. 왜 그렇게 내겐 보기 힘든 광경인가...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구만요?


더 있다간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서 살살 내려왔다. 금세 밤이 되서 내려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도 안전히 하산 완료. 역시 여름은 야등인데- 다음 번엔 누구랑 같이 와야겠다.



산에서 내려와 역으로 향하는데 곳곳에 추억이 보였다. 김오빠랑 처음 올라갔던 아차산 등산로 계단을 지나 차차가 꽈당했던 언덕, 수영이랑 기다렸던 콩밭, 여기서 열린 깜짝 생파, 오솔님과 도란도란 나누던 얘기들까지. 그때는 몰랐지만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많았구나.
가는 길에 모두부를 샀다. 사장님이 마지막 두부라고 축하한다고 하셨다. 진짜 내 뒤로 계속 두부 사러 온 사람들 많았는데 한 명도 못사갔다 허허. 군자에서 7호선 갈아타자마자 지하철이 바로 오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오늘 다친 데도 없고, 무릎도 안 아프고, 혼자서도 길도 찾고, 두부도 사가고, 지하철도 그렇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재화가 종종 말한다.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이란 그런 것 같다. 힘들고 억울하다며 불평과 불만은 쏟아놓던 나도 어떻게 보면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두 손으로 통증없이 물건을 들 수 있고, 무릎이 아플까 주저하지 않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다.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 있고, 그들 대부분이 큰 병은 없어 상실의 두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호의를 베풀 수 있으며, 때로는 그를 보답받는 감사한 일도 생긴다. 끼니나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말하고 싶은 바는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위치이며, 부양가족 없이 내 미래나 삶에서 주체적이 될 수 있다.
2주 후면 이제 출국이다. 여전히 내가 떠날 수 있을지 아닐 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고 뭐- 아직도 그렇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행복할 일 이 많을거라고. 그러니 조금 걱정할 일이 생겨도 너무 낙담하진 않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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