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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7월 첫 번째 일기 (07.01~07.07)

by 킹쓔 202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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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월_백수의 하루 ( 생각과는 조금 다른 )


 이제 합법적으로 일 안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얼른 출근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런 느낌은 오래 가지 못했지. 왜냐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백수면 한가롭고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직장인보다 더 바쁩니다.

15키로 안나올까봐 걱정하던 사람 어디갔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헌옷 정리해서 밖에다 내놓고. 밥 해놓고 야채 씻어놓고 김 잘라놓고. 수건이나 옷 선별해서 짐 마저 싸고. 심지네 옷 배달가고, 크림도 듬뿍 발라주고.

주희가 준 크림 다썼다! / 예쁜옷들은 심지네로 / 이 비치타올 넘무거워서 탈락

 
 밥 먹고 집 마저 치우다 사무실 와서 카페잡 레쥬메를 썼다. 구글 샘플로 하다보니 한 30분 걸렸나?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조금 허무했다. 이럴거면 왜 이렇게 미룬거야? 그래 뭐 맛보기라 생각하자. 마케팅잡은 좀 걸리니까 미리미리 쓰면 되지 뭐. 이 참에 세일즈 잡도 써보고 다 써보자.

출처 : 부킹닷컴 예약페이지

 오늘은 될 줄 알았지 게하 예약. 대체 한 달도 안남았는데 언제 열어줄 건가요? 휴가기간이라고 7, 8월은 몇 개월전부터 막다가 요즘 하나씩 열어주는데 속터지고 답답하다. 제발 엘베있고 역이랑 가까운 K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제발. 
 
 밥은 먹었지만 빵도 먹고싶어. 조금 먹는데 살 찌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에요… 왜냐면 엄청 고칼로리로 먹어제끼니까요.

 내일 밖에 나가서 돈 쓰려면 오늘 아껴야하니까, 냉동실 뒤지다가 예전에 만들어뒀던 프렌치토스트 발견. 맛있게 먹고 운동하러 갑니다.
 
 오늘의 운동은 레슬링. 이설랑이 하도 재밌다고 같이 해보면 좋다길래 와봤지롱. 빈 사범님 인스타에서도 많이보고 예전에 유도 원데이 클래스에서 만난 사람도 여기 다닌다고 했는데, 드디어 와보네. 

 사실 옛날에는 레슬링 옷이 너무 민망하고 전혀 관심도 없던 운동이었는데, 흥미가 생긴 거 좀 신기하다. 강철부대도 그렇고 레슬러 인플루언서들덕분인지 그런지 한 번 해보고 싶어지더라. 미디어의 힘이란. 게다가 우리 동네 인프라 좋거든. 선수촌 근처 동네라 웬만한 운동은 다 배울 수 있다.
 
 그런데 확실히 남자들이 많은 운동은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엊그제 바레에서 사근사근하게 먼저 다가와주는 선생님들보다가 여기 와 보니 살짝 꿔다놓은 보릿자루 느낌 낭낭하다. 그게 나쁘다 싫다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구. 그래서 이설씨 들어올 땐 정말 유치원에서 엄마 만난 애기처럼 반가워했다. 흐흐...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 해보자면서요...?

 레슬링은 확실히 인자강들을 위한 운동 같다. 다들 퉁퉁하고 근육맨 느낌이었는데 비주얼만 그런 게 아니었다. 준비운동부터 너무 빡세서 뒷벅지에 통증이 올라왔다. 아- 나 오늘 운동은 제대로 배우고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잘 멈췄다. 확실히 강도가 센 만큼 쉬는 시간도 자주 줬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확실히 예전보다는 뭘 좀 따라하기 쉬워졌다. 주짓수 좀 해봤다고 테이크 다운이 조금 더 스무스하게 들어가는 느낌. 샤워실도 있다는데 아무것도 안 들고와서 집으로 왔다. 


07.02.화_ 비가 오는 날엔 집에 있자

 

 후회-하고 있어-요. 비 오는 데 굳이 굳이 밖으로 나온 거. 그치만 어쩌겠습니까 오늘이 마지막 레제의 날이거든요. 사실 이것도 한 번 미룬거라 더 이상은 예약을 미룰 수 가 없었답니다. 가기 전에 짐 정리 좀 하다 나왔는데...
 
 뭔 놈의 운동복이 이렇게 많은거야 정말. 일상복은 얼마 안되는데 운동복은 아주 미어터질라고 하네. 넣다넣다 모자라서 딴 데다 집어넣었다.

일상복 6벌, 운동복 12벌...

 가는 길에 심지네 옷 배달 완료하고, 올영 들르고, 다이소도 들르고. 여기서 여행용품만 거의 오만원 가까이 팔아준 것 같네. 중요한 건 앞으로 더 살 것 같다는 점. 가격이 비싸지 않다보니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소비자의 니즈를 잘 안 다. 짐 싸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여기선 단 돈 몇 천원에 보완되니까. 다이소- 부자되세요.
 
 점심은 역시 수제비죠. 2시가 됬는데도 웨이팅 한 거 실화입니까? 이 비가 이렇게 오는데도요? 수제비 먹는데 파전 냄새 풍겨와서 살짝 홀렸다. 옆 사람도 혼자 왔길래 파전 같이 시켜서 나눠먹자고 해볼까 고민했을 정도니... 가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 파전 메모.

 참새가 방앗간 어떻게 지나갑니까? 정류장 가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민 꽈배기 꽈백최선생도 하나 먹어주고, 탄수화물 대파티네. 
 
 가기 전에 애들한테 편지 꼭 써주고 싶었는데. 미룽씨한테 한 번 쓰고 나니 이제 아웃이다. 편지 쓰는 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만. 진심을 눌러담아 쓰려다 보니 맘에 안들어서 몇 장은 쓰다 버렸다.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인데 매일 2시쯤 잠 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듯. 사실 자기 전에 생각이 많아진다. 주변에서 자꾸 인사 해주는데 정말 갈 수 있는지 또 많은 걱정이 몰려왔지만...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은 신경쓰지말자. 그냥 잘 될거라고 믿고 내 할일을 계속 하자.


07.03.수_ 제법 P같은 하루

 
 이력서 쓰기 은근 스트레스 받네. 오피스잡 이력서는 오랜만이라 조금 걱정이된다. 일기 쓰면서 사무실 정리하고 있는데, 미진이가 점심을 혼자 먹는단다.

 뭐리구? 출동이다! 회사 사람 만날 수 있으니 후줄근 할 순 없어서 몇 분만에 초스피드로 외출준비 완료. 헐레벌레 도착!

 다행히 오늘은 뽀송뽀송 푸른하늘이네. 이젠 아파트가 가득 들어선 장위동. 예전엔 여기가 다 주택가였는데, 많이 변했구만.

 점심은 칼국수집. 나 칼국수 엄청 좋아하는구나. 어제 수제비 먹고도 오늘 내가 고른 메뉴가 칼국수입니다, 히히. 매일 먹어도 인 질려. 육칼이 맛있데서 시켰는데 미진쓰가 시킨 들깨도 맛있엇다.

 식사 후엔 시장구경. 우리동네보다 쾌적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한가로워 보이는 게 좋았다. 아- 현금 써야 되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 못 들고 온 거 너무 아쉬웠다. 가래떡 사왔어야 했는데.

 아직은 옛날 건물이 남아있는 장위동 뒷편. 반가운 주택가에 스며들어 있는 예쁜 골목길들. 벽 너머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꽃들도 참 잔망스럽고, 차도 너무 귀엽네.

 
후식은 포이님의 강추 카페 뮈에. 생각해보니 여기 전에 심지랑 수영이랑 왔던 곳이 잖아? 그 땐 인테리어만 삐까뻔쩍하고 빵은 별로라고 생각 했는데 지금은 제법 고급스러운 맛집이 되었구만.

 요즘 우리 동네도 그렇고. 인테리어만 허울 좋은 카페는 없다. 분위기는 기본이고, 자기만의 특색있는 메뉴도 갖춰야하고. 대부분 상향 평준화가 많이되서 어딜 들어가도 평타는 치는 정도? 이제 카페하려면 이제 웬만한 실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네.

 

 
 산 얘기하다 사람 얘기하다 향수 얘기하다 흘러흘러 올영까지 다녀왔다. 바쁘디 바쁜 직장인의 귀한 점심시간을 아주 알차게 쓴 다음 보내줍니다, 잘가요 그녀.

 
 그녀는 잘 보냈지만 나는 잘 가지못했다. 30분이면 집 갈 거리를 버스 잘 못타서 이상한데 내렸거든요. 어쩐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했어… 다른데로 갈아타려고 하는 데 바로 보이는 마사지집. 1시간에 3만 5천원이라구요? 이걸 어떻게 그냥 지나쳐…

 바로 들어갔지. 타이맛사지는 처음 받아봐서 약간 얼탔다. 신발도 모르고 손님용 아니고 관리사님 신발을 신어버렸네, 근데 이 분 취향 나랑 잘 맞는다. 넘 귀여워.

 마사지샵에서 하는 족욕은 처음 인데요, 물이 뜨거울 수도 있다고 조심하래놓 막상 뜨겁다니까 이 정도면 하나도 뜨거운 거 아니라고 말하시는 사장님… 그럴거면 왜 물어보신거에요…?
 
관리사님이 배정되면 발을 닦아주시는데 이런 대접 처음이라 세상 부담스럽더라. 따라오라고 하시더니 장식장 밑을 누르자 마자 비밀의 문이 딱 열리는 게 좀 놀라웠다. 이게 바로 주단태의 비밀공간 같은 건가?
 
 웃고 있진 않아서 인상은 약간 무서운데 말씀하실때는 많이 부드러웠던 분. 나보다 째그매셔서 힘이나 쓰실까 싶었지만 진짜 힘 좋으시더라 꽤 친절도 하셔서 받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은갱이 만나러 카페로. 오랜만에 보는 그녀~ 여전히 예쁘구만. 사회생활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이 달달함들이 도움이 됬길. 하튼 다들 얘기들어보면 열심히 살어. 주변보면 그냥 대충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07.04.목_ 애기엄마네 나들이(1)_ 소현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검진센터로 갔다. 검진상담과 추가검사를 하러 갔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여기 상담의사들 정말 불친절하신 것 같다. 물론 직업 특성 상 같은 질문에 여러 번 답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게 또 당신네들의 일이 잖소? 이렇게 시비조로 말할 거면 의사말고 파이터하시지...
 
 현미경적 혈뇨한테 무증상 혈뇨(구어) 단어 잘 못 썼다고 혼나고, 지금 당 수치랑 콜레스테롤 기타 등등 관리 필수라고 아주 재수없는 말투로 말하셨다. 이 정도면 상담이 아니라 의사선생님 시중을 드는 건가 싶었지만, 그것보단 내 몸 건강이 더 우선이니까- 그리고 이러다 아플까봐 그 걱정이 더 컸다.
 
 그렇다고 그게 뭐 크게 이어지진 않았다. 알잖아- 나 바쁜거. 허겁지겁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느라 정신없었거든. 거리도 꽤 되서 지도 보고 갈아타고. 아니 도심 한 가운데서 출발하는데도 소요시간 똑같은 거 실화냐구 정말. 서울, 너 이렇게 큰 도시였니?
 
 백수가 된 다음엔 애기엄마들 순방을 시작했거든요. 그 첫번째 주인공은 소현네 입니다. 역에서 버스타고 오래서 탔긴 탔는데 언덕을 계속 올라갔다. 와-여기 차 끌고 와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버스에서 내렸는데 뒤에서 누가 날 불러서 봤더니 소현이었다. 애기안고 나와서 손 흔들던 그녀, 누군가 했더니 내 친구지 뭐야. 오자마자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대해 한 아름 이야기 보따리도 꺼내고 진수성찬까지 차려주는 그녀. 

 팟타이랑 뿌빳뽕커리랑 이름 모를 초계국수 같은거 시켰는데 거의 3분의 1도 못먹었다. 그냥 배달 용기에 먹어도 되는데 또 그릇에 꺼내서 주고 앞 접시도 꺼내줘서 고마운데 미안했다. 

  디저트 사간다니까 컵케이크 사놨다고 하더니, 과일까지 진수성찬으로 내어 주는구만. 머신으로 내린 라떼도 먹고. 거의 집들이 수준, 많이 못 먹고 가서 미안합니다.. 와우-손님대접 제대로 받고 가는 구만. 
 
 애기랑 같이 있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갔다. 밥 먹고 얘기 좀 한 것 같은데 벌써 6시네. 간다고 준비하다보니 또 7시가 됬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소현이. 비 오는데 애기까지 안고서 저러고 있다니, 떠나는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는 건 참 행복한 일 이지. 마음이 찡 하는구만. 

자꾸 광고에 자주 홀리네 요즘

 정류장 내리자마자 보이는 입간판. 헤드스파가 두피 케어까지 포함된 줄 알고 냅다 달려갔는데, 그냥 샴푸해주고 머리 잘라주는 거였다. 그래도 뭐 썩 나쁜 금액은 아니지. 어차피 머리는 원래 하던 데가 있어서 그냥 다듬어만 달라고 했다. 

 집 오는 지하철 안. 소현이가 준 카드를 꺼내봤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긴 글은 아니지만 한 자 한 자 진심을 눌러담은 카드였다. 나를 생각해주는 고맙고 소중한 마음. 선물도 가볍고 딱 좋은 네잎클로버. 내가 바로 눈물의 여왕이오. 
 
 행운의 네잎클로버 덕일까? 드디어 간절히 염원하던 그숙소에 예약했다. 엘베도 있고 위치도 좋으며 시설도 쾌적한데 가격도 괜찮은 바로 그 곳! 공항에서도 지하철로 한방이니 이제 짐 걱정은 한 시름 덜었다. 차곡차곡~ 아주 준비가 잘 되가는구만.


07.05.금_ 성수나들이, 콩밤

 
 이번 주는 정말 레쥬메랑 커버레터를 완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벌써 한 주가 지나버렸네...다음주는 기필코 꼭 하자.

 엄마랑 얘기하다 또 출국이 멀어지는 것 같아 맘이 힘들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어쩔줄 모르겠어서 좀 잤다. 자고 일어나도 맘이 그래서 혹시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줄까 걱정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요즘 자주 오는 것 같은 코끼리베이글.

 오랜만에 콩밤님들이랑 나들이,라고 하고 싶은데 미진이랑은 엊그제 봤구나 깔깔. 그런데도 또 바리바리 싸온 그녀. 핸드메이드 향수 진짜 파는 것 같잖아? 향도 내가 딱 좋아하는 상큼달짝한 스타일에 포장도 베이비핑크톤 왜 이리 예뻐. 물론 제일 예쁜 건 그녀의 마음이지.

 지나가다 처음 들른 어퓨 팝업. 청량한게 오늘 우리 의상이랑 잘 어울리잖아?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미진이랑 나랑 하늘색으로 입고 온 거 너무 웃기잖아~ 제법 커플룩스러웠다고 하하. 태봉도 미진이가 흰 바지만 입었으면 둘이 시밀러룩이라고 동의했다.

 럭키드로우 1등 되서 완전 좋아했는데, 2등이랑 큰 차이 없는 것 같고, 구경 중에 1등 한번 더 나온 거 듣고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나 싶네.

 내일 가 볼 하나은행 달달 팩토리팝업 미리 가보기. 현장예약하고 들어갔는데 제법 웨이팅이 있었다. 들어가서 통장 만들어준다고 이름 쓰라길래 다들 정직하게 자기 이름 적었더니 컨셉놀이였잖아…

 하나은행 신입사원으로 취직해서 급여통장을 사용한다는 게 이번 팝업 컨셉인데 너무 진짜 같아서 쫄앗던 우리. 말하는 대로 다 믿는 이 순진녀들, 취업사기 당하기 딱 좋겠어요 아주.

 솔직히 사기 비슷하잖아요,,,,? 200만원 넘는 돈은 받았으나 쓸 수 없는 걸 보면? 팝업 내 음료수도 사먹지 못하는 사이버머니. 이러깁니까 하나은행?

 그래도 개인정보 팔고 200만원 짜리 가방 얻어가네 하하하. 다들 깔깔 웃으며 나와서 다른 팝업 두리번 두리번. 그리고 들어간 곳은 탬버린즈 팝업. 아방가르드 컨셉에 전시된 상품들 보고, 태봉이가 자꾸 구석기 유물 뗀석기 이런 거 아니냐고해서 웃겨 죽는줄.


 와디즈 가는 길에 슬쩍 들른 디올. 미진쓰가 전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같이 올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낮보다 밤에 더 예쁜 것 같은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마지막 코스는 와디즈. 사물함에 짐 넣어놓고 나니 다들 자유의 몸이 된 듯 너무 좋아하더라. 물론 제일 좋아하던 건 저죠 호호. 피곤해하는 태봉쓰와 구경도 일처럼 꼼꼼히보는 미진쓰. 이리보니 빨리 퇴근하고 싶은 철부지 사장님과 계속 놀고 일은 안할거냐고 혼내는 직원아니냐구요 깔깔깔.


 끝나고 저녘은 능동미나리. 다들 밥 생각 없다고 해놓고 이렇게 맛있게 먹기 있기 없기?! 처음에 두 개만 주문했다가 인당 1개씩 주문해야된다고해서 수육 추가한건데, 맛있게 잘 먹었다.

 그래도 다음 번에 간다면 접시수육보다는 국밥을 하나 더 시킬 것 같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정리하고 나니 벌써 새벽 두시네. 열두시 전에 자기 습관 들여야하는데 거참.


07.06.토_성수 나들이 (2), 킴성심나

 

소녀소녀한 향수 / 내 안경케이스 어디갔냐...

 어제 오늘 이틀 째 성수 방문. 이제 한동안 팝업은 안 가도 되겠어요. 출국 얼마 안남았으니 미진쓰가 준 향수 촵촵 한번 더 뿌려주기. 점심은 고우성수. 퓨전 한식레스토랑인데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메뉴도 제법 괜찮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식사가 너무 달아서 아쉬웠다. 

 밥마다 소스가 얼벅쳐져 있어서 식후 솥에서 담백한 누룽지를 먹을 수 없었다. 가격은 살짝 있는 편인데, 그래도 대체로 메뉴들이 무난해서 한번 쯤은 가볼 법 하다. 

 

 다음은 아사히 팝업. 이벤트 첫 날인데도 줄이 많이 서있었다. 술을 안 좋아하는 데도 거품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확실히 왜 일본 맥주 매니아들이 따로 있는 지 알겠더라. 

아사히 팝업의 멋있는 바텐더분 / 내손바쳐 얻은 쇼퍼백

 평소 같으면 쳐다도 안봤을 텐데, 또 경품 이벤트 한다니까 참을 수 없잖아요? 게임을 위해 손등이 벌개지도록 집중해서 얻었습니다. 과연 이 걸 몇번이나 쓸 것인가 싶지만. 

 

 그리고 생각보다 별로 볼 게 없었던 라이프집업 팝업. 저 타자기 있는 방 빼고는 다 그냥 그랬다. 스티커를 엄청 붙여야되서 쓰레기는 주머니가 차도록 산 더미로 나오고. 컨텐츠 자체가 영-부실한 느낌이었다. 안내도 잘 안 이루어져서 우리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럭키드로우는 1등 나왔지롱. 민음사 한정판 카프카 도서. 어제 어퓨도 그렇고 나 요즘 운빨 좋은듯 싶네. 히히- 나머지 친구들은 사탕하나 되서 화났구요. 달달팩토리는 시간상 생략하고 대학로로 바로 출발.

 사실 별 생각없이 왔는데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재밌었다. 아는 사람은 조권밖에 없어서 처음엔 조권만 유심히 봤는데, 그 사람 외에도 매력적인 분들이 너무 많아서 흥미로웠다.

이블데드 속 조권 / 배나라

 특히 배나라 배우님. 조권님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키 큰 남자가 왜 최고라고 말하는 지 알겠다. 시원시원한 기럭지도 그렇지만 연기도 잘하셔서 정말 매력적인 배우였다. 

 무대 연출 자체도 굉장히 화려하고 볼 거리가 풍성한 쇼였다. 썰고 짜르고 쑤시고 좀비물이라는 거 까지 완벽히 심지 취향이었지만 내게도 꽤 괜찮은 뮤지컬이었다. 게다가 킹키부츠때랑은 달리 무대가 잘 보여서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약 9시간 만에 저녘을 먹을 수 있었다. 역시 우리 일정은 빡세다 빡세.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아서 술집에서 대충 끼니를 떼우고 옆에 양꼬치집으로 2차를 갔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인데 또 먹다보니 계속 들어갔다. 가지만두도 처음 시켜봤는데 피가 두껍고 약간 빵처럼 신기한 맛이었다.

문제의 이과두주와 양꼬치, 가지만두

 

 
  그리고 심지가 취했다. 이과두주랑 고량주랑 맥주랑 섞어먹어서 그렇다는데 왜 그러셨나요. 취한 그녀의 모습은 거의 이십 년만이라 적응이 좀 안됬지만. 취한 사람이 두 명이라서 조금 힘들었다. 물론 안 취한 사람이 셋이라 그럭저럭 잘 집으로 올 수 있었고, 차 안에서 노래 부른 것도 뭐 제법 재밌었다. 
 
  집에 오니 새벽 2시였고, 이것 저것 좀 정리를 하다보니 새벽 3시였다. 언제자고 내일 약속 또 언제가지? 정말 요즘 시간이 너무 빠르다. 


07.07.일_ 간만에 삼보팸 + 더뉴안경

 

 약속시간은 3분 늦었는데 진희가 잔뜩 화가 나있었다. 원래 만나기러 했던 동묘집에 못 들어갔기 때문. 원래 줄 서서 먹는 식당은 잘 안가는데, 나 때문에 오픈런까지 했지다. 그런데 인원이 다 안와서 못 들어간다는 말에 잔뜩 화가 난 진희. 얼른 달래서 근처 다른 식당으로 데려갔다.

 
 사실 고작 3분 늦었지만, 그것때문에 입장이 한 차례 늦어졌다. 게다가 한참 멀리서 온 친구들보다 늦었으니 석고대죄 할 만 하지. 또 진희가 잠을 많이 못자고 와서 더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성난 모습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근처 맛집을 잘 찾아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카페도 대충 골랐는데 괜찮았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커피맛은 그냥 그랬지만, 스콘같은 디저트는 맛있었다.  

 출산, 여행, 노후, 건강, 결혼, 재테크, 육아.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다. 확실히 둘은 유부남녀들이고 한 명은 애인이 있는 상태라 내 관심밖의 주제도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제법 재밌는 얘기들이었다. 뭐 만나서 맨날 주구장창 옛날 추억팔이 하는 것 보단 낫지. 깔깔대며 십년 째 이런 관계를 이어오는 이 친구들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집에 가기 전에 김오빠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는 낯부끄럽게 굳이라고 얘기했더니 오빠가 가서 힘들 때마다 보면 기운 차리지 않겠냐고 얘기했다. 거기다 대고 그럴 정도로 우리가 애틋한 사이는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가 사람이 왜 이렇게 염세적으로 변했냐고 오빠한테 한 소리 들었다. 너무 티 같았나요? 미안요- 하하. 

끝까지 손 흔들어주는 우리 오빠

 그래도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오빠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 손을 흔들어주던 김오빠. 철부지 빠그락쟁이인 내게 늘 키다리아저씨처럼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던 그가 품절남이 되는구나. 원래도 어른스러웠지만, 이제 한 가정을 꾸리면서 더 참어른이 된 그의 행보를 응원하며. 

투두 리스트 시작 / 블루라이트 차단 쩌는 내 안경

 어제 많이 못잔탓인지 지하철역을 올라오자마자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할 건 해야하니까 안경을 맞추러 갔다. 역 근처라 진짜 바빠보였다. 요즘 사람들은 다 렌즈끼고 라식해서, 이제 안경집은 잘 안될줄 알았는데 - 내 착각이었구만.
 
 1시간이 안되서 안경을 받았다. 안경을 새로 맞춘 게 거의 십년 만인가? 렌즈는 호야가 좋다고 해서 그걸로 맞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안경에 진짜 그 제품이 들어갔는 지 어떻게 확인할까 싶었다. 안경렌즈라는게 라벨이 찍혀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차이를 바로 구분할만큼 엄청난 전문가도 아니니까. 그런데 안경사진을 보니 그런 걱정이 싹 가신다. 블루라이트는 진짜 제대로 차단 되는 것 같다. 이 정도만 해도 뭐-굿이지.
 
 출국까지 3주 남았다. 갈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아직 풀리지 않은 게 너무 많다. 나는 과연 첫 달 집세와 보증금, 생활비를 마련해서 갈 수 있을 것인가?

김오빠가 우리 조상님들은 허허벌판 만주땅에서도 잘 살아남으셨다는데, 과연 난 그런 한국인의 피를 증명할 수 있을 것 인가. 레쥬메는 진짜 출국 전에 완성할 수 있을까? 자꾸 거취가 불확실해져가니까 레쥬메 더 쓰기 싫지만- 그래도 또 하는데 까진 해봐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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