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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10월 열 세 번째 일기 (10.27~10.29)_ 느슨하게 시작하는 한 주

by 킹쓔 202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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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일 [워홀+89]_ 배부른 주말 마무리

 

 아침 일찍 일어나 명란이 빠진 아보카도 계란간장밥 해 먹었습니다. 건강하게 먹었죠?

이 사진 찍는다고 가위 써서 김 자름

 

 밥 먹었으니 산책삼아 Stapney greeen쪽으로 걸어가 봅시다. 어제 신청해 둔 Too good to go take away하러 가야 되거든요. 오늘은 핑크둥이. 진분홍바지에 연분홍 옷입구 핑크핑크 메이크업하구 나갔지롱. 날씨도 너무 좋아서 기분도 좋고!

모자이크 했지만 이 날 화장 참 잘 됬걸랑요

킹쓔's 영국워홀 꿀팁s** 배고픈 워홀러들의 합리적인 외식

투굿투고: 마감 직전 시간에 판매하기 힘들 것 같은 제품들을 싸게 파는 앱. 당일 생산했던 신선한 제품들을 30~40%정도 저렴한 가격에 만나 볼 수 있다. 주로 음식점이나 카페, 호텔 등이 많으며 음료나 강아지 간식처럼 다양한  품목을 다룬다.

 

 

Too Good To Go | Save Good Food From Going To Waste

Too Good To Go app is the world's largest surplus food marketplace. Download now and enjoy good food at 1/2 price or less, help the environment and reduce food waste.

www.toogoodtogo.com

 

 상호명이 Bagle and Bun이라 그냥 맨 빵 주는 줄 알고 아침부터 열심히 에그마요 만들어놨는데, 토스트집이었다. 심지어 가게가 아니라 공유주방에 있는 배달 업체라 찾는데 한참 걸렸다. 그리고 마감 음식을 준 게 아니라, 내가 도착하니 그 자리에서 그냥 바로 만들어 줬다.

그래두 음식은 나쁘지 않았어요

  음식이 따끈따끈하기도 하고 날이 너무 좋으니까 그냥 들어가긴 아쉽잖아. 마침 썬크림도 낙낙하게 바르고 나왔고. 해서 집 앞 공원에서 몇 입 먹고 갑니다. 맛은 그냥 이삭토스트 맛. 하나는 계란치즈 케찹마요였고, 나머지는 닭가슴살 패티에 계란케찹마요. 이거 2개에 4파운드 정도(원가 10파운드 정도)라 나쁘진 않은데 또 사먹을 것 같진 않구요. 

화창한 가을날의 런던 날씨

 집에 와서는 넷플릭스 신작 <전란>을 봤다. 강동원 나온다고 맨날 광고하길래 봤는데 생각보다 진짜 재밌었다. 화면도 예쁘게 잘 나왔고, 강동원 연기 무난하고 차승원도 나쁘지 않고, 박정민은 워낙 잘 하고. 근데 예솔아빠의 야레야레는 한국인인 나 조차 듣기 오글거렸는데, 일본인이 더빙한 줄 알았다는 기사까지 있어 조금 놀랐네.

 박찬욱 감독님 입김 닿아서 그런지 촵촵 썰구 피 뿌리는 자극적인 거 많이 나오는데, 또 배운 변태 답게 예쁘게 나온다. 최근에 봤던 김우빈 주연 <무도 수사관>보다 더 재밌었고 작품성도 있는 듯. 초반엔 와 진짜 잘 만들었다하다가 끝엔 살짝 너무 급한 마무리에 잉스럽지만 추천추천 합니다.

 
전,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평점
10.0 (2024.10.11 개봉)
감독
김상만
출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전배수, 조한철, 전진오, 강길우, 이민재, 홍서준, 최대훈, 황보름별

 

 저녘은 분명 삼겹살을 먹었는데, 단 게 너무 땡겨서 갑자기 오밤 중에 마트털러 다녔다. 근데 문 연데가 없어서 저 쪽 아래 테스코 털어왔구요. 

 

 밤 10시가 돼 서야 도착한 다음 주 근무 일정. 최소한 이틀 전에라도 받았으면... 매 주 랜덤박스 여는 기분이네. 제이는  이런 거 힘들어하거든요. 하지만 요즘 바쁘신 사장님 이해해보려 노력합시다.


10.28.월 [워홀+90]_회사가 싫지만 회사가 또 그리운 직장인

 

 저번 주에는 월화에 어찌나 돌아다녔는지, 발목 쪽에 염증이 생긴 것처럼 찌릿찌릿해서 고생 좀 했다. 염증 환자로써 추정컨데 아마 '아킬레스 건염'이 아닐까 싶다. 하- 정말 별 게 다 걸리는구만. 

할로윈에 진심인 런더너들

 오늘은 오전 근무만 있는 날이다. 절대 밖에 안 돌아다니고 진짜 끝나면 꼭 집 가서 쉬자고 다짐했지만, 또 내가 절대 가만히 못 있는 김 (안)가마니 잖아요?

진열대도 예쁜 막스앤스펜서

 변명을 굳이 해 보자면 시내 나온 김에 장을 봐서 들어가고 싶거든요. 교통비도 아낄 겸? 메이플 버터도 만들어야 되는데, 시럽이 없어서...? 생각보다 엄청 비싼 듯 그렇게 많이 비싸진 않은 막스앤스펜서. 공산품은 오히려 테스코보다 싼 것도 있다. 물론 고기나 채소는 훨씬 비싸지만, 대신 질도 더 좋다. 

 

M&S Food · 323-324 High Holborn, Springfield Way, London WC1V 7PD 영국

★★★★☆ · 슈퍼마켓

www.google.com

 장 본 거 들고, 부츠 가서 몇 주 째 미룬 아이브로우도 샀구요. 영국 화장품 가게는 왜 이렇게 샘플이 없나...써보고 색이랑 질감을 봐야 나랑 맞는 지 안 맞는지 알 텐 데. 직원한테 오토타입이냐 펜슬타입이냐 물어보니 구글링 해보라는데... 단순 제품 비교부터 추천까지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가 실시간으로 울려퍼지는 한국 올리브영 그립네. 

Rainy Holborn, near Chancery lanse station

 홀본을 돌아다니는데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눈에 자꾸 걸렸다. 나도 멋진 빌딩에서 일하던 때가 있었는데... 식당에서 손님들이 거는 사원증 목걸이를 볼 때 마다 족쇄 같던 그 물건이 마패처럼 부럽다. 여기서도 저런 곳에서 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Fancy buildings near Themes link station

 사실 오늘은 좀 퇴사 욕구가 뿜뿜한 날 이었다. 내가 잘못한 걸로 혼나는 건 괜찮은데, 배운 대로 했는데 멍청하다는 소리는 좀 너무한 것 같아. 면전에서 갑자기 날아든 무례에 당황하고 속상했는데, 그게 티가 났는지 이모님께서 남은 음식을 조금 싸주셨다. 그래 기분 조금 나쁘더라도 배 부르면 됐지 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만난 세인트 폴 대성당

 영국에서 있지만 일터 특성 상 한국식 무례함에 속상하기도 하고, 영국식 시크함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일도 많다. 물론 두 가지 특성을 가진 탓에 얻는 장점도 있겠지만. MZ의 까칠함이나 상식 밖 행동에도 적응해야 하고. 이 작은 곳에서도 은근 뭔가 많구만.  

 

세인트 폴 대성당 · St. Paul's Churchyard, London EC4M 8AD 영국

★★★★★ · 대성당

www.google.com

 

항상 환한 리버풀 스트리트의 오피스들

 조금 돌아 다녔는데, 벌써 해가 저물고 날이 깜깜해졌다. 퇴근하고 한 두 시간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리버풀 스트리트는 일을 끝마친 직장인들로 붐볐다. 내가 사는 곳에는 항상 불 켜진 리버풀 스트리트의 건물들이 보인다. 내가 꿈꾸던 런던 오피스 라이프를 그리며 여기로 왔는데... 

 저녘을 든든히 먹고 메이플 버터를 만들었다. 왜 버터를 벽에 바르라는 지 알겠다. 설거지 할 때 귀찮을 까봐 그냥 잘라넣었더니 버터가 둥둥 뜬다. 


10.29.화 [워홀+91]_ 현실에 안주하지 못할 땐

 

 쉬는 날. 분명 뭘 많이 하려고 했는데 그냥 누워서 잡생각만 많아진다. 그것도 대부분 별로 안 좋은 생각. 그래도 나름 럭키비키를 외치며 좋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요즘엔 주어진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마다 생각한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게 돼서 다행이다.'고.

 

 식당 일이 편하고 업무 분장이 요청 한대로 잘 이루어졌다면. 일정이 제 때 나와서 스케줄 근무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다면. 일을 하면서 아킬레스건염이나 관절염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과연 나는 어땠을까?

 

 확실히 아는 사람이 하나 없으니 외롭긴 하다. 사람들을 좀 만나봐야겠다 싶어서 동네 정원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영국인들이 가드닝에 미쳐 산다는데 그 문화도 좀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집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과 마주칠 때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화장실을 엉망으로 쓰는 누군가는 또 수염으로 세면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요즘은 변기 물도 왜 안 내린다. 세탁기는 또 누군가 빨래 더미를 넣어둔 상태였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호르몬 기간이라 엉망이 돼버린 담요를 손수 빨고 물기를 짜내는데 짜증조차 나지 않았다. 

 

 영국에 살면 백인들이랑 같이 살 줄 알았는데, 브라운과 훨씬 더 자주 마주친다. 그것도 대부분 무슬림. 영어보다 아랍어, 흰두어를 더 많이 보고 듣는다. 그렇다고 그 문화권이 친숙해 지는 것도 아니다. 여성을 희롱의 대상으로 삼거나, 아니면 대놓고 인사조차 무시한다. 특정 성별에 적대적이고, 소음에 매우 관대하며, 위생 관념이 전혀 다른 그들.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쥐가 찍찍대는 소리가 들렸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떠들썩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냉동실에는 분명 내 방 전용 칸인데도 누군가 자기 물건을 쑤셔두었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나랑 공공예절 관념이 다를 수 있지.

 

 할랄( حلال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 된 것들)만 고집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접하는 음식에도 까다롭게 굴면서, 술과 담배는 즐기는 모순적인 존재들. 세상 너그럽고 관대한 척 하지만 배타적인 그들 사이에서 조금 지쳤다. 처음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라 여기고, 그네들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나도 편견에 가득 찬 사람이 되었다.

 

 그래 뜨자. 어차피 직장처럼 딱 정해진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른 데로 이사 못 갈 이유도 없지. 가끔 학위나 경력을 위해 여기서 잘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 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런 말뚝이 없어서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게 없어서 자유로운 몸이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이번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곳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새 일 자리도 찾고. 일 자리하면 생각나는 머라이카. 그녀에게 아침 일찍 메일이 왔다.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는 연락이었다. 그거 한 달 전에 보내줬지 않나? 그래도 내가 급한 입장이니 다시 보냈다. 어차피 이전 건 저작권 걱정 됐었는데 잘 됐어. 그래- 뭐 이력서도 넣는 판국에 이런 거야 어렵지 않지. 

 

 저녘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은 새벽시간인데도 내가 걱정되서 전화 한 건데, 나는 엄마에게 실컷 짜증을 냈다. 엄마의 회사일은 대체 언제 해결이 되는 걸까. 이번 달이면 해결이 된다던 그 문제는 벌써 새해를 바라보고 있는데, 난 왜 자꾸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걸까. 이번 달 집세는 또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늘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왜 난 늘 힘들기만 한 거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또 흔들린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서 안주하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옛말에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나. 결핍에 불평만 할 것인가, 노력으로 그걸 메꿀 것인가. 그걸 어떻게 만드느냐는 내 선택이지. 그러니까 지금 나는 계속된 기회 속에 살고 있는 거다. 너무 심각하지 않은 이 기회들 속에서 감사함을 느끼며. 또 잘 해쳐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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