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금 [워홀+150]_새벽부터 일하러 갑니다
아침 다섯시에 첫 차 타고 일하러 가는 나. 좀 멋진데? 꽤 열심히 사는 사람 같잖아. 어제 일찍 잤어야 하는데 또 느적거리다 세 시간 자고 디온네를 떠났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역에서 피아노도 좀 뚱땅대고, 집 가서 짐도 풀렀다. 근데 대문 열쇠를 깜빡해서 아침부터 애들 다 깨웠다 깔깔.
그렇게 와서 점심, 저녘 풀근무를 했다. 오전엔 조금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래도 전 날 잘 잔 덕에 무리 없이 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디너 타임때는 난생 처음으로 현금 팁을 받았다. 돈 많은 할아버지와 핫한 젊은 언니가 와서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길래, 조금 까다로운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받으러 갔는데, 할아버지가 팁이라고 20파운드(한화 약 4만원)를 앞치마에 몰래 넣어줬다. 순간 그냥 모른 척 넘어갈까 마음이 흔들렸지만, 양심 상 사장님께 말하고 룰대로 스텝들과 나눴다. 흐흐. 그래서 5파운드가 됐지만 뭐, 혼자만 꿀꺽 하긴 좀 그랬거든요... 히히.
집에 오니 라쉬가 저녁을 챙겨줬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는데 따뜻한 그의 마음이 고마워 한 그릇 뚝딱했다. 얘네는 밥을 진짜 많이 먹는데, 맨날 나 밥 먹는 거 보고 너무 적게 먹는다고 생각한다. "Eat Properly."라고 매일 잔소리하는 친구들...너네 진짜 많이 먹는 게 뭔지 모르는구나...나 많이 먹어.
12.28.토 [워홀+151]_ 노작대고 늘어지고
오후까지 라피랑 노작대다 장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 라피가 방글라데시 디저트인 젤라피를 사주겠다며 근처 가게로 데려갔다. 코앞에 있는 덴 데 한번도 안 가봤던 곳인데 껄껄.
젤라피는 맛있었다, 약간 약과 같은 느낌? 왜 빨간 빛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호르몬 기간이라 달달하니 맛있어서 두 개나 먹어버렸네. 당-폭발!
그리고 저녘엔 이쉬타가 새우커리를 줬다. 어제 요리할 때 새우가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서성댔더니, 잊지 않고 챙겨줘서 고마웠다 히히. 요즘 계속 많이 노네. 월급쟁이라면 이런 연말 휴가가 좋겠지만, 시급쟁이인 나는 조금 불안해진다. 다음 달 이사 잘 할 수 있겠지?
12.29.일 [워홀+152]_ 꽃과 함께
아침엔 라피랑 꽃 시장에 갔다. 이제 이사가면 자주 못 올 것 같아서 갔는데,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가 확실히 좀 덜 활기차 보였다.
라피는 지드래곤 같은 느낌이다. 작고 마른 패셔니 스타 느낌. 청자켓이랑 카키 바지를 입고 갔더니, 대뜸 혹시 5분만 기다려 줄 수 있냐고 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기도 같은 옷 있다고 나랑 똑같은 아웃핏으로 맞춰 입고 나왔네 깔깔. 귀엽네 녀석.
꽃 시장에서 꽃은 안 사고 디저트만 이것 저것 먹고 왔다. 대신 까눌레랑 두바이쵸콜렛을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 종종 먹던 카눌레나 한 때 유행이었던 두바이 쵸콜렛을 먹으며 또 잠깐 고국 생각이 났다.
저녁에는 미트라가 피자를 갖고왔다. 방금 구워온 피자를 건내주며 먹으란다. 다들 팍팍하게 사는 대도 인심 좋은 동네야 참. 곧 떠날 때가 되서야 엄마에게 영상통화로 이웃들을 소개해줬다. 지지고볶던 나의 애증의 무슬림 친구들아. 그래도 가끔은 너네가 생각날 것 같아.
12.30.월 [워홀+153]_ 월요일에도 계속되는 휴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빨래하고, 밥 먹고, 저녁에는 라피랑 차이나타운으로 나갔다. 사촌이 와서 돈을 전해준다는데 그 나라는 계좌이체같은게 발달하지 않아서 송금과정이 많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들이 여기서 일하면서 겪는 부당한 대우들도 들었다. 최저임금의 반도 안되는 시급부터 비자로 인한 여러 고충까지.
근데 그런 애들이 밥을 사줬다 깔깔. 정 많은 이네들. 고맙네 고마워. 그리고 밥 먹을 때 손으로 먹어도 괜찮냐고 눈치봐서 웃겼다. 젓가락질 알려줬더니 5분만에 마스터해버린 라피와 젓가락질 할 줄 몰라서 스시집 가서 친구가 모두 먹여줬다는 라피사촌.
가는 길에는 하늘보리도 사고 벤앤제리도 먹었다. 원래 보다 만 라라랜드를 보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잤다. 근데 이불이 덜 말라서 축축했다. 아- 내일 정말 일 하러 가기 싫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년 1월 첫 번째 일기 (01.01~01.04)_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4) | 2025.01.05 |
---|---|
24년 12월 마지막 일기 (12.31)_ 수고했어 오늘도 (6) | 2025.01.05 |
24년 12월 여섯 번째 일기 (12.23~12.26)_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2) | 2024.12.29 |
24년 12월 다섯 번째 일기 (12.14~12.22)_ 깨지고 부서져도 (33) | 2024.12.27 |
24년 12월 네 번째 일기 (12.11~12.13)_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4) | 202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