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5년 2월 여섯 번 째 일기 (02.16~02.18)_ 젊은이들과 잘 먹고 삽니다

킹쓔 2025. 2. 1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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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일 [워홀+201]_ 외국이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로렌조에게 받은 고추장. 그걸로 뭘 해 먹을까 하다가 떡볶이로 결정! 떡은 없어서 라이스 페이퍼를 말아서 만들었다. 이거 은근 칼로리도 낮추는데 떡이랑 식감도 비슷하다구. 집에 있던 재고도 줄이고. 일석이조네. 

라피와 만든 김은진식 떡볶이

  옛날에 몽지가 다이어트한다고 많이 해줬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녀석. 하튼 뭐 손 하나가 더 있으니 은근 편했다. 집에서 노는 라피 불러다가 계란 까고 치킨 만들게 시켰지 뭐. 이거 노동 착취 아니고 일일 한국문화체험 클래스라고 하고 싶네 깔깔.

사이드는 따수운 그녀가 준 포타토와 함께


02.17.월 [워홀+202]_ 매일 마트에 가는데 매일 먹을 게 없다

 

 틈틈이 할 일을 해 놓은 탓에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주에는 라피랑 놀면서도 계속 밀린 일들이 신경 쓰였는데, 과거의 나야 평일 내내 열 일했던 거 고마워. 

 

 월레스와 그로밋 4탄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 없었다. 아니 이거 넷플릭스에서 만든거고, 영국 영화인데 왜 영국에 있는 나는 넷플릭스로 볼 수 없는걸까. 정말 이상한 아이러니야. 그렇지만 나는 어떤 영화 든 잘 찾는 남자친구가 있지.

드디어 보고 싶던 그 영화를 봤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최첨단 발명품을 만든 월레스. 그런데 이 발명품이 제멋대로 작동하면서, 수상한 범죄에 대한 누명까지 쓰게 된다. 결국, 똑똑한 개 그로밋이 주인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평점
-
감독
멀린 크로싱엄, 닉 파크
출연
벤 화이트헤드, 피터 케이, 로렌 파텔, 리스 셰어스미스, 어드조아 안도, 다이앤 모건, 레니 헨리, 머즈 칸

 영화 감상평은 좋았다. 오랜만에 추억 여행 한 기분. 향수를 자극하던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정수랄까. 적당히 공포스러운 자극과 귀여운 동심이 살아숨쉬는 영화. 여전히 펭귄은 무섭고, 새로 나온 꼭두각시 인형들은 더 무섭게 생겼지만- 역시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깔깔. 더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하튼 추천추천! 

 걱정했던 전기세는 생각보다 덜 나왔다. 한 달에 5파운드 (한화로 약 만원)정도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다. 이사할 땐 정말 걱정했는데 지금 집 너무 맘에든다. 집세도 조금 덜 나오고, 버스도 안 기다려도 되고, 쥐 걱정 안해도 되고, 뜨거운물 콸콸 나오는 센트럴인걸.  옮기길 너무 잘했다. 

맨날 거하게 한 상 차려주는 나

 런던에서는 ''둘이 살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은 조금 틀린 듯? 왜냐면 식비가 배로 들거든요. 주말마다 놀러오는 라피 밥 해주다보면 식비가 정말 어마무시하게 빠진다. 사실 어마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없는 살림에 차려주려니 종종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음식취향이 달라서 두 번 사야될 수도 있고, 그냥 내가 많이 먹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이 사는건 아니라 집세는 계속 더블로 나가서 그런 거 일수도 있고. 

매일 마트에 가는데 매일 먹을 게 부족함


02.18.화 [워홀+203]_ 젊은이들은 멋지구나

 

 어제 먹은 뭐가 잘못됬는지, 라피랑 나 둘다 알러지가 났다. 그래서 아침상은 아주 건강하게 먹었고, 점심에서야 계획했던 새우볶음밥을 해먹었다. 

아침은 건강하게 점심은 더럽게

 

간식은 지옥에서

 그저께남은 파스타로 칩을 해먹으려고 했는데, 망했다. 오븐으로 은근히 온도조절해서 만드는 게 힘드네. 약하게 하면 눅눅하고 강하게 하면 다 태워먹고. 이것은 파스타였습니다. 석탄이 아니라.

세련되고 깔끔한 울위치

 저녘 때는 외부촬영을 나갔다. 울위치에 있는 사브리나네 갔는데 좋아보였다. 간 김에 다음 인터뷰이 일정까지 잡아왔는데 사장님이 당분간 촬영업무는 접자고 하셔서 안타까웠다. 그럼 나 이제 뭐 해먹고 살지. 

런던에 사는데 스콘을 못 먹어봤다는 남친을 위해

 그 와중에도 나는 라피한테 줄 스콘을 샀다. 예전에 주희가 남자친구 생기면 진짜 잘해줄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돈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나는 비싸서 엄두도 못내던 게일스콘을 사가는 걸 보면- 그 말이 마냥 틀리기만 한 건 아닌것 같다. 생각보다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기어코 찾아냈지

 퇴근 길에는 드디어 칼을 샀다. 영국에서는 칼을 사기가 너무 힘들다. 테스코에도 세인즈버리에도 주방용 칼을 안 판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사건이 많이 발생해서 그렇다는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녘에는 라피랑 알죤을 만났다. 다음 달이면 새신랑이 되는 그. 다가오는 웨딩파티에 대해서 의논할 것이 있는지 라피가 셋이 보자고 했다.  일 끝나고 와서 거지꼴인데- 그런 나와 달리 신수가 훤해 보이는 우리 새신랑 알죤씨. 결혼식 얘기로 정신 없어 보이는 그와 그 옆에서 또박또박 필요한 걸 챙기는 라피.

 

 나는 그들이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마냥 라피랑 알죤은 만 나이로 24살이다. 철부지 꼬맹이인줄만 알았던 그들은 사실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겁쟁이 쫄보인 나와 달리 인생에서 원하는 걸 용기있게 쟁취하는 듯 보였다. 

 

 알죤은 그의 여자친구와 6년 정도 교제를 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고, 장거리 연애라는 여러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 의미있는 날에 참석하기 위해 라피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등록금의 일부를 빼서 원금의 130%를 회수했다. 

Without risk, theire is no rewrard.

 언젠가 본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라피에게 나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했다. 주변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고, 그 사업이 흔들릴때마다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터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따박따박 월급나오는 직장이 최고라고, 사업은 너무 위험한 게 많다는 내 말에 그는 반문했다. "그렇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뭘 얻을 수 있겠어?"

 

  맞다. 인생의 대부분은 위험의 연속이다. 그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에 뛰어들어야만 우리는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실을 보더라도, 분명히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기꺼이 리스크를 안아야만 한다. 그 자명한 원리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게 내가 여기 영국에 온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내일부터는 조금 더 용감해져봐야겠다. 낯선 땅에서 용기있게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멋진 청년 둘. 나도 그들처럼 멋져지고 싶으니까. 과감감하고 멋지게 원하는 바를 쟁취해야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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