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6.일 [워홀+201]_ 외국이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로렌조에게 받은 고추장. 그걸로 뭘 해 먹을까 하다가 떡볶이로 결정! 떡은 없어서 라이스 페이퍼를 말아서 만들었다. 이거 은근 칼로리도 낮추는데 떡이랑 식감도 비슷하다구. 집에 있던 재고도 줄이고. 일석이조네.
옛날에 몽지가 다이어트한다고 많이 해줬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녀석. 하튼 뭐 손 하나가 더 있으니 은근 편했다. 집에서 노는 라피 불러다가 계란 까고 치킨 만들게 시켰지 뭐. 이거 노동 착취 아니고 일일 한국문화체험 클래스라고 하고 싶네 깔깔.
02.17.월 [워홀+202]_ 매일 마트에 가는데 매일 먹을 게 없다
틈틈이 할 일을 해 놓은 탓에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주에는 라피랑 놀면서도 계속 밀린 일들이 신경 쓰였는데, 과거의 나야 평일 내내 열 일했던 거 고마워.
월레스와 그로밋 4탄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 없었다. 아니 이거 넷플릭스에서 만든거고, 영국 영화인데 왜 영국에 있는 나는 넷플릭스로 볼 수 없는걸까. 정말 이상한 아이러니야. 그렇지만 나는 어떤 영화 든 잘 찾는 남자친구가 있지.
- 평점
- -
- 감독
- 멀린 크로싱엄, 닉 파크
- 출연
- 벤 화이트헤드, 피터 케이, 로렌 파텔, 리스 셰어스미스, 어드조아 안도, 다이앤 모건, 레니 헨리, 머즈 칸
영화 감상평은 좋았다. 오랜만에 추억 여행 한 기분. 향수를 자극하던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정수랄까. 적당히 공포스러운 자극과 귀여운 동심이 살아숨쉬는 영화. 여전히 펭귄은 무섭고, 새로 나온 꼭두각시 인형들은 더 무섭게 생겼지만- 역시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깔깔. 더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하튼 추천추천!
걱정했던 전기세는 생각보다 덜 나왔다. 한 달에 5파운드 (한화로 약 만원)정도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다. 이사할 땐 정말 걱정했는데 지금 집 너무 맘에든다. 집세도 조금 덜 나오고, 버스도 안 기다려도 되고, 쥐 걱정 안해도 되고, 뜨거운물 콸콸 나오는 센트럴인걸. 옮기길 너무 잘했다.
런던에서는 ''둘이 살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은 조금 틀린 듯? 왜냐면 식비가 배로 들거든요. 주말마다 놀러오는 라피 밥 해주다보면 식비가 정말 어마무시하게 빠진다. 사실 어마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없는 살림에 차려주려니 종종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음식취향이 달라서 두 번 사야될 수도 있고, 그냥 내가 많이 먹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이 사는건 아니라 집세는 계속 더블로 나가서 그런 거 일수도 있고.
02.18.화 [워홀+203]_ 젊은이들은 멋지구나
어제 먹은 뭐가 잘못됬는지, 라피랑 나 둘다 알러지가 났다. 그래서 아침상은 아주 건강하게 먹었고, 점심에서야 계획했던 새우볶음밥을 해먹었다.
그저께남은 파스타로 칩을 해먹으려고 했는데, 망했다. 오븐으로 은근히 온도조절해서 만드는 게 힘드네. 약하게 하면 눅눅하고 강하게 하면 다 태워먹고. 이것은 파스타였습니다. 석탄이 아니라.
저녘 때는 외부촬영을 나갔다. 울위치에 있는 사브리나네 갔는데 좋아보였다. 간 김에 다음 인터뷰이 일정까지 잡아왔는데 사장님이 당분간 촬영업무는 접자고 하셔서 안타까웠다. 그럼 나 이제 뭐 해먹고 살지.
그 와중에도 나는 라피한테 줄 스콘을 샀다. 예전에 주희가 남자친구 생기면 진짜 잘해줄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돈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나는 비싸서 엄두도 못내던 게일스콘을 사가는 걸 보면- 그 말이 마냥 틀리기만 한 건 아닌것 같다. 생각보다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퇴근 길에는 드디어 칼을 샀다. 영국에서는 칼을 사기가 너무 힘들다. 테스코에도 세인즈버리에도 주방용 칼을 안 판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사건이 많이 발생해서 그렇다는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녘에는 라피랑 알죤을 만났다. 다음 달이면 새신랑이 되는 그. 다가오는 웨딩파티에 대해서 의논할 것이 있는지 라피가 셋이 보자고 했다. 일 끝나고 와서 거지꼴인데- 그런 나와 달리 신수가 훤해 보이는 우리 새신랑 알죤씨. 결혼식 얘기로 정신 없어 보이는 그와 그 옆에서 또박또박 필요한 걸 챙기는 라피.
나는 그들이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마냥 라피랑 알죤은 만 나이로 24살이다. 철부지 꼬맹이인줄만 알았던 그들은 사실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겁쟁이 쫄보인 나와 달리 인생에서 원하는 걸 용기있게 쟁취하는 듯 보였다.
알죤은 그의 여자친구와 6년 정도 교제를 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고, 장거리 연애라는 여러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 의미있는 날에 참석하기 위해 라피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등록금의 일부를 빼서 원금의 130%를 회수했다.
언젠가 본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라피에게 나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했다. 주변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고, 그 사업이 흔들릴때마다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터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따박따박 월급나오는 직장이 최고라고, 사업은 너무 위험한 게 많다는 내 말에 그는 반문했다. "그렇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뭘 얻을 수 있겠어?"
맞다. 인생의 대부분은 위험의 연속이다. 그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에 뛰어들어야만 우리는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실을 보더라도, 분명히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기꺼이 리스크를 안아야만 한다. 그 자명한 원리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게 내가 여기 영국에 온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내일부터는 조금 더 용감해져봐야겠다. 낯선 땅에서 용기있게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멋진 청년 둘. 나도 그들처럼 멋져지고 싶으니까. 과감감하고 멋지게 원하는 바를 쟁취해야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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