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워홀

25년 5월 마지막 일기 (05.24~05.31)_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갑니다

킹쓔 2025. 6. 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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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토 [워홀+299]_ 또 싸웠어요...

 

 아침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가 좋아하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지. 

맥날버거 하나에 어깨춤을 추던 그

 그렇다면 언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냐. 바로 '파전'이었다. 라피한테 파전을 구워 주겠다고 몇 주 전부터 자랑했었고, 그 벼르고 벼르던 파전을 맛있게 부쳤는데. 문제는 그가 가족들과 전화 하느라 30분 째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그 파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그를 잡으러 방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는 침대에서 전화를 받으며 과자를 먹고 있었다. 물론 아래에는 쟁반이 있었고 충전기 문제로 침대에서 밖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변명을 들었지만. 그 장면을 보자마자 머리 끝까지 화가 솟구쳤다.
 
 매일 가족과의 통화 때문에 같이 있는 시간을 방해 받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일이 반복 될 때마다 나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졌다. 따뜻하고 바삭바삭한 음식을 먹게 해주고 싶어서 서둘러 요리를 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통화를 계속 기다리는 게 짜증이 났다. 
 
 게다가 그의 반응은 나를 더 열 받게 했다. 처음에 과자 먹는 걸 들켰을 때는 두 손을 들며 잘못했다고 하더니, 내 화가 가라앉지 않자 새로 하나 사주면 되겠냐고 말했고, 그 말은 내 성질 머리를 더욱 자극했다.
 
 결국 그 조그만 파전 하나로 인해 전부터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했고, 결국 혼자 나가 집 앞 벤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건 혼자 남겨진 라피의 감정을 더 상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또 다투고 말았다. 


05.25.일 [워홀+300]_ 쨔잔~서프라이즈! 는 실패했지만

 

 아침에는 라피와 한동안 영영 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다름은 행로가 끊어진 절벽처럼 아득하게 느껴졌고 ,그 간극은 절대 좁힐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녁 되니 또 습관처럼 라피가 보고 싶고 걔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라피네 일터로 급습하기로 결정.

마음을 못되게 써서 다쳤나보다.

 원래는 더 일찍 향하려고 했는데 작은 사고 때문에 출발이 조금 늦어졌다. 문을 열다가 발가락이 문과 바닥 사이에 끼어서 발톱이 두동강으로 깨져 버렸다. 살면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타워브리지에서 바라보이는 사드

 라피에게 가는 길은 꽤 거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2층 버스 맨 앞에 앉아 런던 야경을 감상 하다 보니 이마저도 작은 여행처럼 느껴졌다. 

 

 

타워 브리지 · Tower Bridge Rd, London SE1 2UP 영국

★★★★★ ·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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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샤드 · 32 London Bridge St, London SE1 9SG 영국

★★★★★ ·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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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잘 도착했다. 근데 웃긴 건 가자마자 라피가 보였다. 분명 매장이 너무 커서 사전에 미리 말하지 않으면 자길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단언 했는데, 메인도어 앞에 가자마자 바로 앞에 그가 떡 하니 서 있는 게 보였다.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다른 문으로 출입을 시도 한 순간, 문을 열자 마자 황급하게 돌아다니던 그와 마주쳤다. 하하. 정말 서프라이즈란 쉽지 않구나.  

테이블이 200개가 넘는 그의 일터/ 그 곳을 분주하게 다니던 그/ 너무 달았던 문제의 그 칵테일

  그리고 여기는 정말 영국 답지 않게 최신 운영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게, 주문을 앱으로 받는다. 휴 안 그래도 서프라이즈 실패해서 당당황스러운데 앱까지 다운 받아야 한다니 귀찮았다 정말. 라피가 직원 할인 받으라고 핸드폰을 주고 갔는데, 사용법이 어려워서 할인 못 받고 그냥 주문했다 깔깔. 하지만 너무 달아서 좀 먹다 말았다.

새벽 한 시의 런던,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버스

 아침에 그렇게 지지고 볶아 놓고 일터로 불쑥 찾아가면 당황 할 줄 알았는데, 입이 찢어지게 좋아하는 그를 보니 잘 왔다 싶었다. 맥주 서너잔에 잔뜩 취해서 신난 그가 귀엽기도 하고. 

내가 전시회에서 받아온 가방은 커플템이 되었다./ 서로의 그림자로 스며드는 우리

 집으로 오는 동안도 그 행복한 바이브를 감추지 못하고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 작은 호의에 이렇게 기뻐하는 그를 보니 이렇게 투명한 사람이랑 만나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버스가 끊겨서 20분을 걸어오는 데도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즐거움으로 가득 찰 만큼 재밌는 시간이었다. 마치 잊혀졌던 나의 젊음이 다시 피어올라 싱그럽게 청춘을 피워내고 있는 것 같았다.

끈을 묶어주는 그/ 그의 트레이드 마크 라면

 내 신발끈을 묶어주며 라피가 말했다. 오늘 와줘서 정말 좋았다고, 이렇게 매 주 와 달라고 했다. 깔깔. 미안... 그건 힘들 것 같아. 매 번 내 퇴근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오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나저나 아침에 그렇게 난리 쳐 놓고 저녁엔 이렇게 사랑 볶는 거 참 웃기네.
 
 연인에게 실망하고 영영 다시 안 보고 싶을 만큼 싸우고 멀어졌다 가도, 습관처럼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일까? 부디 나만 그런 게 아니길.  


05.26.월 [워홀+301]_ 별 거 없는 하루

 

 헬스장에서 쓸 샴푸 넣을 데 없어서 맨날 성가셨는데, 찾았다 쓸만한 놈! 영국 오기 전에 홀몬씨가 준 주머니. 아주 아주 유용하게 잘 쓰네.

 스리라차 소스에 김치맛 잇는 거 아세요? 다이어터들의 황금소스 스리라차도 김치가 있다니 신기해서 찍어봤다 히히. 오늘은 정말 운동하고 그냥 별거 없는 하루를 보냈다.


05.27.화 [워홀+302]_ 웰컴 투 런던

 
 아침엔 조금 힘이 들었다. 배달이 와서 창고로 옮길 짐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맥주나 탄산수 병 등 무거운 걸로만. 직원이 별로 없었는데 유일하게 남자 직원이 있어 그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종교 때문이었다. 신실한 무슬림인 그는 술은-그냥 박스 임에도 불구하고- 손도 대지 않았다. 술은 '하람(돼지고기 등 무슬림들이 기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런던에서는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평소에 또 워낙 다른 일을 잘 도와주고 사이가 좋았던 직원이라 그러려니 이해해보려 했지만, 눈 앞에 가득 쌓인 맥주박스를 보니 막막하긴 했다.
 
 그래도 다른 분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어쨋든 오늘은 그 말이 생각 났다. '웰컴 투 런던.'

** 킹쓔의 영국워홀 꿀팁 : 힘들 땐 외쳐보아요 ''Welcome to London"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 하는 도시 런던. 그 만큼 여러 해프닝이 발생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상식 밖의 일을 겪거나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을 마주 쳤을 때, 혹은 눈 앞에 현실을 믿기 힘들 때 이렇게 외치곤 한다. "웰컴 투 런던"

05.29.수 [워홀+303]_이 은행 저 은행 그만 은행!

 

 생각보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영국은행 계좌 개설하기. 몬조, 레볼루트 같은 인터넷 뱅킹과는 다르게 영국 은행들은 여간 거래를 트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증명시스템이 체계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선 거주지-즉, 주소지 증명을 통해 본인의 신분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사는 집이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서류 심사 단계에서 거절 당했다.  

 행원과의 면담도 일주일 전부터 예약한건데, 새로운 서류를 준비해서 온다고 했더니, 그럼 일주일을 더 기다리란다. 시간이 생명인 파트타이머에게 이런 일은 정말 성가시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 아쉬운 건 난 걸. 기존 다른 은행에 증명서를 요청하려고 로이드로 갔는데 실물 카드가 없어서 집에 다시 다녀왔다. 이 은행 저 은행 편도 30분 거리를 왔다 갔다하려니 진이 빠졌다. 

 

 게다가 웃긴 건 내 이름이 "수진 Su Jin''임에도 불구하고, 여권 이름 사이 공백 때문에 끝자인 "Jin"이 미들네임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돼서 결국 중간에 하이픈을 넣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휴...아니 너네 미쉘 마이클 제니 이런 건 되면서 왜 나는 "수"밖에 안되는 건데? 어이없어 정말. 그리고 로이드 직원들 진짜 불친절 했다. 무표정으로 사람 무안 주는 거 전공 하신줄. 

 결국 이런 스트레스로 작은 오아시스가 필요했던 나. 갑자기 눈 앞에 보이는 영화관을 가기로 결심한다. 저번에 미션임파서블 보려다 말았는데 오늘이 딱 적기다 싶었지. 

 

Vue Cinema London - Islington · 36 Parkfield St, London N1 0PS 영국

★★★★☆ ·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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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영화관은 좋았다. 가운데 꽤 좋은 자리를 예매했는데, 12파운드(한화 약 24,000원)이었다. 뮤지컬을 자주 본 탓인지 더 저렴하게 느껴졌고, 리클라이너 시트에 좌석들끼리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는 재밌었다. 초반에 영어가 아주 쏙쏙 들어오길래 "역시 내가 미국영어는 잘 들리는군."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듣기 힘들었다 호호. 하지만 그것은 핵폭탄이나 해킹 같은 특정분야의 용어나 정치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라, 한국말로 들어도 어려웠을 거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봤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그리하여 영화를 보고 나선 핫걸이 되기로 결심한 나.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무기력한 요즘이었는데, 영화 속 멋진 언니들과 열심히 사는 톰 아저씨를 보니 좋은 자극을 받았다. 그 길로 식단도 제대로 해보려고 건강한 음식들을 사왔지 뭐야.

내 취향으로 찍은 사진

 저녁엔 라피를 만났다. 휴- 까다로운 내 남친...어련히 맡겨주면 내 감각대로 잘 찍어줄 것을. 본인 취향이 강한 탓에 몇 번이고 다시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계속 못 알아들으니까 내 사진 예시로 찍어서 보여주는 녀석. 참...아티스트와 함께 산다는 건 힘든 일이 구만.

그가 예시로 찍어준 내 사진 / 철썩 같이 알아듣고 다시 찍어준 사진

 오늘도 일을 하고 와서 너무 피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에 놀러 와 준 기특한 라피. 다음 달 집 값은 제 손으로 내 보겠다고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열심인 그. 요즘 매일 3만보씩 걸어 다녀서 죽을 것 같다면서도 '보고싶다'는 한 마디에 냉큼 와 준 녀석이 좀 기특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유흥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녀석


05.30.목 [워홀+304]_ 부지런하고 알찬 하루

 

 수진쨩~나니가 스키. 쵸코민토 보다 더 달달한 아침 운동. 8시에 일어나서 일찍부터 운동 간 나. 오는 길엔 심지랑 수영이 보여준다고 브이로그도 열심히 찍었다.

평화로운 우리 동네 풍경

 

열심히 만든 아웃백 포테이토...라고 해줘요

 

 오후엔 치킨이 먹고 싶어서 가까운 KFC로 갔다. 여기 별점 평균이 2.7이길래 이유가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별 점 한 개도 아까웠다. 정말 그리고 별점이 한 개 자리 리뷰가 가득했다. 회사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2점으로 올려놓은 곳...

하지만 별 한 개 주기도 아깝다는 라피
요즘 날씨가 좋아 공원에서 먹은 저녁

 그래서 옆 집에서 치킨을 사서 먹었다. 근데 튀김옷이 너무 눅눅했다...휴 바삭바삭한 한국 치킨 먹고싶다. 어쨋든 건강하게 먹는 대놓고 치킨 먹는 거 찔려서 샐러드라도 같이 먹었다. 


05.31.금 [워홀+305]_휴일 시작

 

 '오늘부터 휴가다'. 라피가 일하느라 나를 못 만날 때, 그는 그렇게 표현한다. 금토일 연달아 근무를 시작하느라 바빠지는 그와 자유시간을 갖게된 나. 그가 없으면 일도 잘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다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심하고 재미없다. 휴- 너무 그에게 감정적으로 기대는 것 같구만.

아침은 산뜻하게 / 점심도 나름 산뜻하게


05.31.토 [워홀+306]_ 정말 정신 없었다

 

 9시 46분. 정확히 그게 내가 일어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침 수업은 9시 45분이었다. 7시쯤 일어났다 다시 잘 때는 정말 몸이 찌뿌둥해서 운동 가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적으로 그게 작용했는지 알람까지 끄고 잘 자버린 것이다. 그래도 운동은 가야겠다 싶어 허겁지겁 서둘러 짐(헬스장)으로 갔고, 반 정도 수업을 들었다.

반은 날려버린 오늘 수업

 원래 늘 수업을 하던 마이클 대신 루카스가 수업을 진행했다. 루카스는 부모님이 홍콩에 살고 있다며 내가 서울 산다고 하니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후. 가까운 한중일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얘 뭐래니.

프로틴 가득한 식사라고 해줘요

 집에 들어와서 밥을 해먹으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작은 심부름을 요청하셨다. 평소 쉽게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라 어렵게 꺼낸 말인줄 알면서도, 날씨가 더운 탓인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말았다. 여러분은 남 부탁 들어줄 때, 이왕 해줄 거 그냥 군말없이 해줍시다 나처럼 꿍얼대서 해주고도 욕먹지 말고.

 

 날씨는 너무 더운데 사장님이 요청하신 물건은 좀 처럼 찾기 힘들었다.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간 중국 식료품점에 그 물건을 발견했다. 역시...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유통망은 중국이구나...이래서 중국 중국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고로 저녁은 중국음식을 먹었다. 오늘따라 유독 배가 고파서 중국 음식을 포장해왔다. 8파운드 (한화 약 만 육천원 정도) 되는데 양이 꽤 많아 두 끼 정도로 나누어 먹을 수 있다. 물론 나는 한 끼에 다 먹어버렸지만. 아침부터 너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기도 하고 월 말이라 이렇게라도 나를 달래고 싶었다. 

 

 어쨋든 이렇게 5월이 갔다. 다음 달이면 벌써 25년의 반이 지난다. 때로는 주섬주섬, 때로는 바쁘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막상 보면 한 거 없이 허송세월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구직만 해도 그렇다.

 

 엊그제 라피가 계속 구직 중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이곳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한참 모자라보였다. 옆에만 봐도 그랬다. 그는 본인이 원하는 바는 또렷하게 말할 줄 알고, 늘 여유있는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여러 스킬을 갖춘 만큼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그는 꼭 누구나 원하는 인재 같았다. 심지어 마인드도 아시아인 같지 않은 바이브가 있어 그런 점 마저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에 비해 나는 한참 모자라보였다. 부족한 언어, 소심한 태도, 아직도 크게 느껴지는 문화 차이 등 여전히 극복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사실 새로운 곳으로 떠날 용기가 없었다. 이런 내 고백을 들은 그는 무슨 소리냐며, 다들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사장님하지 왜 일을 구하겠냐고 되물었다.

 

 회사에서 찾는 사람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아닌 '열심히 일을 배울 태도를 갖춘 사람'이라며, 당연한 얘기를 했다. 하긴 회사가 찾는 건 그런 사람이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사회생활도 해보면서 몸소 느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구직자의 입장이 되니 또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나보다. 

 

 어떨 때 보면 그가 한참이나 나보다 어른 같다. 정말 나이는 그 사람의 성숙도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하루 하루 더 성숙해질 25년  5월 수진의 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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