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9.월 [워홀+294]_ 싸우고 또 싸우고
요즘은 월요일도 일을 한다. 조금 피곤하지만 이러다 언제 또 일이 줄어들지 모르므로, 감사하며 다니고 있다. 다행히 오전에는 꽤 한가해서 신메뉴도 고민해보고 여유롭게 근무를 마쳤다.
일이 끝나고는 라피랑 토튼햄 코튼로드로 나갔다. 그의 새 유니폼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이 과정에서 또 작은 투닥거림이 있었다. 그도 나도 배가 고픈 상태에서 별 거 아닌 걸로 서로 고집을 부렸다. 휴- 안 다, 나도. 이래선 안 된다는 거. 그치만 나이 많아도 작은 거에 유치해 질 수 밖에 없는 건 다 똑같아.
Tottenham Court Road Elizabeth Line · Tottenham Court Road Station, Oxford St, London W1D 2DH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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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먼저 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도저히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열쇠를 쥐어주고 근처 골목으로 숨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음이 복잡해 앉아있었지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배는 또 고파서 그냥 집으로 다시 나섰는데, 저 건너편에서 쭈그려 앉아 나를 기다리던 그를 발견했다.
그러자 매듭이 탁 풀리듯, 짜증이 가라앉았다. 방금까지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가도, 저런 모습을 보니 금세 마음이 동요했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제까지고 늘 내 곁에서 있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커플들이란. 별 거 아닌 걸로 싸우고 별 거 아닌 걸로 잘 풀리는구나.
집에 와서는 기분 좋게 저녁을 해 먹었다. 라피도 나도 서로 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예민했던 탓인지, 식사가 들어가니 둘 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라피가 갑자기 <한 커플이 이상한 짓을 하면, 네 명이 평가해주는 쇼>를 보자고 했다. 그치만 어이없게도 단 박에 그게 <연애의 참견>이란 걸 알아들은 나. 깔깔. 자막이 온전치 않아 내가 늘 해석을 해줘야 하는데도, 그게 꽤 재밌었나보다. 어쨋든 오늘도 이렇게 투닥댔지만 하루는 재미나게 마무리했습니다.
05.20.화 [워홀+295]_ 축 백수탈출
일하는 날인 줄 알았는데, 근무가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이따 외부 촬영이 있어서 일터로 가야했다. 아- 이번 주는 정말 일주일 내내 가는구나.
이번 로케이션은 노팅힐. 그렇게 가고 싶었을 땐 갈 일이 없더니, 한번 다녀오고 나니 갈 일이 자주 생긴다. 그치만 너무 멀어요 흑흑.
노팅힐 · 영국 런던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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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도 이번 인터뷰이는 우리동네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런던 토박이는 처음 만나는 데 굉장히 소셜해서 재밌었다. 보통 30분 내로 촬영이 끝나는데, 오늘은 그가 공원 구석구석을 데려가 준 덕에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개인 적으로 노팅힐의 유명관광지인 포토벨로 마켓보다 홀랜드 파크가 더 나은 것 같았다. 일본이 여왕에게 선물한 재패니즈가든도 가 보고,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정말 예뻤다. 그나저나 일본 참 싸바싸바와 홍보를 동시에 하는 이런 거 잘해. 역시 다 마케팅이야.
홀랜드 공원 · 영국 W8 6LU London,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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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하는 한 가지 좋은 소식. 여러분 라피가 드디어 일 자리를 구했습니다. 좀 전에 근로 계약서를 썼다며, 기쁜 소식이라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다며 전화가 왔다. 그는 런던에 온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꽤나 전전긍긍 했었다.
나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괜찮은 곳에 일자리를 구해서 굉장히 뿌듯하고 대견했다. 그동안 옆에서 집 계약 기간이나 다른 사건들과 맞물려 우울증을 앓고, 탈모까지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그를 지켜봤기에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드디어 백수 여자친구 탈출이구만. 깔깔깔.
축하를 위해 저녁엔 다시 라피를 만났다. 오전에 한동안 못 볼 것처럼 애틋하게 헤어져 놓고...요즘은 매일 이런 날의 반복이다. 깔깔. 옆 집 살던 때 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제법 자주 만나고 있는 우리. 이 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다가도, 아직도 원하던 일 자리를 구하지 못한 내 처지가 생각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쌉싸름해진다.
05.21.수 [워홀+296]_ 진짜 쉬고 싶은데도 운동 갔거든요?
지난 주 토요일 그룹세션 이후로 몸이 계속 안 좋다. 게다가 계속 일을 해대니 몸이 남아날리가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쉬려고 운동복도 안 들고 나왔는데. 자꾸만 핑계 생기면 안 될 것 같아서.
흥미로운 점은 별 다른 준비 없이도 바로 운동 하러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도복이 필요한 주짓수와는 달리 헬스장 다니는 건 크게 부담이 안되는 것 같다. 워낙 스포티한 옷 차림으로 다니다보니, 일상복으로도 운동이 가능하다. 나 준비된 사람이잖아? 호호.
05.22.목 [워홀+297]_ CDW 클럭큰웰 디자인 위크
클럭큰웰 디자인위크. 이 걸 위해 어제 밤새 편집을 했다. 어제 사장님이 시간 있으면 가보라고 티켓을 주셨다. 파링던역 근처 클럭큰웰 로드에는 건축가 사무실과 인테리어 회사들이 밀집되어있다. 이들은 매 년 여름 가을 두 번에 걸쳐 그들의 쇼룸을 보여주는 디자인위크를 진행하는데, 꽤나 전통있고 규모가 큰 행사다.
Visiting information
CDW exhibitions Design Fields: Spa Fields, Northampton Road, EC1R 0HB Light: House of Detention, 12 Sans Walk, EC1R 0AS Project: Garden of St James's, St James's Walk, EC1R 0EA Clerkenwell Green Pavilions: Clerkenwell Grn, EC1R 0DU Elements: St John
www.clerkenwelldesignweek.com
제일 먼저 간 곳은 위생도기 회사 쇼룸. 수전이랑 변기, 샤워기 보면서 옛날 일 하던 곳도 생각나고. 타일회사 답게 관람객 사진으로 모자이크를 만드는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디자인 의자들도 만나봤는데 굉장히 예쁜 동시에 굉장히 편안했다.
Moventi Ltd · 69 Turnmill St, London EC1M 5RR 영국
가구제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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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za Doors Showroom · The Vault, 8-11 St John's Ln, London EC1M 4BF 영국
제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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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재미가 많아서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오후 근무 때문에 급하게 일하로 돌아왔다. 아- 어제 힘들더라도 좀 더 둘러볼 걸. 아쉽네. 하지만 다음 시즌을 노려야지.
고작 세 시간도 안 돌았는데, 노트와 에코백이 양손에 가득 찼다. 그래도 성수 팝업 돌던 짬바 어디 안갔네. 깔깔. 한국에선 그렇게 흔하던 에코백이나 수첩들이 런던에서는 너무 귀했던 터라 뿌듯했다.
05.23.금 [워홀+298] 오늘도 바쁩니다
이번 주 근무 마지막 날. 예전엔 어떻게 일 했나 싶을 정도로 주 5일 근무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 진짜 지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스장은 또 갔다. 깔깔. 오늘도 입고 있던 옷 그대로 가서 운동하고 왔습니다 낄낄. 집 화장실 리모델링 마친 이후로 헬스장 샤워실이용률이 급격하게 줄었구만요.
그리고 오는 길엔 장을 봐왔다. 다음 주 월요일이 휴일(뱅크홀리데이) 이라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며칠 전 월급도 받았는데, 라피가 첫 출근을 끝내고 오는지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장 봐서 오는데 정말 죽을 뻔 했다. 휴... 다시는 혼자서 장 보지 말아야지.
와서도 집 치우고, 빨래하고, 저녘 만들고, 편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온 몸의 관절 구석구석이 뭉치고 아팠다. 결국 한 시가 다 되서야 계획한 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 할 수 있었다.
이번 주는 주 5일을 일했다. 물론 풀타임은 아니지만- 아닌 데도 이렇게 힘든 이유는 뭘까...다시 한 번 존경합니다. 급여로 따지자면 얼마 안 되긴 하겠지만, 일주일 내내 일했다는 게 어디냐고. 이번 주도 알차고 열심히 살았다! 굿잡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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