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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월 세 번째 일기 (02.12~02.18)

by 킹쓔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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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월_연휴 마무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루던 이불빨래부터 돌렸다. 왜 이렇게 졸린지 점심먹고 자다 엄마 잠깐 보고 뭐 한 것도 없는데 밤이 됬다. 블로그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나도 못했네, 연휴 마지막 날인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기분도 들고.

 ㅅ이 타로점 본데서 물어봤는데, 정말 귀신같이 맞추는 그녀. 나도 그게 걱정입니다. 대체 내 손은 언제 낫는거요? 승급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차도 없는 야속한 손 미워. 작은 관절이라 무시했던 손이 이렇게 속을 썩일 줄이야.


02.13.화_사람맘이란게 참 간사하단 말이지

 
 연휴 끝나서 그런가 아침도 못먹고 분주하게 오전을 보냈네. 결국 상황은 내 바램대로 풀리지 않았고 대출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온전히 나만의 필요에 의해서 받는 대출상담은 떨렸다.

 방문이 무색하게 인터넷으로 다 되더라구. 굳이 뭐 이렇게까지 시간내서 안왔어도 됬을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잔고증명서에 담보나 대출여부 포함되서 나오는 걸 알게 됬으니, 완전 소득 없는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든 남의 돈 쓰는 건 피해보고 싶었던 맘이 있어서 계속 미뤘지만, 상황이 이런 걸 뭐 어쩌겠어? 수영이말대로 떠날 게 아직 확실해지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아쉬워서 울고불고 했을까. 새로운 시작에 두려움이 커지고, 이대로 끝나도 아쉽지 않을 것 같을 땐 언제고. 막상 못 가게되면 또 절절한 그리움과 미련이 피어날 것 같은 얄팍한 심정. 사람이란게 참 간사해, 그치?

 너무 매여살면 힘든데. 안되면 말고식으로 받아들여야 맘고생이 덜할텐데 말이다. 그 작은 노력인 영어공부도 안하면서 뭐이리 많이 붓고 아쉬운게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나.
 
 오랜만에 연락 온 해진쓰,결혼식에 못오더라도 청첩장은 직접 주고 싶다고 보자고 했다. 남자친구 있는 줄도 몰랐던 터라 갑작스런 소식에 깜짝 놀라서 고민됬다.

내가 먹은 거와 비교되는 남 줄 거

 저녘에 몽지가 초코케이크 만들었다고 먹어보랬는데, 망해서 준 거였다. 이자식이,,,비주얼은 거지 같았지만 나름 맛은 있었다.


02.14.수_나를 낫게 하는 것들

 
 초코우유랑 귤 금지라구,,, 어제 생도가 만들어준 무가당코코아랑 그 이후에 귤 2개를 따로 먹었는데 또 배가 아팠다. 안에 폭탄이 들은 것 처럼 가슴 밑 상복부가 팽창하고 쿡쿡 쑤셨다.
 
 애타게 은진이를 찾았고, 아빠가 뛰어나와서 약을 찾아줬다. 얼마 전 새벽내내 토하던 아빠 덕분에 모두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졌다. 그래도 아픈 건 아파서 핫팩을 배에 갖다대고 앉았다. 만약 나 혼자 영국에 남겨졌을 때라고 상상해본 다음 거기서는 가스활명수를 구할 수 있는지 검색해봤다. 다행히 팔긴 파네. 심지는 유액으로 나온 것도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런던에서 파는 가스활명수 / 몽지가 끓여준 보리차더미

 

왜 갑자기 안되는 거냐고...

 예상했던대로 이번 결제일도 험난했다. 휴대폰 번호가 다르다고 결제정보 상이로 대출길이 막혀버렸다. 젠장. 진짜 오빠한테까진 얘기안하고 싶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토해내듯 부탁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또 생각보다 괜찮기도 하고.
 
 그러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어 조금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놀이터 그네에 앉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며 이런 저런 불안과 초조함을 지워나갔다. 14F 재벌가 창업주들을 보면 다들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일궈냈던 그들처럼 나에게도 이 위기를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02.15.목_ 게으름을 이겨보자


 요즘 살이쪄서 그런건지 환절기 날씨 탓인지 모든 게 귀찮다. 퇴근하면 쓰러져 누워있고 싶어. 그렇다고 일을 엄청 열심히 한 건 아닌데 왜 그런걸까,,,

 뭐 하여튼 그런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레이저 제모도 했다. 미루고 미뤘던 계정도용도 신고하러 경찰서도 들렸다. 근데 헛걸음이란다. 너무 오래 전일이라 공소시효도 지나고 아이피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젠장, 여기 온다고 돌아서 왔는데... 그냥 게으름 피워도 될 걸 그랬나...


02.16.금_ 먹고 또 먹고


 직장인이라면 <불금>은 상징적인 날 일 거다. 평일동안 고생했던 자신을 위로하는 날. 누군가는 꼭꼭 참아왔던 끼를 방출하기도 하고, 진탕 술을 마시기도 하고, 밀려둔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그렇게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 주의 마무리를 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치킨을 시켜봤다. 오랜만에 시키는 푸라닭. 블랙-고추마요랑 항상 고민하지만 결국은 투움바 콤보로 시키게 되는듯 하다.

오랜만에 먹은 치킨 / 몽지 먹으라고 자른 딸기 / 베라

 
 제법 잘 먹는 나,,, 그렇다고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있는 줄은 몰랐네. 콤보는 양이 작다고 해줘 제발. 생도 온데서 딸기 깎아놓고 기다렸다. 베라 사온데서 기대했는데 팥붕슈붕 없데서 실망했다. 


02.17.토_ 사패산 등산


 요즘 너무 집에서 뒹굴대는 것 같아서 등산을 갔다. 살방살방 걷기 좋다는 사패산. 내 기준으로는 쉬운 산은 아니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라 뷰는 좋은 것 같다.

알록 달록 등산화들

 

 고도가 높아서인지 아직도 눈이 안 녹은데가 많았다. 같은 산인데도 어디는 아직 겨울이고 어디는 쨍한 여름이다. 아이젠끼면 깡깡거리고, 벗으면 눈 밭나와서 얼음처럼 바닥에 달라붙고. 다시 가고싶은 곳은 아닐 것 같네.
 

고양이밭 사패산

 

오늘도 빈 손으로 와서 한아름 받아갑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전부터 보고 싶어하던 얼굴도 보고. 시끌벅적하진 않지만 나름 평화롭게 살살 타고 왔다. 막판에 휴대폰을 떨궈서 카메라가 나가긴 했지만. (다행히 0.5x렌즈라 사용엔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래 뭐 정상에서 안 떨군게 어디야 / 깨박살 나버린 내 폰 카메라

 


 킬리만자로 다녀온 사람도 만나서 다큐멘터리에 나올 법한 얘기도 듣고, 인간 비타민 만나서 상큼한 시간도 보내고, 이모저모 힘들게 하는 중동 고객들 세계도 경험해보고, 인생에서 결혼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도 해봤다.


내려와서 먹은 보리밥집. 그릇에 뭐가 묻어있거나 참기름병입구가 지저분해서 위생적으론 그냥 그랬지만 맛은 나쁘지않았다. 다음엔 아까 지나가다 본 화목순대국 먹어봐야지.


02.18.일_ 산 다는 건


 영상 10도에 가까운 온도인데도 조금은 서늘한 날씨다. 아직은 오리털파카를 집어넣을 수 없겠다. 지난 번 여행갔던 미룽씨도 돌아오고 곧 3월이네. 벌써 입추가 지나 계절이 바뀌다니,,, 정말 세월이란 참 빠르다.

 거의 반 년만에 만난 빵순돌 모임. 인스타에서 핫한 라플레 플루트를 찾아가봤다. 예쁘긴 예쁜데... 흠 굳이 멀리서 찾아와서 먹을 정돈 아닌 것 같고. 엄청 특별한 맛인지도 잘 모르겠고...뭐 단순하고 깔끔하게 하는 집 인것 같긴 하다. 그치만 온갖 핫플이 가득한 성수에서 잘 갔다 싶은 곳은 아닌 듯 하다.

생크림과 초코딸기 케이크 / 딸기라떼

 

 
 주말은 시간 제한이 있다고 안내를 받아서 서둘러 나와야 했다. 나 참,성수동 카페 답네. 만난 내내 쉴 새 없이 떠들던 시간이 참 즐거웠는데, 그냥 헤어지긴 아쉬웠다. 다들 나랑 비슷한 마음이었던 모양인지, 서울숲을 좀 걷다가 비가와서 뚝섬 스벅에서 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분무기처럼 깔짝대며 오던 비는 카페에 도착할 때쯤엔 조금 씨알이 굵어졌다. 6시쯤 비가 온다고 했는데, 3시부터 비라니. 기상청은 정말 믿을 만 한게 못된다. ㅍ은 우리나라 지리상 반도라 정확한 날씨 예측이 많이 힘들다고 했다. 그럼 뭘 믿고  대비해야 하는걸까?

운동과 건강한 삶을 사는, 하지만 연애는 빠진 갓생러들

 

 "다들 그런 소리 들어본 적 있죠? 너 진짜 열심히 산다." 우습게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부정하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소위 남들이 말하는 '갓생러'였다.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주변에선 성실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약속 잡기가 빠듯할 정도로 일정이 빽빽하고, 바쁘게 살며,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하루 하루를 값지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그런 존재들.
 
 하지만 <무색무취>의 인간들이 선호받는 시대. 우리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은 되기는 쉽지만,  '반려' 상대로는 영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뭐, 그만큼 빈틈이 쉽게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으로써는 버거운 느낌이 들수도.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행복'이란 진정 무엇일까? 나에게서 결핍된 것들만 채우면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 믿었던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을까?
 
 남들이 선호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행복할 거라 믿었지만, 그네들도 나와 같이 고민하고 어쩔 땐 더 한심했다. <학벌>을 통해 사회적인 성공을 거머쥐면 행복해 질 줄 알았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

<좋은 직장>을 가지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성취감>을 더 느끼면, <많은 친구>를 사귀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핍된 것들을 채우면 원하던 삶에 도달할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가 생각한 <완벽하고 영원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잠깐 잠깐은 행복에 닿은 듯 보였지만, 곧 다시 아득해지곤 했다. 닿을 듯하면 멀어지는 그 존재가 여전히 어렵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사람사는 거 다 비슷하구만. 진정 행복한 삶이란 정말 무엇일까? 괴연 나는 삶의 마지막 쯤에서 그게 뭔지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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