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1.목_싱숭생숭
나는 가는걸까, 마는걸까? 아니 가도 되는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모락모락 걱정이 피어나는 날. 그래도 하는 데까진 해보자 후회없이.
02.02.금_ 과거의 하루하루가 쌓여
의사가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젠장, 생각보다 정말 귀찮게구는구나 손가락. 병원비가 정말 예상못하게 많이 지출됬다. 아 진짜 그 때 바로 쉬었어야 했는데... 승급도 없었는데 왜 그랬던걸까 과거의 나여!
어쩔 수 없이 싶어 실손보험 처리도 처음으로 해봤다. 나중을 위해 미뤄뒀는데 일단 지금이 급해서. 절차가 엄청 복잡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고 빨랐다. 뭐, 그만큼 받는 돈도 많지 않았지만. 낸거에 반 정도는 돌려받은 것 같네. 1세대때 들었으면 달랐을까?
몇 달동안 미루고 미루던 업무들을 해내는 중. 떠나려니 밟히는 게 한 둘이 아니라서 그런가? 일이 더 늘어났다. 새벽까지 야근을 했는데도 일이 많았다.
오래 있었구나 나...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 보면 너무 대충대충 하루하루를 때우면서 살아왔던 건 아닌가싶기도 하고... 엄마한테도 내 결정한 바를 말하는 과정은 원활하지 못했다. 아직도 여전히 미성숙하구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여기에서의 하루하루를 완전 헛 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던 건 그간의 경험과 시간들 덕분일 거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만큼 나는 내가 원하는 바가 뭔지 바로 파악하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영국방에 있을 때만 해도 몰랐지 이런 일이 찾아올 줄은. 몇년 전만해도 전혀 시간낭비나 쓸떼없는 일로 취급했던 날들이지금은 큰 도움이 된다니 정말 인생이란 모를 일이다. 하여튼 과거의 날들이 쌓여 지금 빛을 발하고 있구나.
02.03.토_ 끝이 좋으면 다 좋아(2)
아침에 일어났는데 도저히 눈이 안떠졌다. 너무 몸이 안 좋았는데 낼 모레 이틀이나 약속이 있네. 심지 생일파티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리얼월드는 개망했다. 퀴즈를 푸는데 필요한 실물 수첩이 없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하. 나도 나름 노력한건데 생일자 표정이 너무 안좋았다.
심지는 이건 방탈출이 아니랬다. 아직도 그녀가 말하는 방탈출과 내가 준비한 방탈출의 차이점을 모르겠지만... 성의가 없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건지 너무 잘 몰랐다는 마음에 실망했던건지... 작년 내 생일 때 투덜대는 나를 보며 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점심에 먹으려던 능동미나리도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심지가 잘 아는 삼계탕집이라는데 정말 괜찮았다. 오랜만에 인삼주도 먹고 기운 차리기 좋았다.
다음에 이동한 카페에서도 멘탈 터졌다.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품절이고 카스테라빵도 다 나가서.. 정말 아무것도 되는게 없구나 싶었다. 나중되선 애들이 오히려 울겠다고 걱정해줬다. 그래 정말 울고 싶었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남 생일만 뻔드러지게 잘하고 (생각해보면 그것도 내가 다한건 아니지만) 정작 내친구 생일은 제대로 못챙겨주고... 타이밍이 안좋았다. 정말 이번주에 너무 바빴어. 갑작스런 워홀 준비며 일이며 세명의 생파 준비까지...
마지막 코스로 추억의 맛집들 방문. 금나막스에서는 애들이랑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혼자 꺼이꺼이 터져버렸다. 마른 걸레를 쥐어짜고 있던 나... 좋은 딸인 척 했지만 난 누구보다 위선자였던걸까? 그래도 좀 울고 나니 오전 내내 찌릿거리던 손이 좀 나아졌다.
노원역 내린 김에 오뎅집도 들렀는데, 맛이 좀 변했다. 예전엔 진짜 맛있었는데... 사장님도 불친절해지고... 추억의 맛집이 이렇게 변해갔다니 아쉬웠다.
심지가 너무 불만족해서 다음주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그래도 금나막스부터는 서로 속에 있는 말도 잘 하고 마무리가 잘 됬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지. 호르몬 때문인지 너무 몸이 쳐지고 쉬고 싶었는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
02.04.일_ 자고 나면 좀 괜찮아질거야
오전 7시가 다 되가는 상황인데 도로는 조용했다. 예전엔 네다섯시만 해도 차가 좀 다니더만. 유독 조용한 아침이다. 날이 밝아왔지만 안개가 너무 껴서 뿌연하늘. 몸 상태도 별로라 그런지 머리가 멍했다. 워홀 신청 후 이따금씩 초조해지거나 불안함이 찾아왔다. 지금 껏 해왔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피어나고, 뭐 이제 나 떠나면 등산은 잘 못다니겠지.
여기 진짜 수영이 데려왔으면 쌍욕 얻어먹었을 뻔. 차도가 좁고 길이 하나라 두 차가 마주치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아냐, 또 사륜이라 수영이차가 더 괜찮았을 것 같기도하고.
서울은 따뜻한데, 파주는 아직도 겨울이다. 북쪽나라라 그런지 눈이 그대로였다. 그렇게 아이젠 들고다닐 땐 찰 일 없길래,오늘은 맘 먹고 놓고와버렸지. 예 항상 필요할 땐 집에 두고 온 게 뭐 국룰이죠.
일출 보려고 일찍 왔는데 들머리가 다른 데로 찍혀서 조금 돌았다. 그래도 5분 만에 정상이라 많이 늦진 않았다. 한 쪽은 빨갛게 여명이 올라오고 있지만 다른 쪽은 이미 다 밝아버려서 파란 하늘이었다. 같은 하늘아래 참 신기한 광경이군.
이대로 내려가긴 아쉬우니 주변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이나 찍었다. 그래도 뷰가 나쁘진 않은 편이다. 이번엔 양주 쪽으로 왔으니 다음 번엔 파주 출렁다리쪽으로 가봐야겠다. 그래도 1시간 정도 등산 했네. GPS 탓인지 트랭글 경로에는 정상까지 안 찍혔다. 뭐, 블야만 인증하면 됬지.
백종원맛집이라는 진미옥에서 설렁탕 한 그릇 먹고, 카페로 이동! 원래 굴보쌈집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패스! 호수뷰가 보이는 브루다로 이동했다.
갑작스럽게 두 분이 도봉산을 가신다고 해서 도봉산역에 내려서 집으로 와야했다. 오는 길에 못보던 반가운 얼굴들도 마주쳐서 인사하고 집으로 잘 왔다. 먼 거리가 아닌데 몸이 피곤한 탓인지 먼 거리로 느껴졌다. 최소한으로 씻고 누워서 2시간 동안 아주 푹 잤다.
성임이도 가고 괜히 마음이 헛헛해서, 그냥 계속 자고 싶었는데, 밤에 잠 안 올까봐 일어났다. 고구마랑 약과를 먹고 저녘을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점심을 안 먹었어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생도가 밥을 차려줘서 또 계속 먹었다. 아 나 저번주부터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다던 그녀는 어디로 간 건지. 그래도 내가 떠나면 이런 일상이 많이 아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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