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월_먹고 또 먹고
미나리삼겹을 해먹었다. 누구는 봄동 먹는디하기도 하고, 나도 제철나물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거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뭐 저번에 주먹밥에 넣으려다 놓친 거 아쉽기도 하고, 작년에 홈파티때 먹은 거 생각도 나고.
몽지가 빵 사와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무화과는 그냥 그랬고 치아바타랑 퀸아망이 진짜 촉촉히고 부드럽고! 잘 발효된 반죽으로 곱게 구운 느낌이랄까?
체육관을 쉬면서 퇴근 후 내 일상은 텅 빈 것만 같다. 바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완전 여유롭지는 않은 그런? 그렇다고 막 달리고 싶진 않고.
자꾸만 그냥 이대로 흘려보내고 싶다. 게으름을 피고 할 일을 미루며 어떻게든 이 순간을 때워 넘겨버리고 싶다. 덕지덕지 피어오르는 초조함과 걱정은 모른 척 하고 파.
01.23.화_ 미뤘던 일들을 하다보면
드디어 썼다 생일쿠폰. 딱 오늘까진데 맞춰서 쓰긴 썼네. 인터넷에서 본 피스타치오 레시피는 생각보다 그냥 그런 것 같다. 끝맛은 살짝 나는 것 같기도? 그래도 이 추위를 뚫고 와서 먹을 정도는 아닌 듯 하다.
발전하고 있지 않을 때의 불안함이 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은 파도처럼 닥쳐오는데, 무기력하게 있는 내 자신은 곧 바다에 표류해릴 것 같은 막연한 공포.
그럴 땐 뭐다? 일을 하면 된다. 작년부터 밀린 업무 꺼내서 주섬주섬 시작해봤다. 불안함이 찾아올 땐 몸을 움직이자. 게으름과 우울함에 잠식되다간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생산성 높이는 단순 반복작업이 딱 이지. 그동안 미뤄왔던 옷장도 털고, 화장실 수납장도 야무지게 정리했다. 버려야 할 건 버리고, 새 건데 자리만 차지하는 건 남주고. 추억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안쓰는 물건을 처리하는 거다. 의미부여하지말고 덜어낼 건 덜어내자.
01.24.수_또 먹다 죽을뻔 하고
응급실 2탄 찍을 뻔 했다. 너무 생각없이 꾸역꾸역 먹다가 급체해서 진짜 죽을 뻔 했다. 다시는 이렇게 미련하게 먹지 말아야지. 초코우유 이제 그만...
01.25.목_파도가 지나가야 비로소 명확해지는 것들
별일은 없지만 얼굴보게 만나자는 말에 한 걸음에 달려와준 성임쓰, 정말 나의 페이보릿이야 그녀는~매일 줄서는 거 구경만 하던 청평매운탕 드디어 가봤다. 맛있긴 한데 두 번 오진 않을 것 같다. 생선 먹는 것도 힘들고 메기가 너무 공포스러운 비주얼이었다.
근처 카페 못찾아서 결국 코타브레드까지 와버렸네.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코리안탑브레드라고 하기엔...많이 아쉬운 제빵실력, 더 노력합시다.
힘든 일을 겪어볼 수록 알게된다. 전에는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들이 생각보다 지켜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코로나 때도 그랬고, 지금 나 때도 그렇고. 그래도 뭐 그럭저럭 무너지지않고 잘 넘겨냈다. 세상 무너져버릴 것 같았던 일들이지만, 생각보다 괜찮고 별일 없이 지나간다.
관계도 그랬다. 버거운 시기에 있다보면 알게된다. 누구와 더 오래가고 싶은지를. 사람이라면 꼬리 흔들며 달려가는 강아지 같던 나도 좀 피로했던 시기를 겪고 나니 보인다. 내가 더 함께하고싶은 사람이 누군지. 뭐, 꼭 위기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안 겪을수 있고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겪어야 한다면 잘 겪어내보자.
01.26.금_누가봐도 내동생
내가 분명 냉찜질해야된다고 했는데, 땡땡부은 다리를 팩안에 우겨넣더니 빠지네 안빠지네 밤에 난리를 치던 기몽쥐, 결국 아침에 병원으로 갔다.
어제 클라이밍하다 착지를 잘못했는지, 목이랑 다리가 삔것 같다며 끄그덕 대고 오던 그녀. 하필 또 차 없는 때라서 태워주지도 못하는데, 업어줄수있냐는 말에 도망와버렸다.
그렇게 노래부르던 프렌치 토스트. 진짜 원 없이 먹었다. 1년 먹을 거 다 먹은듯. 계란물 서서히 입히는게 생각보단 기술을 표하는 일이구만.
01.27.토_추억의 수락산
도봉산은 손 쓸일 많고 어렵다고 해서, 수락산으로 간 거거든? 그런데 수락도 정말 만만치 않은 산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랑 다니던 추억의 산, 살방살방 혼자 여유롭게 타고 올 기대로 갔다. 일찍 가서 해 뜨는 것도 보고 천천히 내려오자 싶어서 갔것만, 혼자 또 난리부르스 떨다왔다. 누가 이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왜 혼자 이러는걸까...
계곡 바위를 밟고 다니는 건지 등산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조마조마했던 등산길. 정신 차려보니 벼랑 끝이었다. 절벽을 오르면 길이 보이는 것 같아서 용기내서 올라갔고, 다시 한번 큰 맘먹고 내려와야했다.
날이 밝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 바위에 멈춰섰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조바심과 겁이 뒤엉켜 내 자신을 나무랐다가 안심시켰다. 곧 동이 튼다.
그때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 수락산 살인사건 보고 낯선사람과 절대 거리를 둬야겠다고 했던 결심은 바람처럼 날라갔다. 눈물터지기 5초 전 목소리로 그쪽으로 갈테니 좀만 기달려달라고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은인님, 나는 그를 그렇게 불렀다. 또 한번 조난의 역사를 써내려갈 뻔 한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 호리호리한 키에 정갈한 말투와 나긋한 목소리에 마음이 녹있다. 눈과 얼음 때문에 길이 정말 위험해서 여러 번 고비가 있었는데, 그래도 누가 곁에 있어서 든든했다.
차 때문에 원점회귀를 고민하던 그는 하산길이 위험할 것 같다는 내 조언을 받아들여 함께 내려가기러 했다. 사업부터 취미까지 나보다 어린 나이에 인생을 잘 즐기면서 사는 것 같은 그에게 난생 처음으로 내 나이를 한 살 깎아 말하고 싶었다.
다정하고 좋은 사람. 신부님이 되길 바라셨다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은인님은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만족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때문에 급하게 헤어지느라 아무 연락처도 주고 받지 못했지만 인연이 닿으면 또 보겠지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에 와서 씻고 옷 갈아입었는데 졸음이 마구 쏟아졌다. 어제 3시간 자고 등산 같지 나. 아직 살아있나보네. 약수에는 예쁜 카페가 많은 것 같다. 카톡도 자주 하는데 입 터져서 완전 수다 삼매경 떨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녘은 꼭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내 말에 생도가 한 김볶밥. 맛있었다. 또 귤로 마무리하고 골아떨어졌다.
01.28.일_ 하튼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몽지가 세탁기 쓰는 바람에 빨래를 못하게 됬다. 집안일 못하니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 네, 솔직히 핑계인 거 알구요. 그냥 간단히 산이나 갈랬고 갈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생겨서 살살 다녀왔습니다.
정상까지는 아주 무난하게 올라왔는데, 그 놈의 세갈래 길이 또 문제였다. 구리둘레길1로 가면 되는데 꼭 나는 정답만 피해서 가지. 덕분에 아차산 와서 처음으로 밧줄도 잡아보고, 여기서 제일 어렵다는 길도 가봤다. 길 안내해주시는 아저씨가 거의 허공답보하듯 가길래 미친듯이 따라갔다. 이 과정애서 자세 안좋아져서 무릎 아팠을 거라 추측해보지...
여찌저찌 기원정사까지 잘 왔습니다. 하산 후 카페에 앉으니 역시나 무릎이 지끈지끈했다. 용아로도 이렇게 아플 수 있나. 수락산의 여파인가 하튼 좋지 않구만. 크림소금빵 매진 되서 너무 아쉬웠다. 열선 있는 좌석도 사람 다 차서 못 앉았다. 대신 다른 빵 먹었는데 다 맛있었다. 집에 와서 정말 다리 부러질 것 같은데, 내일 끼니 걱정되서 또 주먹밥을 하고 쓰러졌다.
그런데 지가 꽃 해달라고 해서 또 일어서서 해줬다. 아무리봐도 내일 제대로 아플 것 같다. 어제 그렇게 힘들게 타고도 안 아팠는데... 우리집이 점점 꽃밭으로 되어가고 있다.
꽃이 예쁜 건 활짝 피고 지기 때문일 거다.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 선물해주는 사람들은 꽃보다 더 예쁘다. 착하고 어엿쁜 마음들이 집에 가득모였다. 당분간은 기분이 좋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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