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8.월_짜잘짜잘한 짜증과 풍덩풍덩한 감동과
어제 일찍 잔 덕인지, 평일 치고도 일찍 일어났다. 큰 맘먹고 고가의 가디건을 구매했는데, 실물이 사진이랑 너무 달랐다. 거의 잿빛에 가까운 색이라 혹시 이염된 건 아닌지 세탁도 해봤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 무슨 알리에서 산 몇천원 짜리 싸구려도 아니고 왜 이러는거냐고.
아픈 손으로 열심히 손 빨래도 했지만 원래 그냥 이 색상인가보다. 영상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세일제품이라 교환 안될줄 알고 빨았는데,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세탁 전에만 교환이 된다고 한다. 세탁도 진짜 조심히 했는데 입기 전부터 보풀 일어나서 손에 실이 계속 묻어났다. 아 그냥 빨지말고 반품할 걸.
점심 때는 날계란이 가스렌지 벽 틈사이로 빠져서 혼자 또 난리를 쳤다. 진짜 짜잘짜잘 별 개 다 짜증나게 한다. 어휴, 그래도 좋게 마음 먹어야지.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나,,,열일하고 성임이 만나러 을지로로 출발.
힙지로 답게 감성맛집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뒤지고 뒤지던 오뎅집은 웨이팅때문에 그냥 패스했다. 인스타에 매일 뜨던 <진작>은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참치가 약간 비리고 김이 너무 질겨서 먹기가 힘들었다. 짱짱하니 예쁘게 싸는 대신 씹고 먹기 힘들었다.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 아유, 내 친구 안 챙기고 뭐했담 정말. 내가 너무 무심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서 따뜻한 나라로 여행가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시계를 선물한 그녀. 항상 미룽씨랑 같이 있는 시간은 따뜻하다. 이런 복덩이가 내 친구라니. 난 정말 행운아야.
01.09.화_ 잊지못할 생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빠가 미역국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히히. 아 끓여놓은건 몽쥐가. 아빠는 댑히느라 다시 끓인 거. 호호. 우리아빠 나 닮아서 한자도 잘 쓰네. 내가 아빠 닮은 건가? 하하하.
아니 나는 점심 때 까지 아무 말이 없길래, 조용한 저녘을 보낼 것 같더라구. 그리고 요즘 내 인스타 피드가 너무 헛헛했지 뭐야. 운동 계정이라 운동한 것만 올릴 수 있어서-하다 못 해 걷기라도-, 생일 기념으로 용마-아차산이라도 타려고 했지. 뱀띠 아이의 용마-아차산 등산. 용아(龍兒). 좋잖아?
그렇게 여러 사람이 피 보기 시작했다. 하하. 갑작스러운 산행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준 밤태봉씨. 진짜 정성이 갸륵한 사람이야. 눈길이라 위험할까봐 돌아갔는데, 생각보다 진짜 오래 걸렸다. 2시간이면 땡인 용아를 거의 4시간 가깝게 타고 내려와버렸네.
덕분에 정말 잊을 수 없는 등산을 했다. 처음 보는 분이 같이 축하해주셨다. 풍선 불 줄 아냐는 말에 폐활량 체크하는 거냐고 놀라시던 그. 첫 등산이라고 긴장하더니 나중엔 슥슥 잘 다니시고, 심지어 내 가방도 들어주셨다. 하하. 초입에서 노루도 봤다. 올 해 목표 산에서 짐승보기 단박에 클리어. 이렇게 새하얀 눈밭의 용아라니. 정말 특별한 경험들로 가득한 하루였다.
날라다니던 그는 점점 발목 아프고 기력이 쇄해가는 중. 귤 사장님한테 택배 잘 받았냐고 전화오고, 엄마한테 전화오고, 민주도 갑자기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왔다. 안그래도 새로운 코스라 약간 헤매던 중 더 정신 없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길 찾아 하산.
맥칼 가려고 했는데 라스트오더때문에 콩밭으로 왔다. 순두부라면 여전히 맛있구만. 생일자라 예의상 받은 건데, 국순당 막걸리도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네 정말. 이제야 숨 돌리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체격 좋은 남자가 식당문을 대차게 열고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오는 카키색 옷 입은 여자. 뭐야 성임이랑 옷 똑같네. 했는데 바로 성임이였다.
알고보니 내 뒷풀이 장소인 멕시칼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대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밤블리랑 접선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다. 콩밭 앞 어마무시한 블랙아이스를 뚫고 차차가 들고 온 내 생일 케이크. 영롱하구만.
서프라이즈 해주기만 하다가 받으니 기분 또 요상하잖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도 또 사진도 찍어달라고 해서 할 건 다 했다. 멀리서 온 우리 서쪽나라 친구들. 늦은 밤이니 축하만 받고 얼른 보내줬다. 이 밤에 기다리게 한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여러 감정이 겹쳐서 잠깐 멍 때리고 있었다.
집에 오니 또 케이크 들고 기다리고 있던 생도. 아홉시에 온다는 말에 치킨들고 기다리다 잔다는 아빠의 소식을 전하며 주섬주섬 불을 붙이는 기몽쥐씨. 아유 나의 갑작스러운 산행에 정말ㅋ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구만. 정말 특별하고 가득 찬 생일날이었다.
01.10.수_주짓쑤가 뭐길래
호호떼라들의 신년 모임. 오랜만에 신촌에서 젊음의 혈기도 느끼고, 양궁집 바라보며 다친 손가락 들고 아쉬워하고, 설빙가서 메리 딸기 발견하고 신나서 먹어보기도 하고, 다섯 번째 생일 케이크를 받았던 날. 아직 내 생일 안 끝났구만.
케이크란게 그렇다.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기위해 대충 들고 다닐 수 없는 존재. 그런 정성이 있어야하기에 특별한 날을 위한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게 아닐까? 그 사람을 생각하며 건네는 예쁜 정성과 달콤한 마음이 어우러지는 소중한 음식. 그게 바로 생일 케이크가 아닐까 싶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호호떼라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게 이다지도 즐겁고 신기한 일 일줄이야. 사람 사는 얘기 할 때도 재밌었는데 도복 얘기하다보니 너무 신나잖아. 주짓수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세 가버려서 결국 다이소는 못 들렀다. 통 사서 케이크 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오늘도 늦게 집에 와서 귤 배달하고 오니 1시쯤이 되버렸다.
늘 소중하지만 여느 때보다 즐겁고 특별했던 나의 생일주. 올 해는 유독 더 풍성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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