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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1월 두 번째 일기 (01.06~01.07)_생일주(生日周) (1)

by 킹쓔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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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토_ 어게인 양평

오늘의 드레스코드, 블랙 앤 베이지

 오늘부터 나의 생일주(生日周) 시작!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고 설레는 나의 축제 기간, 올 해는 6일부터 시작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양평시장에서부터 출발. 산치광이답게 발 사진부터 찍고 시작하는 여정. 

  재작년 행복하고 좋았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양평시장. 닭갈비는 여전히 맛있네. 시원한 동치미 사발로 먹어주고 장 보러 가봅시다. 

 

 

 

 

 롯데마트는 주차 불편해서 하나로마트로 고고!  신기한 거 많이 파는 농협. 인터넷에서도 농가에서도 먹기 힘든 여흥을 발견했다. 너무 예쁘고 탐스럽게 생겨서 봤더니, 100그램당 990원이라네. 귤 하나에 천원!  막상 맛은 그냥 그랬다. 호떡먹다 꿀폭탄 터뜨려서 애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었다. 흐흐, 그런데 탑텐 파카가 비는 못 막아줘도 꿀은 방수가 잘 되더라구요? 여찌저찌 잘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

 

 

 

 카페에 들렸다 간데서 온 일월일지. 사실 이 때만 해도 아무 생각없었다. 숙소로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여기일 줄은 몰랐다. 수영이네서 자고 온 데서 정말 반팔 하나도 안 들고 대충 왔다고. 브레이크 타임 걸렸데서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왠 여자분이 객실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들어갔다.

 

 

 

 그리고 짜자쟌. 예전에 내가 가고 싶어했던 벽난로 펜션이었다. 예전에 애들이랑 놀러갈 때 찾다가 너무 비싸서 캔슬된 곳으로만 기억난다. 사실 까먹고 있었는데 심지가 말해줘서 알았다. 벽난로는 물론 내장형 정수기부터 욕조까지 정갈하게 준비된 펜션이었다. 

 한 눈에 봐도 고급진 곳. 호텔이랑은 다른 느낌으로 부내나는 곳이었다. 살면서 애들 아니면 이런 데 언제와볼까 싶어서 이곳 저곳 사진도 찍고 포스팅 거리도 준비했다. 

 

 두 달 전부터 힘들게 예약했다는데, 그 때쯤 나는 심지를 쪼고 있던 기억이 났다. 어유 얼마나 성질났을까? 매 년 친구들이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어줬지만, 올 해는 조금 더 많이 신경쓴 느낌이었다. 작년부터 유난히 우울이 투굴이대던 해가 아니였는가,,,

 

 너무 고마운데 한 편으론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다. 이렇게 잘해줬는데, 난 더 잘해줄 수 있을까? 그러다 그냥 그런건 후에 고민하기러했다. 우리는 계속 볼 거고, 나중에라도 잘해주면 되지 뭐. 지금은 그냥 고마워하고 즐기자. 

오늘은 내가 공주, 머리 셋팅해주는 수영이, 밥상차려주는 지희

 수영이가 신형 다이슨을 들고 와서 머리를 셋팅해줬다. 꺄울. 몽쥐 눈치보며 쓰던 다이슨은 이제 그만. 새로나온 모델은 주황 하늘 때깔도 영롱하네. 그동안 지희가 야채도 씻고 과일도 손질했다. 나는 공주처럼 앉아만 있으라고 하고, 무슨 말 할때마다 "어머, 우리 수진씨는~"하며 폭풍 리액션을 해서 너무 웃겼다. 

이 추운날 바베큐까지 해먹는 우리가 찐이다 찐

 심지 어머님이 나물 반찬이랑 좋은 쌀을 챙겨주셔서 정말 근사한 생일상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왠만한 값진 선물보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성어린 밥상이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지희 짱짱! (물론 고기는 수영이가 굽고 심지도 준비를 많이했다.) 하하하 다들 너무 고맙네~

 

 

  지희가 코스요리 쉐프처럼 메뉴들을 소개했다. "수진씨가 좋아하는 딸기, 귤, 어육함량 높은 어묵, 파김치, 삼겹살, 고다-브리치즈, 명란, 취나물, 팽이버섯, 깻잎, 스테비아 방울토마토, 마시멜로우, 라자냐, 크륌브륄레." 정말 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가득한 한 상이네. 히히히.

사랑이 가득한 36살 수진이의 생일 상

 

 내가 좋아하는 지희도 있고, 너무 좋은 날이다 정말. 지민이랑 몽지도 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 으유 기몽지 이자식은 맨날 필요할 때만 언니들 찾지 오지도 않고 혼나야 된다 정말. 

 

  때맞춰 눈까지 내려서 더 운치있었던 하루. 수영이가 "이런 좋은 날에 태어나게 해주시다니, 수진인 어머님한테 감사해야겠다." 고 말했다. 그래서 엄마 생각이 났다. 내 생일 전에 일이 마무리되길 바랬다며 말 끝을 흐리던 엄마 모습이. 뭐 그랬다. 벽난로 보면서 핫쵸코는 못 먹었지만, 오랫동안 염원하던 내 소원 소원 성취했네 했어. 애들도 잊지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좋아했다. 더불어 나도 뿌듯.

눈 오는 벽난로 앞, 도란 도란 앉은 넷.

 

 

장작불에 고구마랑 마시멜로우도 굽고, 와인도 한 잔 마시고

 

 목욕이랑 벽난로 시간 제한이 있어서, 계속 정신없이 움직였다. 한국인의 호캉스는 결코 쉬는 게 아니라고, 호텔가면 수영장 가야되고 편의시설 이용해야되고 월풀목욕하고 조식까지 하느라 평소보다 더 바쁘다던데. 그 날의 우리가 그랬다. 입실 시간부터 들어와서 있었는데, 그만큼 좋은 곳이라 여기 저기 야무지게 누비고 다니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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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목욕탕에서 와인도 한 잔 마셔주고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중정은 밤이든 낮이든 아름다웠다. 예쁜 거 찍고 12시 전에 인스타도 올려야되고 바쁘다 바빠. 체크인 시간 맞춰서 3시쯤 왔는데 이것 저것 하다보니 10시가 넘었더라. 밥 먹은 거 치우고 그제서야 주섬주섬 열어 본 선물.

 작년에 생일파티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고 심지한테 불평했던 적이 있다. 항상 놀랄만한 감동의 물결을 안겨주던 애들이 었기에 늘 기대가 컸고 그만큼 실망도 했던 것 같다. 매 번 나를 놀래키고 감동시킬 수 만은 없고, 그건 의무가 아닌데. 이제 우리 사이 이제 애정이 바닥났나 관심이 사그러들었나 괜한 투정을 부렸더니 이를 갈고 있던 모양이다.

 

 이번 생일에는 서운할 일 없게 해야된다고 뭐 할 때마다 괜찮니? 맘에드니? 서운하지 않지? 를 물어보는 심지와 친구들. 웃겨 정말, 만나자마자 시간시간을 꽉꽉 채운 하루. 철들지 않는 섭섭이를 위한 생일 파티는 날이 저물어가고.

36살 김수진, 생일 축하한다.

 

 좋은 집은 모든 곳이 좋았다. 창 으로 보이는 나무 조명이 너무 운치있었고, 문 대신 창으로 이루어진 집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투영해본다. 이 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나의 생일이라는 이름 하에. 늘 나의 삶을 빛내주는 이들이여,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길. 


 

01.07.일_배부르지만 뭘 먹고 싶고, 피곤하지만 더 놀고 싶은

 너무 피곤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잘 거라고 다짐했지만, 그래봤자 여덟 시면 떠지는 눈. 새벽마다 산에 다니던 게 습관이 되버렸기 때문일까? 여유로워진 아침에 찌개도 끓이고, 쓰레기 버리러 나간 김에 산책도 하고 왔다. 펜션 뒷 편에 산이 보였다. 어제 생일 선물로 받은 내의도 등산복에 등산양말이데, 숙소 뒷 편에 산이 있길래 한 번 올라가보려다 길이 위험해보여서 말았다.

 

 여행가면 내가 아침식사 준비를 했던 것 같은데, 심지는 내가 해준 밥을 먹은 게 손에 꼽는 정도라다고 했다. 카페에 가서도 찻잔 치우고 티슈 챙겨오고 잔일거리를 하고 있는 모습에 수영이가 요즘 주변에 누굴 챙길 일이 많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그렇게 된 것 같다. 이제 챙김 받는 것보다 챙겨야 하는 나이이니까.

 

 물론 그 전에도 항상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설픔과 풋풋함이 터져나와 남들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많았다. 지금은 또래보다는 동생들이나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졌고, 내 위치에서는 이것 저것 나서서 할 게 눈에 보였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있을 땐 편하게 있어도 되는데, 나도 모르게 부산을 떨고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 다는 말은 사실이었구나, 습관이란 건 꽤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과 백이 공존하던 흑우재. 인테리어도 예쁘고 음료도 제법 맛있었다. 오란다도 괜찮았는데,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는 곳은 아닌걸로. 

 

 

 

 

 가볍게 짐을 꾸리려다 보니 옷을 거의 못 챙겨갔다. 예쁘게 하는데만 신경써서 안에 입을 옷은 거의 못 챙겨갔더니 감기 기운이 돌았다. 어디가고 싶냐는 수영이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댔다. 점심 때가 다되갔지만 배가 하나도 안고팠다. 그래도 오랜만에 모였고 팔당 근처라 그냥 가긴 아쉬워서 피자를 먹으러 갔다.

 

 예전에 심지랑 왔던 온고재. 그땐 한 여름에 더위를 피하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파를 피하느라 고생했다. 그 때 마루에 앉아서 내 꽁지머리를 잡고 흔들던 심지가 생각났다. 그때도 그랬지만 아무리봐도 여기 로고는 너무 낙서같고 대충 만든 성의 없어보인다. 웨이팅도 너무 길어서 진짜 기본 1시간인데, 피자랑 파스타가 그럭저럭 맛있던 기억이 났다. 다행히 애들도 다 좋아했다. 

겟아웃에서 치여죽은 순록처럼 보이는 트리 사슴, 도도한 고양이, 배고픈 우리.

 

 

 

 

 

 

 어디 가고 싶니 뭐 먹고 싶니할 땐 생각 안나다가, 집 갈때 되니까 생각나던 온화. 심지가 있어서 딸기도 먹고 플레인도 먹고 좋았다. 루이보스티는 가향이 너무 심하게 되서 화장품 먹는 기분이었는데, 케이크가 여전히 내 스타일이라 좋았다. 근처 스컬피그 팝업에서 쇼핑도 하고 집으러 돌아왔다. 잊지못할 1월 첫 주말, 알차고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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