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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1월 세 번째 일기 (01.08~01.10) 생일주(生日周) (2)

by 킹쓔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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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월_짜잘짜잘한 짜증과 풍덩풍덩한 감동과

 
 어제 일찍 잔 덕인지, 평일 치고도 일찍 일어났다. 큰 맘먹고 고가의 가디건을 구매했는데, 실물이 사진이랑 너무 달랐다. 거의 잿빛에 가까운 색이라 혹시 이염된 건 아닌지 세탁도 해봤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 무슨 알리에서 산 몇천원 짜리 싸구려도 아니고 왜 이러는거냐고. 

출처: 미케네 제품 판매페이지, 유튜브 물결 리뷰영상

 아픈 손으로 열심히 손 빨래도 했지만 원래 그냥 이 색상인가보다. 영상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세일제품이라 교환 안될줄 알고 빨았는데,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세탁 전에만 교환이 된다고 한다. 세탁도 진짜 조심히 했는데 입기 전부터 보풀 일어나서 손에 실이 계속 묻어났다. 아 그냥 빨지말고 반품할 걸. 
 
 점심 때는 날계란이 가스렌지 벽 틈사이로 빠져서 혼자 또 난리를 쳤다. 진짜 짜잘짜잘 별 개 다 짜증나게 한다. 어휴, 그래도 좋게 마음 먹어야지.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나,,,열일하고 성임이 만나러 을지로로 출발.  

성질급한 사람이 내는 오타, 6번만에 성공

 

 힙지로 답게 감성맛집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뒤지고 뒤지던 오뎅집은 웨이팅때문에 그냥 패스했다. 인스타에 매일 뜨던 <진작>은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참치가 약간 비리고 김이 너무 질겨서 먹기가 힘들었다. 짱짱하니 예쁘게 싸는 대신 씹고 먹기 힘들었다.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 아유, 내 친구 안 챙기고 뭐했담 정말. 내가 너무 무심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서 따뜻한 나라로 여행가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시계를 선물한 그녀. 항상 미룽씨랑 같이 있는 시간은 따뜻하다. 이런 복덩이가 내 친구라니. 난 정말 행운아야.


01.09.화_ 잊지못할 생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빠가 미역국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히히. 아 끓여놓은건 몽쥐가. 아빠는 댑히느라 다시 끓인 거. 호호. 우리아빠 나 닮아서 한자도 잘  쓰네. 내가 아빠 닮은 건가? 하하하.

매 년 내 아침 생일상 차려주는 아빠가 주는 봉투

 
 아니 나는 점심 때 까지 아무 말이 없길래, 조용한 저녘을 보낼 것 같더라구. 그리고 요즘 내 인스타 피드가 너무 헛헛했지 뭐야. 운동 계정이라 운동한 것만 올릴 수 있어서-하다 못 해 걷기라도-, 생일 기념으로 용마-아차산이라도 타려고 했지. 뱀띠 아이의 용마-아차산 등산. 용아(龍兒). 좋잖아?

 

 그렇게 여러 사람이 피 보기 시작했다. 하하. 갑작스러운 산행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준 밤태봉씨. 진짜 정성이 갸륵한 사람이야. 눈길이라 위험할까봐 돌아갔는데, 생각보다 진짜 오래 걸렸다. 2시간이면 땡인 용아를 거의 4시간 가깝게 타고 내려와버렸네. 

하늘이 뿌얘서 몽환적이었던 용아

 

 덕분에 정말 잊을 수 없는 등산을 했다. 처음 보는 분이 같이 축하해주셨다. 풍선 불 줄 아냐는 말에 폐활량 체크하는 거냐고 놀라시던 그. 첫 등산이라고 긴장하더니 나중엔 슥슥 잘 다니시고, 심지어 내 가방도 들어주셨다. 하하. 초입에서 노루도 봤다. 올 해 목표 산에서 짐승보기 단박에 클리어. 이렇게 새하얀 눈밭의 용아라니. 정말 특별한 경험들로 가득한 하루였다. 

 날라다니던 그는 점점 발목 아프고 기력이 쇄해가는 중. 귤 사장님한테 택배 잘 받았냐고 전화오고, 엄마한테 전화오고, 민주도 갑자기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왔다. 안그래도 새로운 코스라 약간 헤매던 중 더 정신 없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길 찾아 하산.

 맥칼 가려고 했는데 라스트오더때문에 콩밭으로 왔다. 순두부라면 여전히 맛있구만. 생일자라 예의상 받은 건데, 국순당 막걸리도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네 정말. 이제야 숨 돌리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체격 좋은 남자가 식당문을 대차게 열고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오는 카키색 옷 입은 여자. 뭐야 성임이랑 옷 똑같네. 했는데 바로 성임이였다.

꽈당차차가 지켜낸 수제 키리쉬케이크

 알고보니 내 뒷풀이 장소인 멕시칼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대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밤블리랑 접선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다. 콩밭 앞 어마무시한 블랙아이스를 뚫고 차차가 들고 온 내 생일 케이크. 영롱하구만. 

 서프라이즈 해주기만 하다가 받으니 기분 또 요상하잖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도 또 사진도 찍어달라고 해서 할 건 다 했다. 멀리서 온 우리 서쪽나라 친구들. 늦은 밤이니 축하만 받고 얼른 보내줬다. 이 밤에 기다리게 한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여러 감정이 겹쳐서 잠깐 멍 때리고 있었다.

 집에 오니 또 케이크 들고 기다리고 있던 생도. 아홉시에 온다는 말에 치킨들고 기다리다 잔다는 아빠의 소식을 전하며 주섬주섬 불을 붙이는 기몽쥐씨. 아유 나의 갑작스러운 산행에 정말ㅋ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구만. 정말 특별하고 가득 찬 생일날이었다. 


01.10.수_주짓쑤가 뭐길래

 

 호호떼라들의 신년 모임. 오랜만에 신촌에서 젊음의 혈기도 느끼고, 양궁집 바라보며 다친 손가락 들고 아쉬워하고, 설빙가서 메리 딸기 발견하고 신나서 먹어보기도 하고, 다섯 번째 생일 케이크를 받았던 날. 아직 내 생일 안 끝났구만. 

 

 케이크란게 그렇다.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기위해 대충 들고 다닐 수 없는 존재. 그런 정성이 있어야하기에 특별한 날을 위한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게 아닐까? 그 사람을 생각하며 건네는 예쁜 정성과 달콤한 마음이 어우러지는 소중한 음식. 그게 바로 생일 케이크가 아닐까 싶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호호떼라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게 이다지도 즐겁고 신기한 일 일줄이야. 사람 사는 얘기 할 때도 재밌었는데 도복 얘기하다보니 너무 신나잖아. 주짓수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세 가버려서 결국 다이소는 못 들렀다. 통 사서 케이크 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오늘도 늦게 집에 와서 귤 배달하고 오니 1시쯤이 되버렸다.

 

 늘 소중하지만 여느 때보다 즐겁고 특별했던 나의 생일주. 올 해는 유독 더 풍성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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