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년 6월 두 번째 일기 (06.03~06.09)_ 건강검진 준비 주

킹쓔 2024. 6. 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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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월_ 고마운 과거의 나에게


 그거 아세요? 유독 이맘때쯤 내가 뭘 많이 하긴 했는데요 그 결과. 올해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약 200여개의 글을 쓴만큼 그래도 열심히 한 편이네.
 
 참, 주짓수한 지는 3년이 되었다. 21년 5월 30일 시작했으니까 얼마 전에 햇수로 치면 3년 입니다. 그치만 무릎 아파서 쉬고, 손 아파서 쉬고, 발 아파서 쉬고, 한 거 다 빼면 순수 운동기간은 1년 조금 넘을 것 같기도. 
 
 기록의 좋은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글로 전하는 편지나 추억을 담는 사진처럼, 때로는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음을 알려주는 고마운 매체들.
 
 자주 갈피를 잃고 방황하는 내게, 여태껏 걸어왔던 길과 행복했던 추억 조각들을 보여주며 용기를 준다. 과거의 나는 꽤 열심히 살았고, 그게 종종 어떤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아직 결과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양분으로 해내는 일이 많으니 불안해하지말라고. 앞으로도 잘 살거라고. 보다시피 너는 성장가능성이 풍부한 사람라고.
 
 내일이면 식단조절을 시작해야한다. 토요일날 있을 내시경때문에 이것 저것 먹지 말아야 할 게 많이 생겼다. 최후의 만찬을 준비해야겠구만. 씨 없는 과일 금지라고 해서 수영이가 준 수박을 썰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는 수박해체쇼. 야채도 손질 다 해놨는데 왜 나는 하필 이번 주에 검사를 해서 얘네들을 다 못먹는거지? 

수박도 썰고 내손도 썰고

 껍질을 까다가 손을 베였다. 신경손상 등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다행히 살짝 베고 말았다. 의외로 피가 잘 안멎어서 써는 동안 장갑을 끼는 등 일이 번거로워졌다. 내 손 정말 바람잘 날 없네.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네모들

 사무실에서 안 쓰던 카드를 발견. 과거의 나, 아주 잘했어. 지갑이 없으면 돈 쓸일 없고 강제 절약생활 될 줄 알았는데, 엥간한 건 페이로 다 사니까 쓸 건 다 쓰더라. 교통카드가 안 되서 불편하기만 하고. 생각보다 갑자기 어디 갈 일이 많아지더라고. 그러니까 왜 남의 차에 지갑을 두고 내리십니까.

 오늘은 푸금상씨의 생일날. 미진이가 몰래 축하해주러 온뎄는데, 자꾸만 자리를 옮기는 녀석. 원하는 딸기 케이크 찾아 송리단길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도착한 곳은 딸기케이크는 없었지만 만족스러웠던 뷰클런즈. 케이크도 너무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다. 

송리단길 북카페 뷰클렌즈

 

데미안 외 유명한 책의 한 구절들

 

 이제 만나면 괜찮을 법도 한데, 아직도 심하게 뚝딱이는 나. 미진이 안왔으면 또 영겁의 시간을 어색하게 보냈겠지. 하, 자꾸 집에 가고 싶은 티 낸다고 사회생활 할 땐 그러면 안된다고 혼남.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필독하라는 녀석. 생일자아니었으면 주먹이 웁니다 중말.

 그래도 덕분에 재밌었다 껄껄. 가기 전에 챙겨주고 싶었는데 좋았네. 여기 조용해서 책 읽기도 좋아보이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  
 

  

송리단길 훈남 포스 낭낭

 몰카 금지라더니 은근 기대하던 그. 초에 불붙이고 노래라도 불러줘야하는 거 아니었나 싶은데 태봉이 없으니 아무도 초를 안가져왔다. 후후...그녀 없는 생파는 이렇게 조촐한가요.
 
 9시 다되가서 일어나자고 보채니까 가짜 피곤함이라고 나무라는 그 분. 아니 본인은 집이 코앞이지만 나는 갈 길이 구만리거든요? 여기 지하철 두 번 갈아타야 된다구요. 오늘의 이 웃고 떠듬도 내일 되면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겠지. 지워버리고픈 날이 아니라 가끔 꺼내보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네. 또 하나의 든든한 양분이 되어 미래의 나를 기쁘게 해주렴. 


06.04.화_먹고 싶다 치킨 피자 

 

 아침은 하는 수 없이 먹을 거 없어서 전복내장죽이랑 쌈야채 주워먹었다. 점심부턴 진짜 식단 바짝해야지. 대장내시경 3일 전 치킨이 먹고 싶은데 왜 먹지 말라는 건데요. 씨도 없고 섬유질도 없는 음식인데 왜요왜. 닭고기인데 Y?

네이버 대장내시경 치킨 검색결과

 뚝딱이 나. 대체 왜 이렇게 뚝딱 거릴까? 엊그제부터 바짝 긴장한 느낌으로 상대를 불현하게 만들어버리네. 이거 준다고 숨 차게 달려온 그녀에게도 로보트 뺨치는 감사표현으로 서운하게 하구. 갑자기 뭐든 영혼리스라고 자주 혼내던 차차 떠오르네.

수박 준다고 받은 수박젤리

 

 다들 검사 3일 전 부터 관리한데서 저녘은 살짝 많이 풀어졌다. 씨없는 부분으로 수박도 먹고 과자도 먹고. 아, 내일부터 진짜 빡씨게 한다.

대장내시경 4일전 식단

아침 : 전복내장죽(450g), 청상추 5장,
          단백질 치즈 한 장
점심 : 카스테라(370g), 우유 (200ml),
          다크쵸콜렛 90% (7g)
저녘 : 수박 (씨없는 부분위주로) 2~300g
          옥수수쫀드기 40g, 린트쵸콜렛 1개, 밀크쌀과자 많이
          계란후라이 1개, 밥 70g, 간장, 수박젤리

06.05.수_배고픔

 
 꽈배기 먹고 싶다. 근데 왜 또 카스테라는 되고 꽈배기는 안되는 걸까? 대장검사 전엔 왜 이렇세 못 먹는 게 많을건지. 배고프다 단 거 짠 거 매운 거 먹고싶다. 정말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단 건 행복한 일이었구나. 한동안 자유롭게 먹어댈 수 있었던 거 참 좋은 시간이었네.

대장내시경 3일 전 식단

아침: 쌀밥(70g), 삶은계란 2개, 간장 조금
점심: 쌀밥(80g), 틸라피아(110g)
저녘: 쌀밥(90g), 계란후라이 2개

 
 오늘 기온이 31도까지 올랐다는 거 실화냐구요. 아직 6월인데 정말 벌써 이러면 미칠노릇이네. 미루고 미루던 선풍기를 꺼냈다. 그냥 보면 깨끗해보이는데 열어보니 먼지투성이 때구정물이 줄줄 나왔다. 역시 사람이나 물건이나 겉보기만 봐선 몰라. 

 

 창고에서 선풍기꺼내다 발견한 커피캐리어. 얘를 쓰기엔 텀블러는 너무 뚱뚱하다. 주인 닮아서 그런거니? 참나. 배고파서 얼른 잡니다.


06.06.목_아차산 낮등: 힐링이 별거냐

 
 투데이 이즈 현충일.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나서 야채씻어서 소분하고, 오랜만에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꽃단장을 했습니다. 이러고 어디가냐구요? 가긴 어딜가 산이나 가지 뭐 깔깔.
 
 하 근데 잊고 있었네, 여름이라는걸. 지하철 입구 나오자마자 그 찜기같은 공기에 더워 죽는줄 알았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데, 오늘 내 화장이 몇 시간 못 버티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  

 점점 화장이 문제가 아니라 살이 따갑다 싶을정도로 볕이 너무 쨍쨍했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근처 상점 구경하며 들락날락. 올리브영 갔더니 에어컨 나오고 넘 좋잖아. 반찬가게도 들어갔는데 내 무덤 내가 팠다. 음식들 볼 때마다 맛있겠다 연발, 그냥 눈 돌아가더라, 왜 이렇게 맛있는 거 많아. 토요일만 끝나면 너네 다 죽었다.

진짜 그림의 떡

 다이소까지 들러서 나오니 저 멀리서 미진쓰랑 태봉쓰. 이렇게 더운 날 그냥은 못 간다며 미진이가 커피 사줌! 난 밝은 옷 입고 왔는데, 그녀들은 오늘 까만의상을 입고 왔네. 음료 먹을 때도 다들 까만 거 시키고 나는 하얀 거 시켜서 웃겼다. 

 원래 용아 타려고 했는데, 지하철역이 애매해서 아차산만 타는 걸로 결정! 물론 아주 잘한 결정이었지. 용마산부터 탔으면 가다가 쓰러졌을 뻔. 해가 중천이라 남들은 다 내려올 때 올라가는 우리. 

 

 
 아차산 이 암벽 여기는 올라갈 때 마다 힘든 것 같아. 오랜만에 산 간다면서 가볍게 날라다니는 미진쓰랑 멕칼들고도 야무지게 잘 올라가는 태봉쓰. 그래요 또 나만 숨차죠?

 고구려정까진 단숨에 올라왔다. 대낮의 고구려정은 정말 오랜만이구만. 거의 야등만 다니다보니 이렇게 매력적인줄 몰랐지 뭐야. 매일 방충망으로 가려져있거나 어스름하게 실루엣만 보였던 곳이 낮에는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다른 느낌. 마치 매번 쌩얼로 밤에 일하다가, 담에 햇살 아래 비추는 친구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본 느낌이랄까.

 저 멀리 보이는 공연장스러운 건 뭐지? 신기해서 몰려든 사람들, 하지만 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좀 웃기다 허헣.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유적전시관 같기도 하고. 아차산에 뭐가 많았네 숲 체험장도 있고. 매번 산 만 가봐서 몰랐던 사람. 

 날씨가 좋으니 모든게 화사하구만. 자연광이 이렇게나 예쁠 일일까? 다들 뽀샵한 것 처럼 뚜렷하고 선명하다. 미세먼지가 살찍끼긴 했지만, 맑고 투명한 한강 위로 비추는 대교들의 대칭이 수려하다. 눈에는 익숙한데 이름은 매일 까먹는 구리암사대교랑 강동대교. 

동그란게 구리암사대교
세모가 강동대교

 

내가 살짝 묻은 사진들

 

 지나가다 지원씨인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머리 높이 올려묶은 것도 비슷해서 정말 동일인물인줄 알았네. 그녀의 아이유 셔츠가 꽤나 유행템인가 보구만. 유행템입은 그녀 따라 쫄래쫄래 가는 강아지도 귀엽고 그 강아지 따라가는 태봉쓰도 귀엽구. 멕칼들고 계속 산에 올라가는 밤태봉씨, 손가락 환자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요.  

미룽선물 / 태봉선물

 금계국이 만개한 벌판을 보니 6월이 확실하구만. 이번 달이 지나면 벌써 올해의 반이나 지난다는게 믿기지 않아. 사실 믿고 싶지도 않고. 그냥 이렇게 꽃밭에 있는 즐거운 순간에 머물러 있고 싶다. 

금계국의 꽃말을 상쾌한 기분, 용기, 희망

 무슨 출입금지 안내판이 이렇게 예쁘담. 캐모마일이랑 금계국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맨 안내판. 메시지는 단호한데 꽃들사이에 있어서 하나도 안 무서워보이네. 한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약간 시처럼 낭만적인 문구가 써있다고 생각할걸?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건가.

꽃이 뉘여

 중요하지 환경. 삭막한 이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작은 꽃 한송이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팍팍하지만 않은 건 다 이 산들 덕분인 것 같다. 싱그러운 수풀의 정기를 받으면 시끄럽던 마음이 좀 평화로워지니까. 다들 그 동네산 정기 받아서 컸잖아?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 둥에 초중고 교가에 산 안들어간 사람 있냐구요.

 오늘 유독 까치랑 까마귀가 많이 날아다녔다. 특히 까마귀는 내 생각보다 커서 날개를 다 펼치고 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웠다. 까치는 귀여운데 까마귀는 좀... 쏘리 까마귀.

까치보다 더 귀여운 그녀 / 김콩밤 산신령들

 

 빛과 구름의 향연이네. 라이온킹의 한 장면처럼 쭉 뻗어나오는 햇빛과 그 사이로 몽글거리는 구름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은 여기 쓰라고 나온 말일까? 저 구름들 이름 궁금한데, 집 가서 꼭 구름백과 찾아봐야지.

 

산처럼 생긴 세모구름

 
 많이 쉬어서 3시간이 좀 안되게 걸린 등산. 간만이라 그런가 아차산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구만! 하산하고 나서는 두부 사러 갔다. 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계란밥만 주구장창 먹고 있던터라 두부가 너무 반가웠다. 

 식당문을 여니 보이는 할아버지 사장님. 근데 내가 생각한 할아버지는 하회탈상에 잘 웃어주는 넉넉한 시골할아버지 몽타쥬였는데, 여기 할아버지는 군인 최고참모 제대하시고 자식손자는 호되게고 강하게 키우시며 엄청 깐깐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뭐, 이런집에선 절대 위생불량이나 비리는 안 일어날 것 같군. 콩물도 있길래  검사다음 날 먹을 요량으로 사왔다. 흐흐 양 손가득 드니 부자된 기분이구만. 

 

 

 아차산에는 왜이렇게 맛집이 많은지. 갈비탕도 먹어야하고 미나리삼겹살도 먹고싶고 다 먹고 싶다 진짜. 흐흐 어쩌겠어 또 와야겠네. 먹으려고 타는 거지 뭐.

 근처 카페에 들러서 작두콩차 시켰는데, 색이 너무 진해서 거의 못먹었다. 분명 빈 손으로 오랬는데 또 다들 바리바리 바리스타처럼 싸들고 온 그녀들. 선물 꾸러미 말고 얘깃거리도 보따리로 들고와서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났다. 미진이가 얘기 안했으면 다들 집에 못 갈뻔 했잖아. 
 

 
 다들 지하철 어디로 가야되되나 허둥지둥하는 거 왜 이렇게 귀엽고 웃기지. 김포공항 가는 사람 없다면서 내가 다 잡아왔다 하하하. 못 찍은 인증샷은 여기서라도 찍기. 이렇게봐도 호카신발 이쁘네. 셋다 신발 다 다른데 각자 개성 넘치고 성격보여서 웃기기도 하고.  

 집에 오자마자 두부 한 모를 다 먹었다. 간수까지 먹었다. 왜 이렇게 맛있어 진짜 맛있구나 할아버지 손두부. 검진 끝나면 두부부터 먹으러간다. 물론 콩밭 순두부라면으로.

 생각해보니 비행기 타고 외국 가서 흥청망청 플렉스도 해보고, 비싼 호텔가서 진귀한 음식 먹는 것도 물론 값진 경험이고 기분째지겠지. 근데 뭐 난 그런생각도 든다. 꼭 희소성이 있어야만 그 가치가 올라가는 건 아니잖아.

 날이 새도록 수다 떨고, 계절에 맞는 풍경보러 다니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운 얘기로 깔깔대면서. 이렇게 좋아하면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도 힐링이라고 말하고 싶어.

대장내시경 2일 전 식단

아침, 점심: 백미(120g), 계란후라이 3개
저녁: 두부 1모 (160g)
페퍼민트 아이스티 한 잔
작두콩티 아이스 반 잔

06.07.금_드디어 전 날

 
 배고프다 배고파죽겠어. 이짓도 내일이면 끝나는 구나. 아침에 카스테라 먹으려다 당함량 40g보고 무서워서 내려놨다. 최소주문금액때문에 미음 두 팩 시켰는데, 이거 진짜 먹을 거 못되는구만. 왜 이런걸 두 팩 시킨거야 나는...

 드디어 지갑 찾았다. 잘못 기재된 전화번호가 불러온 나비효과. 단 한자리도 꼭 확인하십시오. 아니면 정말 찾기 힘들거든요. 어떻게 아냐구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고객센터 연결은 왜 이렇게 힘드나. 전화하면 연결까지 30분 넘게 걸리고, 받으면 담당자 아니라고 하고, 찾아가면 전화해보라고 하고...하지만 찾았으니 되었다.
 
 4시쯤 몸에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계체하는 애들은 대체 이러고 어떻게 운동까지 다니는거지? 여러분 제발 검사 앞두고는 운동하지 맙시다. 식단 제한하면서 하루에 1kg씩 빠지는 중. 나 진짜 여태껏 잘 먹고 살았구나.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트러블이 한 두개씩 올라오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진짜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닐까 싶을정도로 손이 달달 떨리고 기력이 부쳤다.

 7시가 되자마자 드디어 말로만 듣던 그 약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다. 포카리스웨트나 링티같은 이온음료인데 거기에 조금 짠맛이 특화된 느낌? 먹을 때 확실히 민트처럼 속이 화해지는 거 뭔가가 있어서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걱정했던 것처럼 역하진 않았다. 오히려 비타민이 있어서 몸에 생기가 도는 느낌?

 소변통처럼 생겼네 요녀석. 잘 섞어서 시간 맞춰 들이부어줬다. 아 한통 먹으면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먹어야 되네. 은근 일이구나 이거.

 첫 약 복용 45분 후, 살살 신호가 왔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약 10분 간역으로 화장실을 세네차례 갔다. 집에서 쉬고 있었고, 먹은 게 별로 없어서 그리 힘들지 않았다. 힘든 건 음식 참아야하는거지. 금밤이라 그런가 왜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러 많이가는겨.

대장내시경 검사 하루 전날 식단

아침, 점심: 미음 (700ml)
저녘 : 굶음

06.08.토_대망의 건강검진날

 
  4일동안 식단의 결과 얼마나 빠졌나 궁금했다. 체중계에선 아주 오랜만에 보는 숫자라 반가웠다. 근데 4시 40분부터 쟀는데 계속 연결불가로 기록이 안됬다. 블투 와이파이 전원까지 껐다켰다 30분째 난리를 치다 포기. 너님 영국행 탈락. 무게도 많이 나가면서 이러면 데려가겠니?


 마지막 약 복용. 찬 물 먹는거 배 아프거나 하진 않는데 일단 자다 일어나서 이걸 먹으라는 것 자체가 오바야. 게다가 나 지금 세시간 잤다고. 비몽사몽 이렇게 건강검진 가는게 맞습니까, 맞냐구요.

 배에선 꾸르륵 소리 나고 난리난리. 이제 더 나올 것도 없는데 이걸 먹어라니… 하나는 남겨둘까 싶다가 그냥 먹는다. 이거 다 마시는게 곤욕스럽거나 힘들진 않은데 좀 성가시고 짜증난다.

 어제는 15분 단위로 정확한 물양에 딱딱 맞춰 먹었는데, 오늘은 귀찮아서 그냥 대강 맞춰 먹었다. 그나저나 이거 찬물에 은근 안풀리는구만. 마지막 기포제까지 먹을 땐 진짜 현타왔다. 내가 물을 마시는건지 물이 날 먹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아직 더 남은게 있나 싶은데 화장실 두 번 정도 더 갔다. (첫 약 복용 기준 30분 후 신호) 뭐쨋든 시키는 거 다 하고 비울 거 다 비우고 갑니다. 버스에서 미약하게 신호가 오긴 했지만, 걱정했던 것만큼 가다가 내려야 할 정돈 아니었다.

이 버스 내가 전세냇소

 

 토요일 7시도 안됬는데 문 연 사람들, 정말 부지런하다 부지런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이 가득 채워질만큼 아파트가 들어온 게 낯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오랜만에 지나가는 이 길이 반갑네. 비 오는데 노는 오리도 귀엽고.

청량리 층층이 들어선 아파트 / 새벽수영반 오리들

 

 이렇게 비 올줄 알고 바막 입고 왔지! 부슬부슬한게 완전 영국비네, 영국생활 예행연습? 하하. 일찍 온다고 온 건데도 대기자가 왜 이렇게 많담. 그래도 몽지덕에 VIP된 기분. 프리패스로 쭉쭉 들어가는구만.

검진항목과 검진팔찌

 요즘 검진은 이렇게 전자팔찌를 태그하면서 다니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세월 좋아졌네. 빠릿빠릿 코리안들답게 다들 위층 아래층 정신없이 왔다갔다 거렸다.

 혈액검사하는 분 내손보고 “손이…”라고 말하면서 웃으셨는데 왜요왜 도라에몽손 처음 봅니까? 내시경 전 문진때도 자꾸 쓸떼없는 거 물어봐서 피식피식 웃겨드렸네. 나 웃음을 주는 사람이었구나 히히.

 초음파 결과 담관도 줄어들어서 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정상 범위로 접어들었고, 인바디 검사는 근육량 부자라고 지방만 좀 줄이자고 하시네. 유산소랑 식단관리 좀 하자고 하셨는데, 굳이 운동을 늘리기보단 먹는 걸 좀 신경써서 먹자고. 예예… 잘 알겠습니다. 2시간 자고 왔는데, 몸 상태는 왜 이렇게 좋데. 졸립지도 않데. 크게 배고프거나 갈증도 없고 정말 나 에이급 돼지구만. 

 

 내시경 들어가기전에 가스제거제 또 먹는다. 하 이제 약 그만. 수면주사는 한방에 꽂았다 언니 최고. 목에 마취스프레이뿌리고 누워서 숨 쉬어보랬는데, 눈 떠보니 깨어있었다. 자꾸 헛소리나오고 의외로 별로 먹고 싶은게 없어진다. 약간 어지럽긴하다.

 막상 끝나니 엄청난 식욕은 없고 좀 자고 싶단 느낌만 들었다. 그래도 예의상 내시경 끝나면 주는 죽 교환권 쓸 겸 가볍게 기름칠해주고! 어질어질 몽롱한 기분이지만 또 여기까지 와서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경동시장 들러서 떡뽁퀸맛집 황해도 순대에서 이만큼 삿지롱요. 물론 순대만 산 게 아니라, 김이랑 핫바랑 파프리카, 오뎅, 호두까지 주렁주렁 샀지. 호두정과 그냥 설탕코팅만 하면 된다고 해서 샀는데, 이때까진 몰랐지 앞으로 닥쳐올 폭풍을.

 

 

  집 와서 한숨자고 순대랑 야채랑 해서 먹는데, 위장이 쉬다가 일하려고 해서 그런지 되게 먹기 힘들었다. 머릿고기 진짜 냄새 엄청 나는데 맛은 있었다. 순대도 맛있었고! 1kg에 사천원이라니 가격 실화입니까? 다 포함해서 이만원 안되게 샀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양이었다.

대장내시경 당일 식단

아침: 굶음
점심: 소고기야채죽(60g), 오뎅 한입, 순대 한입
저녘: 현미(120g), 순대머릿고기허파(200g),
         김치조금, 쌈야채(40g), 호두정과(100g)

 

 밥 먹었으니 일을 좀 해볼까해서 시작했습니다, 호두정과. 누가 설탕코팅만 하면 된데....? 생각지도 못하게 호두 데쳐서 쓴 맛 제거하고, (호두에 쓴맛을 제거해야 한단다.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날아가서 영양학적으로는 안 좋은 방법)

 

다시 구워서 말리고, 시럽에 졸이고, 졸여서 다시 에프에 말리고, 

 

에프에 불이 날 때까지 또 굽고 말리고, 또 서로 붙어있는 호두를 떼고, 

 

병 소독해서 씻고, 키친타올로 담고, 나머지 정리하고...

 그렇게 끝내고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났네. 그래도 심지랑 애들이 먹고 너무 맛있다고 해서 좋았다. 앞으로 누가 요리 뭐 잘하냐고 물어보면 호두정과라고 대답하라는 지희쨩. 호두 안 먹는 수영이도 좋아라해서 뿌듯. 심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호두 2kg를 로켓배송 하더라. 하하하.

 

 아까 받은 검진결과를 보니 대장은 깨끗한데 위가 문제였다. 만성위염이라니 앞으론 정말 폭식금지다. 인바디는 작년 헬스장 다닐 때 기준으로 정확히 체지방만 5kg가 늘었다. 참나 알겠어요 뺄게요 살. 기나긴 건강검진 끝, 수고했다 나 자신. 이제 먹고 싶은 거 잘 먹고 푹 잘 수 있다.


06.09.일_ 검진 후

 

 이제 야채 먹을 수 있거든요. 내가 이렇게까지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인줄 몰랐습니다. 묵혀뒀던 손질야채 볶아서 주먹밥 후루루 해버리고. 나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은진인 좋아했다. 이 정도면 내 요리특기항목에 주먹밥도 추가할까? 히히.

 집에 상추랑 라이스페이퍼가 많아서 이것 저것 넣은 롤도 만들어보구요. 어제 산 어묵 제법 맛있구만.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어 경동시장.

케찹양 조절 실패

 

 하 정말 진짜 못살겠다... 심지가 시킨 호두랑 설탕이 집 앞에 대기중. 마치 심지가 빨리 호두정과 만들라고 재촉하는 기분.

 

 열두시반에 온다는 엄마는 두시가 되도록 안와서 그냥 애들보러 왔다. 공릉시장 안쪽에 커피집이 있는데 가격도 착하고 인테리어도 예쁘더라.

 

 커피먹고 드디어 떡볶이 한 풀으러 왔다. 카페 바로 옆 우리할배떡볶이 공릉시장점. 역시 쌀떡이 최고야. 쫀득쪽득 식감 최고. 로제는 소스는 맛있는데 밀떡이 너무 별로네. 리뷰이벤트하면 주는 추억의 피카츄돈까스도 먹었다. 옛날에 이거 500원이었는데. 아니 근데 심지 왜 자기가 하래놓고 안 먹냐 진짜. 나 배부른데.

 

 50만원은 없지만 5천원은 많은 수영이. 현금있냐니까 지폐 들고 다니는거 귀찮다고 나한테 버려줬다. 제발 더 버려주세요 선생님!!! 차 있는 김에 다이소에 병 사서 들고 오는데 은진이가 커피 사오래서 또 나는 사고 차는 한 바퀴 돌고. 이 자리를 빌어 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하. 

 

 전기세 1도 안 내는 것들이 맨날 불 켜놓는다고 화낸 집주인 어르신을 위해 준비한 뇌물. 아니 나 주방이랑 거실 왔다갔다하면서 치우고 있었다구요 아빠. 그래도 먹을 거 챙겨주니 기분 풀리셔서 뿌듯. 역시 맛있는 게  최고야. 이번에 세제페에서 산 잠봉 꽤 맛있다. 다음엔 버터사서 잠봉뵈르 만들어야지.

 

 결국은 또 하는구나. 1kg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호두정과 PTSD 올 듯. 맛 체크하느라 계속 집어먹다보니 점점 둔해지는 혀. 빛깔도 그냥 다 똑같아보였다. 시럽 식기전에 구워야하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에어프라이어 설까봐 조마모자했네. 진짜 이제 갈색 동그라미만 봐도 질려버려.

 

 어마어마한 양이 나왔습니다. 막상 가방에 넣으니 생각보다 그렇게 무겁진 않더라구요? 심지랑 지민이가 엄청 좋아해서 갖다주던 나도 뿌듯했다. 아니 근데 이사람들 고맙대놓고 버스는 왜 내 맘대로 못타게 하나.

 환승 되는 거 타라면서 강제로 다른 버스 탑승시키는 그녀들. 이거 저희집에서 멀리 내려주는데요. 나 다리 아프고 환승 안해도 되는데...교통카드 한 번 찍으려면 토스 145번 찍어야 한다고...고마웠단 말 뻥이지... 이건 무슨 벌칙인가. 

 

 집 와서 은진이랑 뒹굴데다 잤다. 떡뽁이랑 일반식 좀 먹었다고 또 갈증이 났다. 관리 잘해야지. 이번 주는 제법 큰일을 치뤘네. 다음주는 커버레터랑 레쥬메를 작성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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