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5년 2월 세 번째 일기 (02.05~02.11)_일상으로 돌아가는 중

킹쓔 2025. 2. 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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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수 [워홀+190]_맘대로 아프지도 못하지

 

 아침 8시. 체온계가 다시 배달되었단 연락을 받았다. 겉옷도 안 입고 내려갔는데 역시나 없었다. 우리집은 우드도어인데 회색문 앞에 두고 갔단 얘기를 듣고 인근을 다 뒤졌다. 역시나 없었다. 장난하냐구요... 하- 이제 아픈 거 다 나아서 체온계 필요 없을 정도다. 아이구 속 터져. 

이웃집 우편함까지 다 뒤졌다구요...

 

출근길 본 예쁜 꽃들

 

 다행히 몸이 많이 괜찮아져서 출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물론 퇴근할 때 쯤 엔 목이 완전히 가버려서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열이 없다는 것 만으로 살 만했다. 1인 가장은 맘대로 아프지도 못하네.

 

 브레이크땐 동료와 함께 집에 잠깐 들렀다. 차 한잔 같이 하고 싶다는 그녀의 제안은 참 고마웠지만, 그걸 받아들이기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 초대해 차를 한 잔 건냈다. 생각해보니 집으로 초대한 첫 손님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형편없이 대접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치만 당장 기침약 살도 없는 형편이었는걸.


02.06.목 [워홀+191]_ 감기가 옮겨갔다

 

 콧물이 나고 여전히 못이 아팠지만 그래도 꽤 많이 괜찮아졌다. 내가 감기에서 많이 회복됬다고 느꼈을 쯤, 라피가 아프기 시작했다. 

간만에 보는 화창한 런던 하늘

 아침부터 라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젯밤 화장실에서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더 걱정이 됬다. 브레이크때 잠깐 들러 약이라도 전해주고 올까 싶었는데, 부동산에 연락해보니 안된단다. 최근 발생한 몇 건의 이슈로 거주자 외 게스트는 건물 내 출입이 금지됬다는 얘기를 들었다. 젠장- 다들 잘 만 데려오고 살더만.

해가 쨍쨍한 런던 하늘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연락도 안되고, 무작정 집에 찾아갈 수 도 없고. 마음이 답답했다. 게다가 내가 마치 감기를 옮겨버린 것 같아 더 마음이 불편했다. 여찌저찌 이전에 알던 이웃에게 연락이 닿아 그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라피는 분노에 차 있었다. 고열에 시달리고 기절까지 했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은 사태에 대해서. 물 한 모금 가지러 갈 기운이 없었던 그 상황에서 느낀 무력감과 다른 이들에게 느낀 서운함을 토해냈다. 자기는 사람들한테 잘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그 모습은 왠지 이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02.07.금 [워홀+192]_ 소행운

 

 직장동료에게 선물을 받았다. 직접 만든 스티커라며 건낸 귀여운 아이들. 팍팍한 살림살이에 이런 귀한 걸 받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선덕선덕하니 좋았다.

그녀를 닮은 귀여운 선물 / 늦게먹은 떡국

 점심은 떡국을 먹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해를 기리며, 한 살 먹어야지. 

 퇴근길에는 여우를 발견했다! 영국에선 여우 보기가 그렇게 쉽다는 데 난 여태껏 한번도 못봤거든.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확실히 강아지랑은 다른 귀여운 맛이 있었다. 오늘은 소소한 행운이 가득한 날이네.


02.08.토 [워홀+193]_간호의 여왕

 

 일을 다녀오면 먹을 게 많이 생겨서 든든하다. 그래도 감자만 먹고 살 수 는 없어서 장을 보러갔다.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이 많아서 라피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가 아픈 관계로 결국 내가 짐을 들고 다니는 수 밖에 없었다.

 라피는 여전히- 그리고 온 종일 아팠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대 시트가 흥건히 젖을만큼 땀을 흘리면서. 나도 이전에 아팠던 터라 남일 같지 않았고, 그래서 하루 종일 곁을 지켰다. 꼭 그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그렇게 아프면 잘 돌봐줬을텐데, 그게 꽤 고마웠던 모양인지 라피가 뭔가를 자꾸 해주고 싶어했다. 학생인 그에게 뭘 받는 건 참 맘이 불편한 일인데, 하도 해주고 싶어하길래 전에 필요했던 아이라이너를 사달라고 했다.

라피가 사 준 아이라이너

 

 저녘엔 입맛이 없다는 그를 위해 인도 음식점에 갔다. 너무 맵고 짜서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손님은 바글바글했던 인도 스트릿푸드점. 이 근방에선 나름 유명한 집 같았다.

 

Bombay Corner - Indian Street Food · Bombay Corner, 61 & 61 A Nile St, London N1 7RD 영국

★★★★★ · 인도 레스토랑

www.google.com

 

 왠 종일 누워있던 터라, 답답하다는 그를 위해 인근 산책도 갔다. 그래봤자 주변 상점이지만. 거기서 모구모구를 보고 성임이 생각이 났다. 보고싶은 내친구들. 잘 있을까?


02.09.일 [워홀+194]_요리왕 등극

 

블러드오렌지 요거트볼 / 오픈 햄버거 : 다 내가 만듬

 요즘 나는 너무 잘 해먹는다. 심지어 햄버거까지 집에서 해 먹을 정도니까. 이젠 왠만한 밥 집보다 내가 요리를 더 잘하는 것 같다. 


 

02.10.월 [워홀+195]_하이 굿맨스 필드

 

 여전히 아픈 라피를 위해 GP에 갔다. 자기 주사 맞으면 어떻하냐고 무서워 하길래 진료실까지 같이 들어가줬는데,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었다. 주사 맞는 거 보고 싶었는데 깔깔.

우육면

 병원에 온 김에 오랜만에 단단국수에 갔다. 예전에 처음 영국에 와서 집 알아보러 다닐 때 갔던 집이었는데, 오랜만에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DanDan Restaurant · The Goodman's Field, 9 Stable Walk, London E1 8ZF 영국

★★★★★ · 중국 국수류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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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화 [워홀+196]_혼자가 짱이네

 

 주말 내내 라피랑 붙어있느라 못다했던 일들을 했다. 빨래도 돌리고, 신발도 빨고. 찬장도 치우고. 아무래도 나는 누구랑 같이 살 성격은 못 되는 것 같다. 혼자가 너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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