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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9월 다섯 번째 일기 (09.24~09.30)

by 킹쓔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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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일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완벽한 가을 날씨. 생기로 끓어 넘치는 여름에 비해 조금은 차분해지는 계절. 광선처럼 뻗어내는 해가 부드럽게 물들기 때문인가. 확실히 인간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

나는 최악의 상황하는 버릇이 있다. 굳이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미리 더 안 좋은 모습을 생각해본다. 혹자는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가끔은 나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이런 걸 하다보면 조그만 일이 생겼을 때도 앗 생각했던 것보다는 낫군하고 떨쳐버릴 수 있다. 겁쟁이들의 상처방지 연습이랄까.

오늘이 그랬다. 딱히 별 기대가 없다보니 이정도야 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요즘 발견한 내 또 다른 습관은 영어식으로 글을 쓴다는 점이다. 주어와 술어를 먼저 쓰고 목적어를 뒤로 빼는 어순이라거나, 동일한 단어를 반복하지 않으려하거나 영어식 표현을 쓰고 있는 점을 지각할 때가 많다. 이런 언어습관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칠까?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

3개월만에 처음 인가. 핑거탭 왼쪽에 끼고 눈 어디감냐고 묻고 난리났다 난리났어. 오늘 처음 온 사람 누구일까... 뭐 그래도 괜찮다 재밌었으면.

  스텔라장 노래 듣다가 산 바게트. 먹고도 배 안차서 마라탕 만들어먹었다. 지난 번에 했던 남은 고기 넣어서 먹었는데 역시 짠 거 최고.


09.25.월

  요즘 연예인들의 기분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시간을 공유하며, 바쁘게 지낸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며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주지만 가끔은 팬미팅을 하는 기분이다. 인간대인간이 아니라 약간의 공허함으로 물드는 마음. 

 겁이 많은 사람은 날것의 나를 보여주기보단, 좋은 면만 드러내며 포장한다. 단점으로 공격받고 실망으로부터 상처받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쪽을 택한다. 긍정적인 사고, 온화한 태도, 다정한 말투. 이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일부이다. 쉽게 흥분하는 성격, 꽤나 냉정한 태도, 빈정대거나 바닥을 치는 우울함, 미루기 좋아하고 게으른 단점 투성이의 나는 철저히 감춰버린 채.

 좋은 나를 앞세워 교류하면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준다. 그렇지만 별로인 나는 드러낼 수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잘 지내는 관계가 지속된다. 날 것의 나는 점점 묻어둔 채.

 가끔은 텅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나 오늘처럼 몸이 안 좋을 땐 투정도 부리고 날 것의 나 그대로 누군가의 곁에서 편히 쉬고 싶다. 엄마도 바쁘고 아빠는 아프다. 동생은 힘들고. 친구들은 지쳐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사느라 고군분투 중인데 내가 그러면 안되겠지. 이제는 마냥 철없이 징징거릴수 만 없는 나이가 아쉽다.


09.26.화

 부쩍 체중이 많이 늘었다. 아빠는 짜증이 많이 늘었다. 몸이 아프다는 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고,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블로그 방문자 수는 바닥을 찍는다. 뭐가 잘못된 걸까? 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먹태 새우깡 그만먹어야지...
 
 가끔은 나의 무능력함에 대해 서글플 때가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한걸까하고. 일 년 넘게 지속되는 이 상황들에 내 에너지는 깨진 독처럼 빠지고 있다. 그래도 뭐 계속 겪다보니 조금은 무뎌지는 것 같다. 뭐 또 어떻게든 되겠지. 이것도 다 경험이고 과정인가 보다. 삶이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구만.


09.27.수

 긴 연휴의 시작. 뭘하면서 보내야지 계획을 세워보자.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새벽부터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어쩐지 시장으로 가고 싶다 했다. ㅈ을 만났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때까지 우린 꽤 오랜 친구였다. 그러다 공부를 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 만남을 피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힘들었을 시기에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했을 그녀. 그 때 연락을 피한 것이 부채감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고 신기했다. 비록 이제는 서로 닿을 수 없는 거리가 되버린 것 같지만.


09.28.목_ 오픈매트 1st

오늘도 혼자 남겨진 나. 하지만 더 서글픈 건 수업내용을 알려줄 수 없던 나의 무지함이었다. 휴 돌대가리냐고 정말... 무그랄한테 설명 한 번 못하는 나를 보며 괜히 나왔어 그만둬야 돼라고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래도 관장님이 조급함을 내려놓고 그냥 하라고 하셔서 다시 맘 잡았다. 혼자라서 다른 사람들이랑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혼자라 더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고 그렇게 생각하련다.


09.29.금_ 오픈매트 2nd

 쌍문은 애기들인데 너무 날라다닌다. 그래도 싱글렉이랑 스윕은 좀 해봤다고 어제보단 들을 만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운동하고 밥 먹고 쉬는 거 좋았고,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나는 선수는 못 할것 같다.

 택시타고 왔다는 사범님이랑 ㅎ. 같은 방향이라 차 타고 같이와서 밥 먹었다. 걸을 일 없을 줄 알고 슬리퍼 신었더니 무릎 지끈거렸다. 왜 이렇게 긴장되고 뻗뻗해질까? 내겐 너무 어려운 체육관 사람들. 회사 사람들 같기도 하고. 모두가 처음인데 왜 나만 유독 더 유난인걸까. 


09.30.토_ 대부도: 백화양식장 > 발리다 > 탄도항 > 16호 원조할머니네 칼국수

 아무 계획없이 묻어갔는데 잘 다녀왔다. 탁 트인 곳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소원성취했다. 요며칠 운동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옷도 대충입고 갔다. 휴 그래서 애매한 뚱땡이에서 슈퍼뚱땡이 됬네. 그래도 사진 하나하나 행복해보여서 너무 좋다. 일정도 빡세지 않아서 좋았고, 쉬었어야 됬는데 무리하지 않아서 좋았다.

 

 갈 때는 비와서 걱정했는데 곧 날이 그쳤다. 바다 색은 예쁘지 않았지만 그 위로 비추는 윤슬이나, 일몰 사이로 다가오는 구름이 너무 예뻤다.  진짜 너무 졸립고 피곤해서 감각이 둔해진 상태였는데, 서서히 젖어드는 행복은 자꾸만 베시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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