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수
운동을 안 가려다, 가려고 준비 다했다가. 너무 졸려서 10시부터 잤다.
10.12.목
일어나자마자 온 몸이 쑤시고 뱃속까지 아프다 했더니, 결국 그 놈이었다. 너였구나 호르몬 이 놈.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뭐 좋아. 이번 달엔 별일 없어.
어제부터 기다렸던 내 최애 일기. 나는 왜 이렇게 남의 얘기를 좋아할까? 만화나 드라마나 남의 일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 탓이려나, 아니면 사람을 좋아해서 그네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걸까나. 그것도 아니면 감정이입을 잘하는 탓에 어떤 사람의 얘기라도 내 일 처럼 느껴져서 인가?
정답은 나도 모른다. 여하튼 이런 나의 좋아함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일조했지. 내가 한 운동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나의 일상을 나누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고. 나쁘지 않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살아가는 걸 꽤나 안좋게 얘기하지만, 극F인 내게 감정은 나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인걸.
주짓수에는 상대에게 진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기거나, 배우거나'. 많이 져 본 내가 감히 말하건데, 많이 배운 것 같음을 엊그제 수업에서 느꼈다. 일단... 되든 안되든 해봐. 하다보면 다 늘게 되있어, 그 향상의 폭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경험만큼 값진 건 없지.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잖아.
10.13.금
드디어 받은 나의 아이폰. 확실히 사진은 진짜 잘나온다. 아예뻐. 그런데 그 외엔 너무 불편하다... 전화 거는 것도 받는 것도 불편하고, 키보드부터 음악까지... 일정도 내 맘대로 추가 못하고, 아무 것도 없고. 예전 사무실 근처에 뭐 가지러 갔다가 시계 약 교체도 드디어 맡겼다.
오랜만에 칼국수집도 갔는데, 해감이 하나도 안됬다. 유독 내것만 약간 잿빛이 돌만큼. 너무 자글거려서 조개는 거의 손도 안댔다. 그래도 여전히 장사 잘 되네, 이 집.
10.14.토
왜 항상 산행 전 날은 제대로 잠을 못자는 걸까? 그러니 당연히 컨디션이 좋을리 없다. 컨디션 안 좋을 때만 골라서 산을 탄 느낌이긴 한데, 뭐 딱히 아니라고 해도 엄청 잘 탔을 것 같지도 않다.
어찌저찌 성사된 용화산 일정. 그래도 다행히 올라갈 땐 비가 안와서 잘 올라갔다. 아침부터 스틱 못 찾아서 헤맸는데, 이제는 완전히 고장나버렸다. 등산 할 때는 암릉 부분이 많아서 짐 스러웠고. 정말 고생시키네 오늘.
많이 쉬고, 천천히 갔다. 속도를 낼 수 없는 산이긴 했는데, 천천히 가는 것도 힘든 것 같다. 거리 수도 짧은데 연인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엄청 수월한 느낌도 아니었다. 그냥 느꼈다. 아, 이제 나의 무릎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함께 간 두 분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나는 몰랐는데, 미끄러지지 말라고 낙엽을 발로 계속 쓸고 있는 분이 계셨다. 좋은 분. 안개 껴서 흐렸지만 나름 사진 많이 건졌다.
새벽부터 머리 피고 갔는데, 등산하면 땀나서 그냥 해모수 되는 것 같다. 이럴거면 그냥 묶고 가야지 휴. 습해서 더 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비가 크게 오진 않았고, 차에 들어갈 때만 와서 나쁘지 않았다. 물론 집 갈 때는 완전 화창하게 개니까 좀 얄밉기도 했지만.
몽쥐가 사온 파이브가이즈. 맛있는데. 확실히 미국거라 양이 엄청 많다. 반 개만 먹으려다 이미 입 댄거 다 먹었다. 밀크쉐이크는 달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말 너무 달아서 한 입 먹고 내려놨다. 감튀는 그냥 그랬다.
10.15.일
약속 있는줄도 모르고 쉬는 날인줄 알았는데, 한 달 전부터 잡아놓은 일정이 있었다. 아직도 불편한 내 폰. 일정표를 볼 수가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대충 옷만 주워입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다들 주섬주섬 뭘 꺼내서 줬다. 양 손 가득 주어진 선물 보따리들.
빈 손으로 시간 맞춰 털레 털레 나간 나와 달리, 다들 이번 만남을 준비했구나. 날씨는 좋았고 사람들도 참 좋았는데 내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서둘러 집에 와서 뻗었다. 분명 오늘은 청소를 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운이 안 생긴다.
집에서 한참 누워있다 선물 꾸러미를 풀어보았다. 직접 만든 초에, 한 자 한 자 진심을 눌러담은 편지라. 이런 거 준비해본 사람이라 알고있다. 간단해보여도 많은 시간을 부어야 하고,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사하게도 나는 누군가의 애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10.16.월
아침부터 몸살기운에 으슬으슬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일정취소하고 이불로 들어갔다. 계속 누워있다보니 운동이나 갈까 했지만 무릎이 콕콕 쑤셔서 그냥 쉬자고 마음 먹었다.
바쁘게 보내면 쉬고싶고, 너무 쉬면 또 공허하게 날린기분이고. 사람이란 정말 까다로운 존재야. 아, 정말 사람이 싫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같은데서 며칠 숨어있다 나오고 싶다.
아침 점심을 대충 때웠는데 배고프진 않았다. 그래도 심리적 허기인지 아이스크림을 안고 먹었다. 정말 달콤하지만 영양학적으로는 하등 도움안되는 치명적인 녀석. 하겐다즈 정말 만세다. 왜 다들 하겐다즈 하겐다즈 하는줄 알겠네.
계속 낯설던 아이폰에게 마침내 좀 적응했다. 배경화면도 바꾸고 벨소리 설정도 다시하고 이젠 어느 정도 감을 익혔다. 초반 3일은 정말 답답하고 갖다버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이제야 조금 내 폰 같다.
10.17.화
오늘도 미루기는 끝이없구나. 약속도 안가고, 운동도 안가고. 침대에 누워만 있고. 이런 날도 있어야지 뭐.
10.18.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이 칼칼했다. 감기기운인가 싶어 오늘도 그냥 쉴까 했는데, ㅇ이 마지막 날이라고 오늘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 마지막이라는데 가야지.
얼마 전에 본 유튜브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행복도 내가 찾으러 가야된다고 했다. 그래 게으름 그만 피우고 가자, 내 행복 찾으러.
주 2회 3km 걷기. 은근 쉽지 않다. 이거 약속이라도 안 했으면 난 또 안했겠지. 귀찮지만 뭘 걸어두긴 잘 한 일이네. 그래도 운동하고 오니까 개운하다.
요즘 운동 왜 이렇게 안왔냐는 말에 아주 뻔뻔히 게으름 피웠다고 말했다. 당당한 나. 진짜 너무 귀찮고 피곤하고 게으름 피우고 싶었거든요. 약속 잡는 것도 체력이 뒤따라 줘야된다. 아니면 호르몬이 끝나서 이제 좀 살만한지도 모르겠다.
10.19.목
피자는 정말 살 찌는 음식이구나. 버티고 버티던 1kg가 터졌다. 근데 맛있긴 더럽게 맛있다. 거부할 수 없는 맛. 저녁엔 또 살찌는 타코를 먹었다. 나는 정말 세치 혀의 노예구나.
낮에 갔을 땐 몰랐는데, 그 카페엔 석류나무가 있었다. 나무에 달린 걸 직접보는 건 처음인데, 꽤나 특이한 모습이었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 모습이랄까?
비도 오고 날씨가 춥다고 해서 쟈켓을 입고 나갔는데 더웠다. 밥 먹으면서 정말 감당 안되게 땀이 나온 것 같다. 예전에 땀구멍 막힌 것 처럼 땀 하나도 안나더니, 요즘은 땀이 너무 잘 난다. 혈액순환이 잘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살이쪄서 땀이 많아진걸까? 요즘 사진을 보면 후자 같다. 너무 후덕한 나. 하, 그래도 식단 조절은 힘들다. 아직 현실에 덜 두들겨 맞았나보다.
나이키 운동화도 신었는데 이거 참 예쁜데 신으면 다리 아프다. 저번에 성수동에서도 그러더니, 오늘은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무릎 옆 뒤부터 시큰해서 찜질부터 했다. 걸을 때 안쪽으로 무릎을 찍게 되서 그런가. 걷기 연습도 계속 해야겠다.
10.20.금
오늘 운동 갔다가, 내일 민둥산가고. 일요일날은 꼭 쉬자. 주말에 하루 정도는 쉬자. 물론 쉰다고 누워만 있으면 좋겠지만, 집 좀 치우자. 정말 창고 수준으로 물건이 쌓여간다. 엉망이다.
운동 끝나고 왔다. 팀전으로 싸우는데 스파링하던 거랑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래도 무릎이 크게 아프진 않았다.
생각보다 짐 챙길게 없었다. 7인의 탈출보고 새벽까지 떠들다가 잤다. 맨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야되서 긴장하고, 잠도 못잔 상태에서 떠났는데. 간만에 여유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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