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8.월_ 꽃잎은 흩날리고 꽃비가 내리는 따뜻한 봄날이다. 자꾸 뭘 주워먹고 싶은 헛헛한 날. 아침은 비지찌게로 산뜻하게 시작했으나 점심은 크림 듬뿍담은 강릉 빵다방으로 지저분해지련다. 그 여파 탓인지 도복 바지를 입는데 좀 힘들었다. 살찐 게 아니라, 오래되서 도복이 줄은 거라고 생각하련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예전에 환전해둔 유로를 은진이한테 건네주면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놀러오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었다. 이전부터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상상 속 내 말들은 깔끔했다.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지만. 몽지는 여행 가는 거 아니냐고 뻥치지말라고 놀라다가, 갑자기 눈물난다고 뿌엥하고 터졌다. 나도 옆에서 울었다. 아- 나 이제 진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주희랑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