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월 [워홀+104]_근데 이제 염색이라고 하기엔 아무도 모르는...
아침부터 공짜로 뭐 받아서 기쁜 사람 바로 나!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단백질 쉐이크 프로모션 중이길래 달려가서 냉큼 받았다. 비싼 지하철 타고 다니는 보람이 있네.
퇴근 후 도서관에서 일 좀 하고 갈랬더니, 태블릿이 와이파이를 못 잡았다.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뭐 하는 중 인 거 안보이냐며 화를 냈다. 아니 채근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성질 낼 정도였나요. 괜히 소심해져서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싶었다.
올드게이트에서 내려서 알디를 가려고 했는데, 옆에 막스앤스펜서가 있길래 거기서 장을 봤다. 치즈도 사고 고기는 너무 비싸서 해산물 모듬만 한 팩 샀다.
그리고 옆에 있던 수퍼드러그에 들려서 염색약도 샀다. 뿌리부분이 까매져서 여간 신경쓰이던게 아니었는데, 마침 염색약이 세일하고 있길래 냉큼 사왔다. 영국에선 뿌염하려면 기본 15만원은 훌쩍 넘는다고 들었고, 한국만큼 만족도도 별로 높지 않다고 한다. 뭐 그런 이유로 셀프뿌염에 한 번 도전해 보게 됐다!
사실 염색경험이라고는 전무한 내게 이건 꽤나 큰 도전이었다. 거의 십 년 전 미장센 버블 염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걸. 혹시 염색약이 피부에서 지워지지 않거나, 두피 트러블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했다. 만약에 그런 비상사태가 생기면...? 여긴 병원 가기도 힘든데. 그래서 유튜브랑 사용설명서를 정독했다. 아마 준비만 거의 한 두 시간 걸렸지?
그리고 망. 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5분 안에 약을 빠르게 다 발라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염색약 제형이 너무 크리미해서 조금 덜 친숙하기도 했고.
아무튼 모발이 얇고 밝은 백인용 염색약이라 조금 더 오래 나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너무 오래 방치했다가 뿌리가 상할까 걱정됐고, 애들이 하도 화장실을 왔다 갔다거려서 오래 있기가 눈치 보였다.
머리를 감고 나서 웃음만 나왔다. 진짜 염색이 하나도 안됐구나... 그래도 뭐 밝은 모발이 아니라 얼룩이 덜 티가 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처음 한 거 치고 이 정도면 됐지 뭐... 라고 계속 위로 중...
플메들 만날 때 마다 달라진 거 없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 뿌염...휴... 난 오늘 뭘 한 걸까. 허리 아프게 머리 감기? 염색약 물든 화장실 청소하기?
머리만 대고 누워있으면 편하고 예쁘게 잘 해주시던 미용실 원장님이 너무 그립다...근데 또 다음 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나름 또 계속 보다 보니 염색 된 부분은 색깔이 꽤 예쁘게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다갈색. 뿌리 부분도 점점 밝아지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싶고. 아무튼 염색하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셀프 뿌염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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