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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11월 열 한번 째 일기 (11.15)_ 런던에서 느끼는 삶이란

by 킹쓔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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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금 [워홀+108]_ '삶이란 뭘까'와 '삶이란 이런 거지' 사이에서

 

 요즘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사는 건 대체 뭘까. 현저히 낮아진 생활환경에서 과연 진짜 '사는 건 무엇일까' 라는 생각.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건가 싶은 그런 때.

파딘이 준 백장미/ 새로운 출근길

 그런 잡생각 때문인지 출근하기가 좀 싫었다. 그래서 일 하는 곳 까지, 늘 가던 길 대신 안 가던 길을 택해서 갔다.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런 선택을 내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가던 길도 꽤 재밌었고.

 몰랐는데 오늘 외부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다음' 촬영을 '다음 주' 촬영으로 착각한 나는 교통 카드도 안 가져와서 또 내돈내산 버스를 탔다. 휴 머리가 나쁘면 지갑이 고생이구요. 브레이크 때 작업한다고 태블릿도 가져왔는데 들고 온 보람없이...몸도 고생했네요.

 

 그래도 늘 외부 촬영 가는 길은 즐겁다. 런던 이 곳 저 곳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지리도 익히고 예쁜 것도 많이 보고. 그러면서 용돈 번 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가을이 가득한 런던의 거리

 

아스라이 일몰이 깔린 런던 거리

 

Finsbury Park, London

 

일몰의 아름다움과 푸른 하늘이 동시에 펼쳐지는 런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늘 행복하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면 기분도 환기되고, 내가 있는 곳이 런던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대개 나는 K pop이 가득한 한식당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의 동네에 살고 있으므로 종종 잊고 있던 그 사실을.

 

 그리고 바깥에 있다보면, 담아두고 싶은 찰나의 순간을 많이 만난다. 스토리를 가득 메운 멋진 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물론 계속된 버스 연착문제로 지각의 불안함은 항상 생기지만. 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버버거리던 내가 영어로 인터뷰를 하다니, 그리고 그걸로 돈을 벌다니.

 

 저녘 근무 끝나고 집 가는 길이 트럭에 싣혀가는 외노자 같다면, 촬영 마치고 돌아갈 땐 황홀감으로 가득 해진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거지,' 하면서. 감사하게도 이런 예쁜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빈 버스와 내 간식

 

상아빛 가을 하늘과 런던시내

 

 생각해보면 나는 무던히도 '보통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개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의 예쁜 옷이나 매력적이고 헤어져나오기 힘들만큼 빼어난 얼굴보다. 이렇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한적한 거리나 고즈넉한 사람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매력적인 아우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자아내는 그런 풍경. 

슈바님이 오는 길에 구경하라던 슈퍼문

 늦는다는 말에 걱정말라며 오는 길에 '달 구경'이나 하고 오라는 슈퍼바이저님. 퓨 나이만 먹고 일은 못하는 부족한 부하직원이라 늘 미안합니다 껄껄. 그래도 달을 보며 나를 떠올려 주는 누군가 있다는 건, 좀 좋은 기분이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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