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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4년 12월 첫 번째 일기 (12.01~12.02)_ 아둥바둥 여러 일을 경험하는 중

by 킹쓔 202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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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일 [워홀+124]_ 바쁘다 바쁜 일요일

 

 오늘은 우리 밤태봉 100좌 파티 있는 날.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열심히 준비 해봤다. 사실 뭐 실질적인 준비는 미진이가 다 했지 뭐. 

오랜만에 그려보는 그림

 이거 한다고 가위 샀다가 급 뽐뿌와서 어젯밤에 머리 잘랐구요... 너무 대충 달라서 다듬어야 되는데 귀찮아서 그냥 대충 자르기만. 껄껄 셀프컷이라니 뭐 어떻게든 되겠죠. 머리야 금방자라니까요.  
 
 라이언이 세레나랑 셋이 놀자고 했는데, 세레나가 안 와서 라이언이랑만 놀았다. 어제 주짓수 수업에 갔던 그녀... 많이 힘들었나보구만.

라이언이 발견한 호텔 라운지 같은 카페

 

 

Coffee shop · 100 Shoreditch High St, London E1 6JQ 영국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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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쇼디치 풍경

 

라이언 피셜 런던 최고의 식료품점 / great taste badge

 라이언이랑 같이 다니면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다. 분명 지나갔던 곳이고 아는 곳인데 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쇼디치 근처 식료품을 구경하는데 라이언이 잠깐 와보라고 하더니, <위대한 맛 great taste> 뱃지를 알려줬다. 미식가들이 식료품에 대해 평가하는 시스템인데, 별이 많을 수록 맛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 말 듣고 별 세개 짜리 홀머스타드랑 땅콩버터 사왔잖아요. 

 

The Grocery · 52-56 Kingsland Rd, London E2 8DP 영국

★★★★☆ · 식료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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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델몬트 물병같은 쿠키통

 그리고 홈 뮤지엄도 방문했다. 전에 누가 여기 추천해줬던 것 같은데. 이케아 쇼룸이 여기 따라 한 것 같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느낀게, 라이언이 쿠키틴박스 보더니 저게 영국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거란다. 우리나라 델몬트 유리병이 국민 물병으로 쓰였듯이, 저 쿠키통 안에 반짇고리 등을 넣어놓는 등 다용도로 쓰였다고 하니. 사람 사는 거 진짜 다 똑같구나. 

영국 가정집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뮤지엄 오브 더 홈 · 136 Kingsland Rd, London E2 8EA 영국

★★★★☆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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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좀 귀여운 블랙벨트님

 

저녘으로 먹은 쌀국수

 

 

Sông Quê Café · 134 Kingsland Rd, London E2 8DY 영국

★★★★★ · 베트남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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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이 매일 같이 술마시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괜찮으면 같이 만나자길래 껴봤다. 그리고 완전 실망스러웠다. 정말 보기드문 무례함을 갖춘 사람이었다. 무뚝뚝한 건 뭐 성격이니 이해할 수 있겠는데, 만난지 두 시간도 안 된 사람한테 자존감 운운하며 평가질에 면박주는 건 굉장히 불쾌했다. 자리를 만들었던 라이언조차 앞으로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The Bricklayers Arms · 63 Charlotte Rd, London EC2A 3PE 영국

★★★★☆ · 호프/생맥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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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와서는 거의 정신이 나갔다. 비틀대는 나를 보며 애들이 누가 몰래 약을 먹인 줄 알고 걱정해서 좀 웃겼다. 잠깐 누워있어야지 했는데 새벽 1시에 일어났다. 그냥 자려다 배가 고파서 뭘 주워먹는데 파딘이랑 마주쳤다.

 

 소화시킬 겸 잠깐 얘기한다는게 갑자기 걔가 와인을 들고 내려왔다. 한 입만 먹어본다는게 두 세잔으로 늘어날 정도로 진짜 맛있었다. 이야기를 하는동안도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지 몰랐고, 새벽 네시가 되어서야 자리를 끝낼 수 있었다. 이러고 출근해야 한다니.


12.02.월 [워홀+125]_ 그래도 할 건 해야하니까

 

햇살은 왜 이렇게 밝은지

 아침 해가 밝았는데, 너무 출근하기 싫었다. 사이다에 와인에, 나눠 마셨어도 몸이 찌뿌둥했다. 그래도 점심 근무만 하는 날이라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산 아침, 사과랑 땅콩버터

 

티끌모아 태산 / 이럴거면 왜 나눴어

 세탁기는 결국 안 고쳐졌다. 어차피 이불빨래도 해야겠다, 팁 받은거 털어서 코인세탁방에 갔다. 근데 아저씨가 곧 마감이라고 미온수 세탁밖에 안된단다. 그렇게 이미 버튼을 눌러버린...냉수 온수 다르게 하려고 일부러 나눠 넣은건데...  

 빨래가 다 되는 동안 벼르고 벼르던 아스다에 갔다. 브리타필터는 못 찾았고 리야 파라타는 찾았는데, 또 카드를 안 들고가서 그냥 제일 싼 걸로 샀다. 

 

 저녘을 먹는 데 사갈을 만났다. 집 계약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려고 했더니 본인도 이번 달 말에 계약이 끝난다고, 혹시 같이 이사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봤다. 파힐이 버밍엄으로 돌아가서 이제 혼자 살 게 될 것 같다며, 내가 일하는 곳 근처로 새 집을 알아볼 거라고 했다. 내 연락은 그렇게 씹어대놓고, 얘는 정말 필요에 의해서만 사람을 찾는구나. 

 

 문득 국제정치가 생각났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오직 실리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그런 관계.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웬수 진 사이도 아니니까. 나는 더 이상 그를 내 친구로 여기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는 꽝이란 얘기지. 그치만 그의 사업적 탁월함과 영민함은 굉장히 실용적이다. 분명 그 특유의 넉살과 계산으로 손해보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 낼거다. 걔가 진짜 나를 생각한 집을 알아봐 줄거라 믿진 않지만, 거기에 묻어갈 수 있다면, 나쁘지 않지. 

 방문 앞에는 꽃이 또 놓여있었다. 내가 사려다 못 산 꽃이었다. 요즘 잦은 술 자리 때문에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고, 그러다보니 꽃 하나 살 여유가 없었다. 정확히 내 취향인 작은 겹꽃들에 고마운 마음이 잔잔하게 퍼졌지만 곧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제 이유없는 호의라는 건 없는 걸 아니까. 가슴 한 켠이 헛헛한 탓에 살짝 흔들렸다. 

 

 그냥 이렇게 지내면 안되는 걸까. 굳이 내가 다시 서서 명확히 입장 정리를 또 할 필요가 있을까. 따지고 보면 별 일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안 되지. 그건 그냥 내 마음만 편하자고 남의 마음 외면하는 거다. 그런 거 이용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못 난 인간은 아니지 않나. 내일은 말 해야지. 돌리지 말고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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