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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주짓수

[주짓수] 내이름은 주짓쑤 : 화이트 벨트_2그랄 (22.04.01~23.04.01)

by 킹쓔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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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2그랄
"그래서 포기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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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감동의 두 번째 그랄


 두번째 승급심사. 상대는 나보다 두 달 늦게 들어온 A였다. 그녀는 호리호리하지만 유도경험이 있어 움직임이 날쎄고 위협적이라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래도 조금은 자존심이 상했다.

관장님은 왜 비슷하게 들어온 사람과 붙여주지 않으실까? 과소평가당한 기분도 들어서 지고 싶지는 않았다. 승패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황하던 그녀의 얼굴은 꽤 기억이 난다. 평소 설렁설렁하던 모습만 익숙했던 탓에 공격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조금 낯설어 보였을 거다. 뭐 미안하긴 했지만 나도 잘해보고 싶었다.

스파링이 끝나고 관장님이 그랄을 감아주며 말씀하셨다. "수진씨,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조금 하다 그만 둘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름도 안외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띠에 이름을 새겨와서...안 외울 수가 없더라구요. 더 열심히 합시다 "

 가슴 속에서 뭔가 왈칵 차올랐다. 나는 정말 주짓수를 좋아했지만 온전히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봐 혹은 내가 다칠까봐. 시큰거리는 무릎을 붙잡고 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않고, 앞으로 나아왔구나.


 

1. 過猶不及 (과유불급) , 오른쪽 무릎 부상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무릎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체력도 좋아진 터라 이때다 싶어 미친듯이 운동했다. 오랜 갈증 끝에 물을 마시는 사람처럼, 체육관에 계속 붙어있었다.

수업을 두번씩 듣다보니 전보다는 뭔가 감이 잡힐듯 했다. 끝나고는 남아서 턱걸이도 연습했다.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았다. 주말에 버스로 꼬박 2시간이 넘는 이천까지 오픈매트를 다녔다. 스파링 때 빨리 지치는 것 같아서 등산도 시작했다.

달력의 파란바는 주짓수 수업, 초록바는 등산을 의미

  회사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평균적으로 하루 4-5시간을 운동하며 보냈다. 평생 운동이라곤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전문선수처럼 하니 몸이 남아날리 없었다. 결국  한 군데씩 야금야금 고장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온 관절이 뻐근했다. 특히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했다. 어디 하나 못이 박힌것처럼 끼기덕 거렸다. 오른쪽 무릎도 욱씬대기 시작했다. 수술한 쪽도 아닌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시했더니, 곧 열 걸음도 걷기 힘든 상태가 됬다.

엄마는 그럴줄 알았다는듯 나를 용한 한의사선생님에게 데려 갔다. 선생님은 지금 상태가 꽤 심각해서 등산이고 주짓수고 다 그만두라고 하셨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내손을 잡더니 이제 또 다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2. 七顚八起 (칠전팔기) , 재기를 위한 준비


  첫 부상과 달리 슬프진 않았다. 단지 좀 씁쓸했다. 전부터 이런 날이 또 올 거란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관장님께도 오래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며 체육관 채팅방을 모두 나왔다.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한 마음에 피아노를 치려고 하는데 손가락이 덜그덕거렸다.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무릎에 힘이 안들어갔다. 어쩌다 또 이 지경까지 와버린거지. 이제는 그만 놓을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생각이 엉켰고 점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자꾸 포기하려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그래도 나는 다시 주짓수를 하고 싶었다. 다른건 몰라도 그건 분명했다.

병원치료

 내 상태를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어서 MRI를 찍었다. 백만원을 가까이 냈는데 명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해서 답답했다. 아무 것도 안하는데도 통증이 올라와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물리치료도 받고 이틀에 한 번씩 침을 맞으러 다녔다. 한 두달을 그렇게 보내자 움직일 때마다 뭔가 걸리는 것 같은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전처럼 완벽한 회복은 아니었다.  
 

재활운동과 식단

 그래서 재활에 좋다는 수영을 시작했다. 무릎상태가 많이 안좋아서인지 발차기를 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선생님이 바뀌면 달라질까 싶어서 세 번 정도 센터를 바꿔봤는데 여전히 아팠다. 락스물때문에 계속 피부염도 생겨서 접기로 했다.

예전에 수술 후 그라스톤 테크닉으로 치료효과를 받던 기억이 나서 근처 피티샵에 재활피티를 받기 시작했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식단조절도 시작했다. 저울을 들고 다니며 정해진 양만 먹으려고 노력했다. 

 어디 하나가 아프다는 건 생각보다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치료때문에 내 시간을 포기해야 했던 적도 많고,식단관리 하느라 짜증 났던 기억도 많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핑계대는 나를 나무랐며 물었다. "그래서... 안할거야? 다시 안할거냐고?"



3.
不撓不屈 (불요불굴) ,
다시 운동 할 수 있기를


 생일선물로 주짓수 키링을 받았다. 원하던 거라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가, 흰띠 옆 파란띠 키링을 보자 맘이 무거워졌다. 파란띠까지 오래오래 운동하라는 친구들의 말에 쓴웃음이 났다.

7개월 째, 나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는 잘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증 때문에 계속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달엔 가야지... 다다음달은 꼭... 그렇게 체육관을 그만둔지 반 년이 지났다.

과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한다해도 과연 파란띠 까지 갈 수나 있을까. 또 다치면 어떻게 하지? 불현듯 머릿 속이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차고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어느 것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건 내가 하고 싶다는 거다. 생일 케이크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이 선물들이 헛되지않게 해달라고.

2월이 되자 더 미룰 순 없었다. 어차피 완벽히 회복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이라도 다시 시작해보자 싶어 체육관에 등록했다. 8개월만에 체육관에 다시 갔을 땐 정말 기분이 좋고 보는 사람마다 반가웠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 그래도 항상 조심하며 운동했고, 등산도 다시 시작할만큼 상태가 많이 호전됬다. 그렇게 1년만에 승급심사를 보게됬다.



 

ㅡ 내이름은 주짓쑤 : 화이트 벨트_3그랄에서 계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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